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171화 (171/633)

< 171. 인사 (2) >

부동산 임대관리 회사 에그쉘.

올리버는 이곳을 방문했다.

란다의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끼어 있는 회사로, 신문을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고객의 비밀 보장, 쉽고 빠른 서비스라는 강점을 내세웠는데, 이 모두 올리버를 만족하게 하는 요소였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어떻게 오셨는지요?”

란다 여러 구역에 설치된 지점 중 한 곳을 방문하자 직원으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통통하고 헤실헤실 웃는 상이었지만, 겉모습과 달리 꽤나 타산적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

특히, 웃느라 가늘어진 눈 틈 사이로 올리버의 복장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집 좀 알아보러 왔습니다."

“아하..…. 어떤 집을 원하시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

올리버는 미리 생각했던 대로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원하는 집의 위치는 K에서 O구역 사이이며, 가급적 치안이 좋은 곳을 원합니다. 그리고 다세대주택보다는 혼자서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을 원하고요. 최소 2, 3년 장기 임대를 원하며, 일반납부, 일괄납부 뭐든 상관없지만, 반드시 넓은 창고가 딸린 집을 원합니다. 돈은 필요한 만큼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담담한 태도에 직원의 눈과 감정은 빛났다.

"아하….. 이거 실례했습니다. 제가 귀한 손님 못 알아보고 잠시만 따라오시겠습니까?”

직원은 손을 비비며 올리버는 안내했다.

안내한 곳은 사무실.

직원은 깔끔하게 정리된 캐비닛에서 미리 준비하듯 서류철을 찾더니 몇몇 개를 꺼내 올리버 앞에 내밀었다.

"아, 서 계시지 마시고, 여기 편하게 앉으시죠.”

올리버는 직원의 말대로 앉았다.

직원은 서류철을 열어주며 올리버에게 읽어볼 것을 종용했다.

"여기 오신 건 현명한 선택입니다. 아시다시피 란다 부동산 시장이 치열하잖습니까? 그래서 사람 봐가면서 값을 부풀려 받으려는 사람도 있고, 사기 치려는 놈들도 있습죠. 그런 곳에 비해 저희는 확실합니다. 주식상장도 했고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들은 것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라고 자부하는 란다는 그만큼 높은 부동산 가격을 자랑했다. 켈 자유독립군 지도자의 현상금을 웃돌 정도로.

그래서 직원의 말대로 사기도 적잖게 있었다. 올리버가 이곳을 찾은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다. 주식상장을 해 안전하다고 하니.

"음..…. 이 다섯 곳이 마음에 드네요.”

올리버가 서류철을 뒤지며 다섯 곳을 골랐다.

전부 집세 일괄납부로, 올리버가 말한 조건을 충족했다. 값은 좀 비싼 듯했지만, 상관없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었다.

직원이 올리버의 태도를 보곤 더욱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이런.…. 제가 미처 귀한 손님께 다과도 내오지 않았군요.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준비해드리겠습니다만, 시원시원 하시니 어떻게, 지금 한번 보러 가보시겠습니까? 제 차로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올리버는 거절하지 않았다. 급한 건 아니었지만, 빨리 옮길 수 있으면 빨리 옮겨 터를 잡고 싶었다.

직원과 올리버가 일어나려는 찰나 바깥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점장님.”

문을 열고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여직원.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야? 손님이랑 대화 중인데?”

"죄송합니다. 그…. 고객님 애인이시라는 분이 찾아오셔서요.”

".....??"

올리버는 순간 멈칫했다. 애인이라니?

"아, 혹시 여기서 만나기로 하셨나요?”

직원의 질문에 올리버가 아니오 라고 대답하려는 찰나, 잠시 생각했다.

“….지금 어디 있죠?”

"저기 앞에…..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고.”

올리버는 자칭 자신의 애인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따라 대기실로 가자 그곳에 크로슈를 쓰고, 소박하지만 깔끔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올리버가 겉모습만 보는 사람이었다면 그녀가 누군지 알아차리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겠지만, 다행히 외모보다는 감정을 봤기에 단숨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코코 양이었다. 정보상이자, 시스터후드의 멤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코-"

"-쉬잇.”

평소와 다른 복장의 코코 양은 옷과 같은 옅은 분홍빛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올리며 소리 냈다.

조용히 하라는 뜻. 올리버는 일단 시키는 대로 따랐다.

“..…우리 잠시 나갈까요?”

***

에그쉘에서 꽤나 떨어진 카페.

코코는 올리버를 그곳으로 데려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일단 시키는 대로 따라와 봤다.

그 과정에서 못마땅해하는 에그쉘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고.

"전 홍차랑 스콘이요. 데이브는 뭐 드실래요?”

"저요?”

"예, 가게 들어왔으면 뭐라도 시켜야죠.”

맞는 말이었다.

"그럼, 저도 홍차요. 그리고..…. 파이 있나요?”

"예, 물론입니다. 타르트 파이를 추천합니다.”

"그럼, 그걸로 부탁드립니다.”

종업원은 서비스 종사자 특유의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제가 사는 건가요?”

올리버가 놀라며 물었다.

"당연히 남자가 사야죠. 그게 규칙인데요."

“..…진짜로요?”

"진짜요. 데이트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데이트가 뭐죠?”

"농담이죠?”

"......."

"진짜 몰라요? 맙소사, 신이시여. 여자랑 단둘이 이리저리 다니며 노는 거 안 해봤어요? …혹시라도 일로 다닌 거라면 말하지 말아요 그 순간 올리버의 머리에 한 명이 스쳐 지나갔다.

"한 번 해봤습니다.”

"하, 다행이네요. 정말 한 번도 못 해본 줄 알고 놀랐잖아요.”

"그럼 안 되나요?”

"예, 그런 건 있어선 안 돼요. 너무 슬프잖아요. 그건 그렇고, 예뻤나요?”

갑자기 몰아치는 질문. 올리버는 당황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어머, 아름답다니. 누구죠?”

"음..…. 동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머, 재미없어라.”

"그거 질문하러 오신 겁니까?”

"당연히 그건 아니죠.”

코코는 갑자기 말을 멈추며 생각했다.

"음..…, 우선, 확실히 하죠.”

"여기 찻값은 데이브 씨가 내셔야 하는 거예요. 제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코코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래서 올리버는 고개를 그냥 끄덕였다.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니.

"대신, 좋은 정보를 하나 줄게요. 전 정보 상인이니까요.”

"뭐죠?”

"아까 거기서 집 임대하지 마세요. 에그쉘이요.”

진심.

"어째서죠?”

"부실기업이거든요."

"그렇습니까?”

"예, 보통 세입자에게 목돈을 받아 집주인에게 월세로 주고, 그 중간 과정에서 수익을 내는 회사인데, 이번 교도소 습격의 영향으로 그 아슬아슬하던 자금 흐름이 꼬이고 말았거든요.”

"심각한가요?”

“몸의 혈관이 전부 꼬였다고 생각해봐요.”

"아..…. 그런데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건-"

“-여기 주문하신 차와 디저트 나왔습니다.”

가게 종업원이 주문한 차와 디저트를 가져와 각각 앞에 놓았다.

코코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건 그게 우리 재주라서 그래요."

"시스터 후드요?”

"예. 자세한 사항은 영업 기밀이라 못 가르쳐드리지만요. 이해해주실 수 있죠?”

"그 영업 비밀로 제 위치도 알아내셨나요?”

"뭐,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비슷해요. 저희가 힘은 없어도 재주는 많거든요.”

"그럼,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혹시 의뢰 때문이라면 포레스트 님을 찾아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코코가 스콘을 한입 먹으며 말했다.

"첫 번째, 의뢰해보려고 했지만, 휴식 기간이라고 일을 안 받으신다 하더라고요.”

"예, 맞습니다.”

"지금 장난해요? 그쪽으로 가라 해놓고선.”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어서."

"하…. 두 번째는 조건에서 경쟁하기 약간 힘들어서예요. 제 의뢰인 사정이 아직 그 정도로 여유롭지 않거든요. 명성이 높아진 데이브 씨 몸값을 감당하기가요.”

"의뢰인요?”

"프로페셔널하게 한번 불러 본 거예요. 의뢰인이라기보다는 친분 있는 지인의 말을 대신 전해주는 거에 가깝죠.”

"어찌 됐건, 시스터후드의 의뢰는 아니군요.”

"네, 그래요. 그거였다면 일부러 이렇게 수수한 차림으로 오지 않았겠죠."

"죄송하지만, 코코 양. 전-”

"-일단 어떤 일인지 듣기라도 해주면 안 될까요? 제가 그냥 메신저에 불과하긴 해도, 무작정 떼쓰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

"너무 그러지 말고… 응? 말이나 한번 들어줘요. 그 정도면 데이브 씨도 아쉬울 건 없고, 저는 감사하고. 원한다면 에그쉘 말고 괜찮은 부동산도 소개해줄게요.”

올리버는 잠시 생각했다. 코코에게서 딱히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걱정과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약간 흥미가 돋았다.

“….알겠습니다. 말씀해보시죠.”

"수락하는 건가요?”

"아뇨. 일단 의뢰내용이 뭔지만 들어보겠습니다. 에그쉘과 계약해 돈 날릴 뻔한 걸 막아주셨으니까요."

"아시니 다행이네요. 만약에 거절했으면 그걸 들먹여 거스름돈을 내놓으라고 했을 거예요.”

코코는 어느새 키득키득 웃으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의뢰내용을 듣기에 앞서 의뢰인은 누구죠?”

"제인이요.”

***

"허허.”

포레스트 레스토랑 구석, 중개인으로서의 포레스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올리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 말게. 그냥 어이가 없어서 웃는 거니. 가끔씩 여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잊어버린다네. 설마 이런 식으로 의뢰를 넣을 줄이야…. 하지만 그렇게 넣는 의뢰를 이렇게 받아오는 자네는 더 어이없구만. 영 목석같아서는 그런 쪽에 흥미 없는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나?”

“?? 죄송하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이 의뢰 왜 받아왔나?”

포레스트가 제인의 의뢰서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의뢰내용은 아버지인 에디스 때와 마찬가지로 경호였다

경매장 참가 기간인 나흘 동안의 경호.

보수는 선수금 4천만 란다, 성공보수 4천만 란다였다.

현재 올리버의 커리어로는 심심한 감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다.

"추가 보수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임무 중 흑마법 서적을 구매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

"예."

그랬다. 굳이 쉬는 중 억지로 움직일만한 액수가 아니었음에도 올리버가 이번 일에 관심을 가진 건 다름 아닌 흑마법 서적을 구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인이 이번에 참가할 경매는 크라임 펌에서도 관여하는 제법 큰 규모의 경매로, 합법적인 경매품 외에도 음지의 장물이 쏟아진다고 했다.

일종의 연말 떨이 대방출.

창고에 가득 쌓인 장물을 처리하는 용도.

물론, 경매장 측도 이것이 전체적 수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묵시적으로 수락했다고 하였다.

참으로 이 도시다운 움직임.

"티켓을 가진 자만 참가할 수 있다던데, 아가씨를 경호하며 구매할까 생각 중입니다.”

"경호라면 계속 붙어있는 건데, 구매할 틈이 있겠나?”

"아가씨께서 대신 구매해준다고 하니 문제없을 듯합니다.”

"그 아가씨들이 자넬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군.….”

"혹시, 문제 있나요?”

"없다고는 할 수 없지. 몸 사린다고 몰려드는 주문을 방금까지 쳐냈는데, 대뜸 이런 식으로 일을 수락하면 다른 의뢰인들은 기분 나쁠 게 뻔하거든. 이 바닥이 특수하긴 해도 일종의 서비스 업종인데, 클레임이 들어오지.”

"아..…. 그건 생각지 못했네요.”

"그럴 것 같았네. 그래도 수락하고 싶지?”

포레스트는 다른 의뢰에 비해 가치가 낮고, 일 자체도 돈이 안 되니 거절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올리버를 알기에 되물어봤다.

올리버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예.”

“하….. 그럼, 어쩔 수 없지. 정식으로 접수됐으니. 내가 이 아가씨와 대화 좀 해보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의외군.”

"예?”

"제인 아가씨 말일세. 아버지에게 상당한 재산도 증여받았으니, 남은 여생은 조용히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굳이 여길 가려고 하다니.”

"그냥 경매장 아닙니까?”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란다 내 인맥을 쌓는 사교장이기도 해.”

"인맥요?”

"그래, 부나 안목을 과시해서 말이지. 물론, 좋은 남편감을 찾으러 가는 걸 수도 있지만, 그럴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군.

그러고 보니 올리버는 며칠 전 제인이 한 호텔의 사교모임에 참석한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저기에 참석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글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뜯어먹으며 조용히 살기는 싫은 것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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