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 해결사 데이브 (3) >
제인 아가씨.
그녀는 올리버가 찾는 에디스 록의 사생아 딸이자, 시스터후드의 멤버였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수부렙토르 대형 박물관에서 경호를 맡았을 때였다.
"어째 오랜만에 듣는 이름 같네요.”
"오랜만인 거 맞아. 뭐, 자네나 나나 한동안 바빠 정신없이 보냈으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제인과의 일이 끝나고, 경매품 회수를 시작으로, 인육 요리사의 제자, 파이터 크루와 크라임 펌의 화해, 계약과 훈련 등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으니.
그 과정에서 올리버는 마탑과 X구역을 오가며 꽤나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뭐, 즐겁긴 해서 딱히 불만은 없었지만.
"그런데, 제인 아가씨가 왜 갑자기……. 따님이시니 에디스 님과 만나게 도와줄 수 있나요?”
올리버가 의구심을 가지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버는 제인과 에디스의 관계가 어떻게 끝났는지 봤기 때문이었다.
에디스는 던칸의 배신으로 죽다 살아난 제인을 불러 면전에서 비웃는 것도 모자라 그녀의 어머니를 창녀라고 모욕했다.
다시 화해했나 싶었지만,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왠지 그럴 거 같지는 않았다.
그때, 에디스는 제인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줬다.
잘 모르는 분야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쉽게 봉합될 상처는 아니었다.
"도와줄 수는 있지만, 딸이라 그런 건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게. 그 부녀 관계가 파투 난 것은 나도 알고 있으니.”
"예? 그럼…?”
"말 그대로야. 제인 아가씨가 도와줄 수는 있지만, 에디스의 딸이라서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니야.”
수수께끼 같은 말에 올리버는 고개를 갸웃댔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죄송하지만, 포레스트 님. 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약간 어렵습니다.”
“음, 배경부터 설명해야겠군……. 아까 전 자네와 내가 바쁘게 지냈다고 했지?”
"예."
"하지만 바쁘게 지낸 건 우리뿐만이 아니야. 란다에서는 모두 바쁘게 살 거든. 제인 아가씨도 예외는 아니고.”
"어떻게 지내셨길래요?”
“자네와 내가 크라임 펌과 파이터 크루를 화해시키고 있을 때, 제인 아가씨는 시스터후드의 자산가 그룹에 들어갔다네."
아, 기억났다. 에디스의 유산을 받고 부유해진 제인의 목표는 바로 그거였다.
"그거 잘됐네요…. 원래 경매장에 간 이유도 그거 때문이지 않습니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 경매장이 습격받아 첫날에 흐지부지 끝났는데, 그 와중에 제인 아가씨만 괜찮은 물건을 건졌으니……. 미란다 여사가 그 점을 높이 사준 거 같아.”
"미란다 여사요?”
“란다에서 보기 드문 여성 거물이야. 자넨 모를 수 있겠군…….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이자, 전문 투자가 그리고 넓은 인맥을 가진 사교계의 여왕이지.”
‘흐음……. 미란다라 어디서 한번 들은 거 같은데? 아니, 봤나?’
"그분이 그룹의 리더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리더보다는 주인에 더 가까워.”
“예?”
"시스터후드의 자산가 그룹이 서로 힘을 합치기 위해 모인 건 맞지만, 미란다 여사를 주축으로 모인 거기도 하거든. 실제로 멤버들은 미란다 여사의 명령을 듣는 입장이야.”
"그렇습니까?"
"수완이 대단한 사람이거든. 소문으로는 수도의 귀족 사교계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고 해.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지.”
"그거참 대단하네요…. 그런데, 제인 아가씨가 에디스 님을 만나게 도와주는 것과 이 이야기가 무슨 상관있죠?”
“요는, 더 이상 제인 아가씨는 유산만 받은 사생아가 아니라는 거야. 미란다 여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란다 사교계에 당당히 데뷔한 투자가거든.”
"투자가요?”
"그래, 투자가. 제인이 소속된 그룹 자체가 투자를 목적으로 한 모임이다 보니 대외적인 투자 활동도 왕성하게 하거든. 미란다 여사가 쓴 각본대로 움직이는 배우겠지만……. 여하튼 그녀는 나름대로 란다에 영향력을 가진 귀부인이 됐다는 거야. 그러니 자넬 도와줄 수 있겠지.”
아하……. 올리버는 이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고 동시에 감탄했다. 진심으로 말이다.
그토록 의지를 불태우고 노력하시더니 기어코 원하는 걸 손에 넣은 거였다. 참으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만큼 문제도 보였다.
"근데, 그러면 저한테는 안 좋은 거 아닌가요?”
"뭐가?”
"제인 아가씨가 그토록 성공하셨다면 제가 만나기 힘들지 않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나?”
“신분 차이가 나니까요?”
"흐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어째서죠?”
"제인 아가씨가 성공한 것만큼 자네도 성공했으니까?”
***
올리버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포레스트가 곧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를 말이다.
올리버는 납득할 수 없어 이에 관해 따졌는데, 포레스트는 현재 그것이 소문이고, 현실이라며 올리버에게 일단 숙지하라고 조언했다.
올리버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을 떠나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정신적으로 피곤했기에……. 할 일도 있었고.
포레스트는 아쉬워했지만, 그렇다고 말리진 않았다.
‘뭐, 그게 낫겠지. 여기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긴 하지만, 손님들이 자넬 귀찮게 할 가능성이 있으니……. 나중에 같이 식사하지. 제인 아가씨와의 약속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잡아볼 테니.’
올리버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블랙마켓에 들르곤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어 정식적으로 피로했지만, 올리버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장 움직여, 송장인형 제작과 실험에 들어갔다.
마운틴 페이스에 다녀오고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지만, 일이란 게 또 언제 쌓일지 모르니 미리미리 해치워서 나쁠 거 없지 않은가?
올리버는 우선 여성 흑마법사들의 목을 깔끔하게 잘라 지저분한 단면도를 제거한 후, 조작 계열 흑마법이 통제하기 쉽게 촉매 역할을 해줄 철 뚜껑을 씌워 송장인형으로 만들었다.
재료의 질이 원체 좋은 관계로 넝마처럼 이것저것 장치를 다는 대신, 재료의 본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실험도……. 생각대로 되면 좋을 텐데.’
여성 흑마법사 작업을 마친 뒤, 올리버는 C급 시체를 연습 삼아 혈관에 맞춰 튜브를 끼우는 연습을 했다.
혈관이라는 게 생각보다 섬세하고 복잡해 꽤 연습이 필요할 듯했다.
"음, 요령이 잡힐 거 같기는 한데……."
올리버가 의학서적을 참고해 시체에 다시 튜브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집중력과 힘을 요구해, 이마뿐 아니라 코끝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땀을 닦으려고 하자 익숙한 신호음이 들렸다.
삐- 삐- 삐-
포레스트의 개인 통신장치.
올리버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장갑을 벗어 바로 받았다.
"예, 포레스트 님. 접니다……. 약속을 잡았다고요? 예, 감사합니다..... 예, 예. 의뢰요? 내용이 뭐죠? ...아, 네, 알겠습니다. 주소가 어떻게 된다고요?”
포레스트가 말한 주소를 적은 다음 통화를 마친 올리버.
올리버는 주소를 적은 종이를 찢어 챙기며 중얼거렸다.
"제인 아가씨가 내게 부탁하실 일이라는 게 뭐지?”
***
올리버는 일단 외출 준비부터 했다.
제인이 부탁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들어보고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도와주고, 아니다 싶으면 거절하면 되니 말이다.
그렇게 올리버는 하던 작업을 멈춘 다음, 샤워하고, 옷장에서 깔끔하게 보관된 정장을 꺼내 입었다.
넥타이와 구두, 시계도.
제인 아가씨가 그토록 노력해 성공했다고 해 올리버 나름대로 예의를 차린 거였다.
마무리로 향수까지 뿌린 후 올리버는 택시를 타고 R구역으로 갔다.
제인이 사는 그곳으로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손님.”
은색 힙 플라스크를 들이키며 운전기사가 말했다.
올리버는 팁을 포함해 택시비를 운전 기사에게 지급했다.
"아휴,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올리버는 인사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포레스트가 알려준 주소를 향해 길을 따라 걸어갔다.
“여긴가?”
올리버가 여느 R구역의 집들과 다른 주택을 봤다.
제인이 사는 집으로, 빽빽하게 지은 주변 집들과 달리 여유와 안전, 풍족함이 느껴졌다.
‘담장과 정원 때문인가? ……근데, 어떻게 들어가지?’
이런 저택에 혼자 와 본 적이 없는 올리버가 난감해하던 찰나 담장 안쪽에서 사람이 나타났다.
“누구십니까?”
수염을 기른 노인으로, 앞주머니에 ‘Safety Guard’라는 글자가 노란색 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신뢰성이 높은 란다의 용병단 세이프티 가드 소속인 듯했다.
"혹시, 약속하고 오셨습니까?”
정중히 묻는 동시에 올리버의 얼굴과 복색을 빠르게 파악한 노인. 매우 노련했다.
"예, 데이브라고 합니다. 제인 아가씨를 뵙기 위해 왔습니다. 아마, 약속이 잡혀있을 겁니다.”
올리버가 정체를 밝히자마자 노인이 철제 대문을 열었다.
“들어오시지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올리버는 노인이 시키는 대로 대문을 지나 저택으로 갔다. 그러자 분홍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맞이해줬다.
"오랜만이네요. 데이브. 경매장 이후 처음이죠?”
"예, 그렇습니다. 아가씨……. 모습이 약간 변하신 것 같네요?”
긴 머리카락을 옆으로 거칠게 넘기고, 드러난 한쪽 귀에 검은색 피어싱을 잔뜩 박으며, 여성의 굴곡을 살리면서도 남성미가 강조된 정장을 입은 제인이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데이브가 알아봐 줄은 몰랐는데……. 고마워요. 어서 들어오세요.”
***
올리버는 제인의 안내를 받아 저택 접견실로 들어왔다.
저택 내부 인테리어도 제인의 외모에 맞춰 변한 거 같았다.
약간 신식(新式)이라고 해야 하나? 유행을 따르는 분위기가 났다.
"혹시, 뭐 마시고 싶은 거 있나요? 커피, 홍차, 아니면 술?”
제인이 접견실 한쪽에 배치된 바(Bar)에 들어가 활기차게 물었다.
바에는 마법주를 포함한 각종 술은 물론, 커피와 홍차, 담배가 종류별로 배치되어 있었다.
"전 커피가 좋을 거 같습니다……. 도와드릴 거 있나요?”
"아뇨, 도와주고 싶으면 가만히 앉아 계세요. 손님 손을 빌려 대접했다는 오명을 쓰고 싶진 않거든요.”
농담을 섞어가며 대답하는 제인이 커피를 준비했다.
평소 입고 있던 드레스가 아닌 정장이라 그런지 행동이 한결 더 빠르고 편해 보였다.
"자, 여기요.”
빠르게 커피를 내온 제인. 그러나 그와 별개로 커피의 상태는 좋아 보였다.
한 모금 마시는 올리버.
제인이 웃으며 질문했다.
"맛은 어때요?”
"좋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맛없다고 했으면 상처받았을 거예요.”
"정말 맛있습니다……. 연습하셨나요?”
"시스터 후드에서요. 이것저것 배워둬야 했거든요.”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이 만약 에디스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했으면, 그녀는 평생 시스터후드의 일꾼으로 살아야 했을 테니.
제인도 올리버처럼 커피를 마신 후 입을 열었다.
“뭐, 물어볼 것 없나요?”
갑작스러운 질문. 올리버가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접견실에 바(Bar)가 있나요?”
이런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제인은 어이없는 감정을 빛내면서도 유쾌하게 웃었다.
“흐응……. 원래는 없죠. 다만, 요즘 돈을 번 신흥 자산가.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접견실에 바(Bar)를 설치하는 게 유행이거든요. 손님에게 직접 대접하는 게 세련됐다나요?”
올리버는 어폐를 느꼈다.
"아가씨도 같은 이유에서인가요?”
"아뇨. 전 그런 신흥 자산가처럼 보이려고 저걸 설치한 거예요. 이거랑 비슷한 거죠.”
제인이 자신의 한쪽 귀를 가리켰다. 검은색 피어싱이 가득 박힌 귀를 말이다.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올리버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란다 사교계에서 활동하시는 거랑 관계있습니까?”
“딩동댕. 어째 눈치가 점점 더 빨라지네요?”
"사실 포레스트 님에게서 미리 들은 겁니다. 시스터후드의 자산가 그룹에 들어가시는 데 성공하셨다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려요.”
제인의 입꼬리 실룩거렸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쑥스러운데요? 올리버도 성공하셨잖아요? 소문 들었답니다.”
“아, 그 소문 사실이 아닙니다. 절대로요.”
올리버가 곧바로 부정했다.
제인이 들었다는 소문이 무엇인지 이미 포레스트에게 들었기에.
아직도 이해가 안 됐다.
올리버가 마운틴 페이스로 간 사이 란다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졌다는 게.
그 소문이란 다름 아닌 올리버가 파이터 크루의 대장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힘으로 파이터 크루 단원들을 굴복, 대장을 자처해, 크라임 펌과 담판을 맺어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는 거였다.
참으로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요?”
"예…….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지만, 전 파이터 크루의 대장이 아닙니다. 거기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요. 크라임 펌과 동맹이라는 것도 전혀 모르는 이야깁니다.”
“정말요? 믿기지 않네요……. 그럼, 파이터 크루와 크라임 펌의 관계를 개선하고 계약까지 성사시킨 게 데이브 씨가 아닌 거란 건가요?"
"아뇨, 그건 저 맞습니다.”
"예? ……그럼, 파이터 크루의 대장을 죽인 건 데이브 씨가 아니겠네요?”
"아뇨, 그분도 제가 죽이긴 했습니다.”
“……??? 그럼, 파이터 크루 분들 굴복시킨 건요?”
“그것은 헛소리입니다. 전 모두를 설득시킨 거지, 힘으로 굴복시킨 것이 아닙니다.”
올리버가 진실한 마음을 담아 말했지만, 제인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사기꾼을 본 것처럼 의심과 경멸감을 내비쳤다.
“흐응……. 파이터 크루 분들의 실력이 최근에 엄청 올랐다 하는데, 그건 데이브 씨와 상관없겠네요?”
"글쎄요. 제가 그분들을 가르치긴 했는데, 상관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파이터 크루 대장을 죽이고, 멤버들을 설득시킨 후, 크라임 펌과 담판을 지어 놓고 어떻게 거기 대장이 아니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전 그냥 잠깐 도와준 거뿐입니다.”
올리버가 아주 당당히 말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헛소리였지만, 그나마 안면이 있는 제인에게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턱을 했다. 그런 다음 올리버를 살짝 올려다봤다.
"전 데이브 편을 들고 싶지만, 그 말은 영 설득력이 없네요.”
“억울합니다. 전 그냥 도와주겠다고 약속해서 한 건데……. 그 증거로 돈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은행에 총을 들고 들어가, 금고를 폭파했으면 돈을 챙겼든 안 챙겼든 은행강도인 거랑 같은 이치랍니다.”
“……전 은행에 총을 들고 안 들어갑니다.”
"예시가 그렇다는 거거든요!!”
제인이 발끈했다.
“하아……. 어쨌건, 제 생각에는 오해가 풀리기 상당히 힘들 거 같네요. 오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거 참 큰일이네요.”
올리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려고 했는데, 팔자에도 없는 대장이라는 소문이 나다니.
뭔가, 오해를 풀 만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봤다. 어쩌면 다른 곳으로 떠날 때가 됐다는 신호일지도.
올리버가 생각에 빠진 그때 제인이 올리버를 불렀다.
“데이브?”
“예? 아가씨?”
"뭐가 됐건 이리 만나서 기쁘네요. 많이 어이없지만, 웃기도 많이 웃었어요.”
"웃기려고 한 말은 아니지만, 기쁘시다니 저도 기쁘네요.”
제인이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그녀는 표정과 감정을 가다듬더니, 포레스트와 같은 사업가의 눈으로 변했다.
란다 사교계에서 투자가로 활동한다는 게 사실인 듯했다.
"그렇지만 저희 둘 다 담소만 나누기 위해 모인 건 아니죠……. 허락해주신다면 슬슬 본론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저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지라.”
올리버는 제인의 똑 부러진 모습에 알 수 없는 만족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괜찮으시다면 저 먼저 이야기해도 될까요?”
“물론요. 제게 부탁하실 게 뭐죠?”
“혹시, 에디스 님과 만나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