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 째깍 째깍 째깍 (2) >
우드득, 우드드득.
올리버가 등을 쫙 펴자 시원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벌써 저녁 6시 반.
올리버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쌓인 수백 권의 책더미와 그 책을 끼워야 할 빈 책꽂이를 봤다.
내일 아침까지 저 책을 다 정리해야 했다. 혼자서 말이다.
‘당연하죠. 다른 분들은 미리 와서 새 책을 가져오고, 오래된 책을 빼는 등 일했는데, 마무리까지 같이하면 불공평하잖아요. 여기부터 저기까지는 당신이 정리하세요.’
뭔가 합리적이면서도 불합리한 발언이었지만, 올리버는 따지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사정이야 어찌 됐건 사서의 말이 아주 틀린 게 아니었고, 두 번째는 이러한 사태를 어느 정도 각오했기 때문이었다.
첫날 케빈이 괴롭힘을 당할 거라고 경고해줬으니.
오히려 한편으로는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이 바빠지니 요안나의 일과 퍼펫의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덜 신경 쓸 수 있었으니.
올리버는 가급적 긍정적인 면을 보며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뭐가 됐건 자신이 마탑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었기에, 이 정도는 고난도 뭣도 아니었다.
"오히려 즐거운 일이지.”
"뭐가 즐겁다는 거지?”
다시 일하려고 중얼거릴 때 누군가 끼어들었다.
바로, 올리버의 고용한 마탑 교수 케빈 던바였다.
붉은 피부에 검은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그는 어느새 들어와 복도에 서 있었다.
"교수님 오셨습니까? 회의는 잘 끝나셨는지요.”
"아니, 내일 또 회의 들어가야 해. 나한테 주는 예산이 많이 아까운 눈치더군.”
"그렇군요.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여기서 일 좀 돕는다고 쪽지 남겼잖아?”
맞았다. 도서관 사서에게 끌려가기 전 올리버는 메모를 적어 책상 위에 놔두고 갔다.
자리를 비울 때 어디 가는지 남기는 게 매너라고 배웠기에.
"아…. 오시라는 말씀은 아니었는데, 제가 실수를 한 건가요?”
"아니, 그냥 뭐 하고 있는지 보러 온 거야.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안 보여서 무슨 일 하나 싶어서…. 역시나 일이 많군. 다른 녀석들은?”
"퇴근하셨습니다.”
"너한테 일을 다 떠넘기고?”
"말씀하자면 긴데, 제가 어쩌다 보니 일을 뒤늦게 합류하게 돼서 뒷정리는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공평하죠.”
"호출기 때문이라지?”
"예…. 내일 비품관리실에서 받아와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 맡기셨던 일은 내일 점심 전까지 마저 정리해 책상 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변명이 아닌 진심이었다. 포레스트가 잘 가르쳐주고,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올리버는 일손이 빠른 편이었다.
"그거 재촉하러 온 거 아니야. 사과하러 왔지.”
"예? 그게 무슨....."
"호출기 건이랑, 네게 준 책 전부 1년 전 거야. 학부에서 주는 대로 받았는데, 확인하지 못한 내 잘못이야. 사과하지.”
예상치 못한 말에 올리버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아니, 사과하고 싶어. 직위와 상관없이 사람은 자기 일을 똑바로 해야 하는 법인데, 이번에 내가 그러지 못했으니. 사과하지."
올리버는 그 순간 케빈에게서 신념이나 의지와 같은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올리버에게 사과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안해서가 아닌 자신이 만든 규칙에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과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올리버는 곧바로 일을 재개했다. 사서에게서 받은 메모를 확인한 후 해당 위치에 책을 꽂았다.
케빈은 아직도 할 말이 있는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혹시,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신지요?”
케빈이 근처 의자에 앉아 마력을 퍼트려 주변을 확인한 후, 대뜸 물었다.
“...화나지 않나?”
"무엇이 말씀입니까?”
"이 모든 상황이 말이야. 너 정도 실력자가 이런 대우를 받으면 화가 날 법도 한데.”
케빈의 말은 어느 정도 진심이 섞여 있었다.
서로 목숨 걸고 싸워봤기에 올리버가 케빈의 실력을 알 듯. 케빈도 올리버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올리버의 실력은 최소로 잡아도 교수급. 즉, 마스터급이었다.
그랜드마스터(Grand Master)와 원마스터(One Master) 다음 가는 마스터(Master).
심지어 마스터 급에서 적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케빈과 비등하게 싸웠다면 올리버는 아무리 못해도 상위권 수준의 마스터였다.
나이와 신분을 고려해도 이례적 실력.
그런 실력자가 신분을 숨겨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해도, 이런 부조리함을 겪는다면 분노할 게 마땅한 데, 눈앞의 흑마법사에게서는 그런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글쎄요…. 화가 나야 하나요?"
"보통은 그렇지.”
"보통은 그렇다라..…. 죄송하지만, 전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지?”
"전 이미 충분히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
"예, 사실 마탑이라는 곳이 옛날부터 궁금했습니다.”
"....?"
"우연찮게 마탑 출신 사람들의 일기나 일지를 획득해 읽어봤거든요.”
"......."
"하지만 곧 제가 마탑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태생, 재능, 신분, 신용 등등 제가 어찌하기 힘든 요소로 인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들어오게 됐습니다. 전 거기에 감사할 뿐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널 무시하고 괴롭히는데도?”
"전 고아원과 광산에서도 괴롭힘을 당해본 적 있습니다. 여긴 최소한 피멍이 들 때까지 꼬집지 않으니 괜찮습니다. 책 정리하는 것도 재밌고요.”
"참 긍정적이군.”
"긍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답을 들은 케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떠나려는 것인 줄 알았지만, 그는 몸에서 마력을 뽑아 올리버가 정리하려던 책을 그대로 책꽂이에 꽂아 주었다.
마력을 응축시킨 후 술식을 부여해 물리력을 발현한 것으로, 기초적이지만 저 정도 섬세한 컨트롤은 높은 수준을 요구했다.
"교수님?”
"내 실수 때문에 이 일을 떠맡은 거니 이번 한 번만 도와주지.”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정리해도 됩니까?”
"왜 안 된다고 생각한 거지?”
"책은 귀한 거니까. 정성스럽게 손으로 정리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다른 사서랑 직원분들도 손으로 정리했고요.”
"그건 그냥 실력이 없어서 그런 거고. 할 수만 있으면 이렇게 정리해도 돼. 책이 망가지는 건 아니니까.”
"아..…."
대답을 듣자마자 올리버는 몸에 저장된 마력을 끌어올려 한쪽에 쌓인 책을 향해 마력을 뻗었다.
"잠깐, 처음 하는 주제 그리 많이 하면……."
케빈은 말을 하다 멈췄다.
왜냐면 올리버가 책 전부를 안정적이고 질서 정연하게 컨트롤 해 각을 맞춰 허공에 띄웠기 때문이었다.
휙- 휙- 휙-
올리버가 사서에게 받은 목록을 맞춰 손가락을 까딱였고, 수백 권의 책이 휙, 휙, 휙 움직여 책꽂이 앞으로가 그대로 꽂혔다.
과거 멀린이 책을 사용한 모습을 차용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다섯, 여섯 시간은 족히 해야 할 일감이 순식간에 끝났다.
올리버가 정리된 도서관을 보며 케빈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습니까?”
***
휘이이이잉!!
눈과 돌산밖에 없는 오지.
그중 가장 높은 돌산 꼭대기에 말도 안 되게 호화스러운 대저택이 세워져 있었다.
사람이 있을지 의심되는 저택이었지만, 놀랍게도 대저택엔 노인이 있었다.
그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말고 통화를 나눴다.
"그거, 참 재밌군. 그 아가씨가 자네 수업을 신청하다니. 자네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만무할 텐데."
[예, 저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청했으니 거절할 생각은 없습니다.]
멀린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케빈다웠다. 시험이든 싸움이든 그는 피하는 법이 없었다. 하긴, 홍인인 그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모두 뜯어먹으려고 할 테니 당연한 태도였다.
제아무리 멀린이라도 줄 수 있는 건 기회뿐이었으니.
"계획과 다르게 수업을 세 개나 맡으니. 바쁘겠군.”
[계획이 틀어졌지만, 대신에 수업 예산이나 잔뜩 빼내 올 생각입니다.]
"쉽지 않을 텐데. 내가 힘 좀 써줄까?”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 하지 마십시오.]
"허허허. 역시 날 잘 아는군. 나도 내가 직접 관여할 생각은 없어. 공식적으론 은퇴한 몸이니.”
[그렇지요. 공식적으로는요.]
"대신, 재밌는 자료가 있네. 그걸 주지.”
[재밌는 자료라면, 뒷거래입니까?]
착하면 척. 케빈은 눈치 빠르게 맥을 파악했다. 멀린이 말한 뒷거래 자료는 과거 올리버가 노획한 일지에서 빼낸 것이었다.
"그래, 우연찮게 얻게 된 거네. 요즘 다들 간덩어리가 부었더군.”
[으흠…….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멀린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웃음이 어느새 사라지며 잠시 침묵이 감돌더니 착 깔린 멀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사적인 이야기가 아닌 공적인 이야기였다.
"맡긴 일은 어찌 됐나?"
맡긴 일이란 다름 아닌 올리버에 대한 관찰이었다. 애당초 멀린이 올리버를 마탑에 보낸 이유도 멀찍이서 지켜보기 위해서였으니.
[데이브란 친구는 계속해 관찰하고 있습니다.]
"어떻든가?"
[해결사 일 때문에 가끔 출근 안 하는 것 외에는 크게 눈에 띄는 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유능합니다.]
멀린은 소리 없이 감탄했다. 재능과 성실함을 가진 케빈은 자신에게 엄격했고, 그만큼 남에게도 엄격해 칭찬을 잘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유능하다면 그건 정말 유능하다는 거였다. 단순 업무 능력 외에도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신 상태입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웬만한 상황에 동요하긴커녕 화도 안 냅니다.]
"정신 상태가 남들과 궤를 달리하긴 하지.”
[솔직히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통신기기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로 케빈은 진지하게 말했다.
"구체적으로?”
[음….. 좀 더 관찰한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뭐라 쉽게 말하기 힘들군요.]
"좋은 대답이네. 급한 게 아니면 가급적 관찰하는 게 좋지.”
[예……. 그런데 아까 전부터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뭐하고 계십니까?]
“아차차….. 뭐 좀 알아볼 게 있어 간단한 실험 좀 하고 있었네. 일단, 끊지.”
[예, 알겠습니다.]
뚝 하고 끊어지는 통신음.
멀린은 곧바로 통신기기를 내리며 앞을 봤다.
앞에는 다중 봉인 마법이 걸린 통제 실험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마력에 의해 억제되고 있는 작은 지옥의 입구가 있었다.
...빠직! 빠지지직……!
좁쌀만 한 지옥의 입구는 웬만한 마법사도 꼼짝 못 하게 할 마법을 천천히 부수고 있었다.
이 이상 시간을 끄는 건 위험.
멀린은 실험 상자에 부여한 자신의 마력을 원격 통제해 주먹을 꽉 쥐었다.
노란빛 마력 사슬이 엉켜 구(球) 형태의 지옥의 입구를 감싸 그대로 으스러트렸다.
먼지처럼 소멸해 사라진 지옥의 입구.
겉보기에는 별것 아니었으나, 멀린의 이마에 희미하게 흐르는 작은 땀방울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말해줬다.
멀린은 과거 데이브에게 받은 시험관을 봤다. 안에는 은은한 검은빛 감정이 들어있었다.
데이브의 감정이 말이다.
"이거 어떻게 손대야 할지 감도 안 오는군."
***
부웅————쾅!!
X구역 안쪽. 거대한 말뚝이 박힌 사거리.
그곳에서 몇몇 흑마법사가 대련을 했다. 아차 하면 목숨도 잃을 수 있는 .
"걱정 마세요. 안 죽습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올리버가 다시 쿼터스태프를 내질렀다.
조는 살의만 없을뿐, 위협적이기 그지없는 공격을 양팔로 비스듬히 막았다.
콰과과곽一!!
블랙 슈트만 두른 쿼터스태프는 완전 무장한 조의 방어를 자비 없이 깎아냈다.
흑마법의 화력 차이가 너무 난 것으로, 흘리지 않았으면 필시 날아가 벽에 처박히고 말았을 터였다.
"흡……!!”
조는 팔에 두른 블랙 아머(Black Armor)를 조종해 올리버의 쿼터스태프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리곤 소리쳤다.
"지금이야! 전부 공격해! 한 대라도 때려보자!”
"으아아아아!!! 죽어라!!”
조와 같은 계급인 동료 하나가 흑마법으로 검게 덧씌운 식칼을 휘둘러 올리버에게 달려들였다.
진짜 베려는 생각. 그러나 문제없었다. 자신들이 그런 마음을 품든 안 품든. 올리버에겐 역부족이었으니.
쿼터스태프가 붙잡힌 올리버는 한쪽 손을 떼더니 블랙 아머를 팔뚝에 두르곤 공격을 가볍게 흘렸다.
조가 가르쳐준 방어술. 그렇다 해도 저걸 저렇게 빠르게 습득하다니 충격적이었다. 원래 저 정도였나?
촹—!!!
쇠를 긁는 소리와 함께 올리버는 칼날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낸 올리버는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분명 가벼운 주먹. 그러나 흑마법으로 인해 상대측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기절했다.
“큭.…! ”
그 한 번의 반격으로 주변에 있는 열다섯 명의 파이터 크루 멤버들은 다가오지 못하고 멈칫했다.
유리한 상황임에도 압도적인 실력 격차에 겁먹은 것이었다. 거친 빈민가 삶도 견딘 인간들이 말이다.
"어..…. 여러분? 다들 뭐 하세요?”
올리버가 대쯤 말했다.
"지금 저를 공격하기 좋은 상황 아닌가요?”
쿼터스태프가 조에게 붙잡혀 행동에 제한이 생긴 상황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진짜 싸우는 게 아닌 훈련이니까. 최대한 덤비셔야죠.”
조롱도 도발도 모욕도 아닌 진짜 말 그대로였다.
올리버는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다독이는 선생처럼 말했다.
"힘 조절하고 있으니까. 아마 크게 다치지 않을 겁니다.”
"아마?"
"저기 포션 얻어 왔으니, 뼈 정도는 부러져도 괜찮을 거예요.”
올리버가 한쪽에 쌓인 포션 바구니를 가리켰다.
머피가 선물해 준 것으로, 올리버와 잘 지내기 위한 일종의 뇌물이었다.
"곧 크라임 펌과 만나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최대한 시간 남을 때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저랑 포레스트 님이 약속한 거라 여러분이 좋든 싫든 열심히 해주셔야 하는데요.….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약속. 그 단어가 나오자 조가 오싹한 공포를 느끼며 소리쳤다.
"다들 덤벼! 다 좆 되기 전에! 게으름 부리면 더 세게 때린다고! 빨리 공격해!!”
그 말에 조와 한 팀을 이루던 오언이 블랙 아머를 덧씌운 쇠몽둥이를 치켜들고 올리버에게 달려들었다.
힘 하나만큼은 파이터 크루 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
아까 전처럼 흘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우아아아악!!”
오언은 괴성을 지르며 쇠몽둥이를 번쩍 들었고, 올리버는 조에게 잡힌 상태 그대로 쿼터스태프를 들어, 오언의 공격 궤도에 맞춰 조를 가져다 댔다.
조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올리버를 봤다.
"잠깐만, 씨一”
——꽝!!
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는 오언의 쇠몽둥이를 맞고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때린 오언이 놀랐다.
"조.....?"
얼이 빠진 오언이 어버버 거리며 앞을 보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쿼터스태프를 볼 수 있었다.
쾅!!
훈련이 끝나자 올리버가 구석에 있는 포레스트에게 다가갔다.
"시간은 얼마나 걸렸죠?”
“8분 42초.”
포레스트가 자신의 시계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머뭇거린 시간이랑, 자네가 말한 시간 빼면 8분 약간 안 되게 버틴 거군.”
"그래도 훌륭하네요. 전에는 5분도 못 버티셨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기초적인 흑마법 교육을 끝낸 파이터 크루 내 간부급 인사들을 위주로 올리버는 맹훈련을 했다.
대부분 5분도 버티지 못했다.
올리버가 일부러 강하게 나간 것을 고려해도 처참한 격차.
그러나 매일매일 열심히 대련한 결과 어느새 시간이 1.5배 정도 늘어나 있었다.
"대단해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10분 채울 수 있겠네요.”
"그전에 안 죽으면 말이지."
포레스트가 올리버 너머에 있는 파이터 크루 멤버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 올리버에게 두들겨 맞느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목숨 걸고 싸울 때보다 훈련 때 더 악랄하게 공격하다니.
"그래도 실력은 빠르게 오르지 않습니까?”
포레스트는 그 점은 부정하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잖은 해결사를 봐온 포레스트의 눈에도 썩 만족스러울 정도로 파이터 크루 간부들의 실력은 상승했다.
특히, 조의 경우 올리버의 오리지널 흑마법인 블랙 슈트와 블랙 아머를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돼 웬만한 해결사와 맞붙여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조의 친구인 샘과 오언 역시 자신들의 주특기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했고,
“..…이 정도면 크라임 펌도 만족할 것 같네. 아직은 마탑의 마법사나, 돈으로 떡칠한 보안국에 비해 뒤지긴 해도, 란다 뒷세계에서는 꽤 먹힐 테니.”
"음..…. 그렇긴 한데, 훈련 기간 동안은 최대한 더 열심히 가르쳐보려고요. 기간이 끝나면 저도 제 일에 다시 집중할 생각이라서요.”
포레스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떨 때는 속이 없어 보일 정도로 도와주는가 싶으면서도 어떨 때는 놀라울 정도로 선을 그었다. 그렇기에 종잡기가 어렵고, 편한 동시에 어려웠다.
"그럼, 훈련 더 할 생각인가?”
"조금만 더 있다가 하려고요. 다들 좀 쉬셔야 할 것 같아서.”
"음.… 동감이네.”
토하는 파이터 크루 간부를 보며 포레스트가 대답했다.
"그럼, 이제 뭘 할 건가? 쉴 생각은 아닌 듯한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잠시 볼일 좀 보려고 합니다.”
"볼일?”
"예.”
올리버가 대답과 함께 붕대로 칭칭 감은 거대한 망치를 들었다.
착각이었는지 망치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금실거렸다.
"뭐 하나 여쭤볼 게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