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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30화 (230/633)

< 230. 우연치 않은 만남 (2) >

출장 승인이 떨어지자, 올리버는 포털 마법 보조장치를 통해 마탑에서 아웃포스트(Outpost)로 이동했다.

아웃포스트(Outpost)는 퍼스트랜드와 노스랜드 경계지에 위치한 도시로, 한때, 노스랜드를 공격하기 위한 군사요충지.

물론 노스랜드가 왕국에 편입된 현재에는 도시로 그 역할이 바뀌어, 노스랜드에서 캔 광물의 중간 경유지이자, 가공처리장 역할을 맡고 있었다.

덕분에 아웃포스트는 란다를 제외하면 올리버가 봐온 도시 중 가장 활력이 넘쳤다.

마탑에서 지부를 낼 정도로 말이다.

올리버가 포털을 통해 단숨에 아웃포스트로 이동하자마자, 그곳에 있는 마탑 지부의 도움을 받아 연구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마운틴 페이스로 가려면 우선 이곳 열차를 타고 홀랜드로 가야 하오. 노스랜드 동북부 지역에서 그나마 도시라 부를 수 있는 곳인데, 이후부터는 교통 인프라가 없어 자체적으로 교통편을 알아봐야 하오.’

자체적으로 교통편을 알아봐야 한다라….. 그런 일을 해본 적 없는 올리버로서는 제법 난감한 이야기였다.

특히, 케빈에 말에 따르면 왕국 사람 등쳐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다행히 아웃포스트 지부의 마법사는 올리버에게 도움을 줬다.

‘이거 받으시오. 소개장이요. 이걸 가지고 그쪽의 유지(有志)인 홀 가문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시오. 그럼, 트럭이든 뭐든 하나 정도는 붙여줄 거요. 가주가 몸이 안 좋다 하니, 아들내미가 맞이할 텐데, 성질 더러운 자이니 조심하시오.’

올리버를 딱히 반기지 않는 것치고는 꽤 세심한 배려였다.

개인적인 감정과 별개로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고 해야 하나? 어쨌건 존경스러운 태도였다.

그는 그 외에도 케빈처럼 노상강도나, 사기꾼, 왈패, 짐승들을 조심하라고 조언까지 해줬다.

올리버는 그런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열차에 올라탔다. 조언을 명심하겠다고 말하며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는구나.’

회상을 마친 올리버가 창문 밖을 보며 생각했다.

노스랜드에는 강도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열차를 타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시야를 사용하며, 열차 주변의 강도들 숫자를 살펴봤다.

대략, 스무 명으로 모두 불법 개조한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엔진 부분을 과도하게 개조했는데, 마력 밀도나, 흐름이 강하다 못해 과한 수준이었다.

아차하면 터질 수준. 설사 터지지 않는다 해도 오래 쓸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열차를 따라잡기 위해 한 번만 쓸 요량인 듯했다.

“히익.…!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차가 열차를 따라붙어?”

때마침 한 승객이 말했다. 그는 불안한 감정과 함께 짐가방을 품 안에 앉은 채 중얼거렸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건 그만이 아니었다.

올리버가 탄 객석의 모두가 불안해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승객 대부분은 일반인. 무장집단이 자신들을 노린다면 두려운 게 인지상정이었다.

그렇다고 전부 공포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이 자식으로 보이는 두 소년과 소녀를 달래며 말했다.

“거, 걱정하지 마라. 여기 열차를 보호하기 위한 경호원들이 타고 있으니. 문제없을 거야. 구조 신호도 보냈고. 괜찮아, 괜찮아.”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해당 열차에는 승객과 화물을 보호하기 위한 용병들이 타고 있었으며, 지금도 열차 위에서 총을 쏘는 등 강도들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까 전에 하늘 위로 신호탄을 날려 근처에 있는 군부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올리버는 마냥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열차 경호를 맡은 용병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었지만, 열차를 계속해 따라오는 스무 명의 강도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기에.

모두 상당한 생명력을 보유했으며, 그중 여섯 명은 마력사용자였다.

특히, 개조 차량에 탄 채 올리버가 있는 객석 옆을 따라오는 양날도끼 사내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차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에 당당히 선 채 열차에 계속 멈추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목소리에 마력을 담았기에 시끄러운 총성을 뚫고 선명하게 들렸다.

“마지막 경고다!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피를 볼 것이다!”

열차는 멈추지 않았고, 기차 위의 용병이 총을 쏴 대답을 대신했다.

놀랍게도 양날도끼 사내는 묵직한 도끼를 옆면으로 휘둘러 총알을 튕기는 것을 넘어 쏜 상대에게 돌려주었다.

총알이 맞았는지 열차 위에서 짧은 비명과 함께 용병 하나가 떨어졌다.

투쾅! 투쾅! 투쾅!

열차 위 천장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양날도끼 사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집중사격을 하기 위해 용병들이 움직인 것.

그러나 때는 늦고 말았다.

양날도끼 사내는 총알을 튕겨내자마자 도약할 자세를 잡더니, 몸 안의 마력을 응축, 폭발시켜 그대로 점프. 열차 위로 뛰어올랐다.

차와 열차 모두 빠르게 달리는 중임에도 말이다.

그 모습에 객석에 탄 승객들은 모두 기겁했다.

쾅-!!

양날도끼 사내의 육중한 무게와 힘에 의해 열차 천장이 살짝 내려앉았다.

강도 중 하나가 열차에 오르자 승객들의 불안감은 한 단계 높아지며 옆 사람을 끌어안았다.

열차 경호원들이 막아줄 거라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흑마법사의 눈을 통해 열차 위 싸윰을 관전하는 올리버의 생각은 달랐다.

흑마법사의 시야라, 싸움을 구체적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생명력과 감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싸움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열차 위의 싸움은 양날도끼 사내가 압도적인 우위였다.

그는 넘치는 마력을 불태워 신체 능력을 끌어올린 다음 저돌적으로 돌진해 다섯 명 가까이 되는 경호원들 밀어붙였다.

이미 심리 상태가 패했기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지 이길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 멀리서 새로운 감정이 포착됐다.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님에도 올리버는 열차 강도단의 동료임을 알아차렸다.

저 멀리 철도를 가로막는 목재 더미가 그 증거.

열차가 탈선될 정도로 목재가 많이 쌓인 것은 아니었지만, 검은색 연기를 뿜으며 불타는 목재 더미는 열차를 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예상대로 갑작스러운 장애물의 등장에 열차는 급하게 멈췄고, 일순간 사람들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올리버만 빼고.

올리버는 호신용으로 챙긴 던칸의 톤파를 주변에 걸어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

끼이이이이익———쾅!!!

강제로 마찰을 일으키는 철은 귀를 찢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짐승에게 당한 듯 온몸이 헤집어진 시체 두 구와 그 시체를 매트처럼 짓밟은 양날도끼 사내가 떨어진 것.

양날도끼 사내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하핫핫!! 약골 양 새끼가 감히 누구에게….!”

진실된 기쁨과 함께 올리버는 그의 증오와 분노, 원망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승객에게 관심이 없는 눈치였지만, 아까 전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꼬마 하나가 시체와 피범벅인 사내를 보고 저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소리에 양날도끼 사내의 고개 그쪽으로 움직였다.

아버지가 아이를 품에 안으며 봐 달라는 듯 빌었지만, 이미 피를 본 양날도끼 사내는 그 말을 듣지 않고 마력을 끌어모아 도끼를 휘두를 자세를 잡았다.

“캬하하하….!”

그가 웃더니 이윽고 퍽一!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눈에 동그랗게 커졌다.

뒤에 있던 올리버가 톤파의 손잡이 부분을 세워 양날도끼 사내의 머리를 찍었기 때문.

손잡이 끝부분이 뭉툭하지 않고 뾰족한 덕분에 한 번에 쑥하고 박혔다.

털썩 쓰러진 노상강도. 올리버가 노상강도의 머리에 박힌 톤파를 빼며 우는 아이를 안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

쾅!

열차가 멈추자 추격하던 스무 명의 강도와 앞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강도 열 명이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열차에 올라타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천장 위로 총을 쏘거나, 칼, 망치 등을 휘둘러 승객들을 위협해 귀금속과 짐 등 돈이 될만한 걸 챙겼다.

“반지 내놔! 반지! 거기 목걸이도!!”

"뒤지고 싶어?! 그 짐 내놔! 내놓으라고!”

그와 함께 간헐적으로 들리는 총성.

사람들은 겁에 질린 채 양 떼처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올리버가 탄 칸도 마찬가지.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강도가 총을 쏴보기도 전에 올리버가 던진 양날도끼에 얼굴이 박히며 바닥에 나뒹굴었다는 거였다.

뽀득뽀득.

올리버가 도끼를 던져 강도를 맞추자마자 다시 양날도끼 사내의 옷으로 톤파 손잡이 부분에 묻은 뇌수와 피를 닦았다.

올리버와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무서웠지만, 다른 의미로 무서웠다. 강도나 살인마와 그 성질이 다른 아주 이질적인 공포를 느꼈다.

“아, 다 닦았다.”

올리버가 톤파 손잡이를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앞으로 갔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원래 나설 생각이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나서게 됐고, 이왕 이리 나섰으니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올리버는 앞칸 문을 열었다.

승객들 중 일부는 강도들을 피해 뒷문이나 창문을 부숴 도망쳤고, 힘이 약해 뒤로 밀려난 여자와 아이들은 강도들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저항하다 맞은 것인지, 사람들에게 밟힌 것인지 웬 노파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올리버는 그 노파의 품에서 돈 될만한 것을 찾는 열차 강도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헤."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강도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총구를 겨눴다. 그러고는 방아쇠를-

-팍!!

올리버가 손에 든 톤파를 도끼처럼 던져 맞췄다.

마력이 담긴 강철 톤파는 무게에 어울리지 않게 빠르게 날아가 눈앞 상대의 머리통을 부숴 버렸다.

흡사, 비유하면 스푼으로 푸딩의 한쪽을 으깬 형상.

순식간에 일어난 일. 그 뒤에서 다른 시체와 짐을 뒤지던 강도 두 명이 ‘어? 어?’ 당황하는 사이 올리버는 바로 움직였다. 좌석을 발판 삼아 아주 빠르게.

파바박-탁!!

몸에 저장한 마력을 원료 삼아 신체 능력을 강화한 올리버는 단숨에 거리를 좁힌 것도 모자라 톤파를 회수한 후 다시 양손으로 톤파를 휘둘러 강도들을 때려 죽었다.

톤파를 쥔 채 주먹을 날려 가슴에 구멍을 내고, 반대쪽 톤파를 채찍처럼 휘둘러 관자놀이를 박살 냈다.

송장인형-던칸에게서 직접 배운 기술로, 실전에서 써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행동이 조금 어설펐다.

‘그래도 역시 배우길 잘했어. 쿼터스태프로는 이 좁은 공간에서 행동이 제약됐을 텐데. 맨손으로 죽이는 것도 그렇고.’

한 호흡 만에 끝장난 강도 둘.

타이밍 좋게도 앞칸에 있던 강도가 들어왔다. 사자처럼 산발에 지방과 근육이 뒤섞인 덩치였다.

"야, 그만 놀고 나와! 곧 뜰......"

덩치는 죽은 동료의 시체와 올리버를 보고 순간 말을 멈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고가 정지한 것.

올리버는 바로 톤파를 던져 그의 한쪽 가슴과 어깨에 톤파를 박았다.

흑마법을 사용할 수 없고, 마법도 순수마력 학파 마법만 사용해야 했기에 방심하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이미 위장한 제논의 신분으로는 순수마력 마법을 사용한다고 알려졌기에 다른 마법을 써 눈에 띄어선 좋을 것이 없었다.

올리버는 그렇게 상황을 상기하며 앞을 봤다.

앞칸에서 온 덩치는 방금 올리버가 쓰러뜨린 강도들과 달리 바로 죽긴커녕 고통을 견디며, 마력을 끌어올려 싸울 태세를 잡았다.

“이런 쥐새끼가..…!”

아플 텐데 대단한 의지력. 올리버는 손을 뻗어 감탄하는 동시에 톤파에 연결해 놓은 마력실을 잡아당겼다.

마력 사슬의 강도를 유지하되 압축만 시킨 것으로, 톤파가 올리버의 힘에 당겨지며 덩치도 같이 끌려왔다.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끄아아아악!!!”

살과 뼈에 걸린 톤파가 끔찍한 고통을 유발하자 덩치가 비명을 질렀다.

올리버는 마력실을 더 강하게 당겨 톤파를 억지로 빼냄과 동시에 그대로 덩치의 머리를 내리찍어 머리를 부숴버렸다.

아직 상대해야 할 적이 많았으니 말이다.

"어디 보자..…."

올리버가 흑마법사의 눈으로 다가오는 강도들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

열차 강도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현재 마탑 직원이라는 특성상 흑마법은 사용이 불가하며, 마법도 순수마력계열만 쓸 수 있었지만,

흑마법사의 눈으로 상대방의 위치와 감정을 미리 파악, 각 상대의 심리 상태에 맞게 대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방심한 상대에게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 기습적인 일격을 가하고, 이후 당황해 몸이 굳은 상대에게는 톤파를 던지거나, 주변의 물건을 날리는 식으로 공격을 가해 쉬이 제압할 수 있었다.

좁고 몸을 숨기기 쉬운 열차 안의 지리까지 활용하니 그 효과는 배가 됐다.

실제로 그를 증명하듯 올리버는 머리칸까지 산책하듯 나가며 강도단 서른 명 중 스무 명을 쓰러뜨린 후, 밖으로 나와 궤짝을 옮기는 열차 강도와 마주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괴물이냐.…."

열차 강도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콧수염 사내가 인질 뒤에 숨은 채 말했다.

그는 열댓 명의 부하들과 함께 있었음에도 공포에 질려있었다.

올리버는 그의 그런 감정 상태를 보고 의아해했지만, 사실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열차 안 강도들을 모두 제압하고 나온 올리버의 소매와 바짓단은 피로 흉흉하게 물들어 있었으니.

톤파의 살상력이 너무 강한 것.

허나, 올리버는 처음 사용하는 무기라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여자 멱을 돼지처럼 베어 줄 테니, 움직이지 마라!”

콧수염 두목이 위협하며 소리쳤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요구해서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사이 다른 강도들이 조심조심 올리버 곁으로 다가왔다.

도망치는 대신 동료들의 복수를 해줄 심산.

올리버는 아직도 요구에 맞춰 가만히 서 있다가 문득 한 가지 드는 의문을 입 밖에 냈다.

“.…근데, 저분이 인질로 잡힌 거랑 제가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죠?”

악의가 아닌 순수한 의문. 그렇기에 더욱 소름이 끼쳤다.

당황한 콧수염 두목이 다시 한번 인질의 목에 칼을 들이밀며 올리버에게 움직이지 말라 위협했지만, 올리버는 짧은 시간 사이 상대의 심리상태를 확인한 후, 다가오는 강도 두 명을 순식간에 살해했다.

톤파를 채찍처럼 휘둘러 각각 관자놀이와 턱을 후려친 것.

쩌적-! 흉측한 소리와 함께 두 거구가 땅 위로 쓰러졌다.

올리버는 다시 앞을 봤다. 예상대로 콧수염 사내는 인질의 멱을 따지 못했다. 그는 현재 두려워하고 있었고, 그 두려움은 방금 더 짙어진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 인질은 유일한 방어 수단. 쉽게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지만…..

‘그럼, 뭐 안타까운 거고.’

올리버는 톤파를 고쳐 잡고 던질 자세를 잡았다.

목표는 콧수염 사내. 그의 머리를 맞춰 인질의 안전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보는 사이니 이 정도가 적당할 거 같았다.

그렇게 올리버가 톤파를 던지기 직전 콧수염 사내의 얼굴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도망치던 승객들 사이로 이동하던 누군가가 그의 뒤로 접근해 뒤통수를 칼로 뚫은 것이었다. 고작해야 20cm 남짓한 단검이었으나, 뒤통수에서 이마까지 터널을 뚫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인질로 잡혀있던 여성이 그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으며, 콧수염 사내는 몸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와 함께 뒤에서 기습한 사내가 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 허나, 올리버는 그를 알았다.

켈 자유해방군의 지휘관 중 하나이자, 란다의 감옥을 습격한 윌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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