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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64화 (164/633)

< 164. 종군 마법사 (3) >

슈화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악———!

올리버는 돌기둥에 파묻힌 채 그대로 마력을 추출했다.

놀라울 정도로 순수한 마력,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은 그 마력의 방대한 양.

올리버가 여태까지 다뤄본 마력 중 질도 양도 모두 최상위였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올리버는 추출한 감정을 아낌없이 사용해 종군 마법사 케빈이 통제 중이던 화염의 일부를 가져왔다.

“..…이렇게 하는 건가?”

올리버의 손짓에 맞춰 움직이는 화염. 사용자의 마력이라 그런지 빼앗아 오는 게 한결 수월했다.

아직 양이 부족해 전체의 1/10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케빈은 놀란 눈치였다.

"......!!"

올리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손으로 마력을 추출하는 동시에 나머지 손으로 화염을 조종했다.

올리버의 의지에 따라, 붉은 파도가 케빈의 불타는 해일에 대적했다.

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앙-!!

후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웅웅웅웅-!!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두 화염의 불가해한 움직임에, 마력과 공기는 빠르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 가지 좋은 것은 배웠다.

화염 마법을 막는 데 화염 마법만 한 게 없다는 것을.

올리버는 마력의 추출 양을 더욱 높였다.

어차피 소모하고 있는 것은 케빈의 마력. 그렇다면 이대로 소모전에 돌입해 힘을 빼는 것도 방법.

어차피 올리버의 목표는 쓰러트리는 게 아닌 적당히 발목을 잡다 도망치는 거였으니.

‘거기다 포레스트 씨가 종군 마법사와 전투는 가급적 피하라고 했고.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 피곤해질 수 있다고.’

“음......."

올리버의 침음성과 함께 추출한 마력을 화염에 추가했다.

마력을 양분 삼아 화염은 더욱 요동쳤고, 상대편 화염을 서서히 침식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확실하게.

아무래도 마력을 다루는 솜씨는 종군 마법사보다 올리버가 약간 더 높은 듯 같았다.

어쩌면 추출을 통해 케빈의 체력이 점점 떨어진 걸지도 모르고.

다만, 그럼에도 마음에 뭔가 한 가지 거슬렸다.

모든 상황이 올리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음에도 케빈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 타이밍에 맞춰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허공에 생긴 네모난 마력 덩어리. 통신 마법 ‘스피커’였다.

마법을 통해 케빈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한 거였다.

[대단하네. 설마 이런 식으로 반격할 줄이야..…. 다시 묻지. 이름 정말 알려줄 생각 없나?]

"죄송합니다. 혹시, 다음에 만나면 말씀드려도 될까요?”

[다음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

알 수 없는 물음에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변을 에워싼 돌기둥에서 마력이 증폭되더니, 올리버 쪽으로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뿐 아니라, 올리버가 추출하던 마력 역시 원래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왔다.

".....!!"

[너처럼 마력을 훔쳐 사용하는 흑마법사는 여럿 봤다. 그중에 까다로운 적도 있었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제압하는 방법이 어렵지 않더군.]

그와 함께 마력이 더욱 올리버의 몸을 비집고 들어왔다.

손을 통해서가 아닌 팔, 다리, 가슴, 등 온몸을 통로 삼아 사정없이 밀고 들어왔다.

흡사, 풍선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과 같았다.

케빈은.… 아무래도 올리버의 몸에 마력을 과다 투여해 해치울 생각인 듯했다.

비효율적이고, 단순무식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가장 효과적인 방법.

몰아치는 마력에 반쯤 구속된 올리버는 꾸역꾸역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바와 달리 마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어. 그저 양과 조종할 수 있는 능력만 차이가 있을 뿐. 그 말은 흑마법사조차 마력을 보관할 마력 탱크를 가지고 있다는 거지. 그럼, 여기서 질문. 그 마력 탱크가 한계치를 넘으면 어떻게 될 거 같나?]

마치 보여주겠다는 듯이 케빈은 올리버의 몸에 주입하던 마력 양을 높였다.

더.

더.

더.

더.

더.

더.

......응?

돌기둥의 마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에도 올리버의 몸은 멀쩡했고, 딱히 불편한 곳도 없었다.

뭔가 이상했는데, 케빈도 이를 눈치챘는지, 마력 공급을 중단하려 했다.

올리버가 동의하지 않았지만.

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올리버는 손을 벗어나 몸을 매개로 마력을 추출했다.

단순 추출이 아닌 추출한 마력을 몸 안에 담았는데, 케빈의 말과 달리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분명 엄청난 양의 마력임에도 올리버는 일말의 과부하도 만족도 느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따로 연구해봐야 할지도.

하지만 모든 것은 뒤의 이야기.

올리버는 당장 눈앞의 일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으며 몸에 담은 마력을 한꺼번에 분출시켰다.

콰! 콰과과광一!!

올리버는 마력을 한꺼번에 화염에 넣자 화염은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 마법을 쓰던 마탑 학생의 마력 운용방식을 화염마법을 뒤섞은 것으로, 즉석에서 고안한 방법치고 제법 성공적이었다.

위력은 상당해 주변을 에워싼 돌기둥이 부서지며, 주변 지형을 한번 뒤집어버렸다.

물통이 박살 난 듯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퍼지는 화염, 깊게 파인 땅, 뿌리째 쓰러진 나무, 박살 난 돌기둥, 그 밖으로 번지는 불......

올리버는 비틀비틀 일어나 저 멀리서 이쪽을 주시한 감정들을 훑어봤다.

대부분 왕국 병사들로, 갑작스러운 폭발에 놀란 눈치였다.

'윌레스 씨와 아서 씨는 아직 안 붙잡힌 거 같네…..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쩐다? 이목을 끌었으니. 슬슬 도망칠까?’

사실 이제 도망쳐도 됐다.

아까 전처럼 화염이 견제하는 것도 아니고, 돌기둥으로 공간을 차단하는 방해 요소도 사라졌으니.

지금이 도망칠 적기.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싸우고 싶었다.

싸움이 즐겁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눈앞의 종군 마법사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것뿐이었다.

싸움으로든, 대화로든. 배울 게 많은 사람이었다.

흑회색 연기 가운데 바람이 부는 와중 종군 마법사 케빈이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상당한 마력을 소진했음에도 포션의 힘을 빌리지 않고, 마력을 끌어모아 주변의 화염을 가져와 통제하기 시작했다.

의지와 마력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이 더해져 가공된 화염은 다시 힘을 얻으며 거대한 뱀……. 아니, 용의 모습이 되었다.

"너, 혹시 손가락이냐?”

손가락.

흑마법사로만 이뤄진 조직 검은손의 간부를 일컫는 단어.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관심이 있긴 하지만, 조직에 소속되는 건 영 내키지 않아서요.”

"거, 특이하군. 그 정도 실력이 아니면 말이 안 되는데.…. 하지만 거짓말 같지는 않네!”

케빈의 외침과 함께 용처럼 변한 화염은 몸을 비틀며 올리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태양처럼 빛나는 화룡(火龍)은 이미 잿더미로 변한 주변을 다시 불태워 소멸시키며 올리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화염은 온몸에서 이질적인 생명력을 뿜었다.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의 공격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올리버는 황급히 통제 중인 화염을 끌어와 케빈의 공격 방향을 틀려고 했다.

거대한 화염이 위로 불타며 장벽을 형성. 하지만 이거 웬걸.

케빈의 화룡은 화염의 흐름에 따르지 않는 것도 모자라 올리버가 통제 중이던 화염을 집어삼켰다.

단순히 마력의 통제권을 가져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저 화룡(火龍) 진짜 말 그대로 화염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샐러맨더. 화염의 정령 중 하나. 불을 먹어치우며 자신의 양분으로 삼지.”

정령이라..…. 올리버는 또 다른 정보를 머리 한쪽에 적어놨다.

만난 지 1분도 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존재.

이질적인 생명력과 존재감이 바로 이 정령의 것이었다.

역시, 즐거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또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았는가?

"원래 쓰려고 한 상대는 네가 아니다만…. 이번에도 죽지 말아봐라.”

올리버는 화룡의 힘을 키울 뿐인 화염을 거둬낸 뒤, 뒤로 물러서며 즉석에서 흑마법을 준비했다.

정확히는 마법에 흑마법을 더한 거지만.

어떤 것인지는 올리버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케빈의 화룡을 보고 즉석에서 응용하여 흉내 내려는 것뿐이었다.

올리버는 남은 불꽃에 마력을 투여해 통제력을 강화한 다음 블랙 슈트를 해체, 감정으로 전환시켰다.

방어를 포기한 위험한 행위.

그럼에도 올리버를 장악한 호기심과 실험 욕구에 떠밀려 화염에 감정을 섞어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즉석에서 하는 거라 생각만큼 빨리 안 됐지만.

‘조금만 더하면 될..…아.’

올리버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화룡(火龍)의 아가리를 보며 생각했다.

너무 무리한 바람에 반 박자 늦고 말았다.

이대로 씹혀 죽거나, 불타 죽을 찰나 화룡(火龍)이 올리버를 보며 멈칫했다.

공포의 감정을 뿜으며.

크르르르르.......

과거 봤던 광산 경비견과 키메라 때와 비슷했다.

놀란 것은 올리버뿐만이 아니라 술사인 케빈 역시 마찬가지.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지만, 올리버는 일단 행운에 감사를 표하며 반 박자 늦고만 흑마법을 완성시켰다.

[헝거(Hunger)]

영창과 함께 결핍, 탐욕이란 감정과 마력이 뒤섞인 화염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듬성듬성 벗겨진 커다란 머리와 귀까지 찢어진 입에 비해 나뭇가지같이 길고 가느다란 목, 앙상한 팔다리와 대비되는 불룩한 배.

화염은 흉측하고 기괴한 모습의 남자로 변했다.

그것은 화룡과 같이 자아를 가졌는지 올리버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화룡에게 달려들어 앙상한 팔로 부여잡고는 어금니가 난 커다란 입으로 머리를 물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캬캬캬캬햐햐햐햐햐햐햐햐一!!”

"끼히히히히히히히히!"

고통 때문에 발버둥 치는 화룡과 어떻게든 허기를 채우려는 헝거.

그 두 존재는 짐승처럼 엉겨 붙어 추하게 싸워댔다.

가만 보니 헝거는 화염을 집어삼키는 거라기보다 그 화염에 깃든 샐러맨더란 존재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 없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이.

솔직히 호기심이 가 좀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올리버는 이제 진짜 도망쳐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슬슬 해가 뜨려고 했고, 이 근방으로 다가오는 왕국군 병사들도 느껴졌다.

체력과 마법을 소진했다곤 하나 종군 마법사 케빈 역시 아직 싸울 기력이 있어 보였고.

슬슬 피곤했다.

올리버는 품 안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돌-투창을 들고 다가오는 케빈을 향해 던졌다.

정확히는 그가 달려오는 경로를 향해.

“이건….?”

종이를 보고 놀라는 케빈.

올리버는 개의치 않고 몸에 저장된 마력을 이용해 종이의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종이 위로 생긴 보라색 포털 두 개.

그중 하나에서는 세 구의 좀비가 튀어나왔다.

"캬하하하하!”

"캿!!"

"캬흐흐흣!!”

자폭 좀비 1,2, 3으로 놈들은 올리버가 설정해놓은 대로 눈앞의 존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 붙잡고 늘어졌다.

그사이 올리버는 두 번째 포털을 향해 뛰어갔다.

이 두 번째 포털은 도망치기 위한 비상 탈출 용도.

올리버가 그 포털로 몸을 던지며 말했다.

"만나서 진심으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뵈면 좋겠네요.”

포털로 들어감과 동시에 올리버는 인사와 함께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올리버의 의지에 따라 케빈에게 들러붙은 세 구의 시체와 화룡과 싸우던 헝거는 몸이 울룩불룩 부풀며 폭발을 일으켰고 올리버는 포털을 통해 그곳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콰당탕탕!

다급히 도망치느라 그대로 바닥을 구른 올리버.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묵고 있는 숙소의 천장이었다.

쾅! 쾅!

누군가 다급히 올라와 문을 두들겼다.

"손님. 혹시 무슨 일 있습니까? 큰 소리가 들리던데요?”

올리버가 천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뇨….. 별일 없습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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