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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65화 (265/633)

< 265. 일상 (1) >

거래를 마치자 이완은 고기 해머를 망토 안에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 밖으로 나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중에 연락하지.”

그는 방금까지 족쇄를 차고 감금당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랄하게 말했다.

창고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조는 의문을 빛내며 올리버를 봤고, 올리버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조는 이완에게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다.

"자네도 만나서 반가웠네. 공짜 술 잘 먹었어.”

조의 가슴을 탁탁 두들기며 떠나는 이완.

조는 그런 이완을 불만스럽게 바라봤다.

이완이 떠나자 조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이야기는 잘 끝마치셨습니까?”

포레스트는 대답을 넘기듯 올리버를 봤고, 올리버는 눈치껏 대답했다.

“예, 잘 끝난 거 같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조가 아주 정중히 말했다. 겉으로만 차리는 예가 아닌 진심으로 말이다.

올리버가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할 때 포레스트가 끼어들어 줬다.

“흥미로운 흑마법 아이템을 보여줬고, 그걸 데이브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주기로 했네."

올리버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그럼, 위험한 거 아닙니까? 방금 나갔는데?”

“여기서 가공할 수 없고, Z구역으로 가야만 가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Z구역요?”

조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X구역도 란다에서 험하기로 손꼽히는 도시였지만, 그렇다 해도 상식 범위 내.

Y구역부터는 미지의 땅이었고, Z구역은 일종의 마경(魔境) 취급을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각종 돌연변이는 물론, 범죄자와 위험한 조직들이 숨어 살았으니. 개발 반대 위원회가 그중 대표적.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외부인이 그런 곳에 가는 걸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말이다.

조가 이 사실을 이야기하자, 포레스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되네. Z구역의 개발 반대위원회와 거래를 하는 사이라 했으니, 객사할 일은 없을 거야.”

“진짜입니까?”

“예, 거래하는 걸 직접 보진 않았지만, 친분이 있는 건 봤습니다.”

“그럼, 더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아이템을 들고 튈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Z구역이라면 저희 쪽 애들을 감시로 붙일 수도 없습니다."

“……? 죄송하지만, 조. 방금까지 도움받은 제가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왜 파이터 크루 분들이 이완 씨를 감시하죠? 이건 제 일이고, 제 거래인데요.”

올리버의 의문에 조가 말문이 막히며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와 함께 조는 당혹, 망설임, 두려움 등의 감정이 빛났다.

왜 이러는 건지 올리버는 알 수 없었다.

"……어쨌건 도와주신다니 마음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이템을 가공하려면 Z구역에 가야 한다고 해서요. 그건 사실이었고요. 또, 아이템만 들고 도망치진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예, 진심으로 거래하셨거든요. 함부로 약속을 어길 분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올리버의 말에 조는 별다른 반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과거와 비교해 성격이 많이 유해진 거 같았다.

올리버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이완 님을 만날수 있었습니다. 혹시, 일이 밀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도움을 받은 것은 올리버였지만, 조가 오히려 더 머리를 숙였다.

뭔가 이상했다.

“음……. 괜찮으시면,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예, 말씀하십시오.”

“정장은 모두 같은 스타일로 맞추셨다고 하셨죠?”

"아, 예……. 스타일은 저희가 생각했고, 맞추기는 크라임 펌에서 맞춰줬습니다.”

“음…….돈 좀 들었겠네요?”

올리버가 포레스트를 보며 물었다.

“뭐, 사람 숫자가 좀 되니까. 푼돈이라 할 수는 없겠지?”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바꿔야지.”

조가 당황했다.

“예? 그게 무슨……?”

“아, 별거 아닙니다. 옷 스타일 말입니다. 계속 비슷한 옷을 입고 있으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 옷을 바꾸려고요.”

“……어째서 입니까?”

“제 옷만 바꾸는 게 경제적이니까요? 288명 분의 옷을 바꾸는 것보다, 제가 바꾸는 게요.”

오해받기 싫다는 올리버의 단호한 의지를 이해한 조가 안타까운 감정을 빛내며 눈을 감았다.

그는 실망하고 슬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가 눈을 떴다. 각오를 다지며 말이다.

“한 말씀……. 아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이요?”

“예.”

“일단, 들어볼 수 있을까요?”

“데이브 씨께서 저희 파이터 크루의 대장이 되어 주실 수 없습니까?”

***

“그래서 이유를 물어봤죠. 왜 제게 파이터 크루 대장을 맡아 달라고 했는지요. 혹시, 힘든 일이 있냐고 말이죠."

"......."

"다행히 힘든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수련을 통해 조금씩 힘이 강해져 일이 잘 풀리고 있다 했습니다. 승률과 생존율 모두 높아지고, 일도 꾸준히 들어와 수입도 좋다고요.”

"......."

“그래서 다시 물었죠. 그런데 왜 제게 대장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 거냐고요? 그러니까 조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파이터 크루원들 모두 절 존경하고, 좋아한다고요. 제가 아무 조건 없이 얼마나 자신들을 잘 가르쳐줬고, 이게 고마운지 깨달았다고요. 그러니, 부디 자신들의 대장이 되어 달라 부탁했습니다. 조뿐 아니라 조를 따라온 다른 사람들도요."

"......."

“솔직히 말해 기분 나쁘지는 않습니다. 열심히 그분들을 가르쳤는데, 제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대장이 되겠냐는 제안은 거절했습니다.”

"......."

“이상하지 않습니까? 가르친 건 저라도, 배우려고 노력한 건 그분들인데, 여태까지 아무것도 안 한 제가 거기 대장 자리 앉는 게 말입니다. 심지어, 전 X, Y, Z구역 출신도 아닌데……. 그래서 전 거절했습니다.”

"......"

“전 이쪽 출신도 아니고, 대장 노릇할 사람도 아니라고요. 전 제 호기심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서……. 뭣보다 이미 스스로 조직을 잘 운영해가는 분들인데, 제가 대장으로 들어가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조는 괜찮다고 절 설득하려 했지만, 그래도 전 거절했습니다. 스스로 자립하는 분들 곁에 제가 가는 건……. 좀 싫더라고요.”

"......."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조도 수긍해줬습니다. 대신, 파이터 크루 규모를 늘릴 계획인데, 제게 도움을 달라고 했죠. 훈련 좀 시켜달라고요. 그건 수락했습니다. 열심히 하시니 약간은 도와드리고 싶더라고요.”

"......."

“아, 그리고 마리에 관해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제가 떠난 후, 마리가 조셉 패밀리를 장악했다더군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

“현재 이름을 ‘선택받은 사람들’로 개명해 규모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방식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하더군요.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거리를 두고 싶어 알아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알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인님.”

말을 마치며 올리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리버 맞은편에는 제단에 기댄 채 백골이 되어버린 조셉이 있었다.

그는 죽은 지 1년을 훨씬 넘어 2년이 다 되어, 이제 뼈와 약간의 가죽만 남은 상태였다.

쪼르르륵.

올리버는 챙겨온 컵에 술을 따르고, 접시 위에 포레스트 레스토랑에서 싸 온 음식을 올렸다.

한층 더 좋아진 음식 내음이 어두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또 언제 방문할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날때 다시 한번 찾아오겠습니다.”

올리버가 말을 마치곤 정중히 고개를 숙이곤 자리를 떠났다.

마력으로 만든 빛 구체를 이용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이윽고 폐병원 밖으로 나왔다.

볼일을 끝마친 올리버는 곧바로 폐병원 울타리 밖으로 나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근데, 여기서 택시를 잡을 수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돌아가는 교통은 생각 안 했네.”

“평소에는 어떻게 돌아갔나?”

“왔던 택시에 몇 시간 후 다시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오늘은 택시 말고 다른 차를 얻어 타고 와 예약을 하지 못했고요."

"얻어 타고 온 차는?”

“제 개인 용무로 바쁜 분 잡으면 안 되니, 먼저 보냈습니다. 그런데, 실수한 거 같네요.”

“그거참 난감하겠군. X구역에서 택시 잡긴 꽤 힘든데 말이야……. 뭣하면 불러줄까?”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죠. 캔트 님.”

올리버가 골목 구석에 앉아 있는 거지를 보며 말했다.

그는 허름하기 그지없는 롱코트를 뒤집어쓰고, 한 손에는 지팡이로 위장한 쿼터스태프를 들고 있었다.

올리버가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혹시, 절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아니라고 말하면 거짓말 같겠지?”

“예……. 어떻게 알고 기다리신 겁니까?”

“우리 가난한 형제들이 뭐로 먹고사는지 저번에 들었잖나? 자네가 여길 오는 걸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야."

“아……. 대단하군요.”

"크큭. 대단하지? 그리고 자네가 여기 오면 왠지 이곳에 올 거 같기도 했고……. 여하튼 만나서 반갑네.”

“저도 만나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아주 오랜만인 거 같네요.”

“오랜만인 거 맞아. 사실.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왔어.”

"아......."

올리버가 탄성을 내며 살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 바쁜 도시에서 아무 용무 없이 사람을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오히려 이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켄트가 한쪽 입술을 올리며 롱코트에 숨겨놓은 술을 한 병 꺼냈다.

“외로운 노인을 위해 술 한 잔 같이 마셔줄 수 있겠나?”

***

정말 그게 전부였다.

캔트가 찾아온 이유는 그저 같이 한잔 마시며 잡담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바쁜 올리버를 만날 기회라고는 지금밖에 없을 거 같다고 말이다.

올리버는 그 말에서 알 수 없는 즐거움을 맛봤고 그동안 해결사 데이브로 있었던 일에 관해 이것저것 이야기해줬다.

그중에는 상류층 파티에 갔다 온 것도 있었다.

캔트는 이에 엄청나게 감탄했다.

그런 파티에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실력은 물론 신용과 존재감 등 여러 부문에서 압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캔트는 자기가 들은 소문이 사실인지 물었다.

올리버가 저번에 데려온 아가씨를 애인으로 삼아 지갑으로 부리고, 파이터 크루를 모조리 힘으로 제압해 대장이 됐는지 말이다.

당연히 올리버는 잘못된 소문이라고 부정하며 이에 관해 차분히 해명했다.

해명을 들은 캔트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래……. 왠지 그럴 거 같았어, 자네라면.’

‘캔트 님은 어찌 지내고 계십니까?’

‘나야 평소처럼 지내지.’

캔트는 요즘 가난한 형제들의 규모를 키우고, 새로운 정보망을 만든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택시 조합과도 접촉하며, 다른 구역의 거지들과도 동맹 비슷한 것을 맺고, 갱을 넘어 공장과 회사 등 거래처도 늘리고 있다고 말해줬다.

조금의 가식이나 허세도 없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술병을 다 비웠을 때쯤 올리버와 캔트는 헤어졌으며, 캔트는 언제 한번 놀러 오라고 초대했다.

그저 하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올리버는 시간이 날 때 방문하겠다고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일상을 보냈다.

일상이라고 해봐야, 아침 일찍 일어나 마탑에 출근하고, 오후 늦게 퇴근해, 밤에는 해결사 일을 하는 거였지만 말이다.

바로, 지금처럼.

“이 괴물 같은 녀석……!”

양 팔다리가 골렘 의지(義版)인 해결사가 소리쳤다. 올리버가 순식간에 그의 곁에 바짝 붙으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일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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