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화해하고 싶다. (2) >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블랙 슈트를 이용해 쏜 아웃 크라이(Out Cry)는 연구실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위력을 내며 바토리를 공격했다.
그 위협적이던 혈마법조차 상식을 초월한 위력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찢어졌고, 바토리마저 이에 휩쓸린 채 저편으로 날아갔다.
쾅!! 콰릉! 쾅一과쾅--!!! 콰르를릉! 쾅!!!
몇 개인지도 모를 벽이 부서지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 주변을 가득 메웠다.
땅을 뒤흔들만한 위력에 연구실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지만, 올리버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바토리가 건재했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연구실 폐허 사이로 피가 솟아올라 사람의 형태로 굳어졌다.
"방금 건 좀 많이 아팠어.”
"아프시기만 하면 안 되는데..…. 혹시 지금이라도 화해할 수 있을까요?”
올리버가 진심으로 물었다.
감정과 생명력, 마력을 합쳐 콩알만 한 인공 영혼까지 만들어 블랙 슈트를 강화했음에도 바토리와의 싸움에 확신이 없었다.
이기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올리버는 할 수만 있다면 화해하고 싶었다.
"여자를 이렇게 때려놓고 화해하자고 하면 안 되지. 데이브.”
"죄송합니다. 안 때렸으면 제가 죽을.…. 뭐라고요?”
"아무래도 그게 이름이 맞나 보네. 데이브?”
올리버는 침묵으로 정답임을 시인했다. 이제 와 잡아떼긴 너무 늦었기에.
“….역시 생각을 읽으실 수 있는 거군요.”
"아니. 대신, 경험이 쌓여 추리력이 좋아질 수는 있지. 란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사, 감정과 생명력을 촘촘히 엮은 독특한 갑옷, 쿼터스태프, 사람을 화나게 하는 독특한 말투..…. 오히려 너무 늦게 알아차렸지.”
“? 죄송하지만, 꼭 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알고 있는 것처럼이 아니라 알아. 이쪽 바닥에서 네 명성이 퍼지고 있거든.”
올리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왜냐면 진짜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바토리가 그 속마음을 읽었는지,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인육 요리사의 부하 셋과 제자를 넷이나 죽인 적 있지?”
"아.…. 의도한 바는 아닙니다. 그리고 한 분은 죽이지 않고 포획만 했고요.”
올리버가 조금의 거짓 없이 당당히 말했다.
인육 요리사의 제자를 죽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일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발생한 일이었다.
또, 마지막 인육 요리사의 제자인 베니움 역시 죽이지 않고 포획만 해 핑크맨에게 넘겨줬을 뿐이었다.
"의도했든, 안 했든 인육 요리사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진 않아. 중요한 건 자기에게 덤볐다는 거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오히려 신기할 정도야. 그놈이 왜 아직 널 놔두는 걸까? 자길 우습게 여기는 놈은 가만두지 않는데…..”
평소의 올리버라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와 같은 말을 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러는 대신 미간을 아주 미묘하게 좁힌 채 바토리를 빤히 바라봤다.
이상하고 궁금한 게 있다는 듯이.
흑마법사의 실력 역시 뛰어난 바토리는 올리버의 아주 미묘한 감정 변화를 눈치챘다.
"여자 얼굴을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실례란다.”
"아…. 죄송합니다 이상해서요.”
“무례하기까지 하네. 여자 얼굴을 보고 이상하다니.”
"아뇨, 그런 뜻은 아닙니다. 바토리 님께서는 아름다우십니다.”
올리버가 이 와중 천사의 집 종업원들에게 배운 대로 말했다.
여성을 보면 무조건 예쁘다고 칭찬하라는. 실제로 예쁘든 안 예쁘든.
"어머, 고마워.”
“하지만 감정은 이상하네요.”
“감정?”
"예, 인육 요리사를 말씀하실 때 뭐랄까, 아주 감정이 복잡하고 미묘해서요.”
침묵하며 표정을 굳히는 바토리.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와인을 평가하는 소믈리에처럼 설명을 이어갔다.
"인육 요리사를 말씀하실 때, 바토리 님은 엄청난 증오를 내뿜으십니다.”
바토리의 눈동자가 점점 작아지며 무섭게 올리버를 바라봤지만, 이미 감정을 분석하는 데 정신이 팔린 올리버는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일반적인 증오와 달리 뜨겁지 않고 오히려 차갑습니다. 오래되어 그런 것 같은데, 그만큼 원한이 깊어 보이십니다.”
“.…좋아, 거기까지.”
"다만, 신기하고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만.”
"..…증오 한편에는 그리움과 애정도 있다는 겁니다.”
올리버는 독특한 감정에 매료돼 바토리의 말을 무시한 채 끝까지 말을 마저 했다.
바토리는 마치 들키기 싫은 치부가 들춰진 듯 크나큰 수치와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그 분노의 대상은 다름 아닌 올리버였다.
“..…인육 요리사와 바토리 님은 단순한 적이 아니군요.”
"그만하라는 말 못 알아먹어?”
처음으로 감정의 동요를 보이는 바토리.
그녀의 얼굴에 힘줄이 돋으며, 거대한 송곳니가 자라났다.
"죄송합니다. 따님들이 죽었어도 동요하시지 않던 분이, 인육 요리사를 이야기할 때 감정이 남달라 궁금해서요….. 참고로, 따님들은 바토리 님을 진심으로 믿고, 애정을 가지셨답니다.”
올리버가 공포에 떠는 와중에도 바토리를 지키려고 한 여성 흑마법사를 떠올리며 말했다.
한쪽 팔을 제외한 나머지 사지가 전부 불탔음에도 그녀는 자신보다 바토리를 먼저 걱정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뭐, 어쩌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왠지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올리버는 솔직히 말했지만, 반응은 영 좋지 못했다.
늘 여유와 미소로 대하던 바토리의 표정은 불쾌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혹시, 제가 실수한 건가요?”
올리버가 사과하기 위해 질문했으나, 바토리는 듣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올리버와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대충 실력은 알았으니 슬슬 끝내자. 재미없다.”
바토리는 한 손에 마력을 끌어올려 부서진 잔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건물 잔해에 방대한 마력이 순식간에 퍼지며, 분자 구조를 조작. 사방에서 올리버를 노리는 시멘트 창이 솟구쳤다.
가이아 학파의 대지 마법으로, 물리력에 한해서는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하였는데,
올리버는 돌로 만들어진 창이 자신을 완전히 찍어 누르기 전에 빠르게 움직여 돌창을 박살,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단순히 박살만 내는 건 아니었지만.
부서진 돌창은 올리버에 의해 새로운 술식을 부여받아 바토리에게 날아가 그녀를 관통했다.
"큭.....!!"
"블랙 슈트를 창 촉에 살짝 넣었습니다.”
예상외로 아파하는 바토리에게 올리버가 말하며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이젠 올리버의 접근이 부담스러운지 바토리는 주변의 피를 한쪽 팔에 흡수해 힘을 모으더니, 그대로 올리버를 향해 휘둘렀다.
[르마우스(reremouse)]
바토리의 팔에서 살의와 마력을 머금은 대량의 혈액이 박쥐 모양의 칼날로 변해 벽과 천장, 바닥에 끔찍한 자상(刺傷)을 남기며 올리버를 강타.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인공 영혼으로 강화한 블랙 슈트가 약간이지만 찢어졌다.
"이런.”
틈이 보이자마자 피 촉수가 날카롭게 찔러왔고,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로 빠르게 막았다.
덕분에 유효타를 피했지만, 기세가 밀린 올리버는 그대로 쭈욱 뒤로 밀려났다.
촤하하악———쾅!!
피 촉수에 의해 벽에 부딪힌 올리버.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바토리의 통제하에 있는 시멘트가 늪처럼 올리버를 빨아들였고 마력으로 올리버의 슈트에 간섭하려고 했다.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지만.
"대단한 기술이구나. 전혀 잠식이 안 된다니.”
상반신만 내민 채 올리버가 답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아쉽겠어. 조금만 더 늦게 날 만났다면 네가 더 강했을지도 몰랐을 텐데…..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직은 내 상대가 아니라는 거지.”
바토리가 그 말과 함께 올리버를 붙잡은 시멘트 덩어리를 강철처럼 단단하게 굳힌 뒤 다른 술식을 펼쳤다.
올리버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움직임을 포착하며 고개를 들었고, 천장 너머 위에서 한데 뭉쳐지는 살의와 마력의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진흙 덩어리처럼 뒤엉키던 살의와 마력은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하며 점차 한 점으로 그 힘이 수렴하고 있었다.
드릴, 태풍처럼….
"오, 저건 진짜 위험하겠는데..…
[임페일먼트(Impalement)]
바토리가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영창 했다.
천장을 뚫고 몇 명분일지도 모를 대량의 혈액 말뚝이 올리버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인공영혼을 더한 블랙 슈트로도 못 막을 위력.
바토리의 분노가 느껴졌다.
—————꾸우웅!!
거대한 피 말뚝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모든 것을 관통했다.
아마, 공격이 닿았다면 올리버 역시 죽을 게 확실했다. 닿았다면 말이다.
‘살았네.’
자신을 붙잡은 시멘트 덩어리를 떨쳐내는 대신 반대로 마력을 간섭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간 올리버가 생각했다.
바토리의 마력 통제력과 체계적인 술식 덕분에 역으로 뺏어오기 어려웠지만, 바토리의 마력을 이용해서 그런지 어찌어찌 성공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만약에 실패했다면 방금 전 공격에 꼼짝없이 당했을 텐데 말이다.
올리버는 이대로 안전한 곳까지 빠져나가려고 했다.
"누구 맘대로.”
올리버의 존재를 눈치챈 바토리가 올리버가 있는 곳을 향해 피의 칼날을 날렸다.
올리버가 마력을 이용해 시멘트의 강도를 높였음에도, 바토리의 칼날은 치즈 자르듯 시멘트 더미를 잘라 올리버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감히,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거 같아?!!”
바토리가 등에 피로 만든 날개를 달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올리버가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반격하자 그녀는 놀라운 기동력으로 거리를 벌리더니 양손을 휘둘러 다시 한번 박쥐 칼날로 올리버를 공격했다.
까라라라라라락——!!!
근거리에서 쇄도한 칼날의 폭풍은 블랙 슈트를 헤집었으며, 올리버에게 상처를 남겼다.
상처 사이로 당연히 피가 흘러내렸고 피의 칼날은 그중 일부를 흡수해 자신의 주인에게 가져갔다.
"어디 한번 맛 좀 볼까?”
올리버의 피를 맛보려는 바토리. 올리버는 손을 뻗으며 영창 했다.
[혈화(血火)]
바토리가 올리버의 피를 먹으려는 순간, 피가 폭발하는 동시에 끈적이는 화염이 일며 바토리의 얼굴에 들러붙어 태우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바토리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심히 당황하며 비명을 질렀다.
예상 이상의 효과였다.
‘아.… 피는 자기 몸의 일부라도 했으니까. 다른 공격보다 더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겠네.’
화염 마법을 막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화염 마법인 점을 고려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네…..”
올리버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를 쿼터스태프 끝에 바른 다음 그대로 바토리의 복부에 푹 찔러 넣었다.
뱃속을 파고든 쿼터스태프. 올리버는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블러드 붐(Blood Bomb)]
핏빛 폭발을 일어나며 바토리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의 육신은 여기저기 흩뿌려지며 혈화(血火)와 함께 침묵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구나.”
올리버는 어느새 자신의 발목을 잡은 피를 봤다.
피에서 올리버에 대한 강렬한 분노와 원망, 증오가 엿보였다.
벗어나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올리버가 고개를 들었다.
"아..…."
떨어져 박힌 말뚝이 어느새 다시 올라가, 올리버를 향해 다시 쏘아졌다.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로 막아냈지만, 피의 창은 굴하지 않고 질량에서 오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올리버를 찍어 눌러 바닥과 함께 올리버를 아래층으로 추락시켰다.
쾅一!
추락 도중 몸의 균형을 잃으며 올리버의 등이 바닥에 붙었다.
마치, 사람의 손가락에 눌린 개미와 같은 형상. 그때, 창날에서 여분의 피가 흘러나와 사람의 모습으로 뒤엉켰다. 바토리였다.
"널 인정하지. 넌 내가 삼백여 년 동안 살면서 봐온 남자 중 두 번째로 짜증 나는 남자야.”
“.…첫 번째는 인육 요리사님입니까?”
다급한 상황임에도 올리버는 물어봤다. 정답이었는지 바토리는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창을 번쩍 들어 올리버를 찍으려 하였다.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로 다시 한번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창 촉이 막히자 바토리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올리버의 얼굴과 몸통을 발로 차고, 짓밟은 후,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주먹과 손톱을 휘둘렀다.
"캬하하하하하하하하———!!!”
감정이 가득 실린 바토리의 공격은 강했으며, 이미 상당한 힘을 소모한 블랙 슈트는 서서히 금이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타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이 다시 한번 내려앉았다.
쾅——!!
"네 감정이 공포와 굴욕, 증오로 얼룩지는 걸 봐야겠어.”
복수심을 불태우는 바토리는 창을 버리고 온몸을 피로 덮어 육체를 강화한 뒤 올리버를 다시 공격했다.
그 충격으로 다시 한번 바닥이 내려앉았다.
쾅———!!!
그럼에도 바토리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바닥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계속해 말이다.
쾅———!!!!
쾅————!!!!
쾅—————!!!!
이윽고 올리버와 바토리는 처음 만났던, 맨 아래층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아..…. 하아...... 하아..….
때리느라 지쳤는지 바토리는 숨을 몰아쉬었고, 당연히 맞은 올리버도 멀쩡하진 못했다.
얼굴을 필사적으로 막아 가죽 가면은 찢어지지 않았지만, 쿼터스태프는 도중에 놓쳐 맨손이 됐으며, 블랙 슈트는 반파(半破), 충격에 시야는 흐릿했고, 몸 여기저기에는 멍과 상처가 생겨 넝마가 되었다.
바토리가 올리버의 목을 잡아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렸다.
"기분이 어떻지?”
“..…아프네요.”
올리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허세가 아닌 진짜.
바토리는 그런 올리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송이 흑마법사 주제 이런 상황에 왔음에도 목숨 구걸은커녕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용납할 수 없었다. 단순히 승패를 떠나 이놈에게 갚아 주고 싶었다.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증오, 굴욕감을 말이다.
"이봐, 내가 피로 상대의 마력과 재능, 힘 외에도 뭘 얻는지 아나?”
“어…당사자의 지식, 정보요?”
“정확히는 기억이지….. 난 이제부터 네 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쪽쪽 빨아먹어 네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 죽일 거야. 고통스럽게. 네 포커페이스에 대한 경의로.”
“..…그런 사람 없는데요?”
"가족, 연인, 친구도 없나?”
올리버는 무덤덤했다.
올리버는 고아였으며, 연인도 없었다. 친구 역시..….
“…있구나?”
죽음에 처한 이 순간조차 담담하던 올리버의 감정이 아주 미세하게 동요했다.
왜냐면 친구는 있었기에. 바로, 캔트.
바토리는 그 모습에서 크나큰 쾌감을 느끼며 올리버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놈을 찾아내 죽여줄게. 그놈의 소중한 사람들도 하나하나 죽이고, 네 탓에 이 꼴이 됐다고 내 친절히 말해 줄게 그런 다음 그놈은 사지를 잘라 내 애一”
—촥.
올리버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와 함께 올리버를 붙잡고 있던 바토리의 팔은 떨어졌고, 허공에 떠 있던 올리버의 다리는 다시 땅 위에 섰다.
차가운 침묵이 감돌며 바토리는 현실감 없는 눈동자로 천천히 올리버의 손끝을 바라봤다.
손끝에는 감정으로 만든 칼이 한 자루 쥐어져 있었다.
"......."
"......."
침묵하는 올리버와 바토리.
그녀는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원초적인 공포에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때였다.
촥. 촥. 촥.
짧고 간결하지만 그 무엇보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허공에 팔 하나와 다리 두 개가 붕 떴다.
사지를 잃고 바닥에 쓰러진 바토리.
그런 바토리를 내려다보며 올리버가 물었다.
"사지를 자른 뒤…..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