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218화 (218/633)

< 218. 테스트 (1) >

백 포트(Back Port).

와인햄처럼 란다 인근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

차이가 있다면 와인햄은 란다 남쪽에, 백 포트는 북동쪽에 해안가에 있다는 거였다.

아….. 차이가 하나 더 있었다.

와인햄은 지역유지 도널 매슨에 의해 자생에 성공했지만, 백 포트는 란다에 경제가 완전히 종속됐다는 것.

현재 백 포트의 경제를 지탱하는 건 란다 자본가들의 투자로 지어진 작은 무역회사와 통조림회사, 수산물가공업체였다.

개중엔 당연히 선량한 사업가도 있었지만, 당연히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었다.

가령, 크라임 펌의 이사들과 같은.

그들은 밀수 루트나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제작할 공장을 위해 돈을 한데로 묶어 백 포트에 제법 큰 투자를 했다.

"그런데 그 사업처가 한 갱단에 의해 점거됐습니다.”

백 포트 지부를 맡은 크라임 펌 소속 지부장이 올리버에게 말했다.

그는 최근의 사건으로 인해 눈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머리가 흐트러지는 등 제법 초췌한 인상을 풍겼다.

“탈환해야 하는 구역은 구체적으로 어디죠?”

이미 크라임 펌과 포레스트 두 군데에서 정보를 받은 상태였지만, 올리버는 확인차 물었다.

이번 임무는 올리버 개인의 임무가 아닌 파이터 크루의 테스트였으니. 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뭣보다 대장 역할이 자신이었고.….

개인적으로 자신이 대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게 올리버의 일이자 약속이었으니.

백 포트 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벽면에 설치된 백 포트(Back Port) 행정지도에 표시된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 항구 3번 구역과 그 뒤에 있는 작은 공장, 그리고 창고 구역의 이곳입니다. 밀수거래처와 소규모 생산시설이 있죠.”

올리버가 받은 정보와 일치했고, 말도 진심이었다.

“갱단의 정체가 뭐죠?”

백 포트 지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캐비넷에서 서류를 가져왔다. 지쳐서 인상은 초췌했어도 일 자체는 체계적으로 하는 스타일인 듯했다.

"외국인 갱단 연합입니다.”

"외국인 갱단요?”

"예. 갈시아, 율레이트 등 여러 외국인 갱이요. 갈시아 갱들이 주축을 맡고 있는데, 원래는 소규모 갱단으로 우리 쪽 하청에 불과했습니다. 경비나 잔심부름 같은….. 그런데 이 작자가 나타나자 우리에게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지부장이 서류철에서 한 흑백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 안에는 야성적인 단발머리와 수염을 기른 사내가 있었다.

"프랑수아라고, 밀리유 출신입니다.”

"밀리유가 뭐죠?”

올리버가 순수하게 물었다. 백 포트 지부장은 당황하며 되물었다. 분명 란다에서 가장 끗발 날리는 해결사라 하였는데.

“밀리유가 뭔지 모릅니까?”

“예, 설명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백 포트 지부장은 당황해하면서도, 귀한 분이니 최대한 협조하라는 란다 지부의 말을 떠올렸다.

"갈시아의 크라임 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 저희 같은 사업가보다는, 전사에 더 가깝습니다. 도적과 강도, 몰락 귀족을 뿌리에 두고 있어서 말이죠. 덕분에 체계적이지는 못하지만, 전투력이 제법 높습니다.”

올리버는 끄덕이며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했다. 나중에 써먹을지도 몰랐으니.

“어느 날 부하들과 함께 이곳으로 와 갈시아 갱단에 섞이더니, 소규모로 흩어진 갈시아 갱들을 한데 모아 무리를 이뤘습니다. 이젠 다른 외국인 갱들까지 끌어들여 덩치를 더 키웠고요.”

"그리곤 사업장을 빼앗은 거군요.”

“예….. 이 도시 매춘사업을 자기들에게 넘겨주면 사업장을 다시 둘려주겠다고 협박하는데, 처음에는 저희끼리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여긴 병력이 많이 배치되지 않고, 외국 놈들도 너무 사나워..…. 다른 지역에 요청하려 해도 괜한 시선을 끌 수 있고..…."

백 포트 지부장이 머뭇거리며 자기 사정을 구구절절 읊기 시작했다. 올리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감정이 빛났다.

“음.…. 전 그저 고용된 입장이라 크라임 펌에 발언권은 없지만, 나중에 임무 보고할 때 지부장님 말씀을 좀 전해드릴까요?”

초췌한 백 포트 지부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그럼 감사하죠.”

"알겠습니다.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신지요?"

“없습니다.”

올리버가 짧게 대답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크라임 펌과 포레스트에게 들은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제 일할 때였다.

"그럼, 언제쯤 이들을 제압하러 가실 건지요? 필요하면 저희 쪽도 합세하겠습니다.”

"지금요.”

"예?”

“지금 바로요. 기습은 빠를수록 좋다고 배워서요. 그리고 도와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도와줄….. 필요도 없다고요?”

"예, 호의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종의 테스트라서 저희끼리 하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혹시, 여러분은 무슨 문제 있나요?"

올리버가 뒤로 고개를 돌려 질문했다.

올리버 등 뒤에 양손을 모은 채 서 있는 조, 샘, 오언 세 명의 파이터 크루 멤버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각오를 다진 듯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럼, 문제없네요….. 지부장님. 괜찮으시다면 항구 3번 구역으로 안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몇 분 후. 올리버와 조, 샘, 오언 네 명은 운전사가 딸린 차량에 낑겨 타 외국인 갱에게 점거된 백 포트 3번 항구 구역으로 이동했다.

어선의 선착장 겸 밀수 루트인 이곳은 매일 아침 사람이 붐빈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밤이라 그런지 스산하기만 할 뿐이었다.

스으으윽….

차가 속도를 줄이더니 그대로 멈췄다.

올리버가 차에 내렸고, 뒤따라 조 일행이 내렸다.

운전사로 따라온 백 포트 지부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올리버에게 물었다.

"정말 이대로 가도 괜찮으십니까?”

"예, 단순히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소탕이 목적이라 기다리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일이 끝나면 알아서 복귀하겠습니다.”

너무나도 담담한 발언에 백 포트 지부장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거의 백 명이 넘는 갱 조직을 단 네 명이 서 상대하겠다고 하니.

하지만, 그의 반응이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주로 이 소도시에서 활동한 시골 갱에 불과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이상한 건 란다 쪽이었다.

도시 협약으로 사람을 넘어 탱크, 대포와 같은 병기급 위력을 내는 초인들이 발에 챌 정도로 넘쳐났으니.

솔직히 미친 도시였다. 그만큼 뛰어난 도시기도 했지만.

"아, 알겠습니다.”

"아, 맞다. 정말 경찰이나 그런 쪽으로는 신경 안 써도 되나요?”

“예, 그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란다의 지원을 받아 제가 약을 좀 쳐서..…. 최소한 오늘 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길 안내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지부장 역시 행운을 빌며 차를 몰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차가 떠난 것을 확인한 후, 올리버는 항구에 있는 창고를 봤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창고였으나, 크라임 펌 백 포트 지부의 사업을 총괄하는 머리 역할을 하는 곳이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장물 보관이나 생산 등 중요 기능은 맡지 않아 피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였다.

올리버가 질문했다.

"여러분. 몇 명이나 보이죠?”

"대략 팔십 명 정도요. 마력 사용자도 몇 명 보입니다.”

눈을 가늘게 뜬 조가 대표로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아주 좋았다.

올리버가 파이터 크루 사람들을 훈련 시킬 때 전투 외에도 신경 쓴 게 바로 눈이었다.

직접적인 위력은 없지만, 눈을 사용하기에 따라 상대방의 감정은 물론 숫자, 위치를 파악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 부분에 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올리버는 추출과 전투 등 기본을 어느 정도 습득한 파이터 크루 사람들을 중심으로 눈을 단련하게 했다.

정 안되면 강제로 눈에 감정을 주입해서라도 말이다.

당연히, 조와 샘, 오언은 어느 정도 눈을 강화한 상태였다. 좀 위험하긴 했지만 말이다.

“샘과 오언은 어떻게 보이세요?”

"저도 비슷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데이브 씨.”

대답을 들은 올리버는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기쁘게도 조가 말한 것처럼 팔십여 명 정도 되는 감정이 보였고, 개중에는 꽤 많은 마력을 보유한 마력사용자도 있었다.

특히 창고 위층에 있는 마력사용자가 가장 눈에 띄었다.

"지부장님이 말씀하시길 프랑수아란 분은 아주 뛰어난 마력사용자라고 했는데, 샘이 보시기에는 어디 있는 것 같습니까?”

샘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창고 가장 위쪽을 가리켰다. 자신의 눈과 실력을 믿는 확신이 보였다.

"바로 저기입니다. 생명력이나 마력량이 가장 돋보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럼, 적들의 상태가 파악됐으니, 이제 일을 할까요….. 아시다시피 이건 테스트이기도 하니, 전 전투에 가급적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이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조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떠한 불만도 없었다.

임무를 받기 전이나, 받은 후나 올리버는 이렇게 할 거라고 수차례 말했기에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오히려 이 정도까지 도와주는 올리버에게 감사함을 느낄 뿐….. 훈련 중 너무 많이 두들겨 맞긴 했지만 말이다.

올리버가 신호를 보내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샘이었다.

화기계열을 집중적으로 훈련한 그는 매일 올리버와 정면으로 화력 승부를 벌여 흑마법을 총기의 보조가 아닌, 하나의 온전한 기술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샘은 시험관에서 감정을 자연스럽게 추출, 사람이 모여 있는 주요 위치에 타겟팅을 사용했다. 아주 능숙하게 말이다.

올리버가 가르쳐준 오리지널 흑마법으로, 처음 배울 때는 왜 배우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올리버가 효과와 활용 방법에 관해 설명해주자 샘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배워 자기 기술로 만들었다.

목표물에 적중하기 쉽게 보조해주는 흑마법이라니…..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그 무엇보다 치명적일 수 있었다.

검은빛 감정이 안개처럼 변해 물결 형태로 움직여 목표물에 도달했다.

건물 외벽에 생긴 다수의 다트판.

샘은 라스 붐을 만들었다. 올리버만큼은 아니지만 꽤 빠른 시전 속도.

거기에 멈추지 않고 샘은 그 위로 블랙 재블린을 덧씌워 그대로 던졌다.

창고 위쪽에 있는 우두머리를 향해.

검은빛 섬광처럼 블랙 재블린은 빠르게 날아가 타겟팅에 적확히 적중했고, 그와 함께 벽을 꿰뚫고 안으로 들어가 폭발했다.

쾅一!!

건물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 부패한 깡통처럼 벽이 부풀며 부서졌다.

목표물의 감정 상태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생명력이 약해지고, 감정 역시 혼란, 당황으로 물든 것으로 보아 적잖은 피해를 본 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건 건물 안 다른 갱들도 마찬가지였고.

"샘!”

"알았어!”

조의 외침에 샘이 대답하며 양손으로 다수의 감정을 추출해 다섯 개의 라스 붐을 동시에 만든 뒤, 그 위로 블랙 다트를 덧씌웠다.

약간 버벅거렸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엄청나게 성장했다.

"쏜다! 준비해.”

샘이 그와 함께 분노의 폭탄을 먹인 블랙 다트를 날렸다.

검은 칼날은 궤적을 그리며 건물로 날아갔고, 그에 맞춰 조와 오언은 자신들의 몸에 제각기 흑마법을 부여해 건물로 달려갔다.

쾅!! 콰과광-!! 펑-!

블랙 다트가 건물에 닿자마자 다시 폭발이 일어났으며 아직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외국인 갱들은 더욱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오언은 거대한 쇠몽둥이로 문을 부수어 건물 안으로 진입했고, 조는 다리에 블랙 슈트의 힘을 집중시켜 점프. 건물 위층으로 도약해 벽을 부수며 안으로 진입했다.

본격적인 테스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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