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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31화 (231/633)

< 231. 우연치 않은 동행 (1) >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접근. 그로 인해 허무하게 죽은 강도단의 두목.

두목 곁을 지키던 열 명의 강도들은 의리가 두터웠는지 두목의 죽음에 진심으로 슬퍼하고 분노하며, 윌레스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불리한 형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윌레스는 패닉에 빠진 여성 인질을 가볍게 들어 자기 뒤로 뺀 뒤 20센티미터 남짓의 단검을 들어 싸울 자세를 잡았다.

퍼버벅一!!!

"......!!!"

모두의 신경이 윌레스에게 집중된 찰나 올리버는 톤파에 마력을 상당량 투여해 냅다 던졌다.

놀랍게도 약간의 요령을 발휘해 마력을 압축시켰음에도 톤파는 각각 세 명과 두 명의 사람을 관통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흡사 대포알….. 톤파에 맞은 강도 다섯 명은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됐으며, 얼마 남지 않은 적 병력은 반 토막 났다.

"이 개자식이!!”

용감한 강도 중 하나가 겁먹긴커녕 동료들의 죽음에 복수하고자 올리버에게 달려들었다.

올리버가 톤파에 매달아 놓은 마력실로 잡아당겨 그를 역공하려 했으나, 롱소드로 무장한 강도 하나가 톤파에 연결된 마력실을 베어 끊어버렸다.

말이 실이지 쇠사슬과 같은 강도를 가졌건만, 상당한 실력을 가진 마력사용자인 듯했다.

덕분에 빈손이 된 올리버는 검지와 중지를 총구처럼 세워 다가오는 강도를 향해 자연스럽게 겨눠 마력을 압축시킨 후 발사했다.

퇑-!

압축시킨 마력을 발사하자 총성과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강도의 머리가 날아갔고, 이번에는 남은 이들이 올리버에게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그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었다.

란다 감옥을 습격한 윌레스를 상대로 등을 보이다니.

그는 강도들이 빈틈을 보이자마자, 단검을 이용해 강도들을 해치웠다.

너무나도 빨라 비명을 채 지르지도 못하고 쓰러진 강도 잔당들.

그 모습에 열차 밖으로 뛰쳐나와 도망치던 승객들이 다급한 발걸음을 멈춘 채 혼이 나간 표정으로 올리버와 윌레스를 바라봤다.

믿기지 않은 듯.

순식간에 강도단이 토벌되자 공포와 당혹감으로 고조된 분위기는 해소되며 허탈함이 뒤섞인 시원한 공기가 새롭게 불었다.

모두 이 상황에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을 때 올리버가 저벅저벅 윌레스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인사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정말 고마운 감정도 있고, 다시 봐 반가운 것도 있었다.

가죽 가면을 쓰고 승객들 틈에 몸을 숨긴 모습을 보면 신분을 숨겨야 하는 상황 같았는데, 그래서 올리버도 아는 체하지 않고 적당히 인사만 할 생각이었다.

그는 올리버를 빤히 바라보고는 등 뒤에 인질로 잡혀있던 여성을 봤다. 그녀는 벌벌 떨며 가족들 품 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곤 올리버를 향해 물었다.

“..…인질이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톤파를 던지려고 한 거지?”

***

올리버는 대답하지 못하고 윌레스를 바라봤다.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톤파를 무슨 생각으로 던지려고 한 거냐 물었다.”

올리버는 윌레스의 감정 상태와 단검을 든 손을 봤다.

분노했지만, 올리버를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필요에 의해 자제력을 발휘한 것뿐 할 수만 있다면 올리버를 해하고 싶은 감정이 가득했다.

'무슨 임무 중인 건가?’

"이봐, 세 번 묻는다. 무슨 생각으로 인질이 있는데 톤파를 던지려고 했지?”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정확히는 인질을 붙잡으신 분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인질이 맞으면?”

“음..…. 그럼, 죄송하고 안타까운 거겠죠?”

그 순간 인내심으로 통제하고 있던 윌레스의 감정이 요동침과 동시에 올리버에 대한 명백한 살의를 빛냈다.

이성의 통제권이 아슬아슬하게 끊어지려고 했다.

올리버가 여차하면 방어하기 위해 뒤로 물러날 때, 누군가 겁을 먹은 채 끼어들었다.

"서, 선생님..…?”

겁에 질린 목소리. 올리버와 윌레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어디서나 볼법한 중년 남성이 말이다.

어디서 봤더라...…아.

아까 전 양날도끼 강도에게 공격당할 뻔하다가 올리버가 저도 모르게 도와준 사람이었다.

"아, 같은 객석에 앉으신 분.”

"예! ....예! 아까 전에….. 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의 은인이십니다.”

그는 저 멀리 자기 가족을 가리켰다. 중년 여성과 소년, 소녀가 있었다.

올리버는 다시 그를 봤다.

그는 여전히 겁에 질린 채, 식은땀을 닦으며 올리버에게 인사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올리버의 시선에 불편한 감정을 빛냈지만, 그의 감정 상태가 흥미로워 올리버는 그를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올리버를 무서워했으며 불편해했다. 그럼에도 올리버에게 고마운 감정을 품고 있었다.

성질이 다른 두 감정은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했고, 눈앞의 중년 남성은 두려움을 억지로 눌러 올리버에게 다가와 감사인사를 전했다.

당장이라도 올리버에게서 벗어나고 싶음에도 말이다.

".....괜찮으시다면 성함을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가 예를 갖춰 한쪽 가슴에 손을 얹고, 허리를 살짝 숙여 중년 사내에게 물었다.

천사의 집 종업원들에게 배운 자세로, 자세가 퍽 자연스러웠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귀족이라 생각할 정도로.

“아.…. 클리프. 클리프 리라 합니다.”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리프 씨. 이리 인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리버의 친절한 대답에 한순간 그가 온화해 보였다. 소매와 바짓단이 피로 물들었음에도 말이다.

클리프는 한층 긴장을 누그러뜨리며 마지막 감사 인사를 하곤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올리버는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윌레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와의 오해를 풀고 싶었는데, 이거 웬걸 그는 그냥 떠나고 있었다.

올리버에 대한 안 좋은 감정도 애써 누그러뜨리며.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그를 붙잡았다. 이유는 몰랐다. 그가 아까 전에 왜 화냈는지 궁금해서일까? 요즘은 올리버도 자기감정을 잘 몰랐다. 아니면 이제야 그런 사실을 신경 쓴 것일 수도 있고.

어쨌건...….

"저기 선생님.....”

“왜 날 붙잡지?”

윌레스가 멈추며 물었다.

"하던 이야기는 마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이야기면..…. 우리가 무슨 이야기 나눴지요?”

윌레스가 올리버를 무시 다시 가던 길을 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묵직한 자동차 소리와 함께 오십여 명 되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심상치 않은 소리에 열차 밖으로 도망치던 승객 중 일부가 다시 열차 안으로 도망쳤다.

윌레스가 단검을 고쳐 잡으며 전투 자세를 취하자, 올리버가 손을 들어 그를 말렸다.

"적이 아니니 안 그러셔도 될 겁니다.”

"적이 아니라고?”

“예.”

그 말은 곧 증명됐다. 다가오는 오십여 명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열차 근처에 배치된 왕국군이었다.

'..아, 윌레스 씨에겐 저분들이 더 위험하려나?’

올리버가 뒤늦게 생각했다.

***

"세상에 맙소사..... 머리가 달걀처럼 깨졌어."

"오, 입 닥쳐. 오늘 달걀 요리 먹고 왔다고.”

구조 신호탄을 보고 출동한 왕국군 병사들은 열차 안에서 시체를 꺼냈다.

시체는 하나같이 상태가 끔찍했다.

아까 전 병사의 말만 따라 머리가 달걀처럼 깨쳐 내용물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가슴에 구멍이 나 있거나, 배가 찢긴 것도 있었다.

올리버는 뒤늦게 죽인 강도들의 상태를 보고 자신의 임시 무기를 확인했다.

"음..…. 그러고 보니 끝부분인 너무 뾰족뾰족하네. 너무 과해.”

올리버가 처음 칼을 휘둘러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품었다.

상황이 다급해 신경을 못 썼는데, 톤파의 살상력이 필요 이상으로 좋았다. 쿼터스태프와 비교하면 더욱 말이다.

송장인형-던칸이 쓸 때만 해도 몰랐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그 문제점이 보였다.

‘뭉뚝하게 만들면 좀 나으려나?’

"확인했습니다. 선생님.”

오십여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온 에반 대위가 올리버의 마탑 직원신분증과 신원 보증서를 확인하곤 돌려줬다.

매서운 눈을 가진 그는 올리버가 건네준 직원신분증과 신분 보증서를 보는 척하지 않고 진짜 살펴봤다.

"강도분들이 돌아가셨는데, 혹시 제가 처벌받을지요?”

올리버가 문득 이곳이 란다가 아니며, 자신 역시 해결사 데이브 라이트가 아닌 마탑의 직원 제논 브라이트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물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기 죽은 놈들은 더러운 노스인 강도. 처벌 받긴 커녕 상을 받으셔야 할 일입니다.”

노스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감이 뚝뚝 떨어지는 것과 달리 그는 올리버에게 꽤나 친절히 말했다.

올리버가 잘 겪어보지 못한 대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분 보증서를 보니, 고용주가 케빈 던바라고 되어 있던데, 마탑의 원소학파 케빈 던바 맞습니까?”

“예…. 혹시, 교수님을 아십니까?”

"물론이죠. 그분과 두세 번 같은 전장에서 싸웠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리 만나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그의 감정은 진심이었다. 케빈에 대한 호감과 존경을 품고 있었다.

"교수님을 아신다니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중령님께선 잘 지내십니까?”

중령. 아마, 케빈이 군 복무 시절의 계급일 터였다.

“잘 지내는진 모르지만, 강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존경이 묻어 나오는 에반 대위의 감정에서 케빈의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의 단편을 엿볼 수 있었다.

"대위님. 이 자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열차 승객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잠시 데려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에반 대위가 데려온 왕국군이 가죽 가면을 쓴 윌레스를 포위하며 물었다.

올리버보다 덜 죽였지만, 병사들이 말하는 걸 곁에서 들어보니, 아무래도 노스인 출신이라는 게 문제인 듯했다. 음…

“…에반 대위님.”

"예, 선생님.”

"저분은 제가 마탑 임무를 하기 위해 고용한 해결사인데, 어떻게 같이 갈 수 없을까요?”

대위가 그 말에 손을 들어 윌레스를 끌고 가던 부하들을 멈춰 세웠다.

“해결사요?”

"예, 자세한 건 이야기할 수 없으나, 이곳이 조금 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경호 차원에서 고용했거든요.”

“..…그런 것치고는 선생님도 꽤 강하신 것 같은데요?”

"상대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타쉬 강도단은 근래 가장 골치 아픈 강도단입니다만? 두목 목에는 저번 주 3천만 란다가 걸렸죠..…. 해결사라고요?”

"예."

“….풀어줘.”

대위가 올리버의 부탁을 들어줬다. 부하 하나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지만, 에반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탑에서 항의 오면 네가 책임질래?”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이었다. 윌레스를 풀어준 후 에반 대위는 올리버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줬다. 가령,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말한 여관으로 가 씻고 피 묻은 옷을 갈아입으라는.

"선생님의 지금 모습은 시민을 지키기 위한 거지만 앞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겁할 수 있거든요.”

"아, 확실히..…. 조언 감사합니다.”

올리버 대답하며 윌레스와 함께 열차에 올랐다. 에반 대위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아, 참….. 저 친구 몸값은 어떻게 할까요?"

에반이 얼굴이 꿰뚫려 죽은 타쉬 강도단의 두목을 가리켰다.

"시간은 그리 오래 안 걸리지만, 당장 돈을 받으려면 저희와 함께 가서 서류를 몇 개 작성해야 합니다.”

"음..…. 그냥 가면 어떻게 되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마탑을 통해 현상금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럼, 그걸로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친절하시군요.”

"감사는 제 몫입니다. 귀하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최소화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올리버와 에반 대위는 헤어졌다. 짧은 만남에 두 번 다시 안 볼 수도 있었지만, 꽤나 즐거움 만남이었다.

"이봐.”

여운이 가실 때쯤 올리버 곁에 서 있던 윌레스가 올리버에게 말을 걸었다.

“예?”

“……도와줘서 고마워.”

"저도 감사합니다. 저 대신 인질을 구해줘서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합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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