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247화 (247/633)

< 247. 출장 복귀 (1) >

“오빠, 오빠. 나 왔다.”

장사를 마치고 마감 중인 레스토랑. 그곳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미인으로, 조금 진부한 표현일 수 있으나 흡사 조각과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눈, 코, 입, 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고,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나며, 피부는 어떠한 잡티 없이 도자기처럼 매끈하고 새하얗다.

마치 여성의 가장 아름다운 부위만 모아 짜 맞춘 그런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여성의 등장에 종업원들은 레스토랑의 주인을 데려왔다.

여성의 오빠였다.

여성만큼은 아니지만, 미남인 오빠는 갈로스 남자답게 넓은 어깨와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뚱뚱하냐면 그건 아니었다.

도마처럼 평평한 배와 걷어붙인 팔뚝에 난 잔근육은 그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한지 대변해주었다.

“장사 잘되나 궁금해서 찾아왔어…. 요즘 어때?”

“평소하고 같지.”

"잘된다는 뜻이네. 하긴, 오빠 음식은 맛있고, 건강에도 좋으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여성의 오빠가 만든 음식은 맛있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았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병약한 사람조차 몇 번의 식사로 건강해졌으며, 설 기운조차 없는 노인은 벌떡 일어나고, 젊음의 축복을 잃은 귀부인들에겐 제2의 축복을 누릴 수 있게 해 줬다.

그렇기에 말도 안 되는 가격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갈로스의 귀족, 신흥 자본가 심지어 왕족조차 돈을 싸 들고 줄을 섰다.

“넌 어때. 대학생활은?”

"뭐, 재밌어. 나름대로 배울 것도 많고, 애들하고 어울려 노는 것도 재밌거든….. 한 10년은 젊어진 기분이야.”

“10년 가지고는 안 될 텐데.”

오빠의 짓궂은 말에 여동생이 오빠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아파.”

“아프라고 때린 거거든.”

여성이 히히히 웃으며 대답했다.

여동생이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걸 눈치챈 오빠는 손가락을 튕겨 가게를 정리하던 종업원 겸 제자들에게 잠시 물러날 것을 명했다.

가게를 한창 정리 중이던 종업원들을 즉각 지시에 따랐다.

마치 주인을 대하는 노예를 연상시킬 정도로 엄숙히 말이다.

덕분에 조용해진 가게. 여동생이 빈 테이블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오빠 제자들은 다들 군기가 잘 잡혀 있네.”

"그래야 가게가 제대로 운영되니까. 우리 강점이기도 하고….. 혹시, 내가 보내준 햄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햄? 아아….. 아니. 괜찮아. 생각보다 맛있고, 영양가도 높거든. 봐봐.”

여동생이 손을 들어 그 안에 고밀도의 마력을 응집시켰다.

아주 깨끗하며, 그 힘을 가늠하기가 힘든 수준이었다. 남자가 수백 년 동안 살면서 봐온 마력 중에서도 손꼽을 수준이었다.

"대단하군.”

"그렇지? 다만, 영양가가 너무 높아 소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나눠 먹어야 해. 이제 한 1/3 먹었으려나? ..…뭐, 점점 익숙해지고 있으니 더 빨리 먹어치울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그거 다행이네. 그럼, 무슨 일 때문에 온 건지 말해 줄래?”

“오빠는 내가 일 있을 때만 찾아오는 사람인 줄 알아?”

"아니었어?”

찰싹-!

여동생이 다시 오빠의 팔뚝을 또 때렸다.

"아프다.”

“아프라고 때린 거라니까…. 뭐, 오빠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의논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

“그럼, 날 왜 때린 거야….. 의논할 일이 뭔데?”

"음….. 혹시, 바토리 기억나?”

"..…기억하지.”

오빠 쪽이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감정을 통제하며 대답했다. 여동생이 자기감정을 꿰뚫지 못하게.

"근래는 조용하지만, 우릴 적대하는 세력 중 하나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근데 왜?”

"흐음..…. 내가 그쪽에 정보원이 하나 있거든.”

"바토리 패밀리에?”

"응. 제아무리 소수정예를 구축한다 해도 어디든 겁쟁이는 한 명 있는 법이잖아?”

“....그래서?”

"바토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다네.”

여동생이 자기 손톱을 살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비록, 자기들이 봐주고 있다 해도 바토리 패밀리는 자신들에게 맞서 싸우는 세력 중 하나로, 선택받은 국가권 중 꽤 강한 패밀리에 속했다.

자신들 인육 요리사를 포함한, 영생의 퍼펫, 영원한 아이 팬, 피리 부는 사나이만큼은 아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넷을 제외한 나머지 중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엄연한 강자였다.

그런 바토리에게 문제가 생겼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특히, 예언이 시작됐을지도 모를 지금은 더더욱 말이다.

"증거가 있나?”

"눈에 보이는 증거는 없지만, 정황 증거는 있지. 바토리가 개인 비즈니스 때문에 자기 노예들을 데리고 셀랜드로 넘어갔다고 하는데 거기서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네.”

"바다 건너니 통신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겠어?”

"오빠.”

여동생이 눈을 희번덕 떴다.

"왜 이래? 게네가 어떤 식으로 통신을 주고받는지 알잖아? 바다 건너건, 지구 반대편이건 문제가 있을 거 같아? 아니면..…. 그년에게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은 거야?”

여동생의 감정은 격렬하게 요동치며, 몸에서 수백 년간 축적한 마력을 뿜어댔다.

감정에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마력은 순식간에 해당 공간을 장악, 테이블이나 탁자, 장식품을 우그러뜨렸다.

꾸드드득一! 우직! 우지직!! 꽈직….!

하고자 한다면 이 공간도 깡통처럼 찌그러뜨릴 수 있을 수준이었다.

"없어. 전혀. 그냥 확인차 물어본 거야. 심상치 않은 일이니까.”

오빠가 무릎을 굽혀 여동생과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여동생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사람을 먹는 식인귀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맑았다.

“아….. 그렇구나? 난 또 미안.”

언제 화났냐는 듯 미소를 지은 여동생. 그와 함께 해당 공간을 장악하던 마력이 순식간에 풀렸다.

“….어쨌건, 연락이 갑자기 끊어졌대. 이상하게 생각한 나머지 몇몇 애들이 셀랜드로 직접 가 알아봤는데, 재밌는 소문이 퍼졌다더라?”

"재밌는 소문?”

"응. 바토리가 웬 해결사와 마탑의 직원에게 당했대.”

"......."

"흥미롭지 않아?"

여동생 쪽이 웃으며 말했다.

***

“다녀왔나?”

아웃포스트(Outpost) 지부에서 포털을 타고 마탑으로 복귀한 올리버.

그런 올리버를 케빈이 맞이해 줬다.

"교수님?”

"마치 못 볼 거라도 본 표정이군.”

"아, 죄송합니다….. 다만, 이렇게 마중 나와 주실 줄은 몰라서요.”

"내가 그 정도로 불친절해 보이나?”

"아뇨, 이렇게 친절하실 줄 몰랐을 뿐입니다.”

"......."

올리버의 솔직한 대답에, 케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올리버를 말없이 바라봤다.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나도 원래는 마중 따위 나올 생각 따위 없었으니까.”

진심이었고, 딱히, 잘못된 생각도 아니었다.

마탑 교수는 그 직책에 걸맞게 해야 할 일이 많아, 자기 대신 출장 다녀온 직원 따위 마중 나올 시간이 없었다.

마탑에서 이것이 상식.

특히, 케빈처럼 일에 철저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랬다.

즉, 케빈이 여기 나왔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혹시, 무슨 일 있습니까?”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일단, 따라와.”

케빈이 명했고, 올리버는 곧바로 따랐다. 일단, 마탑에서는 케빈이 올리버의 고용주였으니.

"잠깐만요.”

케빈이 올리버를 데리고 중앙타원를 빠져나가려는 찰나, 두 명의 남자와 마주쳤다.

가슴팍에 새겨진 ‘아스클레피오스 지팡이’ 문양으로 볼 때 생명학파 소속인 듯했으며, 몸에 내재된 마력량을 볼 때 최소 정식 마법사인 듯했다.

"이런..…. 케빈 교수님.”

남자 중 하나가 애써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나름대로 숨긴다고 숨겼지만, 케빈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만, 이 불편한 감정은 케빈이 홍인(紅人)이라 그런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할 때 방애물을 만난 그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나?”

생명학파에서 온 두 마법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솔직히 입을 열었다.

"예, 교수님. 정확히는 교수님의 직원분께 볼 일이 있습니다.”

볼일이 있다는 말에 올리버는 고개를 갸웃댔지만, 케빈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 담담했다.

"무슨 볼일이지?”

"저, 그.…. 허락해 주신다면 교수님의 직원분을 잠시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느닷없는 부탁에 케빈은 침묵했고, 생명학파의 두 남성은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

“상부에서 시키신 일이라….. 도와주시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좋아."

"진짜입니까?”

"그래, 마탑 교칙상 절차와 동의만 있으면 직원을 빌릴 수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교수 개인 직원을 뭐랄까. 참으로 독특한 직책이라, 교수에 따라 그 역할과 성향이 큰 차이를 보였다.

단순히 월급 도둑에서 잔심부름꾼, 연구를 도와주는 연구원까지 그 역할이 천차만별이었으며,

성향 역시 교수만을 위한 전용 하인이 되는가 하면, 공공재 성향의 공노예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자신을 빌려달라는 요구에도 올리버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단, 지금은 나와 볼일이 있으니, 추후 절차에 따라 협력 요청서를 보내도록. 다른 학파의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는 그게 순서니까. 이만 실례하지.”

케빈은 다시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생명학파 마법사가 놀라며 앞을 가로막았다.

“..…뭐지?”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만, 저희 마스터께서-”

“-지금 자네들 눈앞에 있는 사람도 마스터라는 걸 까먹은 모양이군.”

케빈이 특유의 딱딱한 말투로 말했고, 대다수 사람처럼 그 압박감에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난 그대들과 같은 학파도 아니지. 그런데 감히 다짜고짜 이런 요구를 하는 무례함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죄, 죄송합니다.”

"사과를 받아주지. 사정이 급한 건 아는 바이니. 하지만, 앞으로 공과 사는 구분하게. 그리고......"

"......."

“앞으로 내 직원을 멋대로 데려가려는 짓 따위 하지 말게. 도움이 필요하면 교칙에 따라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해..…. 뭐하나, 자네들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충고까지 하고 있는데, 대답해야지.”

“..…감사합니다.”

"좋아, 이제 길 비키게.”

케빈의 말에 생명학파에서 온 마법사 둘이 좌우로 갈라져 길을 텄고, 케빈은 당당히 그 앞을 지나갔다. 올리버도 두 마법사에게 인사 하며 따라갔다.

그들을 어느 정도 지나쳤을 때 올리버가 케빈에게 물었다.

"혹시, 마탑에 무슨 일 있었습니까?”

"있었지.”

“오.…. 무슨 일이죠?”

"그건 이제 너랑 이야기해봐야지.”

***

마탑 전체의 행정, 각 학파 간의 관계 조율, 마탑 전체의 외교 등을 관리하는 중앙타워를 벗어난 올리버는 케빈과 함께 원소학파 타워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 올리버는 기시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막 휴가를 복귀하고 다시 출근했을 때 사람들이 숙덕이던 기시감을 말이다.

올리버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기를 보고 숙덕이는 학생을 본 뒤 케빈에게 물었다.

“이것도 한주 지나면 가라앉을 관심이겠죠?”

"글쎄..…. 한주보다 더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예?"

"일단, 가서 이야기하지.”

올리버는 시키는 대로 입을 다물고 케빈을 따라 원소학파 타워로 가장 구석에 있는 케빈의 교수 연구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케빈이 손가락을 튕겨 방음 마법은 실내 전체에 펼친 다음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마탑에 보고할 픽션 버전과 논픽션 버전으로.”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 케빈은 본론으로 넘어갔다.

올리버가 질문했다.

"픽션과 논픽션 중 어느 것부터 말씀드릴까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