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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07화 (207/633)

< 207. 마무리? (2) >

인육 요리사의 부하이자, 크라임 펌 경매장 강도인 베니움은 검은빛 거미줄에 붙잡혀 아주 어색한 자세로 굳어 있었다.

그의 목과 볼은 개구리처럼 녹색빛을 띤 채 부풀었으며, 척 봐도 위험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베니움의 흑마법이 발동하기 전 올리버의 공격이 먼저 통했다는 것 정도.

"이거 도대체 뭐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투복을 뒤집어쓴 베어가 굳은 베니움에게 다가가 물었다.

처음 보는 흑마법인 듯했다. 하긴, 올리버가 자체적으로 만든 오리지널 흑마법이었으니.

“클링 스파이더 웹(Cling Spider Web)입니다. 건드리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외부 충격에 아주 약해서요.”

손을 가져다 대려던 베어가 당황하며 손을 도로 집어넣었다.

“클링 스파이더 웹이요?”

리볼버를 집어넣으며 다가오는 조나단. 한 손에는 여차하면 휘두를 단검이 들려있었다.

"예, 집착을 기반으로 가공한 흑마법으로, 대상을 구속하는 흑마법입니다. 외부 충격에 약하고, 만드는 게 조금 복잡한 게 단점이지만, 구속 능력 하나만큼은 제가 가진 흑마법 중 가장 뛰어납니다.”

그 말을 증명하듯 베니움은 시멘트에 굳혀진 것처럼 미동도 하지 못했다.

뒤룩뒤룩 구르는 눈알만이 그가 깨어있다는 걸 이야기해 줄 뿐.

"오리지널 흑마법이라….. 역시 보통 실력이 아니시군요. 이대로 데려갈 수 있나요?”

"아뇨, 앞서 말했다시피 외부 충격에 약해 조금만 충격을 줘도 풀립니다. 움직이려고 해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습니까?”

조나단이 난감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베니움을 단순히 붙잡는 게 전부가 아니라, 그를 무력화시켜 데리고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상태 이대로 끌고 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럴 수 없다니.

물론 약으로 잠재워 데려가는 방법도 있지만, 문제는 놈이 흑마법을 쓰기 바로 직전 붙잡혔다는 거였다.

질병계열 중 가장 골치 아픈 약화계열. 거기에 자세를 볼 때 광범위 공격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자칫 잘못 손대면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미지수.

아무리 쓰레기들만 사는 빈민가라도, 이목을 끌어서 좋을 건 없었다.

"팀장아, 어떡할 거야? 잡긴 잡았는데, 좀 좆같이 됐는데 말이야. 이거 잘못 손대면 펑 터지겠는데?”

베테랑인 베어가 정확히 지적했다.

"글쎄, 일단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 같은데. 괜한 이슈를 만들 수는 없지.”

"지원 부를 만큼 여유가 있을까?”

베어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소란이 가라앉자, 도망치거나 숨어 있던 사람들이 몇몇 돌아와 이쪽을 주시했다.

위협적이지 않지만, 수많은 눈동자와 함께 여기서 죽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었다.

이래도 저래도 난감한 상황.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고민하는 와중 올리버가 제안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해봐도 될까요?”

"흑마법사 양반이?”

"네.… 반드시 안전한 건 아니지만, 한번 시도해볼 만한 방법은 있어서요.”

베어가 조나단을 보며 조언했다.

"맡겨보지. 일 잘하는 친구인데, 어련히 방법이 있어 말 꺼낸 거겠지. 저 눈깔들이랑 여기 계속 있는 거보다는 나을 거 같은데."

조나단도 동의하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올리버는 허리춤에 매단 가죽케이스에서 빅마우스를 꺼냈다.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는 살덩어리.

올리버가 빠른 일 처리를 위해 1만 란다 지폐를 한 장 주며 물건을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빅마우스는 한번 눈치를 보고는 지폐를 삼켜 곧바로 협조해줬다.

역시 성실했다.

"꾸에에엑-!”

빅마우스의 거대한 주둥아리에서 무엇인가를 토해냈다.

거대한 거미로, 그것만으로 끔찍할진대 올리버가 꺼낸 그것은 평범한 거미라고 하기에는 어째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

단순 거미를 넘어 그 외 다른 것이 뒤섞인 누더기 괴물에 더 가까웠다.

거미의 머리와 전갈의 집게 손, 꼬리, 그리고 무수한 사람의 손이 뒤섞인 누더기 괴물 말이다.

“히익..…."

"뭐, 뭐야 저거….."

숨어서 지켜보던 빈민가 사람 몇몇이 기괴한 괴물의 모습에 기겁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놀란 것은 빈민가 주민들만이 아니었다.

"이건 씨발 뭐야….?”

베어의 질문에 올리버가 답했다.

"송장인형-도우미2 파커입니다. 거미 오염생명체를 주재료로 사람의 손 열두 개를 이어붙여 만든 겁니다. 모두 기계공이나 의사 손이고요. 고맙게도 따로 팔더라고요.”

"......."

베어, 조나단 그 외 다른 핑크맨들이 말없이 올리버를 봤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다들 충격과 긴장,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뭔가 실수라도 한 걸까?

올리버는 품 안에서 차일드-퍼스트가 든 시험관을 꺼냈고, 차일드는 재빠르게 날아가 송장인형-도우미2 파커에게 들어갔다.

퍼스트가 들어간 파커는 다시 생명을 얻은 듯, 다리 대신 존재하는 여덟 개의 팔 전완부와 등 위에 달린 완전한 팔 네 개를 기지개를 켰다.

뚜두둑! 뚜두둑!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몸을 풀자 파커는 여러 개의 손을 이용해 앞으로 기어가 검은빛 거미줄에 구속된 베니움 주변을 돌며 거미줄을 뿜기 시작했다.

푸쉭-! 푸쉭-! 푸쉭-! 촤하하하하하학!!

이윽고 베니움의 몸에 올라탄 파커는 꼬리에서 거미줄을 뿜더니 사람 손과 비슷한 집게 손을 이용해 거미줄을 조작, 그대로 베니움의 몸을 기어 다니며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다.

촤하하하하하하…….

대형견 같은 크기로 움직이면서도 스파이더 웹에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 파커는 부드럽게 움직이며, 베니움의 몸을 거미줄로 칭칭 감았다.

단순히 두르는 것을 넘어 체계적으로 말이다.

포장을 얼추 끝마치자 파커는 베니움의 앞으로 가 목에 거미줄을 두른 다음 덮이지 않은 부분을 꼬리로 겨눴다.

푸쉭-!

전갈 꼬리가 눈 깜짝할 사이 움직여 베니움의 목에 미세하게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 사이로 새어 나오는 독연기.

파커에 들어간 차일드는 다리로 이용하던 사람 손을 섬세하게 움직여 독 연기를 시험관에 담은 후, 거미줄을 뽑아 그 틈새를 막았다.

베니움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파커는 다시 기어와 올리버에게 시험관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퍼스트.”

시험관을 건네받은 올리버는 파커에게 감사를 표하곤 시험관 안의 독 연기를 빤히 바라봤다.

잠시 후, 올리버는 시험관을 열어 독 연기를 재추출한 후 손에 가져왔다.

올리버의 손안에서 움직이는 감정들.

올리버는 손안의 감정에 집중하며 자체적으로 감정을 다시 독 연기로 바꾸고, 또다시 감정으로 되돌리며 빠른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그러기를 수차례.

올리버는 자신이 보유한 시험관에서 감정을 추출한 후 독 연기와 비슷한 다른 연기를 만들었다.

그와 함께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베니움의 구속을 푼 다음 그의 입에 연기를 흘렸다.

거미줄에 포박된 베니움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 연기를 삼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입안에서 생성 중이던 독 구름은 중화되며 사라졌다. 허무하리만치 아무 일 없이.

"커억..… 컥! ……너 어떻게?”

베니움은 지금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 듯 놀란 표정으로 올리버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게 약화계열 흑마법을 중화시키는 건 몹시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기본 입문에만 몇 년은 걸렸고, 다른 흑마법사의 흑마법을 중화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살해하신 시체를 바탕으로 무슨 흑마법을 썼는지, 예상해보고 거기에 맞춰 대응책을 준비해봤습니다. 기초 약화계열을 여러 개 조합 하신 거죠? 블리스터(Blister), 피버(Fever), 위큰 이뮤니티(Weakened Immunity) 같은?”

올리버는 과거 본 흑마법 서적을 바탕으로 숙지한 약화계열 흑마법을 읊었다.

다행히 올리버가 어느 정도 아는 것이었다.

하나하나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농도에 따라,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위험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기술.

"실로 대단하십니다. 발상이 말입니다. 기초 약화계열 흑마법을 섞어 새로운 형태의 흑마법을 만드셨으니. 비율이 문제였는데, 이것까지 알게 됐고요. 덕분에 한 수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올리버의 진심을 들은 베니움은 뭐라 소리치려는 찰나 올리버가 딥 슬립(Deep Sleep)을 머금은 쿼터스태프로 찔러 그를 잠재웠다.

베니움은 저항했지만, 올리버가 인육 요리사 계파의 특성까지 고려해 수십 명분의 농도를 투여하자 이내 의식을 잃었다.

곯아떨어져 엎어진 베니움.

그 모습을 본 파커가 다시 기어가 거미줄을 내뿜어 베니움을 마저 포장했다.

숨구멍만 남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말이다.

"아마, 하루 동안은 못 일어날 겁니다….. 아니면, 한 달이나요. 이 정도면 괜찮으실지요?”

올리버의 질문에 조나단이 꽁꽁 묶이는 베니움을 바라봤다.

"예, 괜찮습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멋대로 행동해서 조나단 씨의 일을 방해한 점 말이죠.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랬다.

크라임 펌 이사 고든 굿하트와 성공적으로 이야기를 마쳤지만, 이후, 올리버는 조나단에게 한 소리 들어야만 했다.

아, 물론 기분 나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올리버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어 고맙고 동시에 미안했다.

아무리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해도, 지금 맡은 일이 있건만, 멋대로 행동해 위험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통보도 없이 고용주의 고용주를 만나 협상하는 등 조나단에게 여러모로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

올리버가 거듭 사과했다.

"다음에 또 일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도와주신 분께 과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팀장. 포장 끝난 것 같아. 애들이랑 같이 이거 차량에 넣고 올게.”

"어, 부탁 좀 하지.”

베어가 거미줄에 칭칭 묶인 베니움을 한쪽 어깨에 짊어지며 떠났다.

"그리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일은 끝인가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쪽으로 온 인육 요리사 부하는 베니움이 마지막이거든요. 빼앗긴 경매품도 대부분 회수했으며, 소재(所在)가 파악된 상태이니 거의 끝난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아, 다행이군요….. 경매품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걱정되는 게 있어서요.”

“걱정? 말씀하시죠.”

"인육 요리사 쪽이 무엇을 원해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제가 알 길이 없지만, 지금 사람들 잡는다고 해도 또 습격해 올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경매품 회수가 저희가 맡은 임무이니. 신경 안 써도 될 테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어째서죠?”

"지금 크라임 펌에서도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거든요.”

"해결요?”

"예..…. 크라임 펌이 다른 검은손에게 중재를 요청했답니다. 거래처에요.”

"거래처라고요? 검은손?”

"예, 크라임 펌 일부 이사들은 검은손과도 거래하거든요. 인육 요리사와 계파는 다르지만요.”

"아......"

"자세한 건 저도 모르지만, 느낌상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간신히 파이터 크루와 크라임 펌을 화해시켰는데, 거기에 괜한 소란이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

"그럼, 전 이만 떠나도 되겠습니까?”

"예, 물론, 다시 한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주 수월했습니다.”

"제 할 일 한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시지요.”

"요즘은 제 할 일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어렵죠.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거 받아주시겠습니까?”

"이건 뭐죠?”

"제 사무실 통신번호입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거나, 의뢰할 것, 혹은 물어볼 게 있으면 편히 연락해주십시오. 아, 사용하려면 대형 통신장치가 필요할 텐데, 마련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비싼 물건이긴 해도 앞으로 필요하실 테니까요. 특히, 데이브 씨의 경우에는요.”

“음..... 예, 알겠습니다.”

***

며칠 후 포레스트를 통해 조나단에게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란다로 넘어온 인육 요리사 흑마법사는 조사한 대로 베니움이 마지막이었으며, 나머지 경매품 역시 모두 성공적으로 회수했다고 했다.

모두 크라임 펌이 관리 중이던 블랙마켓에서 돌고 있어 회수 자체는 쉬웠다고 했다.

“..…금전적 보상은 내일 지급될 거고, 따로 약속받은 서적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네.”

서적이란 다음 아닌 악마에 관한 서적.

"이해해주게. 크라임 펌에서 경매품 물건을 확인하고 있으니 시간이 걸리는 건 불가피하거든. 자네가 요청한 아이템도 아마 비슷한 시간 때에 받을 수 있을 거야.”

"아, 제가 말한 게 있나요?”

"다행히 있더군. 어디다 쓰려는 건지 물어봐도 되나? 갑자기 서류 작업을 배우려는 것과 관련 있나?”

올라버가 마탑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그때그때 준비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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