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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55화 (155/633)

< 155. 폐소각장 (2) >

[블랙 다트]

영창과 함께 하늘 위에서 수십 개의 검은 칼날이 모기떼처럼 쏟아졌다.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적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칼날.

쏘아지는 마법에 당황하는 적들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자가 있었다.

일반인과 비교가 되지 않는 마력을 끌어모으는 그는 당황하지 않고 손끝에 마력을 끌어모아 허공에 불꽃을 점화했다.

“당황하지 말고 계속 기계 작동시켜!!”

그 말과 함께 그는 화염에 마력을 부여해 거대한 여섯 개의 불기둥이 일으켰다.

불기둥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여, 날아드는 블랙 다트를 집어삼켰다.

블랙 다트 안에 있던 라스 붐도.

펑-!! 펑! 펑!! 퍼펑一!!

‘호?’

강력한 폭발이 내부에서 터지자 뱀 같은 화염이 그 힘을 잃으며 허공에서 서서히 사그라졌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화염은 폭발에 약한 것 같았다.

조금 흥미로웠다.

그러는 사이 적들 일부가 치지직 강렬한 전기를 내뿜는 거대한 전선을 이어 붙여 오래된 쇳덩어리에 생명을 부여했다.

녹슨 기계가 끼기긱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터빈이 회전함과 동시에 뜨거운 열기가 돌기 시작했다.

[해잇 불릿]

“응?!”

“무슨......!”

어느새 바닥으로 내려온 올리버가 증오의 탄환을 날려 기계를 강제로 멈췄다.

기계가 가동될 때 모두의 정신이 분산된 그 순간 이레이저 엑시트를 발동해 기척을 죽여 내려온 거였는데, 아무래도 통한 것 같다.

증오의 탄환을 쏘기 전까지 아무도 눈치 못 챘으니.

쓸만했다. 이 방법 나중에 또 써먹을지도.

‘의식의 분산. 이레이저 엑시트….. 단순하지만 효과적.’

이를 증명하듯 당황한 적들이 뒤늦게 올리버에게 총구를 겨눴지만, 이미 구멍이 난 기계는 영구 정지.

올리버는 다시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크리피 스크림(Creepy Scream)]

올리버의 손안에 머금어진 감정이 검은 연기로 재빠르게 변해 허공에 고통으로 신음하는 표정을 새겼다.

一그리고 동시에 비명이 터졌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막과 정신을 긁는 소름 끼치는 비명소리가 소각장 한가운데에 울리며, 내성이 없는 자들은 모두 귀를 틀어막았다.

딱 한 명, 화염 마법사만 빼고.

대머리에 붉은 수염을 가진 그는 술집의 술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를 하고 있음에도 전투에 익숙한지 귀를 막는 대신 포션을 꺼내 들이켰다.

꿀꺽.

꿀꺽.

꿀꺽.

약물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마다 마법사의 심장이 요동치며 마력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저 마력으로 공격하나 싶었지만, 그는 갑자기 허리춤에서 폭탄을 꺼내 올리버에게 냅다 던졌다.

아군까지 휘말릴 텐데,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콱-! 꽈악! 탁!

아무래도 착각한 모양이었다.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닌 각오를 다진 것으로 주변에 귀를 막던 적들은 어느새 무기도 내팽개치고 올리버에게 들러붙어 발을 묶었다.

“이러면 여러분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요?”

“그런 각오도 없는 줄 알았나?!”

진심이었다. 이들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강렬한 증오와 분노로 말이다.

“오..….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올리버는 몸을 붙들고 있는 적들을 일제히 들어 그대로 집어 던졌다.

올리버의 완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블랙 슈트 덕분에 가능했는데.

폭탄은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소름 끼치는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마력이 감도는 게 보통 폭탄이 아닌 듯했는데, 가만 살펴보니 폭발의 위력보다는 화염에 그 초점을 더 맞춘 것 같았다.

"응?"

마력을 불태움으로써 더욱 높은 화력을 내뿜는 화염은 다시 뱀처럼 꿈틀대며 올리버 쪽으로 달려들었다.

집어삼켜지면 올리버도 꽤 위험한 수준. 그래서 올리버는 즉시 블랙 슈트의 출력을 높여 재빠르게 피했다.

“저기 다! 쏴!”

올리버가 화염을 피하자 적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사격했다.

한발 한발은 괜찮았지만, 집중 사격을 당하자 블랙 슈트도 차츰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총알보다는 화염이 더 위험했으니.

마력이 깃든 화염은 한번 삼킨 것은 다 태울 것처럼 말도 안 되는 화력을 뿜어댔다.

화염 마법사. 재주는 화염 조작으로 한정적이었지만, 그 능력만큼은 꽤 수준급이었다.

‘소각장을 가동을 허용했으면 장난 아니었겠군. 그나마 다행인가?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면 어떻게든 될 듯한데.’

적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갑자기 거대한 불덩어리는 둘로 갈라지며 아서 등이 오는 방향으로 하나가 날아갔다.

날아간 화염 덩어리는 크게 요동치며 화염 벽을 만들어, 아서와 조 등 아군의 진입을 막았다.

“이 녀석이 가장 위험한 놈이야! 일단, 이놈부터 요리하고 나머지들을 휩쓴다!!”

“오오!!”

적 화염 마법사가 온몸에 화염을 두른 채 말하자, 부하들이 호응했다.

마법사는 올리버에게 완전히 집중할 생각인지, 몸에 화염을 들러 자신을 철저히 보호하며 부하들과 함께 올리버에게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공기를 불태우는 사나운 소리와 열기, 총성이 올리버를 몰아붙였고, 올리버는 블랙 슈트의 힘으로 피하고 막으며 한 손에 감정을 끌어모아 그대로 블랙 다트를 던졌다.

촤르르르르륵——!!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칼날이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화염 마법사는 화염을 조작해 거대한 뱀처럼 움직여 블랙 다트를 집어삼켰다.

‘능숙하군. 비록 한정적이지만.’

블랙 다트가 불타며 이윽고 그 안에 있던 라스 붐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아까 전에 한 번 썼던 방식에 또 당하다니. 역시 제대로 다루는 마법은 저것밖에 없는 듯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그건 올리버에게 기회가 됐다.

화염으로 이뤄진 뱀은 폭발의 여파로 다시 허물어지며, 적 화염 마법사는 마력을 끌어올려 화염을 되살리려고 애썼다.

폭탄의 화력을 빌리는 그의 능력상 저 정도 고화력을 다시 올리는 게 쉬운 것이 아닐 테니.

덕분에 그의 집중력은 올리버까지 살피지 못했고, 올리버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증오의 탄환을 쏴 날렸다.

[해잇 불릿]

화염 마법사는 자신을 공격하려는 줄 알고 화염을 끌어모아 방어막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올리버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다.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다른 적들이었다.

방심한 적들은 증오의 탄환에 몸이 꿰뚫리며 허무하게 쓰러졌고, 올리버는 곧바로 생명력을 추출해 흑마법을 사용했다.

[리바이브(revive)]

생명력이 죽은 적 시체에 빨려가듯 들어가며 시체들을 되살렸다.

올리버는 추가로 흑마법을 사용했다.

[오비디언스(obedience)]

[오브젝트 헤이트(object hate)]

되살아난 시체에 올리버는 명령을 걸어 화염 마법사를 공격하게 했다. 바로 옆에 있는 화염 마법사를.

화염 마법사는 당황하며 자기 몸을 감싼 화염에 출력을 높여 좀비들을 소각하려 했다.

실제로 화력이 엄청나 시체를 단숨에 재가 되어갔다.

[콥스 밤(corpse bomb)]

시체가 완전히 재가 되려는 찰나 올리버가 시체에 넣은 감정과 생명력을 응축, 폭발시켜 터트렸다.

생명력, 감정, 시체 세 개의 재료를 쓴 덕분에 일반적인 폭발 흑마법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비록, 화염 마법사를 날려 보내진 못했지만, 그가 몸에 두른 강력한 화염 방어막은 무력화시킬 만큼.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올리버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던졌다.

멀린만큼은 아니지만 마력을 머금은 종이는 날카롭게 날아가 화염 마법사 바로 앞에 팍 꽂혔고,

올리버는 그 상태로 종이에 그려진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잉크에 깃든 마력이 올리버의 의지에 반응해 보랏빛 포털을 형성했다.

비록 개구멍만 한 크기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캬하하하하하하학——!!! ”

포털 사이에서 송장인형이 튀어나와 화염 마법사를 공격했다.

흑마법사도, 저격수도, 넝마도 아닌 양손에 톤파를 든 전혀 새로운 타입의 송장인형.

다름 아닌 던칸이었다.

아직 차일드와의 동기화가 덜 됐는지 송장인형-던칸은 화염 마법사의 목을 어설프게 둘러 그대로 톤파를 쥔 주먹으로 쉴새 없이 구타했다.

살아생전 던칸에 비해 자세가 많이 어설펐지만, 기본적인 힘은 제대로 구현돼 폐기된 송장인형-검사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역시 재료는 좋고 봐야 했다.

화염 마법사는 마력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고 애썼지만, 송장인형-던칸은 투견처럼 놓아주지 않고 필사적으로 공격했다.

덕분에 화염 마법사는 좀체 빠져나가지 못했고, 덕분에 마법사를 지원하던 적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주춤거렸다.

올리버는 그사이 다시 블랙 다트를 사용했다.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한 공격이었지만, 화염 마법사가 던칸에게 두들겨 맞느라 바쁜 관계로 이번에 빗나가지 않았다.

우수수 쓰러지는 적들. 단숨에 역전된 상황.

실제로 올리버 쪽 인력을 막기 위해 쏜 화염도 눈에 띄게 약화 됐다.

화염 마법사의 감정은 단숨에 초조해졌으며, 승부수를 띄우려는 듯 방어에 치중된 마력을 전환시켜 다시 한번 화염을 일으키려 했다.

물론, 올리버가 가만히 보고 있진 않았지만.

[프리즈]

시험관에서 마력을 추출해 발동했다.

습한 환경이 아니라 하수도 때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화염을 일으키는 것 정도는 방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캬하하하하하학——!!”

송장인형-던칸이 서리가 몸에 붙은 화염 마법사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마력을 끌어 모으다 불발된 탓인지, 그대로 공격을 맞고 축 늘어졌다.

기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의 저항은 불가능.

‘그런데도 감정 상태는 묘하네.’

올리버가 축 늘어진 화염 마법사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싸움에서 진 분함과 패배감이 떠올랐지만, 그렇다고 아주 절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희미한 안도감과 만족감이 보였다.

왜 저러는 건지 올리버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봐, 데이브 괜찮나?!”

화염이 걷히자 아서 일행이 나타났다.

모두 치열하게 싸웠는지 애먹은 티가 났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었다.

“예, 전 괜찮습니다. 여러분은 괜찮으신 겁니까?”

“우리야 뭐……. 그보다 윌레스를 자네 혼자 제압했나?”

아서가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윌레스는 연합 왕국 전역에서 이름을 알린 거물이었으니.

애당초 올리버에게 동업을 제안한 것도 윌레스의 고화력 마법을 상쇄하기 위해서였지 다 떠넘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올리버 혼자 잡았다고 하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아닙니다. 윌레스 씨는 못 잡았습니다.”

올리버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아서가 놀라며 말했다.

“놓친 거야?”

“아뇨, 놓친 것도 아닙니다. 아예, 처음부터 여기 없었거든요.”

올리버가 대답과 동시에 눈에 신경을 집중해 주변을 살펴봤다.

켈 자유독립군으로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여기 없었던 거였다.

“있는 거라고는 저기 있는 저분밖에 없습니다.”

올리버가 던칸에게 붙잡힌 윌레스의 부관을 가리켰다.

아서가 아는지 얼굴을 확인하곤 말했다.

“윌레스의 부관인 해머쉬군. 화염 조작 마법사. 이 녀석도 꽤 골치 아픈 녀석이지. 화염조작 마법만큼은 발군이네..…. 야, 네놈 대장은 어딨어?”

화염 마법사 해머쉬는 대답 대신 피가 섞인 침을 아서의 면상에 뱉었다.

던칸에게 두들겨 맞느라 이빨도 몇 개 빠졌는데, 아서는 그 침을 피하곤 골렘 의수(美手)로 놈의 얼굴을 수차례 후려쳤다.

퐉-! 퐉-! 퐉-!

살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서가 분노의 감정을 쏟아냈다.

윌레스를 놓친 게 여간 분한 게 아닌 듯했다.

‘이번 건으로도 돈은 충분히 벌었을 거 같은데.….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닌가?’

아서가 다시 물었다.

“다시 묻는다. 네놈 대장은 어딨어?!”

화염 마법사가 맞느라 부풀어 오른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이미 늦었어......."

그 말과 함께 해머쉬의 마력이 거꾸로 요동치며 몸 안에서 뜨거운 엳기를 뿜어냈다.

어찌 조치할 수도 없을 만큼 순식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서가 당황하며 응급처치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눈에서는 연기와 불꽃을, 입 안에서는 고약한 노린내를 뱉으며 죽어갔다.

각오를 가득 품고, 동시에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며 말이다.

올리버는 그가 죽어가는 광경을 말없이 지켜봤으며, 아서 일행은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쓰는 난리통 가운데 갑자기 올리버와 아서의 통신장치가 동시에 울었다.

삐리리릭-!! 삐리리리릭-!!

삑- 삑- 삑- 삑-

심상치 않은 느낌.

통신장치를 누르자 다급한 중개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달랐으나, 내용은 같았다.

[큰일이네. 지금 시(市) 교도소가 습격당했어. 그것도 윌레스에게! 어떻게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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