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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27화 (227/633)

< 227. 휴가 복귀 (1) >

떼르르르르르! 떼르르르르르! 떼一달칵.

올리버는 평소와 같이 자명종을 껐다.

새벽 다섯 시.

아직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올리버는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기지개를 쫙 켜고, 스트레칭을 했다.

우드득. 우드득. 뚜둑. 뚜둑.

굳어 있던 관절과 근육이 부드럽게 풀리며 정신도 한층 더 맑아졌다.

탁! 띠익一

올리버는 침대 옆에 있는 라디오를 반사적으로 켜고, 동시에 몸 안에 저장시킨 마력을 끌어모아 손끝에 모은 후 손가락을 튕겼다.

마력이 스파크처럼 튀며 미리 설치한 통신 마법 ‘스피커’가 발동했다.

라디오에서는 정기 뉴스가 나왔고, ‘스피커’를 통해 집안 전체에 적정 음량으로 라디오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녕하십니까. 청취자 여러분. <오늘의 뉴스>입니다. 이른 시간에도 성실히 일터로 나가신 란다의 시민분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오늘의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느 때와 똑같은 멘트.

올리버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운동하곤 욕실로 가 샤워한 뒤, 1층 주방으로 내려가 음식을 준비했다.

메뉴는 버터로 구운 스테이크 한 장과 굵은 소시지, 블랙 푸딩, 달걀 세 장, 식빵 3조각, 베이크드 빈스, 신선한 샐러드, 사과, 생오렌지 주스, 커피였다.

양이 제법 됐는데, 체력을 키울 거면 식사를 잘하라는 조와 딘클리지의 조언을 따른 결과였다.

뭐, 주방 덕분에 음식을 준비하기 한결 편한 것도 한몫했고.

처음 이 집에서 가장 필요 없는 공간은 주방이라 생각하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잘 이용하고 있었다.

올리버는 앞치마를 벗은 뒤, 식탁에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주 맛있었다.

요리책에서 시키는 대로 한 덕분인지, 가게에 파는 것에도 뒤지지 않았다.

참으로 즐겁고 여유로운 시간. 흡사, 천국과 같았다.

특히, 광산 시절과 비교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에 올리버는 나름 이 순간을 즐겼는데, 오늘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이틀 전 들은 이완 브렘너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스미스의 스승 말이다.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그때의 대화를 회상했다.

‘오…….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소?’

올리버가 그를 떠올렸다. 그는 급격한 흥미를 보였다.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거참, 정말 우연히 들었겠군!’

뼈가 있는 말. 그러나 그는 그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시계가 움직인다라..…. 오래된 종말론(終末論)이지. 아니지, 그보다는 옛날이야기에 더 가까우려나? 동화 같은?’

알 수 없지만 올리버는 흥미를 느꼈다. 포레스트에게 아는 바가 있냐고 묻자, 그는 그런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다고 이야기해줬다. 도시 괴담과 비슷한 거라고 말이다.

이완은 계속해 설명해주었다.

‘음,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이해를 위해 먼저 질문 하나 하지. 혹시,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 간다거나, 천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들어봤나?’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야기라면 고아원 시절 실것 들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지상의 모든 인간들이 죄인이라면 어떨 것 같나? 갓난아기부터,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노인, 여자와 남자 모두가 말이야.’

꽤 흥미로운 질문이었다. 지상의 모두가 죄인이라니.

‘그럴 경우 일일이 벌을 내릴까? 아니, 비효율적이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완은 어느새 옆에 앉은 여자도 잊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올리버도 마찬가지였다.

‘음….. 소돔처럼 불과 유황 비를 내릴까요?’

‘바로, 그거지. 아니면 다시 대홍수를 일으키거나. 여하튼, 시계가 움직인다는 건, 세상에 악이 가득해 신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이야기 하는 거야. 일종의 종말로 가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는 거지.’

‘왜 바로 멸망을 안 시킨 거지요?’

‘글쎄? 말했다시피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디테일한 건 알지 못해. 일종의 참회 시간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뉘우치라는?’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그 외에도 다른 이야기도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는구만. 무슨 구원자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천사의 아들이니, 악마의 아들이니, 왕자 같은 소리도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야.’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올리버에겐 중요한 퍼즐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호기심을 유발했다.

동시에 천사가 있는지, 악마에게도 자식이 있는지 같은 궁금증도 일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없는지 물어보았지만, 이완은 그때 탁하고, 이야기를 끊었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이다.

‘거기다 여느 이야기처럼 구전으로만 전해진 거라, 완벽한 이야기는 몰라. 내가 들은 것도 와전된 것일 수도 있겠지. 완벽한 원본은 몰라.’

올리버는 원본을 아는 사람이 없는지 물었다.

‘음…' 종말론을 예언한 사람은 원본을 알겠지. 무슨 공주라 하던데, 흑마법사라 하던 거 같은데. 아니면 둘 다였나?’

공주 흑마법사라 난생처음 들어보는 조합이었다.

‘혹은, 예언을 직접 들은 사람들은 기억할 수도 있겠지. 수백 년 전 이야기겠지만.’

수백 년 전 사람들 중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 무의미한 이야기였지만, 올리버는 바로 어리석은 생각임을 깨달았다.

애당초, 이 이야기를 해준 게 퍼펫이지 않은가? 퍼펫은 원본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혹은, 인육 요리사나. 그 역시 수백 년을 산 존재라고 했으니.

그때, 이완이 뒤늦게 떠올랐다는 듯이 한마디 보탰다.

‘아, 어쩌면 아카이브도 알겠구만.’

‘아카이브요?’

‘아, 모르나? 천 년이 넘는 지식과 힘을 계승 받은 위대한 마법사를 일컫는 단어인데. 오랜 세월에 걸친 무수한 지식을 전수 받는 존재이니, 어쩌면 싸구려 종말론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지 모르지….. 아, 물론, 우리 같은 인간과 만날 수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아카이브는 일국의 왕들조차 존중을 표하는 존재니 말이야.’

이완은 그리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왜 그런 걸 궁금해한 건지 올리버에게 물어보았다.

질문을 받은 올리버는-

-삐 -삐 -삐

식탁 옆에 올린 포레스트 전용통신 장치가 울리며 올리버는 기억의 바다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 올리버는 냅킨으로 입을 닦고 통신장치를 받았다.

-달칵

"네, 포레스트 님.”

[그래, 날세. 너무 이른 시간부터 귀찮게 하는 게 아닌가 싶군.]

"아닙니다. 제가 이 시간에 부탁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은 사실이었다. 마탑에 일하는 관계로 올리버는 적당히 핑계를 대, 쉬는 기간에는 이른 아침 혹은 저녁, 밤에만 통화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맞춰주는 건 포레스트 쪽이었다.

[연락한 건 다름이 아니라, 습격 건에 관해 이야기해주기 위해서네.]

습격이란 이틀 전 개발 반대 위원회의 습격을 말했다.

Y구역에서 소란을 일으켰다곤 하나, 기어이 밖으로 나와 보복하는 그들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포레스트는 해당 사실을 중개인 조합과 크라임 펌에 이야기해 자체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혹시, 뭐 알아내신 건 있습니까?”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당장은 이야기해줄 게 없네.]

"실망한 것도 없고,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포레스트의 말에 올리버가 바로 대답했다. 단순 위로가 아닌 진심이었다.

사실상 란다에서 버려진 Y.Z구역과 그곳에 거주하는 정체불명의 조직 개발 반대 위원회가 얼마나 조사하기 까다로운지는 귀동냥으로만 들은 올리버도 알고 있었다.

시(市)조차도 포기하고 격리한대서 만족한 곳. 습격을 받았다 해도 당장 뭔가를 찾는 건 말이 안 됐다.

[이해해줘서 고맙네. 다만, 일이 일이다 보니 계속해 조사할 거라는 걸 알려주려고 하네. 중개인 조합과 크라임 펌도 협력해주고 있으니 뭐 하나는 건질 수 있을 거야.]

“음…혹시 헤임달을 이용하실 생각입니까?”

란다 뒷세계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마법 해커 조직 헤임달.

비용은 비쌌지만, 그들은 세계수를 통해 란다 전역의 모습을 훔쳐봐 의뢰인이 원하는 정보를 가져다주었다.

[안타깝게도 헤임달의 힘은 빌릴 수 없네. Y.Z구역은 세계수의 힘이 약하거든. 그나마 Y구역은 간간이 보이지만, Z구역은 말 그대로 칠흑이지.]

“그럼?”

[좀 더 클래식한 방법을 쓸 생각이네. 놀랍게도 온갖 괴소문이 도는 Y.Z구역도 돈은 필요로 하거든. 그쪽 인간들을 매수해 개발 반대 위원회와 접속한 사람을 추려보려고 하네. 습격당한 시간과 대조해보면 범위라도 좁힐 수 있을 거야.]

"오, 그렇군요….. 진작에 왜 그런 방법을 안 썼죠?”

[늘 액수가 문제니까.]

"아….”

[어쨌건 이 말 전하려고 연락한 걸세. 추가로 뭔가 알게 된다면 이야기해 주도록 하겠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완 님은 어떻게 지내는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이완과 헤어진 후, 포레스트는 자청해 이완을 지켜봐 주며, 접대까지 해 올리버 대신 관리해주겠다고 하였다.

아직 이완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 올리버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아직, 천사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구만. 떠나려고 하면 엘리자베스 양이 연락해주겠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아닐세. 나도 그에게 개인적으로 관심 있으니. 앞뒤 맥락을 봤을 때 그도 보통 사람은 아니야. 즉 내가 필요해서 이러는 거니 딱히 고마워할 필요 없네.]

"뭐,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워서요.”

올리버가 식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렇다니 뭐 고맙군….. 이만 끊도록 하겠네.]

"예, 알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포레스트 님.”

올리버가 정중히 인사하며, 통신장치를 끄려는 그때 갑자기 통신장치에서 포레스트가 뭐라 말했다.

[데이브?]

"예? 포레스트 님.”

[그..…. 고맙네.]

"무엇이 말씀이죠?”

[이완과 대화했을 때 날 도와준 거…. 고맙네.]

머뭇머뭇 그답지 않은 서툰 감정 표현에, 올리버는 기억을 더듬었다가 이내 떠올렸다.

아무래도 캔트와 포레스트가 어찌 헤어졌는지 묻는 질문에 관한 내용인 것 같았다.

이완은 노골적으로 캐물었고, 올리버는 이완을 도와 캐묻는 대신, 포레스트의 편을 들어줬다.

"아뇨…. 개인적인 일이고, 말씀하기 싫으신 것 같아서요. 딱히, 제게 고마워하실 건 아닙니다.”

[그렇다해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라서.]

포레스트는 아까 전 올리버가 한 말을 그대로 흉내 냈다. 그 순간 올리버는 뭐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작은 즐거움을 느꼈다.

[..…그런데, 궁금하진 않았나?]

"아뇨, 궁금하긴 궁금합니다. 다만, 전에 말했다시피,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좋다고 생각돼서요.”

포레스트는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에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지. 참기 힘들었을 텐데. 특히, 자네라면 더욱. …내 하나 약속하지.]

“약속요?’’

[그래, 내가 말할 준비가 되면 가장 먼저 자네에게 이야기하겠네. 나와 캔트 사이에 관해서, 또 왜 헤어졌는지.]

비장한 목소리. 올리버는 이에 만족하며 알겠다고 대답했고, 이후 진짜로 통신을 끝마쳤다.

아직 아침이었지만, 벌써 하루가 만족스러웠다.

커피마저 다 마신 뒤 올리버는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끝마친 다음 곧바로 출근 준비에 들어갔다.

제논 브라이트의 가죽 가면을 뒤집어쓰고, 옷을 입으며, 향수를 살짝 뿌렸다.

천사의 집 아가씨들이 말하길 향수 하나로 사람의 분위기가 변한다고 했으니.

그런 다음 올리버는 과거 노획한 마법 가방에 간단한 식사 거리와 필요한 물품을 챙겨 넣었다.

수업 준비에 필요한 공구나, 메모지, 노트 같은 거 말이다.

"아, 맞다. 이것도.”

올리버가 심상치 않은 마력이 감도는 물건 두 개 챙겼다.

하나는 회중시계처럼 생긴 작은 기계 장치였고, 다른 하나는 반지함처럼 생긴 작은 약통이었다.

기계 장치는 복잡한 술식에 의해 마력이 섬세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였고, 약통에는 수백 개의 포션이 압축된 듯 농축한 마력을 머금은 알약이 하나 담겨 있었다.

크라임 펌의 경매장 물품 회수 임무를 성공한 후 악마의 서적과 함께 받은 대가로,

기계 장치는 술사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주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의 일을 음성과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그리고 알약은 고성능 포션의 일종으로, 한 번의 섭취로 안에 깃든 방대한 마력을 단숨에 보충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 기성품이 아닌 소수의 고객을 위해 이름난 공방 혹은 장인이 만든 물건.

경매장에서 온갖 물건을 다 취급한다더니, 아무래도 사실인 듯했다.

올리버는 그 물건들을 마법 가방이 아닌 제각기 품 안에 챙겨 집 밖으로 나갔다.

마탑에 출근하기 위해, 또, 임시 스승님인 멀린에게 연락할 방법을 케빈에게 묻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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