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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02화 (202/633)

< 202. 격돌 (1) >

풍성한 갈색 머리, 거칠지만 다듬어진 수염, 각진 턱과 오뚝한 코 등.

파이터 크루의 대장 요리사의 얼굴은 꽤 훌륭한 편이었다.

단순히 잘생긴 것을 넘어 든든한 남성적인 매력까지 내뿜었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지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투에 돌입하자 그 잘생긴 얼굴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입은 길쭉하게 커졌으며, 치아는 맹수의 것처럼 뾰족해지고, 혀는 시뻘걸게 물들며 뱀처럼 길어졌다. 아무리 봐도 사람의 것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파이터 크루의 대장이란 가면을 벗어던지고 검은손 인육 요리사의 부하로 돌아간 느낌.

그 탓인지 요리사의 분위기는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힘 역시 마찬가지였고.

"왜 그러지? 날 죽일 생각으로 온 거 아니었나-!! 응?!”

요리사가 식칼을 태풍처럼 어지럽게 휘두르며 올리버를 몰아붙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성적인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었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흥분했으며, 그로 인해 과잉된 감정은 정신과 육체에 영향을 줬다.

올리버는 칼날의 태풍을 쿼터스태프와 그림자 촉수, 블랙 슈트로 막으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혹시 식인을 통해 섭취한 감정이 일정량을 넘치면 컨트롤하기 힘든 걸까? 그럴지도…. 아무리 금단의 지식에, 식인을 했다 해도 대가 없이 힘을 무한정 축적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올리버가 요리사의 공격을 막으며 인육 요리사들의 특성에 대해 차근차근 파악해 나갔다.

"날 앞에 두고 딴생각을 하나?!!”

요리사가 양손으로 휘두르던 식칼 중 하나를 집어넣고, 작은 스테이크 나이프(Steak Knife)를 뽑아 한 호흡이 끝나기도 전에 열댓 번 휘둘렀다.

촤좌좌좌좍-!!!

작지만 강인한 스테이크 나이프는 허공에 날카로운 검선을 수놓으며, 올리버의 그림자 촉수를 베고 그 너머 블랙 슈트도 찢어 버렸다.

“호......"

다행히 직접적인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가히 경악스러운 위력이었다.

특별한 흑마법을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라니.

올리버는 한숨 돌리기 위해 블랙 슈트를 두른 쿼터스태프를 크게 휘둘러 거리를 확보한 다음, 그림자 말뚝을 만들어 주변에 광범위한 공격을 했다.

[쉐도우 스파이크(Shadow Spike)]

"흥!”

올리버보다 반 박자 빠른 요리사는 쿼터스태프는 물론 고슴도치처럼 촘촘하게 솟아오른 그림자 말뚝을 가볍게 피해 뒤로 물러났다.

타닥.

단 두 번의 도약으로 저만치 물러난 요리사.

몸놀림이 몹시도 가벼웠지만, 올리버는 놀라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뛰어난 신체 능력과 위협적인 칼놀림 등 놀랄 것은 이미 차고 넘쳤기에.

물론, 흑마법으로 신체를 강화한 것을 고려해야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요리사의 신체 능력과 전투 숙련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특히, 전투 숙련도가 말이다.

쌍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거리에 따라 칼을 눈 깜짝할 새 바꿔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블랙 슈트로 피지컬만 키우고 근접 전투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올리버로서는 대응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림자 촉수까지 동원해 싸우고 있음에도 계속해 주도권을 내주고 있었다.

흑마법을 다루는 능력은 올리버가 더 뛰어날지 몰랐지만, 근접 전투능력은 요리사가 몇 수 위였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올리버가 부족한 부분을 지금 배울 수 있었으니.

늘 생각하는 거지만, 자신은 참 운이 좋은 거 같았다.

챙!! 챙!!!

뒤로 물러선 요리사가 바로 달려오지 않고, 칼날을 부딪치며 뜸을 들였다.

그의 감정에는 경계심, 의심, 의아함 등으로 빛났다. 뭔가 석연치 않은 듯.

"이상하네.…. 이상해. 이쯤이면 사용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엇을 말씀이죠?”

척.

요리사가 식칼로 올리버를 가리켰다.

감정을 두른 것을 넘어, 머금은 검은 칼날에는 선명한 살의가 느껴졌다.

Y구역에서 봤던 송장인형 말이야. 어디 숨겼지?”

"아..…. 시체대포 말씀입니까?”

시체대포. 순수마력학파 에이드리와 마력사용자 시체 두 구를 합쳐 만든 새로운 타입의 송장인형.

메인 재료인 에이드리의 손상이 너무 심해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한 끝에 다른 기능을 다 배제하고, 심플하게 포격마법에만 초점을 맞춰 탄생한 물건이었다.

덕분에 화력 하나만큼은 송장인형 중 시체대포가 가장 우수했다.

“시체대포?”

"예, 이름을 일단 그렇게 지었습니다. 시체로 만들었고, 대포 역할을 하니까요.”

"정말 대충 지은 이름 같네. 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 말해봐 어디 숨겼지?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영 보이지가 않네?”

요리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 죄송하지만, 숨기지 않았습니다.”

"오..…. 심리전이야? 아니면, 혹시 송장인형 따위는 없어도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 ..…갈수록 가관이군.”

요리사의 감정이 다시 불쾌함으로 물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는 감정에 점점 몸을 맡겼다.

처음 점잖고 절도 있던 그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며, 맹수처럼 충동적으로 변했다.

경매장 습격자들도 그렇고, Y구역에서 만난 조작계열 흑마법사도 그렇고….. 어째 인육 요리사 쪽은 다들 충동과 기분에 쉽게 휘둘리는 거 같았다.

경매장 습격자들은 신속하게 작전을 수행해야 함에도 살육과 승리를 즐겼고, 조작계열 흑마법사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불필요하게 앞으로 나와 목숨을 잃고 말았다.

‘똑같이 보이는 공통점..…. 도대체 이유가 뭘까? 식인(食人)으로 인한 부작용? 아니면, 과하게 축적된 생명력과 감정 탓?’

올리버는 자연스럽게 추측하며 그와 동시에 잠정 결론 내렸다.

좀 더 자세히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본능적으로 그게 맞는 거 같았다.

‘그래도 요리사를 보면 평소에는 숨길 수 있는 거 같네. 숙련도 차이? 그럼에도 감정이 고조되는 전투에서는 부작용이 점점 두드러지고.…. 아닌 사람도 있으려나?’

추측을 한번 시작하자 새로운 추측과 결론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서로 물어댔다.

좀 아쉬웠다. 이 부분을 어디 적어놓고 나름 연구해보고 싶은데 말이다.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날 관찰하고 있군.”

올리버가 요리사를 살피듯 요리사도 올리버를 살피며 말했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불쾌함은 전보다 더 두드러졌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곧 뒤질 텐데….. 그보다 말해 봐. 그 시체대포라는 거 왜 안 가져왔지? 생각할수록 궁금해서. 우리 쪽이랑 두어 번 싸워봤으면 알 텐데? 보통 방식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거.”

그 말은 사실이었다. 경매장 습격자, Y구역의 조작계열 흑마법사. 모두 개성이 넘치는 상대였지만, 목숨이 여러 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금단의 지식을 통해 타인의 생명력을 얻은 덕분으로, 단순히 회복력이 좋다는 걸 넘어, 다수의 목숨을 보유했다.

머리와 목 등이 날아가도 살아남았으니.

그것은 굳이 설명하기도 번거로운 엄청난 이점이었다.

생과 사가 오가는 전투에서 목숨이 더 있다는 것만큼 유리한 게 어디 있겠는가?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면 말할 것도 없고. 각오하기에 따라서 자기 목숨을 몇 개 희생해 몇 단계 뛰어난 적도 상대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죽이거나, 아니면 엄청난 고화력으로 지져버려 단숨에 생명력을 소진 시키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요리사의 말처럼 시체대포는 딱 어울리는 무기.

올리버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입을 열었다.

"음….. 솔직히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네요. 앞서 말했다시피, 급하게 오느라 생각할 틈이 없거든요. 사용하기도 까다롭고요.”

"사용하기 까다로워?”

"예, 시체대포요. 큰 공격 후에는 마력이 바닥나 교체해 줘야 하고, 내구도 소모가 심해 연사도 힘들며, 기동성이 좋지 못해 미리 자리도 잡아야 하거든요.”

"......."

"자체적인 조준도 좋지 못해 도와줄 보조도 있어야 하며, 한 발 쏠 때마다 재료비도 제법 나가 바로 쓸 생각을 못 했습니다. 성공적이지만, 개선점이 많은 물건이라. 뭣보다..…."

"뭣보다?”

"전 여기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싸움을 말리려고 온 건데, 시체대포를 배치해 놓고 오면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쾅一!!

올리버와 대화하면 할수록 짜증이 쌓인 요리사는 이윽고 분노를 폭발시키며, 디디고 있던 지면을 발로 찼다.

지면은 폭발하듯 흙먼지와 파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요리사의 모습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

그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 올리버에게 덤벼들었다.

다행히 올리버는 가까스로 반응해 전방에 그림자 말뚝을 만들어 방어벽을 형성했다.

"흥!!"

요리사는 같잖다는 듯이 방향을 틀지 않고 정면으로 달려와 살의를 머금은 식칼을 휘둘러 그림자를 잘라낸 뒤 다시 돌격해왔다.

카가강一!!

올리버의 목을 향해 들어온 칼날.

궤적을 정확히 예측한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로 공격을 막았다.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 과잉되며 어딜 노리는지 알 수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막아낸 것이다.

그러나 요리사는 개의치 않고 분노의 감정을 몸에 부여해 힘을 높여 올리버를 찍어 누르려 했다.

끼기기긱..…!

‘블랙 슈트를 입고 힘 싸움에 져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아아, 그렇구나. 어쩌면 이분 가장 효율적으로 싸우고 있는 걸지도. 인육 요리사는 식인을 통해 생명력뿐 아니라 육체도 강화하는 존재. 그럼, 육체를 강화하는 질병계열이 가장 효과적이겠지.’

올리버가 인육 요리사 자료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너 정말 짜증 나는 녀석이구나. 이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너처럼 짜증 나는 녀석은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 감히, 내 걸 내놓고 꺼지라 하는 것도 모자라, 내 계획을 방해하고, 날 상대로 계속 여유를 부리다니 말이야!!”

"아......"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요리사가 아까전부터 자신에게 불쾌함을 느낀 이유를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소통 방식의 문제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결코, 요리사님을 무시하려는 게-”

“-오, 언제까지 그 같잖은 태도가 유지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요리사가 짜증을 한가득 머금은 채 말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그는 몸 내부에서 감정을 끌어모아 흑마법으로 가공, 자신의 몸에 투여해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아까 전에도 상대하기 힘들었던 상대가 더 강해진 것.

올리버는 이대로 붙어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림자를 조작해 요리사의 발목을 붙잡으려고 했다.

쾅앙一!!!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지면이 박살 나며 흙먼지와 파편을 날렸다.

그림자 촉수의 움직임에 맞춰 요리사가 바닥을 차 물리력으로 그림자를 파괴하였다.

빛이나 마법을 이용해 저지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방식은 처음. 대단했다.

"어디서 같잖은 수작을..…!”

인간과 짐승 그 사이의 형태로 변한 다리를 이용해 요리사가 몸을 돌리며 올리버를 향해 다리를 찔러 넣었다.

총알 세례도 막는 블랙 슈트였지만,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저 발차기에 그냥 맞아선 안 된다고 판단해 가느다란 그림자 촉수 수십 개를 엮어 방어막을 형성했다.

다행히 근접 전투능력은 떨어져도, 흑마법을 다루는 솜씨는 좋았기에 발차기가 몸에 닿기 전 방어막을 만들 수 있었다.

꿍一!

발차기는 올리버를 곧바로 치지 못하고 수십여 개로 겹겹이 엮은 그림자 촉수에 먼저 부딪혔다.

쿠션에 닿은 듯 위력이 격감하는 발차기.

그럼에도 상당한 충격을 자랑해 올리버를 저 뒤로 날리는 것도 모자라 넘어뜨렸다.

"아프네요.”

올리버가 쓰러지는 와중 그림자 촉수를 조종해 그 상태 그대로 요리사를 붙잡았다.

이미 다리가 엉겨 붙은 터라 포획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이미 그림자에 부여한 감정을 상당히 소진한 상태였기에 상상 이상의 육체 능력을 가진 요리사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

그는 흑마법으로 강화한 육체의 힘과 살의를 머금은 짧은 도축칼을 이용해 올리버의 그림자 촉수를 순식간에 뜯고 자른 후 그대로 뛰어올라 올리버를 짓밟으려고 했다.

다리에 흑마법 기운을 집중시켜서 말이다.

올리버의 머릿속에 토마토처럼 터진 자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어이쿠야.”

올리버는 자신의 육체를 움직이는 대신 블랙 슈트를 이용해 공격을 피했다.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가지만, 이게 더 빨랐다.

요리사의 다리와 지면이 만나자, 커다란 충격파와 함께 땅이 움푹 들어갔다.

쿠웅-!!

안전거리를 확보 후 화기계열로 반격하려는 올리버. 그 순간 올리버의 블랙 슈트가 대각선으로 찢어졌다.

아슬아슬하게 피부에는 닿지 않았지만, 블랙 슈트가 한 번에 찢어졌다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어떻게? 분명, 공격이 닿을 거리가 아니었는데.

올리버가 앞을 보자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칼날에 머금어진 살의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식칼 밖으로 튀어나와 검은빛 검날을 형성하였다.

"너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

요리사의 질문에 올리버가 자기 손을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러시는지?”

"그쪽부터 자를 생각이라. 괜찮아, 두 개 다 자르면 되니까."

요리사가 다시 한번 올리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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