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262화 (262/633)

< 262. 파티가 끝나고 (1) >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케빈 교수님의 개인 직원으로 있는 제논 브라이트라고 합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제인과 파티에 다녀온 뒤 다시 마탑에 출근한 올리버는 원소학파 타워에 있는 한 체력 단련실에서 정중히 인사했다.

인사한 상대는 케빈의 <마법 전투 기초> 수업을 듣는 수강생으로, 그 수는 대략 서른 명이었다.

그들은 제각기 인상을 찌푸린 채 올리버를 봤다.

충격, 부정, 짜증, 분노, 굴욕 등 여러 감정을 빛내며 말이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비록, 케빈의 수업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전투 능력이 떨어지긴 했어도 그들은 뭐가 됐건 마탑의 정식 학생.

그런데, 마탑 소속은커녕 마법사도 아닌 올리버가 케빈 대신 그들을 지도한다니, 굴욕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마탑 분들은 모두 자존심이 강하니까.’

올리버는 학생들을 훑어봤다.

인사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들은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말이다.

‘뭐, 나도 고심 끝에 수락한 거였으니까.’

과장을 조금 보태면 올리버도 케빈의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 주말 내내 고민했다.

마탑 학생들과 정식으로 교류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큰 장점이긴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있었기에.

‘일이 늘어나는 건 둘째 치더라도, 괜한 시선을 끌 수 있으니.’

그럼에도 올리버는 고심 끝에 케빈의 제안을 수락했다.

위험이 따르긴 했지만, 기껏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차 버리는 것도 옳지 못한 듯해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참 운이 좋지. 느낌이 안 좋으면 얼마든지 빠져도 된다고 했으니. 그만큼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올리버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어떻게 이 사람들을 잘 도와줄지 고민하며,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흑마법사의 시야가 점차 강해지면서, 학생들의 표면적인 감정뿐 아니라, 좀 더 심층적인 감정도 엿볼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꽃과 줄기를 넘어 뿌리를 보는 것이라고 할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몹시도 분노해 의욕이 사라진 학생이 있는가 하면, 관심도 없는 학생도 있었고, 그와 반대로 굴욕감과 분노를 불태우며 반발심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

그나마 마지막이 가장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지만, 뭐가 됐건 포기하지 않고 의욕을 불살랐으니.

‘문제는 어떻게 이분들과 같이할 수 있게 설득하냐는 건데……. 옆에서 기초체력을 기르고, 마력 제어를 도와주는 보조 역할이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이런 종류의 설득은 해본 적 없는 올리버가 가장 좋은 방법이 뭘지 고민하던 중, 누군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학생 중 하나가 질문한 거 였다.

“그……제논 씨.”

올리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학생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는 얼굴이었다.

올리버도 케빈을 따라 모든 학생의 얼굴과 개략적인 신상 정보는 파악하고 있었기에.

“아, 성함이……. 펠릭스 씨 맞으시죠? 가이아 소학파의?”

“예……. 맞습니다.”

“예, 하실 말씀이 뭐죠?”

올리버가 약간 기대하며 물었다.

펠릭스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평소 수업을 얼마나 열심히 참가하는지 봐 왔기에.

그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아주 힘듭니다. 화가 날 정도로 말이죠.”

진심.

올리버는 기쁘게 질문했다.

“이유가 뭐죠?”

“……여기 있는 저희가 케빈 교수님의 수업을 따라갈 만한 실력이 아닌 걸 인정하지만, 그래서 저희는 마탑의 정식 학생이며, 마법사입니다. 그에 반해 제논 씨는……. 아니고요. 물론, 근래 마탑에서 큰일을 하시고, 열차 강도를 잡으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펠릭스가 말을 마치자 주변의 학생 모두 동의와 만족의 감정을 빛냈다.

올리버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예?”

"솔직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전 주제넘게 교수님 대신 여러분을 가르칠 생각이 아닙니다. 전 그저 교수님이 주신 훈련에 맞춰 여러분을 옆에서 약간 도와줄 뿐입니다. 제가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옆에서 여러분을 보조해준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올리버가 사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가며 말했다.

케빈이 지시한 훈련을 수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올리버 역할이긴 했지만, 재량권을 발휘해 훈련량과 방식을 바꿀 권리가 올리버에게 있었다.

'일을 하려면 이 정도 재량권은 있어야지.’

케빈이 그리 말했다. 그렇지만 올리버는 구태여 이 사실을 당장 이야기하지 않았다.

올리버의 목표는 학생들과 교류하는 거였지, 주제넘게 가르치는 게 아니었으니.

‘진짜 도움이 필요한 분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되고…….'

올리버가 나름대로 잘 설득한 것 같다고 만족하려는 찰나, 다른 학생이 손을 들었다.

“뭐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 예 말씀하십시오.”

“결국, 기초적인 훈련을 하라는 건데, 그럼, 우리끼리 하면 되지, 제논 씨가 있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씀이긴 하지만, 교수님께서 제게 옆에서 도와주며, 훈련량을 체크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셔서요……. 교수님께서 여러분을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저 시간이 부족한 것뿐이죠.”

“훈련 내용은 구체적으로 뭡니까?”

“마법 전투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과 마력 흐름과 술식을 체계화하고 숙련하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 걸 제논 씨가 교수 대신 도와주고, 기록할 만큼의 실력이 있습니까?”

말하는 학생은 올리버에 대한 의심과 여러 부정적 감정을 빛냈다.

마탑 관계자가 마탑 외부자에서 지닌 보편적인 감정이었다.

근본적인 불신과 경멸감.

올리버는 확인차 물었다.

“저도 질문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뭘 말입니까?”

“혹시, 저란 사람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제 실력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인지 대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전자의 경우라면, 교수님께 보고해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후자라면 제가 여러분을 설득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방금까지 말한 학생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직원을 못 믿는 건 아니니까……. 그저, 마법사도 아닌 분이 우릴 제대로 도와줄지 의문일 뿐입니다.”

“후자라는 거군요.”

올리버가 확인했다. 목소리에는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반기기까지 했다.

설득한 방법을 찾았으니 말이다.

올리버는 품 안에서 마력 포션을 꺼내 마신 뒤, 구석에 있는 마법 가방을 뒤적여 톤파를 꺼냈다.

마력 전도 성질이 있는 강철로 만든 것으로, 케빈에게 부탁해 교보재로 받은 것이었다.

알 수 없는 모습에 학생이 질문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증명하려고요.”

"예?”

“증명이요. 비록, 제가 마력불생성증에 마법사도 아니지만, 기초적인 훈련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걸요. 아무나 한분씩 나와 주시겠어요?”

올리버가 양손에 톤파를 든 채 평소처럼 말했다.

그렇기에 더 불길했다.

학생 중 그 누구도 선뜻 움직이지 못하자, 올리버가 다시 말했다.

“시간 없는데, 빨리 나와 주실 수 없을까요?”

***

“혹시, 학생들이 널 화나게 했나?”

<마법 전투 기초>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 케빈이 대뜸 물었다.

“아뇨. 오히려, 좋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진짜로?”

"예, 적극적으로 의사를 이야기해주셔서 설득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거든요."

“그 설득이라는 게 톤파로 두들겨 패는 걸 이야기하는 거야?”

“두들겨 팬 것이 아니라, 대련한 겁니다.”

올리버가 당당하게 말했다. 왜냐면 진짜 대련이었으니까.

올리버의 실력을 믿을 수 있도록.

이 사실을 이야기하자, 케빈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뭐라 말하지 못했다.

“아, 제가 실수한 건가요? 열차 건도 있으니, 약간 실력을 발휘해도 문제없다고 해서 한 건데......."

“아냐, 문제는 없어.”

케빈이 고개를 저었다.

“애당초 수업 자체가 그런 수업이니, 심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 다치는 건 다들 용인하거든."

“그거 다행이네요.”

"그렇다고 어디 잘리거나, 장애가 생기면 안 되고.”

“……? 그건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안다고 하니까 다행이네……. 난 너답지 않게 학생들을 팼다길래 화라도 난줄 알았지.”

"오해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실력을 보여드리려면 직접 겨뤄보는 게 가장좋을 것 같아서요……. 덕분에 기초 체력 훈련과 마력 조절 쪽은 제가 봐 드리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그거 참, 믿음직하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무슨 일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교수님.”

“왜 그런 질문을 하지?”

“뭐랄까. 기분이 조금 안 좋으신 것 같으셔서요. 또, 제게 궁금한 게 더 있는 거 같고요.”

“음……. 물어봐도 되나? 네 사생활과 관련될 수 있는데?”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거면 대답해 드리고, 어려운 거면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좋군….. 그럼, 묻지. 저번 주 금요일 사파이어에서 개최하는 투자 파티 갔지?”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문을 들었거든.”

“소문요?”

"그래, 마탑 아그니 소학파의 명문가 레드힐의 데릭이 사파이어에서 개최한 파티에서 한 흑마법사에게 개망신을 당해 돌아왔다는 소문을 말이야."

아……. 올리버는 탄성을 뱉었다. 에디스를 만나고, 악마의 서적까지 여러 일이 있어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개망신이라니요?”

“망신 중에서도 아주 큰 망신이란 뜻이지.”

“아뇨, 단어 뜻을 여쭤본 게 아니라, 데릭 씨가 왜 망신을 당했다는 건지 여쭤본 겁니다. 그분은 아주 훌륭하셨거든요.”

올리버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마법의 활용 수준이나, 전투 자세, 태도 등. 과거와 봤을 때 비교도 되지 않는 괄목한 성과를 이뤘다.

감정적인 것은 여전했지만, 인내심과 이성으로 이를 통제했고, 여러 공격 방식을 취해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단을 끊임없이 강구했다.

그동안 데릭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그런데 개망신이라니. 올리버는 동의할 수 없었다.

“네 기준에서는 그럴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시야가 좁거든. 그래서 당장 눈앞의 것밖에 보지 못해. 대다수 사람이 본 건, 흑마법사를 상대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꼴사나운 모습뿐이야.”

“한 발자국요? ……아.”

올리버가 다시 탄성을 냈다. 그러고 보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거 같았다.

“그게 심각한 건가요?”

“글쎄, 수업에도 빠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긴 했더군.”

올리버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그 정도인가요?”

“평소 나라면 엄살 부린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꽤 뼈아픈 일이야. 마탑 학생에게 망신은 치명적인 거고, 외부인 앞에서 그런 망신은 훨씬 더 치명적이거든.”

“싸우다 보면 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거기다 그저 친선 대결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너에겐 그럴지 몰라도, 마탑과 파티장 손님들에겐 아니야. 란다를 대표하는 것이 여럿 있지만, 그중 손에 꼽으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게 바로 마탑이야.”

“그건 압니다.”

“마탑이 반드시 꼽히는 건 단순히 지식과 재력만 있어서가 아니야. 그 이전에 힘도 있기 때문이지. 그 증거로 마탑의 학생들은 웬만한 해결사조차 범접할 수 없다고 모두가 이야기하지. 너도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결사가 된 후 그런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고, 마법사, 그것도 마탑 출신 마법사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도 듣고 보았기에.

허나, 그래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교수님. 감히, 잘난 척하려는 건 아니지만, 해결사 데이브도 나름대로 이름 있는 해결사인데, 그럼 문제없는 거 아닐까요?”

“그냥 일반 학생이라면 그 변명이 통할지도 모르겠지만, 레드힐 가문 소속이라면 또 이야기는 달라지지. 절대적인 명문가는 아니지만, 나름의 역사와 이름이 있는 가문. 헌데, 그곳의 구성원이 흑마법사, 그것도 란다의 부호들이 있는 파티장에서 진 거면 그렇지 않지.”

생각 이상으로 빡빡한 조건에 올리버는 놀랐지만,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런 이야기를 전격 마법사와 에이드리의 일지에서 몇 차례 본 적 있었기에.

그렇다 해도 실제 일어났다고 하니 느낌이 약간 다르긴 했다.

“뭣보다 타이밍도 좋지 못했어. 하필 레드힐 가문에서 준비 중인 새로운 화력 발전 투자 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소문이 퍼져 새로운 투자는 커녕 투자하기로 약속한 사람들도 자금을 뺀다더군.”

호오……. 올리버가 놀랐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자기 때문에 생각보다 데릭이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거 같았다.

“혹시, 데릭 씨가 가문에서 쫓겨날까요?”

“글쎄? 남의 집안일에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아서. 다만, 쉽게 쫓겨나지는 않을 거야.”

“그렇습니까?”

“어, 실력이 많이 뛰어나거든. 방계임에도 불구하고 가문의 기대를 받을 만큼……."

“아, 그거 다행이네요.”

“그래?”

“네, 저야 제 일을 한 거긴 하지만, 너무 피해를 보시면 미안해서요.”

케빈이 말을 멈추고 올리버를 빤히 바라봤다.

“제가 또 무슨 말실수 했나요?”

“아니, 너무 태평해서. 그보다는 네 걱정부터 하는 게 나을 텐데.”

“제 걱정요?”

“그래, 너야 그럴 의도가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넌 레드힐 가문은 물론 마탑에도 망신을 준거거든. 마법사는 자존심이 강하고 말이야.”

올리버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했다.

“마탑에서 보복할 거란 말씀입니까?”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거뿐이야. 요즘 마탑도 자기 권위에 민감하거든. 시(市)의 보안국이다, 흑마법사다, 크라임 펌의 파이터 크루다 견제하는 놈들이 많아서. 일단, 조심하라는 거야. 란다에서 명성이 높아지는 건 블록을 높이 쌓는 것과 비슷하거든. 아차 하면 쓰러지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 말의 요점은 그거야. 마탑 안팎으로 조심하는 습관을 길러. 이 도시는 약자만 삼키는 게 아니니까……. 이만 나가봐.”

케빈이 서류를 꺼내며 올리버에게 말했다.

교수 개인 직원인 올리버는 케빈 시키는 대로 인사하며 교수 연구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올리버는 문득 궁금해졌다.

저번 주 금요일 데릭과 야렐리를 비롯한 여러 학생이 투자파티에 참석했는데, 교수인 케빈은 무엇을 했을지 말이다.

분명, 자기도 개인 용무가 있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올리버가 멈춰 서며 질문했다.

“교수님. 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해.”

케빈이 서류를 작성하며 말했다. 정말 칼 같은 모습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저번 주 금요일 어디 가셨습니까?”

“왕국군 장교와 군수업체 사람들과 미팅을 가졌어. 내 연구 때문에."

케빈이 일을 계속하며 말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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