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251화 (251/633)

< 251. 해결사 데이브 (2) >

“호오……."

T구역 27번 거리……. 아니, 정정. T구역 30번 거리에 도착한 올리버가 감탄했다.

포레스트가 새로 장만한 레스토랑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멋들어졌기에.

과거 27번 거리의 레스토랑은 건물 일부를 사용한 데 반해, 새롭게 문을 연 30번 거리는 아예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T구역이라 해도 란다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을 고려하면 상당한 지출이 나갔음을 쉬이 예상할 수 있었다.

“조금 무리하신 게……. 아, 아니구나.”

올리버는 레스토랑 창문을 통해 문전성시 중인 가게를 보며 중얼거렸다.

가게 안에는 여러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소득층 노동자가 주를 이루는 T구역에서 이런 가게가 장사가 잘되는 게 꽤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감탄하는 것도 잠시. 올리버는 다른 손님들의 뒤를 따라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딱- 딱- 딱-

올리버가 걸을 때마다 쿼터스태프가 바닥과 부딪히며 규칙적인 소리를 냈고, 그와 함께 깔끔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27번 시절에 있던 레스토랑처럼 30번의 새로운 레스토랑 역시 화려함보다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최소한 1층 홀은 말이다.

‘그런데, 어째 다들 날 보고 계시는 거 같네.’

올리버가 겉으로 티 내지 않았지만, 들어오자 날카롭게 자신을 향하는 시선을 느끼며 생각했다.

창가 쪽에 앉은 해결사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 구석진 자리에 앉은 안경을 쓴 노신사, 레스토랑이라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비교적 자유로운 복장을 한 청년 등등.

모두 제각기 올리버를 봤다.

빤히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관심 없는 척 흘겨보는 사람도 있었고, 흥미로운 듯 은근히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간간이 큰 임무를 성공한 후 이런 시선을 받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훨씬 진했다.

'왜들 이러시지? 한동안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뭐, 그래도 딱히 악의를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 상관없으려나?’

올리버는 그렇게 주변의 시선에서 신경 끈 채 종업원을 찾았다.

어째 종업원들도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 보였다.

"데이브 씨?”

가게를 살피던 중 들린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포레스트 레스토랑의 종업원인 알이 보였다.

"아……. 알 씨. 안녕하십니까?”

"예, 데이브 씨. 안녕하십니까?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리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은 자신의 말처럼 올리버를 진심으로 반기며 정중히 인사했다.

레스토랑을 바꾼 것처럼 종업원의 제복도 약간 달라졌는데, 지금 것이 약간 더 나아 보였다.

“새 레스토랑이 멋있네요. 가게도 잘 되는 거 같고요. 대단하네요.”

“별말씀을요. 전부 데이브 씨 덕분입니다.”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댔다. 알의 말은 겉치레가 아닌 진심이었다.

"저요?”

"예, 제가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혹시, 사장님을 만나러 오신 겁니까?”

“아, 네. 맞습니다. 포레스트 님을 뵈러 왔습니다. 가능할지요?”

"물론, 되고 말고요. 괜찮으시다면 잠시 따라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고, 알의 특유의 예의 바르면서도 정제된 몸짓으로 올리버를 안내했다.

안내한 곳은 1층 홀 위에 있는 2층 홀로, 같은 가게였지만, 2층은 1층보다 약간 더 화려했으며 손님들의 성격도 약간 달랐다.

해결사, 정보상, 브로커 등이 아닌 부유층으로 보였다.

딱- 딱- 딱-

올리버가 쿼터스태프로 땅을 디디며 올라갔고, 처음 레스토랑에 들어왔을 때처럼 2층 홀에 모인 사람들도 올리버에게 시선을 꽂았다.

악의를 가진 사람은 없었지만, 그 못지않게 흥미와 관찰, 탐욕 등 여러 감정이 짧지만 강하게 빛났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알이 올리버에게 말하며 저쪽 구석에서 한 노신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포레스트에게 다가갔다.

유일하게 포레스트만이 변한 구석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 같네…….'

올리버가 포레스트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라임 펌과 파이터 크루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이번이 처음 보는 거였으니.

마탑 일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쓴 거 같았다.

‘후회는 없지만, 재밌는 것도 많이 얻었고.’

알에게서 귓속말을 들은 포레스트.

그는 이야기를 나누던 노신사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신사들의 감정 상태와 모습을 볼 때 딱히 불쾌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포레스트를 배려하기까지 했다.

"정말 오랜만이군.”

다가온 포레스트. 올리버가 대답했다.

"예,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거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이 통하는 날이 있다니 신기하군. 괜찮다면 사무실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겠나?”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자 포레스트는 기뻐하며 올리버를 안내했다.

***

“사무실은 27번 거리 때와 비슷하군요.”

포레스트의 안내를 받아 가게 뒤쪽 사무실에 들어온 올리버가 말했다.

약간 더 넓어진 것 외에는 분위기나 인테리어, 심지어 가구도 똑같았다.

손때가 묻은 책상과 오래된 캐비닛, 서류 더미 같은 것 말이다.

"사무실은 익숙한 게 좋아서. 손님들을 맞이할 접견실은 따로 마련했으니, 문제는 없네."

“손님이라면 혹시 2층 홀에 앉아있던 손님들입니까?”

올리버의 질문에 포레스트가 빙긋 웃었다.

"자네도 확실히 이 바닥에 익숙해졌나 보군. 맞아. 이 도시의 음지와 양지의 고객들이지. 크라임 펌의 이사나 간부, 브로커, 기업 간부나 공장주, 자산가 등등.”

모두 란다를 움직이는 주류 계급들. 올리버는 들어왔던 사무실 문을 보며 2층 홀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다시 떠올려봤다.

그 수가 제법 되었던 것 같았다.

“대단하네요. 사업이 아주 번창하시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럴 때 겸손 떨며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맞네. 크라임 펌에서 계속해 파이터 크루를 요청하고 있거든. 덕분에 난 계속 중계료를 얻고 있지.”

포레스트는 마치 불로소득을 얻는다는 것처럼 말했지만, 올리버는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았다.

해결사가 임무를 맡을 때마다 중개인이 뒤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 임무의 자세한 내용과 위험성, 내막을 알아내고, 그에 걸맞은 사람과 보상 등을 계산해야 했다.

형태만 다를 뿐 중개인도 나름의 전쟁을 치른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포레스트가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파이터 크루 분들은 다들 일 잘하시나요?”

"물론이지. 자네가 가르쳤지 않나?”

포레스트는 감탄, 기쁨, 믿음, 자부심과 같은 감정을 빛냈다.

“그들 대부분 맡은 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네. 생각 이상으로. 그래서 크라임 펌에서 크게 만족하고 있고, 뒷세계에서도 주가를 다시 올리고 있지. 싸움 좀 하던 뒷구역 양아치들이 진짜 흑마법사가 됐다고 말이야……. 덕분에 나와 거래하려는 고객들이 몰리고, 실력 있는 해결사들도 나와 거래하기 위해 찾아오지. 일종의 선순환을 그리고 있어.”

"그거 대단하네요.”

"고맙네. 반응을 보아하니 소식을 전혀 못 들은 거 같은데, 그동안 도시 밖에 있다 왔나?”

호오…. 올리버는 감탄했다. 역시 날카로웠다. 고작 말 몇 마디로 올리버가 란다를 떠나갔다 왔다는 걸 알 정도라니.

“아, 미안하네. 혹시 내가 난감한 질문을 한 거면 사과하지. 오랜만에 자네가 와 기뻐서.”

"아뇨, 저야말로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만, 개인 용무라 자세한 것은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포레스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가 무엇을 하다 왔는지 궁금했지만, 해결사와 중개인의 적절한 거리감을 위해 자제하는 거였다.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왜 왔는지 물어봐야겠군. 혹시, 일하러 왔나?”

올리버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했다.

해결사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생활비야 마탑 월급으로 충분하긴 했지만, 연구비와 작업비 등을 고려하면 슬슬 해결사 일을 재개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핑크맨에게 고용된 이후 한동안 일을 쉬어 저금이 적잖게 줄어든 상태였으니.

‘하지만 당장 급한 일부터 해야지. 시간이 없으니까.’

올리버가 일의 우선순위를 다시 상기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닙니다. 오늘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왠지 그럴 것 같았어.…. 그래도 아쉽구먼. 자네를 위해 재밌는 일을 몇 개 준비했는데.”

"재밌는 일요?”

"그래, 한 번 들어보겠나?”

올리버는 흥미가 동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왠지 들으면 이야기가 그쪽으로 샐 것 같았다.

"듣고 싶긴 하지만, 제 질문 먼저 할 수 있을까요?”

"똑똑한 선택이야. 말하게.”

"혹시, 이완 님 어디 계신지 알고 계십니까?”

이완. 빅마우스를 만들어준 스미스의 스승이자, 인육 요리사 제자들이 사용한 고기 해머를 만든 흑마법사 장인.

천사의 집에서 헤어졌고, 포레스트가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말한 사람이었다.

"음....... 아마, X구역에 있을 걸세. 고무공 같은 사람이라 계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거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힘든 티를 내지 않던 포레스트가 한숨을 쉬었다.

"다만, X구역에 있는 걸 아니 원한다면 찾아봐 주겠네”

"그럼,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물론. 애당초 내가 하겠다고 한 거였으니. 그런데 뭐 때문에 찾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올리버는 질문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뒤쪽 가죽 케이스의 빅마우스를 꺼냈다.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며 손발이 돋아나는 빅마우스.

"구륵?”

"이게, 자네의 빅마우스군.”

포레스트가 경악과 감탄이 뒤섞인 감정을 빛내며 빅마우스를 봤다.

"죄송합니다. 직접 보여드리는 게 빠를 것 같아서요.”

포레스트가 계속하라는 듯 손을 내밀었고, 올리버는 빅마우스에게 아까 전 말한 물건을 꺼내 달라고 부탁했다.

올리버의 부탁을 들은 빅마우스는 머리 쪽 입 부근이 움찔움찔 움직이더니, 시원하게 무엇인가를 토해냈다.

바로, 고기 해머였다.

바토리의 피를 대량으로 섭취한 고기 해머 말이다.

“어째 전에 내가 봤던 거랑 모습이 달라진 것 같군. 느낌도..…."

붕대를 감쌌음에도 변한 외형과 분위기를 가리지 못하는 고기 해머가 굼실댔다. 피를 갈망하며 말이다.

"일이 좀 있었거든요. 이거에 관해 이완 님께 여쭤보고, 부탁드릴 것이 있어 그렇습니다.”

"음……. 내가 이쪽 전문은 아니지만, 왠지 그 사람이 관심 가질 것 같군. 최대한 서둘러 찾아보겠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늘 내 몫이지.”

"예?"

올리버가 되물었다. 아까 전 알도 그렇고. 다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주도록 하지……. 혹시 다른 질문은 없나? 왠지 이거 하나 때문에 온 거 같지는 않은데.”

"아……. 예,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에디스 님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에디스?"

포레스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너무 예상 밖의 이름이라는 듯이. 뭐, 올리버도 그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미안하지만, 확인차 묻는 건데, 에디스라면 에디스 록을 말하는 건가? R구역에 대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프로메테우스 사에 투자해 거물인 된 풍채 좋은 분?”

풍채가 좋다는 건 뚱뚱하다는 걸 뜻했다.

"예, 그 에디스 록 님 맞습니다. 제인 아가씨의 아버님이요.”

포레스트는 정답을 맞혔음에도 미간을 풀지 못했다. 오히려 더 좁혔다.

"글쎄……. 너무 갑작스러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분을 왜 만나려고 하나?”

"볼일이 있어서요?”

올리버가 애매하게 대답했지만, 포레스트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참으로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당장은 도와줄 수 없군. 원래 나와 교류하던 사이가 아니고, 근래 건강이 다시 나빠져 외부 활동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 ...아, 자넨 모르지? 제인 아가씨 의뢰 후 오늘내일하다가 갑자기 다시 건강해졌다고 했네. 지금은 다시 나빠졌지만."

“그건 예상했습니다.”

"예상?”

포레스트가 다시 의구심을 빛냈지만, 고개를 저었다. 올리버가 이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도, 때때로 많은 것을 알고, 놀라운 일을 성공시켰으니.

“음, 어쨌건 에디스를 만나는 건 당장 나도 도와줄 수가 없네. 연결해 줄 파이프라인이 당장 없어서. 원한다면 알아블 테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걸세.”

올리버가 수첩에 적혀 있던 에디스 항목을 떠올렸다.

그건 좀 난감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편이 아니기에.

"혹시, 급한 건가?”

"아마도요?”

“그럼, 그 사람에게 부탁해보는 건 어떻겠나?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나마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죠?”

"누구긴 누구야. 제인 아가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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