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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76화 (176/633)

< 176. 침입자 (2) >

"크흐흐흐흐흐흑.....!! 너 이 개—”

—콰직!!

팔이 세로로 찢어진 침입자2가 엎드린 채 저주의 말을 내뱉으려는 찰나, 올리버가 블랙 슈트를 두른 구둣발로 그의 머리를 짓밟아 뭉갰다.

무슨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에게서 배운 대로 행한 것뿐이었다.

마무리를 잘해야 더러운 상황을 안 본다고. ‘좀 너무한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쿼터스태프가 없어 허전한 탓에 그냥 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응? 이분도 되살아나시네?”

뭉개진 머리가 재생하는 침입자2.

역시 무슨 흑마법인 것 같았다. 문제는 일반적인 흑마법과는 아주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거고.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올리버는 다시 기계적으로 짓밟기 시작했다.

퍼펫과의 싸움을 참고해 봤을 죽을 때까지 죽이면 언젠간 죽을 터였다.

"커어……."

한쪽 머리가 부서지고, 등은 압착기에 눌린 듯 찌부러진 침입자2는 입에서 부글부글 피거품을 뱉으며 절명했다.

그의 몸에서 사람 형태의 살덩어리가 무수히 일어나려 하다가 이내 힘을 잃고 다시 주저앉았다.

올리버는 고개를 돌려 침입자1을 바라봤다.

그는 올리버에게 증오와 분노를 느끼는 한편 그 이상의 공포를 느꼈다.

서로를 빤히 바라보는 올리버와 침입자1.

잠깐의 침묵 후, 탁!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침입자1은 빠른 민첩성을 이용해 입구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올리버는 그에 맞춰 그림자에 감정을 부여해 쉐도우 텐타클을 발동.

그림자 말뚝과 촉수, 칼날이 침입자1을 사로잡으려고 했다.

"흥!”

예상이라도 한 듯 침입자1은 다리를 틀어 올리버를 향해 돌진해 왔다.

그림자 촉수를 회수해 반격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거기에—

—팍!

침입자1이 양손의 프렌치 나이프에 감정을 둘러 올리버에게 던졌다.

노리는 부위는 눈.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한쪽 팔을 들어 방패처럼 막았다.

까깡-!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음과 함께 튕겨 나가는 두 개의 칼날.

올리버가 팔을 거둬 다시 침입자를 확인했다.

어느새 바로 네 걸음 앞에 도착해 있었다.

심지어 칼을 다 던졌음에도 손에 나이프를 쥐고 있었다.

놀랍게도 살과 뼈로 이뤄진 나이프였다.

자신의 몸 일부를 떼어 만든 생체무기.

기이한 재생능력과 여럿 있는 목숨도 그렇고, 보면 볼수록 그냥 평범한 흑마법사와는 궤를 달리했다.

오염구역 지하 깊숙이서 싸운 퍼펫이 계속해 떠올랐다.

'아냐, 전체적 느낌은 비슷하지만, 미세하게 달라.’

"뒈져라!!”

침입자1이 감정과 뼈, 살점으로 이뤄진 핏빛 칼날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허언이 아니었다.

정확한 위력은 알 수 없었으나, 블랙 슈트를 두른 올리버에게 치명상을 줄 물건이었다.

공격이 닿는다면 말이다.

[해잇 불릿]

대기하고 있던 왼손을 몸 안쪽으로 당겨 그대로 증오의 탄환을 쐈다.

퍼퍼벅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침입자1의 몸통에 구멍이 세 개 생겼다.

충격으로 인해 뒤로 밀려나는 침입자1.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확신이 있었다. 올리버를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아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었다.

특유의 재생능력으로 버티고 다시 돌진해 목을 베면 되니 말이다.

"이따위 것!”

[해잇 불릿]

올리버가 다시 증오의 탄환을 쐈다.

아까 전과 다른 것이라면 한 손이 아닌 두 손.

손가락 하나가 아닌, 두 개로 쐈다는 거였다.

한 번에 네 발의 증오의 탄환이 쏟아져 적을 난사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커억!”

올리버는 마치 실험하듯 무감각한 표정으로 기관총보다 더 많은 탄환을 침입자1에게 쏟아부었다.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저 재생능력과 올리버의 화력 중 무엇이 더 강할지.

기계적인 기관총 소리가 한참을 울려 퍼지고, 침입자1은 점점 밀리다 싶더니 이내 버틸 힘을 잃고 그대로 탄환의 세례에 날아가 벽에 처박혀 일방적으로 맞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일며, 형태가 일그러진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생명력이 점차 희미해질 때쯤 올리버가 손을 당겨 사격을 멈췄다.

경악과 공포가 뒤섞인 침묵이 경매장 안에 조용히 퍼졌다.

모두 말없이 놀란 눈으로 올리버를 바라볼 뿐.

올리버 역시 그 시선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고 흙먼지를 말없이 빤히 바라봤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았다.

그와 함께 비틀비틀 일어나는 침입자1. 실로 놀라운 생명력이었다.

"오.…. 대단하시군요.”

올리버가 솔직히 감탄했다.

일반적인 재생능력을 뛰어넘는 부활에 가까운 재생 능력과 비정상적인 양의 감정과 마력. 마치, 여러 사람의 것을 한데 섞은 것처럼 기괴하였다.

이에 관해 질문하려 했으나 침입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냐..…?”

살점이 섞인 피를 한 바가지 토해내며 침입자1이 물었다.

"데이브입니다.”

"데이브.…?”

"예, 당신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침입자1이 대답하려는 찰나 입에서 다시 피를 토해냈다.

이번에는 살점과 내장 조각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다시 힘을 내 회복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주저앉아 쓰러졌다.

부글부글 거품처럼 들끓는 살덩어리에서 사람의 형체가 올라오는가 싶더니, 이 역시 그대로 무너져 사라졌고, 그의 육체는 동료들처럼 허물어졌다.

“이런..... 죽었네.”

***

"음, 이거 혹시 어떻게 세탁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한바탕의 난리로 경매가 임시 중단된 수부렙토르 대형 박물관.

그곳 관장실에서 올리버가 막 합류한 코코에게 물었다.

코코는 반쯤 얼어붙은 표정으로 올리버의 한쪽 다리를 뚫어져라 봤다.

올리버의 한쪽 다리와 구두는 침입자2를 제압하는 도중 완전히 피로 물들었다.

"음..…. 피가 좀 깊게 물들긴 했지만, 피를 잘 빼는 세탁소를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진짜요?”

"당연히 아니죠. 세상의 어느 세탁소에서 이런 걸 빨아줘요? 도축장에서 한 달 내내 일한 것 같은데. 신고나 안 하면 다행이죠.”

"아..…. 그럼 버려야 하나요? 막 산 거라 아까운데.”

올리버가 탄식했다.

물론, 올리버의 돈으로 산 것이 아닌 제인이 준 활동비로 산 거긴 했지만, 뭐가 됐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옆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가 하나 더 사드릴게요. 구두랑 정장이요.”

"아뇨,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냥 정말 아까워서요.”

"그렇다고 그걸 그냥 입고 다닐 수 없잖아요? 거리로 나가면 1분도 안 돼 붉은 발의 연쇄살인범이라고 신고가 들어갈걸요? 사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니 말하지 말고 그냥 받아주세요.”

진심.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보다 몸은 다친 데 없어요?”

"예, 없습니다.”

"생각보다 그리 위험한 분들은 아니었나 보네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크게 다치지 않고 이기긴 했지만, 그건 운이 따라준 것도 있었다.

적들이 처음부터 방심하지 않고, 침입자1과 2가 올리버를 붙잡은 채 마력을 집중해 포격했으면, 아마 다쳤을지도 몰랐다.

그런 상황에 가기 전 재빨리 싸움의 흐름을 가져와 위험한 순서대로 해치웠을 뿐.

한마디로 운이 따라줘 올리버에게 유리하게 풀린 것에 불과했다.

만약, 살점과 뼈, 감정으로 가공한 나이프가 올리버의 몸에 닿았으면 어찌 됐을지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애당초 싸움이라는 게 그런 거였으니. 죽느냐, 사느냐.

‘음.… 그건 그렇고. 그쪽 흑마법에 대해 알아보고 싶네. 한 번에 안 죽는 흑마법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생각에 빠진 올리버. 그런 올리버를 향해 코코가 말했다.

"이제 다크호스를 넘어 란다에서 알아주는 일류 해결사가 된 것 같네요?”

"예?"

"돈 많은 순진한 아가씨 돈을 쓰는 게요.”

“?? 일류 해결사는 그런가요?”

"다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놈은 그러지. 이 도시에서 힘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매력이거든.”

갑자기 끼어든 제3의 목소리. 아주 젊고, 쾌활하며, 자신감이 뚝뚝 흘러넘쳤다.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의 주인이 보였다.

190센치미터가 넘는 큰 키에 깔끔하게 정리된 진녹색 장발과 수염, 얼굴에 새겨진 담쟁이넝쿨 문신, 작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슴뿔. 고든이 말하던 란다의 신(新) 계급 드루이드 셰이머스였다.

코코가 그녀답지 않게 긴장하며 두 걸음 물러났다.

“셰이머스 님.”

"뭘 그리 움츠러들어 코코. 누가 잡아먹기라도 한데?”

훤칠한 키와 뿜어져 나오는 녹색빛처럼 그는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태도를 하였다.

여성을 좋아하는 성품 같았지만, 이내 관심을 올리버 쪽으로 돌렸다. 그가 올리버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셰이머스라고 하지. 혹시 나에 대해 들어봤나?”

올리버는 손을 맞잡으며 인사했다.

"데이브라고 합니다. 조금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지?”

“3년 전 활동해 1년 만에 최고 해결사 중 하나가 되었고, 현재는 은퇴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자 애인을 거느린 채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겠지?"

남자는 자신에 대해 일부러 나쁘게 말한 다음 히죽 웃었다. 자랑이라는 듯.

실제로 그의 감정은 기쁨과 만족,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데이브. 한번 들어본 적 있어. 근래 탈옥수들 잡는 일에서 두드러진 활약 했다고? 그래서 동종업계 놈들이 욕하고 있지. 혼자 다 처먹는 상도덕 없는 놈이라고 말이야.”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죄송합니다.”

"하핫!”

드루이드 셰이머스가 웃었다.

"흑마법사 같지가 않군. 그런 놈들 무시해. 무능한 새끼들은 할 줄 아는 게 없어 입이라도 나불거리는 거니. 란다는 무한한 기회가 제공되는 자유도시. 능력 있는 놈이 얼마나 처먹던 하등 문제 될 게 없어. 아니, 오히려 그걸 장려해야지. 뛰어난 자는 저기, 무능한 자는 여기..…. 그래야 세상의 이치에 맞는 거니까.”

셰이머스가 배우처럼 손가락으로 위아래를 가리켰다.

장난기가 있었지만, 말 자체는 강렬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란다를 몹시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엔조이먼트라.......'

그가 질문했다.

"지금 T구역 포레스트 영감이랑 일하고 있다고?”

"예."

"퇴물이랑 일하는 걸 보니, 실력은 좋은데, 안목은 영 없나 보군. 제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별 볼 일 없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똑같은 별 볼 일 없는 사람밖에 안 돼. 길게 말하지 않지. 나랑 같이 일하지 않겠나?”

드루이드 셰이머스는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로 올리버에게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명함에는 [리프 론(leaf loan)]이라는 글자가 고풍스럽게 박혀 있었다. 부드러워 사람을 안심시키는 글씨체였다.

"음..…. 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내가 운영 중인 사업체. 해결사 일도 벌이가 나쁘진 않지만, 일하다 다치거나 죽을 수 있거든. 어디 정착하는 게 가장 좋지. 대우는 모자라지 않게 해 줄게.”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았다.

드루이드 셰이머스는 탐욕적인 시선으로 올리버에게 접근했다.

"전 대부업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대가리는 내가 쓰니까 상관없어. 내가 필요한 건, 병력….. 해결사 선배로 말하는데, 주가가 올랐을 때 어디든 괜찮은 데 안착하는 게 최고야.”

올리버가 어떻게 거절할까 고민했다.

높게 평가해주는 건 진심이었지만, 영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거절하면 자존심이 강한 셰이머스가 거칠게 나올 것 같았고.

으흠, 어찌하면 좋을까..….

"실례지만, 부적절한 행동이십니다.”

타이밍 좋게도 크라임 펌 이사인 고든 굿하트가 등장했다.

"그분은 해결사이기 전에, 이곳을 방문해주신 손님. 그리고 사업의 신용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준 은인입니다. 그런 식으로 스카우트하는 건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셰이머스 씨.”

고든은 특유의 예의와 딱딱한 태도로 말했다.

놀랍게도 셰이머스는 빈손을 살짝 보이며 물러났다.

"거 미안합니다. 뛰어난 인재라서 욕심이 나서.…. 크라임 펌의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그랬습니다. 요즘 시(市)에서 이상한 프로젝트다 뭐다 시끄러워서 이쪽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든과 셰이머스는 웃으며 서로 거짓말했다.

차가운 침묵이 잠시 일더니, 셰이머스가 히죽 웃으며 물러났다.

"볼 일이 있으신 듯하니, 전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셰이머스는 그리 말하고는 길쭉한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사라졌다.

셰이머스가 문을 닫고 사라진 후, 고든이 입을 열었다.

"우선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데이브 씨. 덕분에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예, 침입자들은 다행히 비밀 입구를 통해 들어와 대외적으로 어찌어찌 무마할 수 있었고, 경매장 손님들 역시 크게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없어,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 분 죽지 않았나요?”

"부동산 개발로 돈을 만지신 분이죠. 부자긴 하지만, 이 도시에는 그런 분들이 꽤 많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동료들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아..…. 아무래도 란다에는 빈민과 노동자가 많은 것처럼 상류층도 많은 듯했다.

제인이 했던 말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무마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데이브 씨의 도움 덕분입니다. 보답하고 싶습니다. 돈이든, 책이든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죠. 최대한 요구에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미리 준비한 듯 고든이 말했다.

그 순간 올리버의 머리가 정지했다.

어떤 책을 부탁할지 고민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돈도 탐나긴 하지만, 돈은 수단인데 반해 책은 목적에 가까웠으니. 이왕이면 책으로 받고 싶었다.

그리고 그 책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악마에 관한 책을 받고 싶었다.

상대적으로 더 손에 넣기 어려운 거였으니.

'악마의 책이 있을까? 아마, 있을 거야. 에디스 님도 경매를 통해 얻었다고 했으니. 그럼, 그냥 달라고 하면 되나? 하지만, 흑마법사인 내가 악마에 관한 책을 달라 해도 괜찮을까?’

머릿속에서 최대한 계산을 해 보았다.

"괜찮으시다면 조금 있다 말씀드려도 될까요?”

제인이 올리버의 손을 조용히 잡으며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워 잠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실 거라 생각돼서요.”

제인의 난입은 갑작스러웠지만, 고든은 올리버와 제인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가 너무 고마워 흥분했나 봅니다. 그럼, 혹시 원하는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들의 신용을 지켜준 보답을 반드시 하고 싶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준다니, 올리버는 이를 바로 수락했다.

"배려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는 제 몫이죠.”

“….괜찮으시다면,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질문요?”

"예, 혹시 침입자가 누군지 아시나요? 궁금해서요.”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시체가 붕괴해서.”

자연스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지만, 고든의 말은 거짓이었다.

몸에 마법 아이템을 착용해 올리버의 눈을 속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여길 습격한 거지요?”

"아무래도 경매장에 나올 물건을 노린 것 같습니다."

진심.

"경매장 물건요?”

"예, 경매장을 습격한 것은 시선을 끌기 위해서였고요. 실제로, 경매장을 습격하는 동시에 경매품이 모인 창고를 습격했더군요.”

경매품이 모인 창고라면, 각종 장물이 모인 창고.

"창고는 무사하나요?”

"예, 위험했지만, 운이 좋게도 도와주신 분이 있어서요.”

"도와주신 분이요?”

"예, 때마침 여기 오셨죠.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올리버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녀는 여성이었으며, 눈물을 흘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드러난 속살은 흡사 시체처럼 창백했으며, 무엇보다도 길게 자란 보랏빛 머리카락은 아주 기이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질적인.

올리버는 그런 머리카락을 한 사람을 딱 한 명 알고 있었다.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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