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 사후처리 (2) >
터덜터덜터덜.
올리버와 윌레스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갈색 가루가 부스스 떨어졌다.
갈색 가루의 정체는 다름 아닌 피.
올리버와 윌레스가 피웅덩이에 빠질 때 뒤집어쓴 거였다.
“..…꼴이 말이 아니군.”
“그러게요.”
억지로 기력을 회복한 윌레스가 자기 꼴을 보며 말했고, 올리버도 이에 동의했다. 까탈스럽지 않을 뿐 올리버도 깨끗한 걸 좋아했으니.
이윽고 두 사람 앞에 거대한 금속 문이 나타났다.
키메라 연구실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출입문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안쪽에 레버 같은 것이 보였다.
들어오기 위해서는 금속 문에 손을 대고 ‘지문’과 ‘마력 흐름’을 인증해야 했지만, 다행히 안에서 밖으로 나갈 때는 레버만 당기면 되는 듯했다.
'다행이네. 난감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겠네.’
올리버가 흑마법사의 눈으로, 밖에 모여있는 여러 사람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윌레스가 레버에 손을 올렸다.
"열기 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지. 세계수는 문제없었나?”
"예..…. 최소한 제가 확인했을 때는요.”
올리버가 세계수에 접속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여성 흑마법사들의 말대로 연구소 내 비밀 실험장은 세계수가 엿보지 못하게 마감처리를 했으며, 다른 층 역시 기록을 남기지 않게 조치를 한 상태였다.
딱 하나만 빼고.
인위적으로 만든 룻 넷(Root Net) 중 하나가 비밀스럽게 숨어 연구소의 모든 상황을 기록하였는데, 올리버는 그것을 지워버렸다.
덕분에 올리버의 능력이 닿는 범위 안에서는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물론, 제 능력이 부족해 확인 못 한 게 있을 수도 있지만요.”
윌레스가 잠시 고개를 들어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뭐, 그럴 수도….. 애당초 세계수라는 것 자체가 역사가 짧은 물건이니 완벽하게 다루는 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왠지 너라면 놓치는 일 같은 건 없을 것 같으니까.”
단순 위로가 아닌 진심을 담아 윌레스가 말했다.
그렇다 할 근거도 없지만, 그는 확신이 있었고,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그 확신에 설득돼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좋아, 그럼 문 연다. 나랑 맞추기로 한 말 기억하지."
"네."
"좋아.”
대답을 듣자마자 윌레스가 레버를 당겼고, 드르르륵 묵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쇳덩어리가 좌우로 갈라지며, 연구실 내부에 상쾌한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놀란 목소리도.
"이런, 씨발 뭐야..…."
***
생명학파 산하 키메라 연구소 앞.
그곳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들 모두 마법사로, 인근 연구소 직원들이었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서로 간의 교류가 잦은 편이 아니라 이렇게 모이는 경우가 없었지만, 어젯밤 일어난 알 수 없는 소란 때문에 모두 이곳에 몰려왔다.
"너흰 여기 무슨 일이야?”
“어젠 밤 소란 때문에. 우린 저 위쪽 연구소잖아.”
“아아….”
"지진 같은 게 울렸던데 너희는 못 느꼈어?”
"우리도 느꼈지. 그래서 여기 온 거고.”
"빌어먹을. 이런 촌구석에 무슨 일이 이렇게 일어나는지.”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마탑에서 온 교수는 코빼기도 비치질 않네?”
"교수? 너희 이야기 못 들었어? 교수가 아니라 교수 대리 직원을 보냈다던데.”
"교수 직원? 아니 무슨.….”
친한 것은 아니지만, 마운틴 페이스라는 한정된 공간 덕분에 안면이 있고, 마탑 출세 경쟁에서 밀린 동질감 탓인지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섞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불평불만과 어젯밤 있었던 소란이었다.
그도 그럴 게 보통 소란이 아니었으니.
지진을 연상케 하는 충격과 땅 깊숙이서 들리는 격렬한 소음.
평소라도 그냥 넘기기 힘들 텐데, 실종자가 발생하는 시기와 겹친 탓에 각 연구소 소장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러니 말단 연구원들을 보낸 알아보게 시킨 거겠지.
아, 그렇다고 이곳에 말단 연구원만 온 것은 아니었다.
약초연구소의 소피 소장처럼 직접 살피러 온 사람도 있었다.
“후우..…. 기사 양반은 여기 무슨 일로 왔어요?”
가구처럼 숨죽인 채 구석에 있던 트럭 운전수를 향해 소피가 말을 걸었다. 그녀의 한쪽 손에는 연기를 내뿜는 파이프 담배가 들려 있었다.
"윌..…. 아니, 제논 씨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제논. 케빈 대리로 온 직원. 소피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부탁이요?”
"예. 어젯밤에 여기로 모셔다드렸거든요.”
소피가 말에서 어폐를 느꼈다.
“여기, 제논을 데려다줬다고요?”
"예."
"하지만 당신은 아까 왔잖아요?”
"그분이 물건을 두고 왔다며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늦은 시간이라 하룻밤 자고 아침에 와 달라 했고요.”
“그러니까. 제논은 어젯밤. 여기 들렸고 당신을 내려보냈다는 거네요.”
"예."
"흐음..…. 무슨 물건을 가져와 달라고 했죠?”
점점 추궁하는 듯한 질문에 운전기사가 대답하기 어려워할 때쯤 거대한 구조물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키메라 연구소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몰렸다.
호출기를 눌러도 반응이 없어 무슨 일이 났나 싶었는데.
“이런, 씨발 뭐야..…."
양옆으로 열리는 철문을 바라보던 사람 중 하나가 저도 모르게 말했다.
무례했지만, 문이 열리고 처음 본 게 피를 뒤집어쓴 한 쌍의 남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수상쩍기 이를 대가 없는 사람을 보고 웅성거리는 연구원들. 개중에 마법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올리버가 아주 차분하고도 정중히 입을 열었다.
“저희는 결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수상해. 아주 수상해.’
대다수 사람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누군가 사고를 치려 할 그때,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누던 소피가 끼어들었다.
"제논 맞죠?”
파이프 담배를 뻑뻑 피우며 앞으로 나오는 소피.
모두 그녀가 누군지 알기에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텄고, 동시에 팽배했던 긴장이 완화됐다.
그 변화를 알아차린 올리버가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아, 맞습니다. 소피 소장님. 이렇게 만나 뵙니 기쁩니다.”
"난 당황스럽네요. 마을로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돌아갔습니다. 그 도중에 키메라 연구소 연구원분을 만나 밤늦게 이곳으로 왔지만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세상에는 수많은 우연이 있으니…. 하지만,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건 우연으로 가능한 게 아닌데, 설명해줄 수 있나요? 이해되게?”
소피의 질문에 주변에 있던 연구원들이 동의하며 일제히 올리버를 바라봤다.
합당한 질문이었고, 이중 가장 직위도 높았기에 어느새 그녀는 이곳의 대표자가 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된 게 아닌 소피가 의도했다는 것.
‘그렇지만 딱히 악의는 없다. 오히려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
소피의 감정을 꿰뚫어 본 올리버가 생각했다.
툭-
소피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올리버의 등을 윌레스가 툭 건드렸다.
행동하라는 신호. 올리버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지금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음..…. 설명하면 긴데 괜찮을까요?”
"물론요. 모습을 보아하니 시간은 그렇게 중요한 거 같지 않으니…..”
소피가 대답했고, 모두가 동의했다. 올리버가 설명을 시작했다.
***
“미친, 말도 안 돼.….."
올리버가 설명을 어느 정도 하던 도중 한 연구원이 말했다.
그는 올리버의 말에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담담할 뿐이었다.
"죄송하지만 사실입니다.”
"헛소리하지 마!”
다른 연구원이 소리쳤다.
"마탑, 그것도 생명학파의 연구소가 일개 흑마법사에게 털렸다고? .…웃기는 소리 작작하라고!!"
그들은 진심으로 올리버의 말을 부정했다. 어이가 없고, 굴욕적이라는 듯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한직이라고 스스로 자조했으나, 그럼에도 이곳은 마탑 관할 지역.
그런 곳이 일개 흑마법사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점령당했다는 건, 그들의 상식과 감정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있어 흑마법사는 마법 흉내나 내는 덜떨어진 존재에 지나지 않았으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올리버가 흥분한 연구원들을 보며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까 고민하던 중, 소피가 손을 들어 모두를 진정시켰다.
"자자 다들 진정 좀….. 이봐요. 제논. 혹시 증거 있나요? 흑마법사가 키메라 연구소를 몰래 습격해 점령했다는?”
"예."
올리버가 바로 대답했다.
너무나도 당당한 대답에 흥분하던 연구원들이 모두 놀라 올리버를 노려봤다.
"보여드릴까요?”
"할 수만 있다면?”
올리버는 곧바로 품 안에서 회중시계 형태의 기계장치를 꺼냈다. 섬세한 마력이 감도는 심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그건 일마리넨 공방에서 만든 저장 기기네요? 주변의 일을 기록하는?”
“네? 아, 네. 맞습니다.”
“귀한 물건인데, 대단하네요.”
눈을 가늘게 뜨며 묻는 소피. 올리버는 그녀의 말에서 뼈를 느꼈지만, 굳이 대답하진 않았다.
대신, 기계를 능숙하게 조작해 영상을 하나 켰다.
소리소문없이 켜지는 기계는 저장된 마력 입자를 주변에 퍼뜨려 거대한 3D 영상을 만들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의 모습을 저장할 수 있는 기기답다고 할 수 있었다.
[되죠..…. 물어!]
저장 기기가 보여준 것은 올리버와 윌레스가 처음 키메라 연구소로 들어간 직후로,
야외 활동복을 입은 여성이 말하자마자, 영상이 그늘이 드리우더니, 올리버와 윌레스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짐승과 같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연구원들이 모두 놀라며 이름을 불렀다.
“.…레나?”
“레이스.…?”
"루이? .…빌어먹을, 뭔..…."
모두 놀랐는지 충격이 상당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에서 벗어났으니.
특히, 가장 절정인 것은 윌레스가 장검에 화염을 둘러 여성 연구원 레나의 팔을 잘랐을 때였다.
윌레스에게 팔이 잘린 레나는 끔찍하게도 스스로 어깨를 뜯어내 꺼지지 않는 화염을 떨쳐낸 다음 피를 이용해 새로운 팔을 만들었다.
누가 봐도 마법사와 거리가 먼 모습.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의 정체를 시인했다.
[흑마법사치고는 눈치가 빠르네. 조금만 늦었어도 온몸이 불탔을 텐데.]
[너도 보통 해결사가 아닌가 보다?]
[도마뱀 꼬리처럼 신체를 재생하는 걸 보니 너 역시 보통 흑마법사는 아닌가 보군….. 피를 매개로라, 바토리 패밀리냐?]
[우리가 흑마법사라고 생각해?]
[아니, 악마에게 영혼을 판 더러운 흑마법사라고 생각하지. 소문은 들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반가워. 마법사들 연구자료를 훔치려고 기어들어 왔나?]
[킥. 킥.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라이트닝 체인]]
여성 연구원 레나. 아니, 레나로 위장한 흑마법사는 스스로의 정체를 인정했고, 거기서 영상이 끊어졌다.
사람들은 침묵했고, 올리버는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혹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분 있나요?”
***
이후, 올리버는 키메라 연구소에 있었던 일을 마저 말했다.
생명학파와 바토리 패밀리의 야합과 키메라 연구소에서 하던 비밀 실험 등 민감한 주제를 빼고,
올리버가 바토리를 쓰러뜨린 부분 역시 윌레스가 한 것으로 바꿔 각색했다.
참고로 이는 윌레스의 제안이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엄청 골치 아파질 수 있다고 말이다. 올리버도 이에 동의했고.
덕분에 올리버는 자신의 정체를 자연스럽게 숨기는 동시에 별다른 트집도 잡히지 않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연구원들은 일개 해결사가 그만한 활약을 한 것에 놀란 눈치였지만, 올리버가 했다는 걸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지 그럭저럭 받아들였다.
이미 앞서 증거를 통해 이들을 한번 설득한 덕도 있었고.
문득, 사람을 설득하는 건 도미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에 믿음을 주면, 두 번째 세 번째는 약간 허술해도 웬만해서는 믿어주는 느낌이었다.
아닌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대단하네요. 혼자서 바토리를 쓰러뜨리다니. 부하들도 있었을 텐데.”
윌레스를 바라보는 듯, 올리버를 바라보는 듯 오묘한 시선으로 약초연구소 소피가 말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보통 운이 좋으신 게 아닌가 보네요.”
소피는 다시 한번 뼈가 있는 말을 했다. 하지만 앞에 했던 말과 같이 악의나 속셈은 없는지 그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다른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만, 소피처럼 배려한다기보다는 바토리가 얼마나 대단한 흑마법사인지 제대로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뭐, 그리 이상하지 않을지도. 마법사라 해도 전문 분야가 나뉘니까. 연구, 전투, 교육 등등.’
그때, 한 연구원이 끼어들어 말했다.
"이보시오. 해결사 선생.”
“예?”
"그대 어느 중개인과 거래하오? 아니면 소속된 곳이라도.”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지?”
“이건 보통 사항이 아니오. 생명학파 연구소가 습격당한 아주 큰 일이오.”
그의 감정 상태를 볼 때 진심이었지만, 윌레스는 심드렁했다.
"....요점이?”
"그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신원을 확인해보고 싶소. 모욕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날 모욕하고 있군요.”
윌레스가 단번에 그의 말을 쳐냈다. 특유의 압박감이 섞이자 사람들이 긴장했다.
"우선 질문에 답해드리자면 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해결사입니다. 주로 노스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거든요.”
"노스인들끼리 도와주는 거요?”
소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 그쪽에서 원하는 신분 보증을 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그, 그럼-”
“-물론, 그렇다고 마탑에서 절 만나러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도 없고요.”
“어째서요?”
"어째서긴. 난 자유인이고, 당신들은 날 막을 권리가 없으니 그렇지.”
대화를 나누던 연구원이 당황해했다.
“우, 우린 당신을 고용했소?!”
"내가 아니라 이 사람이 날 고용했죠. 감히, 말장난하지 마시오.”
윌레스가 올리버를 가리키고 모두 올리버를 빤히 바라봤다. 뭔가 말해 보라는 눈빛.
하지만 올리버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일이 끝나서 계약이 만료됐습니다.”
올리버가 담담히 대답했다.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윌레스는 정답이라는 듯 올리버를 한번 가리키고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몇몇 자존심 세 보이는 연구원들이 윌레스의 앞을 막았지만, 윌레스의 눈빛을 보고 움츠러들었다.
윌레스는 진짜 전사인데 반해, 그들은 연구원이었으니.
연구원 몇몇이 소피 소장을 향해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였다.
‘역시 제법 뛰어난 실력의 마법사인가?’
올리버도 소피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그녀를 봤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 사람 말이 맞아요. 우린 이 사람을 막을 권리가 없고, 막을 의무도 없어요. 그건 이 사람 의무죠.”
소피가 올리버를 가리켰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자존심 탓에 잊고 있었던 연구원들이 그제야 옆으로 비켰고, 윌레스는 그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윌레스가 떠난 후 모두의 눈빛은 올리버에게 쏠렸다.
"어쩌다 저런 분을 고용하게 된 거죠?”
"그건, 마탑에 제가 보고서를 올릴 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예, 방금까지는 이곳에 거주하시는 여러분을 배려해 말씀드린 거지만, 이 이상은 제가 말할 의무가 없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소피가 화내긴커녕 미소 지으며 말했다.
"보고서를 정말 열심히 쓰셔야겠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올리버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곤 자리를 떴다. 이제 마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