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183화 (183/633)

< 183. 변화 (2) >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올리버가 숙소 지하실. 실험 겸 작업실을 정리하며 물었다.

평소 같으면 올리버가 직접 청소했겠지만, 갑작스레 멀린이 찾아와 송장인형-도우미1과 던칸, 저격수, 흑마법사에게 맡기고 올리버는 멀린을 대접했다.

"내가 못 올 데 왔나? 뭐가 됐건 임시 스승인데? 스승은 언제나 제자를 찾아와 귀찮게 할 권리가 있지. 근데 그거 뭔가?”

"커피입니다. 술을 넣은….. 내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드시겠습니까?”

"손님 대접을 할 줄 아는군….. 뭐지? 왜 맛있지?”

"다행입니다. 배운 대로 탄 건데 입맛에 맞으셔서.”

"커피 타는 법을 배웠나? 어디서?”

"천사의 집이요.”

과거 올리버가 코코에게서 화장법을 배울 때 겸사겸사 다른 직원들에게 커피 타는 법이나, 명품을 구분하는 법, 손님의 배경을 알아보는 법 따위를 배웠다.

관심이 적은 분야였지만,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특이한 이름이군. 꼭 유곽 같은데.”

"유곽이 뭐죠?”

“…유곽이 뭔지 모르나?”

"예,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는 모릅니다.”

“농담이지?”

"아뇨, 정말 모릅니다. 뭔지 가르쳐 줄 수 있나요?”

"유곽이 뭐냐면……. 근데, 저 송장인형들 자네가 지금 일일이 조종하는 건가?”

멀린이 갑자기 실험실을 정리 중인 송장인형들을 가리켰다.

"예? 아…... 아뇨. 제가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정확히는 차일드가 조종하고 있습니다”

"차일드?”

"예. 잠시만요….. 퍼스트 잠시만 도와주시겠어요?”

올리버의 부름에 여섯 개의 팔로 정리 중이던 도우미1이 다가왔다.

세 개의 시체를 합친 탓인지, 걸을 때마다 육중한 발소리가 울렸다.

멀린과 올리버의 앞까지 다가온 도우미1. 잠시 후, 가운데 머리에서 검은 연기에 둘러싸인 작은 고깃덩어리가 나왔다.

"이게 차일드입니다.”

“호오……."

관심 있게 바라보는 멀린.

차일드는 그런 멀린을 경계했지만, 올리버가 안심시키자 진정했다.

"흑마법. 창조계열이군.”

"흑마법에 대해 아십니까?”

"보통 마법사들보다는 좀 알지. 학문이란 깊이 못지않게 범위도 중요하거든. 그런 의미에서 자넨 대단하구만?”

"제가요?”

"그래, 창조계열은 위력과 상관없이 익히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말이야.”

오…. 멀린의 말은 사실이었다.

과거 올리버가 조셉의 서재에서 읽은 흑마법 관련 서적 중 각 계열에 대한 기초 설명과 입문 난이도를 평가한 책이 있었다.

보통의 흑마법 서적과 마찬가지로 검증된 내용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생각이 반영된 논문 형태라 정확성이 미심쩍었지만,

여하튼 그 책에 따르면 흑마법 중 가장 익히기 어려운 것은 창조계열이라고 했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감정, 생명력, 마력 등 여러 재료를 요구하는 데다, 시전자의 창의력 상상력 등 애매한 부분을 요구하기 때문이지. 그 외에도 흑마법 중 탄생한 게 가장 늦은 학문이라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고. 이래저래 난해한 계열이지.”

"예, 정확히 맞히셨습니다. 제가 읽은 책에서도 그런 식으로 쓰여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마법사이면서 어떻게 흑마법에 대해 그리 잘 아시는 겁니까?”

"말했잖나? 학자는 깊이만큼 범위도 중요하다고. 배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종군 마법사 때 흑마법사들 때려잡으면 그들의 연구물이나, 서적을 노획할 수 있거든. 불법이긴 하지만 말이야.”

"아….”

"어찌 됐건, 발상이 흥미로워. 송장인형을 조종하는 크리처라. 이러면 송장인형을 조종하는 노력을 아낄 수 있지. 물론, 크리처가 자넬 해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올리버가 흥미를 보였다.

"크리처가 주인을 해치우기도 하나요?”

"물론, 설마 몰-”

"-캬하하하하. 닥쳐! 대머리!”

"맞아! 닥쳐라! 늙은 인간!”

"대머리! 대머리! 대머리! 대머리! 대머리!”

가만히 청소 중이던 차일드들이 극도로 흥분하며 멀린에게 소리 질렀다.

멀린은 화내는 대신 놀란 반응을 보였다.

"말을 할 줄 아나?”

"예, 기초적인 단어에 한정되지만요.”

올리버가 차일드를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차일드는 올리버의 말에 곧장 따랐다.

"오, 대단하군. 대머리라고 말한 건 아주 많이 기분 나쁘지만, 흥미로워. 처음부터 말할 수 있었나?"

"잠시만요. 퍼스트. 도로 송장인형에 들어가세요.”

퍼스트는 올리버가 시키는 대로 송장인형-도우미1에게 들어갔다.

“캬흐..…. 우리. 못 배신. 카흐흐흐..…."

"물론, 알아요. 청소마저 부탁드려요. 오늘 고생했으니 나중에 식사 넉넉히 챙겨드릴게요.”

"캬흐흐흐흐....."

도우미1에 들어간 차일드가 터벅터벅 돌아가 다시 청소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계속해서 감정, 생명력, 마력 등을 먹이다 보니 덩치와 함께 지능이 높아졌습니다.”

"거, 흥미롭구만. 사람처럼 말을 구사할 수 있는 크리처라니..…."

방대한 마력의 장벽으로 둘러싸인 멀린의 속을 꿰뚫어 볼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진심인 거 같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차일드를 보러 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아! 맞다. 내 정신 좀 보게. 말해줘서 고맙네. 임시지만 스승 노릇 좀 하러 왔네.”

“예?”

"스승 노릇.”

***

휘이이이이잉!

멀린의 대저택 앞. 올리버는 눈이 섞인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걷고 있었다.

“이제 멈추게.”

뒤에서 따라 걷던 멀린이 말했다.

올리버는 시키는 대로 멈추곤 뒤돌아 물었다.

"어르신. 혹시 추운 곳을 좋아합니까?”

"전혀. 오히려 싫어하지. 그저 남들이 추위 떠는 걸 좋아할 뿐이야……. 그러니까 웃옷 벗게."

올리버는 시키는 대로 웃옷을 벗었다.

그나마 걸치고 있던 것까지 벗자 추위가 한층 심해지며, 추위를 넘어 고통이 밀려왔다.

광산 시절 이후 처음 느껴보는 감각.

추위라는 칼날이 피부를 뚫고 그 아래 근육과 장기, 뼈까지 쑤시는 느낌이었다.

"자, 받게.”

멀린이 마력이 담긴 시험관을 올리버에게 휙 던졌다.

공중에서 시험관을 탁 낚아챈 올리버.

올리버는 미리 설명 들었던 대로 시험관의 마력을 추출해 자기 몸에 둘렀다.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는 지시였지만, 춥기도 춥고, 스승의 명이기도 하니 일단 시키는 대로 따랐다.

슈하아아아.

시험관에 든 마력을 단숨에 뽑아낸 다음 멀린을 흉내 내 마력에 술식을 부여해 몸에 보온 마법을 둘러 추위를 차단했다.

우선 마력을 이용해 외벽과 내벽을 만들어 몸 주위를 2중으로 감싼 다음, 외벽과 내벽 사이의 온도를 마력으로 높였다.

그러자 추위가 점차 가시며, 따뜻하게 데운 옷을 입은 듯 상태가 한결 나아졌다.

"다됐나?”

“어….. 예.”

올리버가 몸을 살펴본 다음 대답했다.

"어떻게 한 거지?”

“예?”

"어떻게 한 거냐고. 되묻지 말고 대답해. 집중.”

멀린이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태도가 아닌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

자세도 평소와 달리 똑바로 바른 자세를 해 전혀 다른 사람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올리버는 사과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어르신 마법을 보고 흉내 낸 것입니다.”

“흉내?”

"그렇습니다. 몸에 두른 마력을 보고 똑같이 흉내 냈습니다. 마력을 두 겹으로 몸에 둘러 추위를 막고, 그 사이 공간을 마력으로 데워 체온을 유지했습니다.”

"해보니까 어떻나?”

“편리하고 좋습니다. 마력이 허락한다면 가벼운 차림으로도 이런 곳에 지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지. 마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여도 시간이 길어지면 마력이 만만치 않게 소모되는 데다가 계속 유지하려면 집중력이 소모돼 금방 지치거든. 뭣보다 웬만한 마법사는 이 정도로 섬세하게 마력을 컨트롤하는 것도 어려워해. 그냥 두꺼운 옷 걸치고 말지.”

"정말인가요?”

올리버가 놀라며 물었다. 뭐라고 할까. 약간 예상 밖이었다.

공장식 교육의 폐해랄까? 요즘 마법사 중에서 심심치 않은 일이지. 애당초 효율성을 위해 효과적인 교육만 하다 보니, 섬세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거든. 물론, 시스템 문제니, 학생들만 비난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문제야. 본래 목적은 전도되고 점수 따기나 하고 있으니. 덕분에 마법사 수는 늘어나고, 능력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 안정적이지만, 전문과목 이외에는 허술한 이들이 많지. 유연성도 떨어지고.”

"그건 조금 안타깝네요.”

올리버가 진심으로 말했다. 이왕 배울 거면 전부 배우는 게 더 즐거울 텐데 말이다.

약간 이해가 안 됐다. 올리버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걸까?

"그래서 배경이 있거나, 연줄이 있는 아이들은 학파의 마스터급 직속 제자로 들어가서 추가 교육을 받지. 그럼, 좀 더 세세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오, 어르신도 그런 제자가 있나요?”

"많지는 않지만, 있기는 있어.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몸에 두른 마법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거 같나?”

“음…마력이 바닥날 때 까집니다.”

올리버가 담담히 말했다. 허세나 오만이 아닌 정확한 자기 판단에 의해서.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마법이란 단순히 마력만 소지하는 것이 아닌, 술사의 집중력과 체력, 의지 등 여러 요소가 필요했다.

10킬로그램 아령을 잠깐 드는 것과 그 아령을 1시간 동안 들고 버티는 것의 차이라 할 수 있었다.

"내 마법을 보고 즉석에서 흉내 냈다 했는데, 어떻게 흉내 냈지?”

"몸에 두르신 마력의 흐름을 보고 그냥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마법을 어떻게 쓰는지 아나?”

"아뇨, 정확한 이론은 배우지 않아 모릅니다. 전 그냥 보고 똑같이 흉내 낼 뿐입니다. 그러다 좀 더 편한 방식이 있으면 바꾸고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올리버. 하지만 마법에 조예가 있는 이들이라면 결코 그렇게 취급할 수 없는 거였다.

멀린이 입을 열었다.

"마법. 몸 안에 마력을 적정량 끌어모아 마력에 해당 술식을 부여한 다음 머릿속의 이미지를 현실로 가져오는 것이지. 좀 더 자세히 파고들면 몇 가지 세부 단계가 더 있지만, 굳이 설명하진 않겠네. 그건 나중에 해도 되니.”

매우 능숙하면서도 요점만을 담은 가르침에 올리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멀린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경청했다.

마력에 술식을 부여해 이미지를 떠올려 현실의 불러오는 것이 마법.

흑마법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관해 말하자 멀린이 단호히 선을 그었다.

"아니, 달라.”

"그렇습니까?”

"그래, 굳이 비유하자면 마법은 수학이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술식을 부여해 원하는 힘을 발휘하는. 물론, 그 술식도 숙련된 마법사는 자기가 편한 대로 형태를 바꿔 사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규칙은 일치해. 법칙을 벗어나진 않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흑마법은 아닌가요?”

"흑마법은 수학보다는 그림에 가까워. 마법보다 역사가 짧고,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모르지만, 숙련된 흑마법사는 어느새 자신만의 고유한 흑마법을 만들지. 규칙을 벗어나는 것도 많고.”

올리버가 퍼펫이나, 경매장 습격자, 마리를 떠올렸다.

그들의 흑마법은 분명 흑마법이었지만, 그 궤는 일반적인 수준을 달리했다.

"음..…. 혹시, 악마 때문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하지만 자네와 같이 마력을 추출하는 흑마법사들 중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는 놈은 드물어. 즉, 마법과 흑마법의 작동 방식은 같지 않다는 증거인 셈이지.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 또 모르지만.”

"그럼, 전 왜 그런 거죠? 전 적당히 쓸 수 있는 거 같은데.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나요?”

"아니, 아마 소위 말하는 천재이기 때문이지.”

"천재요?”

"그래, 마력의 흐름을 보고, 본질적인 원리를 무의식적으로 파악해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통 천재라고 부르지…..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썩 기뻐 보이지 않는구만.”

멀린의 말은 사실이었다. 천재라는 특별한 단어에 올리버는 썩 기뻐 보이는 기색이 없었다. 그저 무덤덤할 뿐.

"신기하군. 나한테서 천재란 단어 듣기가 쉬운 게 아닌데, 반응이 영 심심해.”

"아, 죄송합니다. 그냥, 뭐라고 할까. 그다지 별생각이 안 들어서요.”

올리버는 순수하게 대답했다. 올리버는 지식을 쌓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에는 흥미가 있어도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목적으로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에 감사했지만, 그래도 도구는 도구에 불과했다.

대답을 들은 멀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게 좋은 태도일 수도 있지. 재능은 분명 축복이지만,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니.”

알 수 없는 말. 허나, 이에 관해 묻기도 전에 멀린은 바로 다음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비정기적으로 자네에게 교육을 시작할 거네.”

"비정기적으로요?”

"그래, 자넨 해결사 일도 하고 있으니. 그쪽 일도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아니면 좀 길게 쉬어도 되나?”

아..…. 그건 곤란했다.

몇 개월 전이라면 그래도 상관없었으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연구비와 생활비를 버는 명목 외에도 올리버는 부분적으로나마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해결사 일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재밌었고.

솔직히 말해 현재 해결사 일은 올리버 나름의 공부이자, 취미 활동이기도 했다.

"아뇨, 그건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처럼 가난한 노인이 자네 생계까지 책임져 줄 수 없으니..…."

오지(與地)에 대저택을 가진 노인이 하는 말치고는 설득력이 없었지만, 올리버는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건, 배려는 배려였으니.

"감사합니다.”

팍-!

올리버가 대답하는 동시에 몸에 두른 마력이 전부 소모되며 마법이 풀렸다.

올리버가 말한 대로 마력이 떨어질 때까지 무리 없이 유지했다.

그와 함께 다시 맹렬히 몰아치는 추위.

"마력 좀 더 주실 수 있나요?”

"아니, 이쯤에서 들어가지."

멀린의 제안대로 멀린과 올리버는 저택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에는 나무인형-골렘들과 송장인형이 서 있었다.

제각기 자신들의 주인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나무인형-골렘들은 묵묵히.

송장인형은 캬하하 소리를 내며.

마법으로 몸을 보호해 눈을 맞지 않은 멀린은 수건을 거절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했다.

“..…나와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을 줄 테니. 그쪽으로 비는 시간을 알려주게. 그럼, 나랑 시간을 맞출 수 있도록 조정해 줄 테니."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혹시, 어떤 교육을 가르쳐 주실 건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일단, 기본적인 이론 교육을 대부분으로 하고, 나머지는 실기로 채울 거야. 비율로 따지자면 8대2에서 9대1이겠군.”

"알겠습니다.”

올리버가 만족하며 대답했다. 실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이 부족한 지금으로서는 이론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기초 교육 과정이 끝나면, 그때는 마탑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지.”

"마탑요?”

"아, 학생은 아니고, 직원 비슷한 거로.”

마탑.

란다와 다른 도시가 차별받는 기관 중 하나.

마법사에 대한 법적 규제가 낮은 란다로 마법사들이 모여들며, 연구과 교류라는 목적으로 세워진 범학파적인 마법사 조직체.

란다에 엄연히 존재함에도 다들 다른 세상을 언급하듯 멀게만 이야기했는데, 그렇기에 올리버는 멀린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잘못 들은 건가 싶었지만, 멀린은 그게 아니라고 거듭 상기해줬다.

"잘만하면 거기서 책을 읽거나, 혹은 수업을 들을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일일이 가르치는 게 귀찮아 그러는 게 아니니, 오해 말도록."

"아뇨……. 오해하지 않습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정말 제가 마탑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흑마법사인데?”

"흑마법사인 거는 당연히 숨겨야지. 그리고 들어가는 법은 생각해 둔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무슨 방법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마스터급 교수가 보증하면 외부인이라도 마탑 내에서 일을 얻을 수 있어. 정식 서류에도 있는 권리거든. 그거 때문에 매해 심심치 않게 뒷돈과 로비가 오가지.”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엄청난 권리인 듯했다.

그런 권리를 올리버를 위해 쓰다니.

"감사합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응? 아, 오해네. 내거는 안 쓸 거야.”

"내 건 아까워서 말이지, 그래서 때마침 군 복무를 마치고, 마탑으로 복귀할 내 제자에게 자넬 떠넘길 생각이야.”

".....그분이 허락할까요?”

“허락할걸? 내 제자인데다, 내가 약점도 쥐고 있거든."

“..…제자를 협박하신다고요?”

"난 내가 협박할 수 있는 놈만 제자로 삼거든. 놀랐나?”

올리버가 곰곰이 생각했다.

"아뇨, 제 첫 번째 스승님도 절 죽이려고 했으니까…. 평범한 것 같습니다. 그럼, 저도 준비해야겠네요.”

"무슨 준비?”

"말씀하신 대로 이론을 마탑에 가려면 최소한의 기본 지식도 습득해야 하고, 또 일도 미리미리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 여기서 통신장치를 쓸 수 있나요?”

올리버가 포레스트 직통 통신장치를 꺼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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