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238화 (238/633)

< 238. 바토리 패밀리 (2) >

윌레스는 화염을 두른 장검을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시뻘건 화염은 강력한 열기로 수증기를 밀어내는 동시에 장벽처럼 올리버와 윌레스를 둘러 사방으로 달려오는 적들을 막아주었다.

강력한 열기를 내뿜는 화염은 일반인은 물론 웬만한 마법사나 흑마법사조차 부담스러울 정도.

이에 바토리 패밀리의 여성 흑마법사들은 얼음 마법으로 대응했다.

[칠(Chill)]

[프리즈(Freeze)]

[스노우스톰(Snowstorm)]

[아이시클(Icicle)]

여성 흑마법사들은 전문 마법 교육을 받은 것처럼 능숙하게 마력을 끌어올려 합을 맞춰 얼음 마법을 사용했다.

우선, 칠(Chill)로 주변의 공기를 급속도로 낮춰 얼음 마법을 사용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 다음, 프리즈(Freeze)로 공기 중의 수증기를 얼렸고, 스노우스톰(Snowstorm)으로 눈보라를 다각도로 날려 넓게 퍼진 윌레스의 화염 장벽을 약화시켰다.

치이이이이이익一!!

협공에 의해 화염이 눈에 띄게 약해질 때쯤 고드름이 결정타로 날아와 윌레스의 화염을 뚫고 들어왔다.

말이 고드름이었지 얼음으로 이뤄진 거대한 창이나 다름없었는데, 올리버와 윌레스는 제각기 흑마법사의 눈과 마력 감지 능력을 발휘 해 사방에서 쏟아지는 고드름을 막아냈다.

콰지직!!

차아아아앙!!

파아앙-!

놀랍게도 올리버와 윌레스는 오랫동안 합을 맞춘 사람처럼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각자 딱 필요한 부분만 막아냈다.

양쪽 모두 상당한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행위.

“고작 그 정도로……!”

고드름에 꿰뚫린 화염 방벽은 사그라들며, 그 사이로 여성 흑마법사들이 포위한 채 달려들며 소리쳤다. 그녀들의 손에는 얼음 무기가 들려있었다.

평범한 칼부터, 낫, 레이피어, 쇠사슬까지. 얼음을 구성한 마력량과 술식 구조를 볼 때 보통 수준이 아니었는데, 다만 사용하는 사람이 아쉬웠다.

뛰어난 마법 실력과 육체 능력과 별개로 그녀들은 그저 무기를 휘두를 뿐.

물론, 몸놀림이 워낙 빨라 그 자체만으로 위협적이었지만, 검술을 제대로 배운 윌레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심지어 올리버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올리버와 윌레스는 서로 등을 마주한 채 상대방의 공격을 막고, 피할 뿐 아니라 제각기 반격까지 했다.

윌레스의 경우 칼날에 두른 화염을 고밀도로 응축시켜 얼음 마법에 대한 저항을 높인 다음 상대의 공격을 흘려 역으로 베어냈고,

올리버의 경우 어설프나마 송장인형-던칸에게 배웠던 대로 톤파의 쥐는 자세를 바꿔 방패처럼 막는가 하면, 채찍처럼 휘두르고, 도끼처럼 찍었다.

물론, 여성 흑마법사들 역시 민첩성 하나만큼은 뛰어났기에 올리버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숫자와 태세의 유리함에도 싸움을 주도하지 못했다.

"얼음 무기에 베이지 않도록 조심해.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하면 독처럼 지속적인 피해를 주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올리버가 멀린의 서재에서 읽은 책을 떠올렸다.

전격 마법의 속도와 범위, 화염 마법의 화력과 공격 지속능력처럼 스카디 소학파의 얼음 마법은 고유한 특징이 있었다.

그 특징은 다름 아닌 냉기가 독처럼 지속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으로, 마력으로 만들어진 냉기는 사람의 호흡기를 망가트리고, 육체를 괴사시켰다.

그래서 올리버도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는 자신의 안전을 우선해서 싸우고 있었다.

"알면 뭐 어쩔 건데!”

갈색 머리의 여성 흑마법사가 분노하며 얼음 쇠사슬을 던졌다.

닻과 같은 추가 달린 얼음 쇠사슬은 촤르륵 소리를 내며 올리버를 향해 날아왔고, 올리버는 한 손에 든 톤파를 도끼처럼 잡아 쇠사슬을 막아냈다.

화르르一탁!I

얼음 쇠사슬은 포승줄처럼 톤파를 둘러 잡았고, 여성 흑마법사는 그대로 당겨 올리버의 한쪽 톤파를 봉인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잡았다! 이대로….응?”

얼음 쇠사슬을 던진 여성 흑마법사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올리버는 망설임 없이 붙잡힌 톤파를 손에서 놓아 버렸다.

힘을 주고 있던 여성 흑마법사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으며,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올리버는 톤파에 연결해 놓은 마력실을 잡아당겨 균형을 잃은 여성 흑마법사를 잡아당겼다.

“어.…?”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와 같이 딸려오는 여성 흑마법사.

올리버는 회수한 톤파를 그대로 휘둘러 여성 흑마법사의 머리를 세로로 후려쳐 박살 냈다.

쩗—!!

경쾌한 소리와 함께 쪼개진 머리.

다행히, 머리가 두 개로 쪼개지는 피해를 입으면 회복하지 못하는지 여성 흑마법사는 바닥에 엎드린 채 움찔거릴 뿐이었다.

갈라진 머리 틈새로 피가 나와 어떻게든 회복하려 애썼지만, 잘되지 않아 혈관이 형성되다 말고, 계속 무너져 내렸다.

쾅一!!

그래도 혹시 몰라 올리버는 발로 머리를 밟아 아주 으깨버렸다.

가급적 시체를 보존해 나중에 연구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싸우는 중이라 그건 부적절한 행동인 거 같았다.

‘뭐, 다른 분들도 많기도 하고..…. 근데 뭐지?’

올리버가 여성 흑마법사의 머리를 밟아 으깬 채 주변을 둘러봤다.

합을 맞춰 맹렬하게 공격하던 여성 흑마법사들은 공격을 멈추며 일제히 올리버를 바라봤다.

충격적인 것을 보듯 모두 침묵했고, 그로 인해 주변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감히, 에스터를….. 감히, 남자가 우리 자매를 발로 밟아 죽여?!!”

한 여성 흑마법사가 분노와 경멸, 혐오감을 빛내며 소리쳤다.

격앙된 감정과 비례해 얼굴의 근육과 힘줄이 눈에 띄게 도드라지며, 송곳니는 짐승처럼 커졌다.

“꺄아아아아악!!!!”

여성 흑마법사가 송곳니가 난 입을 벌리며, 괴성을 질렀으며, 뒤이어 다른 여성 흑마법사들도 똑같이 괴성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앙아아악!!!!”

“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악!!!!”

공명하는 괴음은 귀를 아프게 했지만, 전투에 경험이 많은 올리버와 윌레스는 마력을 이용해 귀를 보호했다.

벽이 울릴 듯한 굉음이 지나가자 처음 소리를 지른 여성 흑마법사가 소리쳤다.

“어머니께서 가급적 멀쩡하게 데려오라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약간 망가진 것도 이해해주시겠지! 애들아!”

여성 흑마법사들이 일제히 손에 쥔 얼음 마법을 해제하며, 마력을 새롭게 끌어올려 얼음 마법을 시전했다.

윌레스는 사방으로 쏟아지는 고드름과 눈 폭풍을 보고는 칼날에 화염을 모조리 사용해 화염으로 이뤄진 폭풍을 일으켜 자신과 올리버를 보호했다.

실내에서 사용하기 적당한 마법은 아니었지만, 사방에서 몰아치는 얼음 마법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화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

실내를 휩쓸려는 화염 폭풍과 그 폭풍을 제지하려는 얼음 마법이 힘겨루기를 하였으며, 올리버는 그 둘의 기세가 호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맞부딪히는 마법의 수준이 비슷해 서로 소멸시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소모전이었다.

"이봐.”

폭풍의 눈 안에 있는 윌레스가 머리를 휘날리며 불렀다.

“예, 윌레스 씨.”

"뭐 좋은 생각 없나? 나 혼자서는 버티는 게 한계야. 막기만 하다가 마력이 바닥나겠어.”

맞는 말이었다. 상대는 열 명이 넘었고, 윌레스는 혼자였으니. 오히려 호각인 게 대단한 것이었다.

올리버가 품 안에 있는 약 상자를 만지며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나중을 위해 아껴야 했다.

올리버는 다른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흑마법사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고, 화염 태풍 너머로 있는 여성 흑마법사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하나 있긴 한데요.”

“뭔데?”

윌레스가 물었고, 올리버가 대답했다.

대답을 다 들은 윌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방법은 아니야. 지금 할 수 있겠어?”

"예.”

“그럼, 좋아. 시작해…. 바로 지금!”

윌레스의 외침과 함께 화염 폭풍이 폭발하며 주변으로 퍼졌고, 여성 흑마법사들은 그걸 막기 위해 마법의 출력을 높였다.

그와 함께 실내에는 고온의 바람과 함께 다시 한번 수증기가 가득 찼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여성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멈췄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올리버는 마력을 끌어올려 사방으로 마력 사슬을 날려 여성 흑마법사들을 포박했다.

파르르르르르르......팍!!!

뱀처럼 날렵하게 날아간 마력 사슬은 여성 흑마법사의 팔과 허리, 몸통을 붙잡았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그녀들은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마력 사슬의 마력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

"고작 이따위 걸로 시간 끌겠다는 거야?”

수증기가 걷히며 마력 사슬을 육안으로 확인한 여성 흑마법사가 같잖다는 듯 얼음 칼을 만들어 마력 사슬을 끊으려고 했다.

“아뇨, 시간 끌 생각이 아닙니다.”

"무슨, 개..... 어?”

여성 흑마법사가 올리버를 봤다.

톤파를 매개로 십여 갈래의 마력 사슬을 만들어 자신들을 붙잡은 올리버를.

올리버는 때리기 좋게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였고, 그 앞에 윌레스가 칼날에 다시 화염을 붙여 올리버를 내리칠 자세를 잡고 있었다.

정확히는 마력 사슬이 연결된 톤파를.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여성 흑마법사들은 그 장면을 보고 무슨 속셈인지 눈치챈 듯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막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윌레스가 있는 힘껏 화염을 두른 칼로 올리버의 톤파를 내려쳤고, 톤파에 연결된 마력 사슬은 올리버가 미리 설정한 술식 대로 화염에 불타올라 여성 흑마법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기름을 먹은 헝겊처럼 빠르게 말이다.

***

"꺄아아아아아악!!!”

마력 사슬에 묶은 여성 흑마법사들은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아까 전 분노에 찬 고함과 전혀 다른 고통과 공포에 휩싸인 비명을 말이다.

그녀들은 몸에 두른 화염을 끄기 위해 부단히 애썼지만, 이미 몇 차례 이야기한 대로 마력을 통해 윌레스의 화염을 끄는 건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 행위.

반사적으로 마력을 응집시켜 불길을 막는 듯싶었으나, 이내 마력에 반응해 화염은 폭발하듯 그녀들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커.....!!”

운이 나쁘게도 목에 마력 사슬이 둘려진 여성 흑마법사는 얼굴이 불타며 호흡기도 함께 재가 돼 비명을 지를 권리조차 빼앗겼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은 팔이나 다리에 불이 붙은 자들로, 그녀들은 해당 신체 부위를 뜯어내 몸에 붙은 불을 간신히 떨쳐낼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안전이 확보된 것은 아니었지만.

촤악一!

푹!!

윌레스는 적이 무방비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거리를 좁혀 치명상을 피한 적들을 단숨에 베어냈다.

화염이 두른 칼날은 적을 베어냄과 동시에 불태웠고 그나마 목숨을 건진 적들은 목이 잘리는 고통과 불타는 고통을 동시에 느끼며 재가 되었다.

“꺄악-!!!"

결국, 한두 명의 여성 흑마법사만 간신히 살아남아 연구실 안쪽으로 도망쳤다.

“쫓는다!”

승기를 잡은 윌레스가 외쳤고, 올리버는 멀쩡한 시체가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뒤따랐다.

쫓아가는 윌레스와 올리버.

여성 흑마법사들은 상당히 빨랐지만, 제각기 한쪽 팔다리가 잘려나간 상태라 원래 속도를 내지 못했다.

윌레스의 칼날이 그녀들에게 닿으려는 찰나, 갑자기 천장에 문이 열리며 좀비들이 쏟아졌다.

"캬하하하하할!!!!”

“크르를르륵-!!”

“캬학! 캬하하학-!!”

갑작스러운 기습에 윌레스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장검을 휘둘렀고, 좀비들은 버터처럼 베어지며, 불탔다.

그럼에도 좀비들은 계속해 쏟아졌지만, 윌레스는 당황하지 않고 화염을 통제해 그대로 좀비 떼를 쓸어버리려고 했다.

이런 밀집한 다수를 상대로는 화염 마법이 가장 효과적이었으니.

퐈화하하하하하핫!!!

화염을 이루는 마력이 가다듬어지며 윌레스의 통제 아래 좀비 떼를 덮쳤다.

그때, 이변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화염에 휩쓸리지 않은 좀비들의 몸이 불룩불룩 부풀어 오른 것이었다. 마치 오래돼 부패한 통조림처럼.

그리고 그러한 모습에 어울리게 화염에 휩쓸리지 않은 좀비들은 몸 안쪽이 터지며 사방으로 피와 내장 조각을 쏟아냈다.

윌레스는 뒤로 물러났고, 올리버는 피가 튄 자신의 피부를 살펴봤다.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이 걸린 것인지 확인해 본 것인데, 다행히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안도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의문도 생겼다. 자신이었다면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을 썼을 텐데.

‘그럼, 속셈이 뭐지?’

올리버가 주변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피를 뒤집어쓰고 꺼져가는 윌레스의 화염과 터진 시체 잔해, 그리고 바닥에 고인 피웅덩이..….

‘피웅덩이?’

뭔가를 눈치챈 올리버가 윌레스에게 말하려는 순간 바닥에 고인 피에서 여성 흑마법사가 솟구치며 등장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윌레스가 화염을 두른 칼로 여성 흑마법사를 베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여성 흑마법사가 더 빨랐다.

그녀는 피웅덩이에 손을 대 흑마법과 마력이 뒤섞인 술식을 발동시켰고, 그 위에 서 있던 올리버는 윌레스와 함께 그대로 늪에 빠지듯 아래로 풍덩 빠졌다.

여성 흑마법사가 소리쳤다.

"따로 떨어뜨려 상대해주마!"

***

“따로 떨어뜨려 상대해주마!”

그 말과 함께 올리버는 피웅덩이에 빠졌다.

시야가 붉은 피로 물듦과 동시에 급류에 휩쓸린 듯 움직이더니 이윽고 올리버는 떠밀리듯 밖으로 솟구쳐 나왔다.

온몸이 피에 젖은 상태로, 올리버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피며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여성 흑마법사의 말대로 윌레스는 없었으며, 주변은 어둠으로 물든 낯선 장소뿐이었다.

올리버가 마력을 손끝에 모아 술식을 부여해 튕기며 작은 빛 구슬을 만들어 시야를 확보한 후 주변을 살펴봤다. 무슨 실험실 같았다.

‘실험실이라…. 기묘한 기억이 떠오르는군.’

올리버는 과거 로스번을 찾아 마텔 비밀 실험실로 잠입했을 때를 떠올랐다.

그와 함께 여러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마구 스쳐 지나갔다.

올리버의 품에 안겨 울던 로스번과 다른 아이들. 그리고 콜린이란 소년이 말이다.

가장 상태가 심하던 그 소년은 올리버가 구원자라고 오해했으며, 도와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올리버는 도와줄 수가 없었고, 어쩌다 보니 거짓말을 하게 됐다.

고해성사를 하면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실제로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콜린은 올리버의 말을 믿었고, 올리버를 통해 신께 용서를 구했다.

‘대체 왜 그랬던 걸까?’

올리버가 스스로의 행동에 뒤늦은 의문을 가지며 그때의 일을 돌이켜봤다.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그토록 주제넘은 짓을 했는지 말이다.

"응?"

상념에 빠진 올리버가 주변을 둘러보던 중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벽 쪽에 있는 쇠창살로, 다가가자 안에 묶인 기형적인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개량인간-C03이라고 하지.”

갑자기 나타난 생명 반응에 올리버가 고개를 돌렸다.

빛 구슬도 함께 움직여 시야를 확보해줬는데, 그곳에는 피웅덩이와 그 피웅덩이에서 솟구치며 나오는 여성 흑마법사들이 보였다.

그녀들은 복수심과 악의를 머금은 채 올리버 주변을 에워쌌다.

"개량인간-C03요?”

"그래. 소와 인간을 합친 새로운 인간이지.”

올리버가 다시 쇠창살 안을 봤다.

쇠창살 안에는 소머리에 사람 몸뚱이를 한 키메라가 죽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눈과 코, 입에 피를 뿜은 채 말이다.

"소와 사람을 섞었다고요?”

"보시다시피.”

“....이유가 뭐죠?”

"훌륭한 일꾼을 만들기 위해. 더 강하고, 튼튼하며, 순종적인 착한 일꾼 말이야.”

도시 괴담과 같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으나, 이미 생명학파의 뒷면을 본 올리버는 그렇다 할 놀라움이나 새로움 없이 받아들였다.

어쩌면 이미 예상했을지도.

그러자, 다른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아시는 거죠?”

"왜냐면 우리와 협력했거든.”

여성 흑마법사가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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