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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24화 (224/633)

< 224. 만남 (3) >

허공에 생긴 네 개의 마력 포털과 그 마력 포털에서 나온 네 구의 송장인형.

올리버를 제외한 그 누구 하나 예상치 못한 전개였기에, 도움을 받은 자도, 방해를 받은 자도 똑같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모두가 머뭇거렸지만, 주인에 의해 소환된 송장인형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첫 번째로 움직인 것은 송장인형-저격수에 들어간 세컨드였다.

화력을 사랑하고 저돌적인 세컨드는 눈앞의 상대에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여덟 개의 총구를 겨눈 후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당!!! 탕-! 탕-! 타다당!! 두두두두——!! 텅! 텅!!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총성.

갱 수십 명분에 맞먹는 화력이 일제히 쏟아짐과 동시에 습격한 적들은 뒤로 주춤 물러섰다.

샘을 따라 총기를 모두 블랙마켓에서 개조한 데다가, 흑마법까지 추가로 걸었으니, 제아무리 초인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다 해도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치이이이이익..…!

거기다 총알 몇 개에는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을 실험 삼아 걸어놓은 것도 있어 재생능력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화력으로 상대의 발목을 붙잡은 세컨드는 양팔에 쥔 소드 오프 샷건을 척 겨눴다.

“캬하핫핫一!!”

퇑——!! 퇑——!!

공기를 찢는 특유의 소리와 함께 저격수의 앞에 있던 적들이 말 그대로 찢겨 발겨졌다.

역시나 놀라운 화력.

물론 그렇다고 다른 송장인형들의 성능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송장인형-던칸은 송장인형-흑마법사와 합을 맞춰 화력을 최대로 끌어 높인 다음 다가오는 적 두 명을 순식간에 살해한 뒤 알과 포레스트 주변을 지켰고.

새롭게 만든 송장인형-넝마2는 배가 갈라지며 안쪽과 밖이 뒤집힘과 동시에 뱃속에 숨겨놨던 열두 개의 팔을 밖으로 드러났다.

"와우......"

그 경악스러운 모습에 포레스트가 감탄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따다닥-! 따다닥-! 따다닥-!”

송장인형-넝마2는 이빨을 빠르게 부딪치며, 수십 개의 팔을 휘둘러 다가오는 적을 견제.

팔에는 독이 발린 송곳과 면도칼이 숨겨져 있어 제법 치명적이었으며, 그렇다고 거리를 벌린다고 안전하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번에 새로 만든 송장인형-넝마2에는 기능을 추가했기에.

가령, 입에서 염산을 뿜을 수 있다던가.

“촤하하하하하하하학一!!!”

실제로 적이 거리를 벌리자 넝마2는 곧바로 입을 쩍 벌리더니, 설치된 분사기로 염산을 뿜어 상대의 눈을 멀게 했다.

고통에 울부짖는 적들. 그 사이 던칸이 톤파를 휘두르며 달려와 시력을 잃은 그들에게 안식을 주었다.

그렇게 개발 반대 위원회의 기습 공격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의 판단이 부딪혀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고 숨어있던 대다수 개발 반대 위원회 멤버들이 송장인형의 역습으로 순식간에 죽어 나갔으니.

올리버와 달리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기에 회복능력도 다 무의미했다.

"크아아아악一!!”

결국 참다못한 대검-붕대 사내는 그를 방해하는 아군의 시체를 토막 내곤 올리버를 피해 거리를 벌렸다.

공격을 심하게 당했는지, 피를 흘렸으며, 온몸을 감싼 붕대 역시 많이 헤집어져 느슨한 상태가 되었다.

특히, 얼굴 쪽이.

“....어?"

당사자도 이걸 뒤늦게 눈치했는지 흘러내린 붕대를 손으로 매만졌다.

겹겹이 두른 붕대 중 일부가 허물어지며 얼굴의 일부분이 드러난 것이었다.

"우욱.…!”

늘 필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며, 묵묵히 맡은 일을 책임지던 알이 난생처음 멋대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을 비난할 수 없을 터였다.

붕대 아래로 드러난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을 본다면 말이다.

미간이 있어야 할 자리에 코가 거꾸로 박혀 있었으며,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귀가, 인중과 턱이 있어야 할 곳에는 눈알이 박혀 있었다.

그나마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면 입뿐. 그러나 그마저도 비틀리게 자리 잡혀있어 인간은 본능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뒷세계 종사자라 해도 동요할 만큼 큰 혐오감을 말이다.

“아..... 아..…. 아….."

당사자도 그게 충격이었는지, 불리한 상황도 잊은 채 다급히 붕대를 두르며 얼빠진 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멀쩡한 것은 오직 올리버뿐이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올리버는 저 모습에서 그렇다 할 혐오감을 느끼지 못했다.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처음에 느꼈던 이질적인 익숙함과 약간의 안타까움 뿐이었다.

그 탓이었을까?

“기다리세요.”

올리버가 상대를 공격하려는 송장인형-던칸과 넝마2를 말렸다.

구체적인 이유를 댈 순 없지만, 지금은 공격할 때가 아닌 기다려 줄 때라고 판단했다.

대검-붕대 사내는 다급히 얼굴에 붕대를 두른 뒤 분노를 넘어 증오의 감정을 빛내며 올리버를 노려봤다.

아무래도 자신이 크게 실수한 듯했다.

‘동료를 죽이는 것보다 얼굴을 드러내게 하는 게 더 큰 잘못인 건가?’

사과하면 받아 줄까 고민하였으나, 그전에 대검-붕대 사내의 몸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 봤을 때부터 기묘하던 생명력이 한층 더 기묘하게 변한 것.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느낌 분명 전에서 한번 느낀 적이 있었다.

‘근데, 어디지?’

올리버는 짧은 시간 사이 현재로부터 과거까지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었고, 이윽고 찾아냈다.

오염구역에서 퍼펫과 싸우는 와중 퍼펫에게 먹힐 때 비슷한 것을 봤었다.

‘지옥의 입구…..’

맞았다. 기운은 아주 약했지만, 성질 자체는 아주 비슷했다.

그러자 의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오염구역에 사는 사람이 지옥의 기운을 희미하게 뿜는 거지? 평범한 돌연변이가 아닌 건가? 그리고 자신은 왜 이 기운이 익숙한 거지와 같은 여러 의문이 머릿속에서 쏟아졌다.

그렇게 올리버가 궁금증에 빠진 사이 대검-붕대 사내의 몸은 변했다.

덩치는 약간 커지며, 빼빼 마른 근육은 기이한 형태로 부풀었고, 팔다리는 1.5배 더 길어짐과 동시에 관절이 하나 더 늘어났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비약적으로 상승함과 동시에 지옥의 기운으로 혼탁하게 물든 생명력이었다.

도대체 뭐가 뭔지..…. 참으로 궁금했다.

개발 반대 위원회 전부 저런 것인지, 아니면 Z구역에 사는 사람들이 저런 것인지 물어보고 싶은 게 참으로 많았다.

"포레스트 님. 혹시, 뭐 아시는 거 있습니까?”

"무능해 보이긴 싫지만, 저런 건 나도 전혀 아는 바가 없네. 미안하네.”

포레스트가 그리 사과했지만, 올리버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검-붕대 사내의 변신과 함께 알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당장이라도 토를 하려고 했다.

단순히 알의 비위가 약한 것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대검-붕대 사내...., 아니, 개발 반대 위원회의 맨얼굴과 변신은 사람의 원초적 혐오감과 두려움을 자아냈다.

그런 와중에 평정심을 유지하며, 올리버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포레스트의 정신력을 감탄해야 하면 감탄해야 했지, 사과할 것은 아니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직접 물어보면 되니까요. 써드, 폴스. 도와주시겠습니까?”

송장인형-넝마2에 들어간 써드와 던칸에 들어간 폴스가 딱! 딱! 이빨을 부딪치거나,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변신을 마친 대검-붕대 사내는 1.5배로 늘어난 손으로 대검을 번쩍 들어 싸울 자세를 잡았다.

탕. 탕. 데구르르르르..….

싸움에 들어가기 직전 무엇인가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굴러왔다.

그것은 주먹만 한 유리구슬로 입구는 없지만,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파아앙一!!!

유리구슬에 그려져 있던 붉은 흑마법진이 폭발하며 유리병이 같이 폭발했다.

폭발과 함께 유리병 안에 든 액체도 분수처럼 위로 솟구쳤고, 그 물을 맞은 대검-붕대 사내는 온몸에서 연기를 뿜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공기를 찢는 날카로우면서도 처절한 비명. 흡사, 염산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눈을 통해 이게 염산이 아닌 물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평범한 물은 아니었다.

“..…성수로군요.”

올리버가 물 안에 깃들어진 기운을 보며 말했다. 성기사의 신성력과 매우 비슷했다.

올리버의 말에 한 남자가 대답하며 어두운 길목에서 나왔다.

그는 지저분하게 수염을 길렀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있었으며, 기름으로 떡 진 머리는 나름 멋을 내듯 한쪽으로 쓸어 넘긴 상태였다.

여행자처럼 두껍고 큰 망토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망토 아래에는 아주 비싼 옷을 걸치고 있었다. 약간 오래된 것 같았지만.

남자가 말했다.

“오, 눈이 좋으시구만. 뭐, 흑마법사는 눈이 기본이긴 하지만.”

“아는 사이인가?”

포레스트가 물었다. 올리버가 대답했다.

“아뇨….. 하지만,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성수를 맞고 비명을 지르던 대검-붕대 사내가 이내 안정을 되찾으며 고개를 휙 돌려 갑자기 난입한 남자를 노려봤다.

놀랍게도 아는 눈치인 듯했다.

"당신….!”

"안녕하신가? 영감님 잘 지내시고?”

그러나 썩 반가운 눈치는 아닌지 으르렁댔다. 그럼에도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게.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 보이지 않나? ….아니면 나랑 해보게?”

남자는 성수가 든 유리 폭탄을 매단 줄을 보여주며 되물었다. 그 외에도 망토 안에는 대나무 통과 약주머니, 약물이 든 시험관 등 다양한 도구가 있었다. 흡사, 걸어 다니는 창고 수준이었다.

어디다 쓰는 물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도구에 깃들어진 흑마법의 기운과 그 깊이, 농도를 보건대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대검-붕대 사내 역시 올리버와 같은 것을 느낀 것인지 쉽게 덤비지 못했고.

"크으으으으.......”

"알았어. 알았어. 못생겼다고 한 거 취소할게. 그러니 이만 좀 못 이기는 척하고 물러나 줄 수 없겠나? 내가 저 친구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영감님껜 내 이야기를 하고. 나중에 내가 직접 찾아가 설명할 테니.”

남성은 태연자약하게 올리버를 가리키며 말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힘에 자신 있는 건지 아주 여유로웠다.

대검-붕대 사내가 뭐라 말하자,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품 안에서 가방 크기의 먹보주머니를 꺼냈다.

두꺼비처럼 생긴 먹보주머니로, 여느 먹보주머니처럼 사용자의 의지에 반응해 뒤룩뒤룩 눈을 뜨더니, 이빨로 만들어진 지퍼가 열림과 동시에 축축한 혓바닥이 쭈욱 뻗어 나왔다.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가 말이다.

수십 개의 혓바닥은 곡선 형태로 부드럽게 움직여 올리버와 송장인형을 피해, 개발 반대 위원회의 시체를 붙잡아 그대로 가져와 집어삼켰다.

열 구가 넘는 시체를 한꺼번에 말이다. 보통 성능의 먹보주머니가 아니었다.

“캬하하핫.…!”

재료(시체)를 빼앗기자 넝마2, 던칸을 비롯한 송장인형에 들어간 차일드들이 분노를 표했지만, 올리버는 손을 들어 그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희귀한 재료(시체)를 빼앗긴 건 아쉽지만, 그보다는 현재 눈앞에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싶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대검-붕대 사내에게 두꺼비처럼 생긴 먹보주머니를 넘겼고, 대검-붕대 사내는 못 이기는 척 먹보주머니를 챙겨 도망쳤다.

거대한 대검과 먹보주머니를 든 채 한 손으로 벽을 타며.

다시 봐도 놀라운 신체 능력이었다.

올리버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시선을 돌려 갑자기 난입한 남자를 봤다.

남자 역시 올리버를 빤히 바라봤다.

“혹시, 스미스 씨의 스승님입니까?”

"그래, 만나서 반갑네. 돈 준다는 이야기 듣고 찾아왔네.”

그가 극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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