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226화 (226/633)

< 226. 문답 (2) >

포레스트는 올리버와 이완을 데리고 천사의 집을 방문했다.

올리버에겐 다섯 번째 방문이었다.

첫 번째는 에디스의 의뢰를 받기 위해서였고, 나머지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는 코코에게 화장술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였다.

뭐, 화장술 외에도, 커피 타는 법이라던가, 옷 입는 법, 여성에게 칭찬하는 방법도 배우긴 했지만.….

‘제대로 배운 건지는 의문이지만.’

붉은색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내부가 손님을 반겼다.

다행히 이완은 마음에 드는지 손가락을 까딱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맘마미아.…!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드시니 다행인 거 같군요. 들어가지요.”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가자 아슬아슬한 복장의 아가씨들이 모습을 보이며 올리버를 반겨주었다.

"어머, 데이브?”

"반가워요. 어쩐 일이에요.”

“코코 보러 온 거야?”

"요즘은 왜 안 와요?”

손님을 상대할 때의 접대용 미소가 아닌 진심으로 반가워 인사였으며, 올리버 역시 여느 때와 같이 한명 한명 성의껏 인사를 받아줬다. 그게 예의였으니.

그 모습에 이완은 질투 섞인 표정으로 올리버를 봤고, 포레스트 역시 동공이 흔들린 채 올리버를 봤다.

“..…데이브?”

“예, 반갑습니다. 메리 씨.…. 응? 왜 그러십니까? 포레스트 님.”

포레스트는 아직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동공이 흔들린 채 올리버를 봤다. 아까 전 습격 받을 때도 이런 반응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으음..…. 혹시 이 가게 자주 방문하나?”

"예….. 몇 번 방문 했습니다. 이걸로 여섯 번째?”

"오, 신이시여 맙소사..…."

포레스트가 형용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으면 중얼거렸다.

“제가 뭔 실수한 건가요?”

"아니, 실수는 아니지만 뭐라고 할까. 세상의 마지막 순수가 죽은 걸 목도한 기분이군. 해결사가 이런 가게 많이 오는 건 당연한 거지만, 자네가..…. 신이시여.”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네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한 잔잔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천사의 집의 주인이자, 마마인 엘리자베스를 볼 수 있었다.

구름처럼 깨끗한 흰머리를 한 엘리자베스는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차분하고 이지적인 매력을 뿜었다.

"엘리자베스 양.”

"포레스트 씨.”

서로 안면이 있는 듯 포레스트와 엘리자베스는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지도..... 란다는 거대했지만, 한편으론 좁기도 했으니. 뒷세계는 특히 그랬고.

“최근에 소문 들었습니다. 큰 건을 성공시키셨다고요? 축하드려요. 역시 능력 있는 남자는 언제든 전성기가 찾아오네요.”

“아니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오.”

포레스트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진심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성과를 순전히 운이라고 생각했다.

"이 도시에서는 운도 하나의 능력으로 봐야지요. 운도 그냥 찾아오는 건 아니니까요.”

"고마운 말이오.”

“별말씀을. 찾아와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축하 파티….를 하시려고 온 거 같지는 않고,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엘리자베스가 올리버와 이완을 보곤 물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여성 특유의 감과 이 바닥에서의 경험으로 일반적인 방문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목숨을 구해준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싶어 급하게 왔소….. 방이 있을지?”

"아.…. 물론이요. 아이들도 준비해 드릴까요?”

"그래 주면 고맙겠소.”

엘리자베스는 가게의 주인답게 손뼉을 짝 짝 부딪쳐 종업원들에게 명을 내렸다.

한 종업원이 친절한 비즈니스 미소로 올리버 일행을 안내해 한 방에 데려다줬다.

고풍스러운 가구가 있는 방으로, 소파가 ㄷ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 아가씨들하고 친한 것 같던데, 여기 단골인가?”

이완이 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로 다리를 올리며 물었다.

올리버는 포레스트에 뒤이어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

"단골요?”

"매음굴 직원들과 친해지는 건 그거 외에 없으니까. 돈 가져다 바치는 호구. 갑자기 나도 자네에 대해 궁금해지는군. 어서 털어놔 봐. 여기 아가씨들하고 어떻게 친해진 거지. 비법을 공유하라고!”

주먹을 꽉 쥐며 힘주어 말하는 이완. 놀랍게도 포레스트 역시 아닌 척했지만 관심을 보였다.

"어..…. 그렇게 친한 건 아닙니다. 그냥 여기서 화장술 좀 배우려고 찾아오면서 안면이 생긴 것뿐입니다. 그러다 소란이 일어나면 한 두 번 정도 도와줬고요.”

“소란?”

포레스트가 물었다.

"예, 조한테 배운 대로 소란을 피우는 손님들을 설득해줬죠.…. 다들 진정하시더라고요.”

이완이 끼어들었다.

“화장술을 왜 배웠지?”

"송장인형을 사람처럼 분장시키기 위해서 배웠습니다. 그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거든요….. 뭐, 그냥 배워 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하하하.… 편지에서 본 것처럼 성격 참 특이하군. 요즘 흑마법사는 빠르고 쉽게 가려고만 하는데 말이야.”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나이가 제법 되시는 거 같습니다.”

포레스트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사실 내가 나이가 좀 되오. 보다시피 동안이라….. 설마 남자 나이가 궁금한 건 아닐 테니, 궁금한 거 있으면 그냥 물어보시오. 좋은 데 초대해준 보답으로 어느 정도는 서비스로 대답해 줄 테니."

포레스트는 거절하지 않았다.

"개발 반대 위원회와 안면이 있으신 것 같은데, 어떻게 아시는 사이입니까?”

포레스트는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게 란다에서 적잖은 정보를 취급하는 중개인조차 개발 반대 위원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뭐, 이래저래 거래하는 사이요.”

"거래요?"

"내가 만든 도구를 그쪽에서 원하고, 나도 그쪽에 원하는 게 있거든.”

이완의 말투는 가볍기 그지없었으나, 포레스트는 진지했다.

개발 반대 위원회와 거래한다면 눈앞의 흑마법사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으니.

개발 반대 위원회는 수수께끼투성이에, 사납고, 시(市)에서조차 박멸을 포기한 위험한 종자들이었다. 거기다, 온갖 괴소문이 나도는 존재이기도 했고.

여하튼 보통 사람은 그들과 거래는커녕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

포레스트가 다시 질문하려 할 때, 타이밍 좋게 방문이 열리며 종업원들이 들어왔다.

일반 종업원들은 술과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렸고, 접객 종업원들은 포레스트와 올리버 그리고 이완 곁에 한 명씩 앉았다.

이 가게를 수차례 방문하고, 무슨 일을 하는 가게인지도 알게 됐으나, 막상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올리버는 뭔가 어색한 기분을 맛봤다.

그에 반해 포레스트는 나름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여성과 거리를 뒀고, 이완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옆에 앉은 여성에게 친근하게 달라 붙었다.

자기소개처럼 여성에게 인기 많은 것 같지는 않았으나, 여자를 좋아하는 거 같기는 했다. 그렇다고 정신이 다 팔린 것은 또 아니었지만.

"이번엔 내가 질문해도 되오?”

이완이 여성에게 시선을 집중한 상태로 포레스트에게 물었다.

“무엇을 말씀입니까?”

“진짜, 정말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포레스트 씨와 데이브는 어떻게 만난 것이오? 아니, 그러니까. 이 도시는 겁나게 넓고, 중개인이라면 발에 챌 정도로 많지 않소? 그저 우연히 만났을 거 같지는 않은데, 어찌 만난 것이오?”

날카로웠다. 사소해서 그냥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포레스트와 올리버가 같이 일하게 된 계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소개를 통해 만나게 됐습니다.”

“소개?”

“예, 과거 같이 일했던 친구가 이 친구에게 소개장을 쥐여줘 보내줬지요.”

"오호홋….!! 그거 참 고맙겠소. 과거 동료가 소개시켜준 친구가 이런 복덩어리라니.”

"요즘 통감하고 있습니다.”

포레스트의 손이 어색하게 굳어지며 그와 함께 감정이 살짝 요동쳤다. 고마움, 죄책감, 후회와 같은 감정이 순간 뒤섞였다.

이완 역시 이를 놓치지 않았고.

“그 친구 이름이 뭐요?”

“네?”

"그 친구 이름이 뭐냐고? 당신께 행운을 가져다준 파랑새의 이름을 알고 싶소. 대답해주시오. 그럼, 나도 좀 더 친절하게 대답해주지.

포레스트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캔트라 합니다.”

“오, 캔트..…. 재밌군. 이 도시에서 가장 큰 거지패를 이끄는 대가리 이름도 캔트라 하던데.”

올리버가 움찔했고, 포레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올리버가 질문했다.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말했잖아, 아는 게 많다고. 뭐 소문이 전부이긴 하지만, 놀라운 수완으로 거대한 거지패를 만들어 다른 거지들을 도와준다나? 아주 미친 이야기지. 거지를 돕는 거지라니. 가만 생각해 보니, 여긴 소돔과 고모라가 아닐 수도 있겠어.”

이완은 큰 소리로 껄껄껄 웃었다.

“근데, 어쩌다 헤어진 거요?”

“예?”

"저 친구를 소개해준 캔트라는 사람이랑 말이야. 헤어진 데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오?”

가볍지만 더할 나위 없이 사람의 아픈 부분을 파고드는 이완의 질문에 노련하던 포레스트도 다시 동요했다.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는 걸까? 포레스트의 감정은 요동쳤다.

솔직히 올리버도 궁금했다. 캔트와 포레스트를 만난 것도 이제 1년이 훌쩍 지나갔는데, 정작 올리버는 두 사람이 같이 일하던 동료 사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조금 개인적인 일입니다.”

"오, 그거 더 좋군. 남의 개인적인 일을 뒤집어보는 것만큼 재밌는 것도 없지. 아내의 불륜이라던가, 자식새끼가 내 핏줄이 아니라던가….. 한번 말해보시오.”

이완이 안주를 하나 먹으며 노골적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포레스트의 감정은 중요치 않았다.

포레스트는 그런 노골적인 요구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올리버의 손님이란 점 때문에 쉽사리 대응을 못 했고,

이완 역시 이를 알듯 술로 입가심을 하며 리무진에서 몰래 챙겨온 시가까지 뻑뻑 피웠다.

"대답 안 해주면, 나도 질문에 대답 못 대답해주는데?”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나만 대답하는 건 불공평하지 않소? 당신 때문에 저 친구만 대답을 들을 기회를 날리는 셈이지.”

이완이 약 올리듯 올리버를 가리켰다. 포레스트가 포커페이스로 올리버를 봤고, 곤혹스러움이 빛내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평소의 포레스트라면 어찌어찌 잘 풀어나가겠지만, 질문이 질문일뿐더러, 상대도 너무 안 좋았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무조건 대답을 요구했으니.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자네도 궁금하지 않나? 이 중개인과 자넬 소개시켜준 사람이 어찌 헤어졌는지. 이렇게 빼는 걸 보니 드라마틱한 일화가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그 말은 사실이었다. 올리버도 물어보지 않았을 뿐, 포레스트와 캔트가 어찌 헤어졌는지 듣고 싶었다.

캔트가 올리버를 소개해 줄 정도로 포레스트를 믿었지만, 캔트가 해결사에서 거지로 추락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무엇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이참에 이렇게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러나 올리버는 포레스트의 난감한 감정을 보고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런 이야기는 자발성이 중요했기에.

"이완 님.”

“아, 왠지, 재미없는 이야기일 거 같은데?”

"죄송하지만, 그 질문 물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째서? 궁금하지 않나?”

"솔직히 말해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스스로 말하고 싶을 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어째서지?”

“그게 가장 진실 될 테니까요.”

“오, 무슨 경전 말씀 같군. 진실 될 테니까요….. 근데, 이거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자네 궁금한 게 있다고 멋대로 날 부르고는 내 질문에는 참아달라고 하다니. 좀 뻔뻔하잖아?”

올리버는 사적인 일이니까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내 관뒀다. 이 사람에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닐 테니. 뭣보다 자신 역시 그러한 기질이 있었고.

어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올리버 귓가로 옆에 앉은 여성 종업원이 낮게 속삭였다. 과거, 손님의 시비에 고생하던 걸 올리버가 도와준 적이 있는 여성이었다.

소곤소곤소근.

올리버가 여성을 봤고, 여성은 자기를 믿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생기시고 마음이 넓으신 이완 님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훗, 그런 감언이설에 넘어갈 내가 넘어갈 사람으로 보이나? 약간 위험했지만 천만에.”

"이해해주시면 여기 종업원분들께서 마마께 말해 가게 전체로 특별서비스를 해주겠다고 하십니다.”

이완이 멈칫했다.

“..…씨발, 어쩔 수 없군. 잘생기고, 마음이 넓은 내가 양보하는 수밖에. 하지만 그냥은 안 되겠어.”

"그럼..…?”

"원래 오늘 웬만한 건 다 대답해주려고 했거든. 내 제자 놈 도와주고, 예의도 바른 친구라 기특해서….. 내가 이런 마음을 먹는 게 쉽지 않아.”

진심.

“그렇지만, 마음이 상한 관계로, 질문 딱 하나만 받아 주지. 딱 하나….. 싫으면 관두던가.”

일방적인 통보. 포레스트가 올리버에게 자기가 그냥 대답하겠다고 눈짓을 했지만, 올리버가 괜찮다고 했다.

듣고 싶었지만, 스스로 말할 때 듣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딱 하나만 질문하겠습니다.”

"괜찮겠어? 나한테 대답 듣기가 쉬운 게 아닌데, 방랑벽과 빚쟁이 때문에 언제든 떠날 수 있거든.”

“그럼, 제가 찾아가면 되죠.”

이완의 말문이 순간 막혔다.

“.……오, 소름 끼치는군. 남자가 날 쫓다니. 말해봐, 뭐가 궁금하지? 편지에 적은 것처럼 내가 만든 마법 아이템이 궁금한가? 아니면, 개발 반대 위원회에 대해 궁금하나?”

올리버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가 움직인다..…. 혹시, 이 말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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