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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72화 (272/633)

< 272. ABC (2) >

"……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고, 사기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규모를 계속 내버려 뒀다간 란다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집니다.”

카버가 더할 나위 없는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올리버는 이해가 안 됐다.

한 개인의 사기와 란다의 존립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말이다.

“란다의 자유는 거저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시외(市外) 임무를 맡길 때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란다를 노리는 이들은 늘 있습니다.”

"아……. 중앙의회와 왕가 말씀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들은 감옥이 습격당한 것만으로, 란다의 안전을 걱정하는 척하며, 이곳의 자유에 간섭하려고 합니다. 실상은 이곳의 부가 탐나는 것뿐이면서요. 그런 와중에 한 사업가로 인해 란다뿐 아니라, 셀랜드 전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아……."

올리버가 탄성을 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빌미를 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속마음이 어떻든 실제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니.

“그렇습니다. 아마, 란다의 자유 도시 지위에 의문을 가질 정도겠죠. 방만한 운영으로 국가에 큰 피해를 끼치는……."

“……실제로 일어나면 어느 정도 사실 아닙니까?”

올리버가 별생각 없이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카버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아무 말도 못 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포레스트가 끼어들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요.”

“……포레스트 씨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당황스럽습니다.”

“인정합니다. 저는 중개인. 그 누구보다 란다의 자유 덕택에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요. 허나, 그렇다고 제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면 이 역시 란다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포레스트의 대답을 들은 카버는 피식 웃었다. 썩 기분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예, 인정합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크게 실수했죠. 란다 시(市)가 부패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유능한 집단이었는데, 몇몇이 어리석은 선택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고작 그 때문에 그동안 쌓은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역시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막말로, 왕가나 중앙의회라고 우리보다 깨끗한 건 아닌데 말입니다.”

“저것도 맞는 말이야.”

포레스트가 올리버를 보며 말했다. 진심이었다.

대답을 들은 올리버는 오해를 풀기 위해 카버에게 말했다.

“뭐, 따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어째 이야기가 좀 멀리 돌아왔는데, 핵심은 란다의 안녕과 존속을 위해 데이브 씨께서 도와주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올리버가 대답하려 하자, 포레스트가 정중히 손을 들어 자기가 먼저 이야기해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올리버는 기꺼이 그러라고 했다.

“카버 씨, 몇 가지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든 말씀하십시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성심성의껏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셰이머스에게 돈을 받는 시의원과 공무원들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 임무는 란다 시(市)의 결정은 아니겠군요.”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셰이머스에게 매수된 시의원과 대립하는 다른 시의원님들의 후원으로, 제가 총대를 메고 진행하는 겁니다.”

“카버 씨 가요? 내무부가 아니라?”

“예, 장관님께서 내무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고 하셔서요. 정 진행하고 싶으면 저더러 총대를 메고 단독으로 진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아주 위험하게 들리는군요.”

“실제로도 위험합니다. 실패하면, 제 커리어는 흠집을 넘어 박살이 날 테니까요. 아마, 자리에서 쫓겨나고, 그동안 열심히 저축한 공무원 연금과도 굿바이 키스를 나눠야겠죠. 하긴, 그전에 살해당할 테니 상관없지만요.”

가만히 듣던 올리버가 질문했다.

"살해당한다니요? 누구에게 말씀입니까?”

“셰이머스나 절 찍고 계시던 높으신 분들에게요. 이 도시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대항하는 것은 그런 걸 의미합니다.”

담담한 태도와 다르게 말 자체는 진심이었다. 지금, 카버는 죽음을 각오하고 이번 일을 진행하려는 거였다.

“왜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시는 거죠?”

올리버는 이해가 되지 않아 질문했다.

카버의 말대로 셰이머스는 란다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사기를 치려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설사, 사기를 치려고 한다 해도 가만히 있는 게 훨씬 안전했고 말이다.

그럼에도 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카버는 당당히 대답했다.

“전 란다를 사랑하거든요. 이 도시를 말입니다.”

진심. 올리버가 다시 물었다.

“이유가 뭐죠?”

"더할 나위 없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도시니까요. 아, 물론 단어의 뜻에 해석이 갈릴 수 있지만, 최소한 제겐 그렇습니다. 태어난 게 최대 업적인 귀족들도 없고, 작은 연합기를 흔들며 여왕 폐하 만세 같은 소리도 안 해도 되니까요. 각자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행동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이보다 옳은 곳이 어디 있습니까?”

이번 말 역시 진심이었다. 단순한 진심이 아닌 신념마저 느껴졌다.

꽤 예쁜 빛이었다.

“그래서 전 이 도시에 위해를 가하려는 족속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위험을 감수하며 총대를 멘 거고요……. 물론, 일이 잘 풀리면 제 승진에 도움이 돼서 맡은 거기도 합니다.”

모두 진심. 카버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충분한 대답을 들은 올리버는 다시 대화의 주도권을 포레스트에게 넘겼다. 그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솔직한 대답 감사합니다. 란다 사람으로서 아주 자랑스럽고, 감사한 태도입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전 중개인. 의뢰인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성공 가능성과 보수만으로 일을 받습니다.”

"이해합니다.”

“시의원의 소극적 지지와 내무부 장관의 암묵적 동의가 있다 해도, 이 일은 표면상 카버 씨의 독단으로 진행되는 거라 전 이해했습니다. 잘못된 점 있습니까?”

“아뇨, 정확히 파악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카버 씨께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될 텐데, 저희에게 의뢰의 사이즈에 걸맞은 보수를 지불할 수 있습니까?”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다만, 일 사이즈가 사이즈다 보니, 보수는 일이 끝난 후 치르고 싶습니다.”

“일이 끝난 후라면……. 성공했을 때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선수금도 없이.”

“돈으로 못 드리는 것은 맞습니다.”

카버는 대답했고, 포레스트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거부의 의사였다.

그도 그럴 게 말이 안 되는 조건이었으니.

“카버 씨……. 선수금 없이 일을 받긴 난감하다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일의 규모가 크고, 위험이 클수록 그에 걸맞은 조건을 해주셔야 합니다.”

“많이 위험한가요?”

올리버가 끼어들어 물었다. 포레스트는 협상 중임에도 친절히 대답해줬다.

"당연하지. 은퇴했다지만, 셰이머스는 해결사 바닥의 살아있는 전설이고, 지금 수많은 부하를 거느린 보스야. 드루이드뿐 아니라 마법사, 흑마법사까지……. 심지어, Z구역의 개발 반대 위원회와도 결탁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개발 반대 위원회라면……?”

“우릴 습격한 놈들이지. 셰이머스가 지시한 것까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

모른다고는 했지만, 포레스트는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다.

이해가 안 됐다. 왜 자신을 습격한 것이란 말인가?

“뭔가 심각한 이야기 중인 거 같은데, 저도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카버가 불리한 상황임에도 차분히 입을 열었다. 묘하게 설득력과 차분함을 주는 모습이었다.

“우선, 제가 내민 조건이 말이 안 된다는 건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포레스트 씨는 이런 억지가 통하는 분도 아닐뿐더러, 데이브 씨도 이런 조건을 수락할 위치가 아니니까요.”

카버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 상황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막말로, 제가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선수금은 기껏해야 1, 2억인데, 일의 규모에 비하면 안 받는 것만 못지않습니까?”

"그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지불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다른 식으로 지불하고 싶다는 겁니다. 데이브 씨에게요.”

포레스트를 바라보던 카버가 대뜸 올리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에게요?”

“예, 임무 수락은 전적으로 데이브 씨의 결정이니까요.”

“음……. 저도 돈이 좋기는 한데요.”

“그렇습니까? 저번에 대화를 나눴을 때 해결사 일을 하는 이유가 세상을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사실이었다. 시외(市外) 임무를 마친 후, 올리버는 한 카페에서 카버와 만나 대화를 나눴고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 적 있었다.

카버가 계속해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마음을 떠보기 위해 한 질문인데, 그런 대답이 나오다니……. 하지만 왠지 거짓말 같지는 않더군요.”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조건을 내미는 겁니다.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 전 똑똑하고 나름대로 견문도 넓습니다. 명문대를 나와, 군에 입대한후, 바로, 란다 시(市)에 들어와 일했지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탔습니다.”

“대단하시군요.”

“데이브 씨가 궁금한 거라면 앞으로 평생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예?”

“경제, 사회, 정치, 외교, 군사 등등.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혹은 모르는 게 나와도 주변의 자문을 구해 데이브 씨의 호기심을 채워드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포레스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제안이었기에.

설마, 음지에서 폭력으로 먹고사는 해결사에게 그따위 조건을 내밀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문제라면 올리버 역시 상식적이지 않은 녀석이라는 거였다.

“호오……. 그건 흥미로운데요.”

다른 해결사였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야기가 올리버에게 먹혔다.

역설적으로 카버가 얼마나 고심해 올리버를 설득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협상이란 블록을 쌓는 것과 같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실수도 없어야 했는데 이런 조건을 내민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고, 그 도박이 성공한 셈이었다.

물론, 설득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었기에 그에 걸맞은 조건을 더 내밀었다.

“……그 외에도 제가 공무원직을 유지하는 동안은 포레스트 씨와 데이브 씨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호적인 관계라면……?”

“제 여건이 괜찮고, 란다에 위해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여러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조언을 해드리거나, 정보를 알아봐 주는그런 관계요.”

포레스트는 반응을 보였다. 별 것 아닌 듯 보였지만, 꽤 괜찮은 거래조건이었다. 시(市) 내무부 소속 공무원과의 커넥션이라니.

포레스트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애매한 조건이군요.”

"이 이상 해주겠다고 하면 사기이지 않습니까?”

포레스트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별거 아닌 조건인 듯했지만, 현재 카버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 조건을 내놓은 셈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는 그다지 밝지 않은 올리버가 질문했다.

“조언과 정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 그대로 조언을 해드리고, 정보를 알아봐 드리는 겁니다. 시에서는 중개인들도 접근하기 힘든 정보를 취급하거든요. 정책과 국제정세, 이쪽에서만 나도는 소문 같은……. 물론, 기밀은 힘들지만요.”

중개인들도 접근하기 힘든 정보라……. 올리버는 오랫동안 묻어뒀던 기억을 떠올랐다.

“그럼, 혹시 파테르교 인사(人事)에 관해서도 알아봐 줄 수 있습니까?”

***

자정을 넘긴 새벽 시간 때.

시(市) 공무원 폴 카버는 긴 대화 끝에 떠났으며, 별실에는 올리버와 포레스트만이 남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었고, 올리버와 포레스트 각각 바쁘게 보냈음에도 딱히 피곤한 티를 내지 않았다.

워낙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기에.

긴 침묵 후, 올리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뭐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포레스트의 감정을 꿰뚫어 본 올리버가 질문했다. 그는 호기심을 빛냈다.

“솔직히 있네……. 자네가 파테르교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몰랐거든. 누구의 인사가 궁금한지 물어봐도 되나?”

“음……. 약간 대답하기 힘드네요.”

“뭐,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일 이야기로 넘어가지. 이번 임무 맡고 싶나?”

포레스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단, 우리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카버를 보내긴 했지만, 이런 문제는 최대한 빨리 답을 줘야 하거든. 괜한 오해를 사지 않게.”

“중개인으로서 포레스트 님 생각은 어떠시죠?”

"거절하는 게 합리적이지.”

진심.

“흥미로운 제안이긴 하지만, 선수금도 받지 않고 이런 일에 참여하는 건 너무나도 불공평하거든. 시(市) 공무원과의 파이프라인을 뚫는 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자네에겐 너무 불공평해.”

“음……. 솔직히 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올리버는 진심이었다. 마법도 흑마법도 재밌지만, 세상 이야기도 재밌었는데, 안타깝게도 그거에 관해 제대로 의견을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었다. 케빈은 수업과 연구로 바쁘고, 멀린은 얼굴도 못 본 지 꽤 됐기에.

그런 와중에 카버가 도와준다면 꽤 유익할 것 같았다.

“자네라면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지만, 그래도 좀 더 고민해야 해. 이건 사실상 셰이머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어.”

셰이머스와 전쟁이라……. 확실히 안면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별문제 없는 것 같은데요? 어차피 그분도 저희를 한번 습격했으니, 이해해주실 것 같습니다. 그보다 언제 아셨습니까? 개발 반대 위원회를 사주한 게 셰이머스 님인 걸요?”

"일부러 이야기 안 한 건 아니야. 확실해지면 이야기할 생각이었어.”

“어떻게 아시게 된 거죠?”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Z, Y구역 사람에게 돈을 쥐여줘 알아냈어. 알아냈다고 해봐야 셰이머스의 부하 중 하나가 자주 들락날락하는 걸 본 것뿐이지만.”

“아……. 근데, 개발 반대 위원회와 손을 잡는 게 쉬운 겁니까? 저번에 봤을 때 그럴 성격은 아닌 것 같던데요.”

“제대로 봤어. 배타적이고, 위험한 족속이라 손잡는 게 쉽지가 않아. 그래서 나도 의문이야. 셰이머스의 수완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음……. 포레스트 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뭐가?”

"ABC 투자 회사가 사기인 것 같습니까?”

포레스트는 잠시 뜸을 들이다 커피를 한 모금에 다 들이켰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렇네.”

“이유가 뭐죠?”

"일단, 카버 씨와 같은 이유야. 말이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지. 투자금이 모인다는 건 그만큼 수익금을 만들어 준다는 건데,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있나? 뭣보다, 주변의 동태도 좋지 않아.”

“주변의 동태요?”

“그래, 예를 들어 셰이머스와 그녀의 애인들 및 추종자들이 미란다 여사와 찢어져 자체적인 투자 그룹을 만들었거든.”

“음? 어째서죠?”

“미란다 여사가 이 사업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위험이 너무 크다고. 그러자 셰이머스는 자기에게 홀린 여자들을 데리고 찢어져 나왔지……. 아, 참고로, 제인 아가씨는 미란다 여사쪽에 남았네.”

“아,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리 자세히 아시는 거죠?”

“왜냐면 나도 개인적으로 조사해봤거든. 몸이 커지면 파도에 잘 휩쓸려서……. 더 듣고 싶나?”

“예."

“미란다 여사와 찢어지며, 시스터 후드도 현재 거의 양분된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어. 애당초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모인 체계적인 조직이 아닌, 미묘한 균형에 의해 결성된 연합체니까.”

“혼란스럽겠네요?”

"맞아. 덕분에 엘리자베스나, 코코, 제인 등은 정신없이 보내고 있지. 그 때문에 미란다를 포함한 몇몇 멤버는 셰이머스의 사업을 뒷조사 중이라고 해.”

“혹시, 뒷조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없나요?”

“당연히 있지. 교수들과 기자들은 지속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ABC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투자 회사와 크라임 펌의 스마글링 펀드 등도 뒤를 캐고 있지. 모이라이 학파도.”

“모이라이 학파요? 그들은 왜죠?”

“나도 우연히 알게 된 거라 확실히는 몰라. 다만, 셰이머스의 기술을 탐낸다는 이야기가 있어.”

“셰이머스 님의 기술요? 혹시, 세계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세계수에 대량의 정보를 기입해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모이라이 학파도 연구 중이라 하거든. 미래를 아는 건 그 자체로 힘이니……. 아마, 이들이 카버와 협력하지 않을까 해.”

“뭔가 아시는 게 있나요?”

“아는 게 아니야. 그냥 예상하는 거지. 대충 어떤 식으로 접근하려는지 알겠는데, 그럼, 세계수에 접촉할 수 있는 넷 내비게이터(Net Navigator)는 필요하거든. 실력이 뛰어나야 하고, 신용도 있는.”

“시(市)와 마탑과 관계가 안 좋지 않습니까?”

"이번은 그것과 별개지. 그리고 사이가 안 좋다 해도 이해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법이니……. 어쨌건 한 가지는 확실해. 이번 판은 생각보다 그 크기가 몹시도 커. 란다의 존립이라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이익집단이 얽힌 큰 판.”

포레스트가 명쾌하게 이번 임무를 다시 정의해줬다.

틀린 말 같지는 않았다.

“음, 그럼. 포레스트 님은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내가 이제 자네에게 이래라저래라할 위치는 아니지. 선택은 자네가 하고 난 최선을 다해 도와줄 뿐이야.”

“포레스트 님은 저에게 이래라저래라한 적이 없으십니다. 그저 조언해줬을 뿐이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조언을 구하는 것뿐입니다.”

"……만약, 자네가 여기서 돈을 원하는 거라면 빠지는 게 옳네.”

“돈이 안 될 것 같습니까?”

“그건 아니야. 물론, 떼돈을 번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판 자체가 이 정도면 중간에 큰돈을 만질 기회가 있을 거야. 다만, 그와 별개로 단순 돈이 목적이면 이런 판에는 빠지는 게 좋아. 더 안전한 방법도 있으니.”

“그럼, 어떤 목적이어야 참여하죠?”

"자네가 이곳에서 뭔가 큰일을 하고 싶다면 참여하는 게 좋지.”

“큰일요?”

“그래. 물론 어떤 게 큰일인지는 쉽게 정의할 수 없지만, 돈 이상의 것을 원하면 참여하는 게 좋아. 카버의 말대로 흘러가면 란다는 자네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니까. 뭣보다, 카버와 커넥션을 맺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는 내무부에서 하는 일이 많아. 영향력이 있고, 똑똑하니, 빚을 만들어도 나쁠 건 없지.”

“음……. 혹시, 포레스트 님은 파테르교 인사에 관해 알아낼 방법이 있습니까?”

“무능한 모습 보여주기 싫지만, 힘드네. 난 그쪽과 엮일 일이 없어 개인적인 파이프라인이 없고, 조합쪽도 한정적이거든. 인사와 같은 중요 정보를 얻긴 힘들어.”

“그럼, 시(市)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거군요.”

“유도하는 것 같아 대답하기 꺼려지지만, 그렇네.”

“그렇군요……."

“그렇네. 어떻게 할 텐데, 솔직히 말해, 얻는 것은 불확실한 데 반해, 잃는 것은 확실해. 뭣보다 시(市) 공무원이 단독으로 저지르는 일이라 무모하고……."

포레스트가 진심을 담아 조언했고, 잠시 후, 올리버가 대답했다.

"무모한 만큼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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