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154화 (154/633)

< 154. 폐소각장 (1) >

포레스트가 말한 약속 장소는 W구역 외곽에 있는 폐쇄된 쓰레기 소각장.

이곳은 W구역 시의원에 의해 만들어진 야심 찬 공공시설이라 했다.

W구역의 쓰레기뿐 아니라 다른 구역의 쓰레기까지 처리함으로써, 구역 재정을 확보할 계획이라 하였는데.

실제로 소각장 건립 초창기 때만 하더라도 계획이 맞아떨어져 예산 확보에 한 축을 담당할 정도라 했다.

쓰레기는 늘 골치 아픈 문제이니…..

다만, 얼마 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매연과 악취 탓에 인근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불편함을 유발했고, 얼마 가지 않아 소각장 폐쇄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상당한 예산을 투자하고, 다른 구역에 선수금까지 받은 시의원은 어떻게든 소각장을 유지하려 했지만,

소각장에서 내뿜는 연기로 인해 병에 걸리게 된다는 걸 알게 된 주민들은 이에 더욱 격렬히 저항했고 얼마 가지 않아 시의원과 구역 주민들 간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다.

주민들은 소각장 직원들을 습격해 병원에 실려 가게하고, 시의원도 지지 않고 경찰은 물론 핑크맨까지 몰래 고용해 시위 진압에 애썼다.

물론, 그 일련의 과정은 상당히 소란스러워 란다 전역에 알려져, W구역의 부동산 시장과 이미지는 나락으로 추락.

현재 이런 모습의 빈민가가 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

간신히 시위를 억눌러 소각장을 재가동할 때쯤에는 공간학파가 쓰레기 산업에 진입한 뒤라 경쟁에서 밀려 소각장 건설 원금의 반도 회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폐쇄.

그렇게 소각장은 원래의 역할의 반도 하지 못하고 W구역의 상징 아닌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윌레스가 있다고요?”

조, 샘, 오언과 함께 온 올리버가 아서에게 물었다.

아서의 등 뒤로 저번 오물 배출장에서 봤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마법총으로 무장한 실크햇 여성, 기계 팔과 고글을 낀 남성, 외골격 장갑으로 무장한 남성 등등.

다들 준비 상태가 좋아 보였다.

"그래, 믿을 만한 정보통에게 들은 거야. 듣기로는 이 구역의 크라임 펌 이사가 도와줬다는군."

크라임 펌 이사. 머피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란다의 크라임 펌 지부의 공동 우두머리로, 시의원과 마찬가지로 하나 혹은 두 개의 구역에 한 명씩 있다고 했다.

란다 뒷세계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로, 그 영향력은 연합 왕국 전역에도 미친다고 했다.

“이해가 안 가는데, 왜 크라임 펌 이사가 자유독립군 잔당을 도와주는 거죠?”

“반군.”

“예?”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잘못된 표현이야. 자유독립군이라는 거. 반군이 정확한 표현이지.”

전직 군인인 아서는 이야기 흐름에 어울리지 않게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사실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뭐가 됐건 그 역시 연합 왕국을 위해 싸운 군인이었으니.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었다.

올리버가 정정해 물었다.

“……왜 크라임 펌 이사가 켈 반군 잔당을 돕는 거지요?”

"글쎄, 여기 이사가 노스랜드 출신이란 이야기가 있다더군."

“노스랜드요?”

“그래, 가난한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오는 노스인이 꽤 많거든. 여하튼 이곳 이사의 주 사업이 노스랜드와의 밀무역인데, 양질의 불법 포션과 스크롤, 흑마법 아이템을 주로 취급했다더군. 그 사업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으니 말 다 했지.”

“..…켈 반군과 이사가 거래하던 사이라는 건가요?”

“글쎄, 자세한 건 난 모르지. 다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 켈 반군도 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거래할 대상이 필요하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좋은 물건을 구하고 싶은 사람은 늘 있는 법이니.”

올리버는 얼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는 확실히 그런 느낌으로 굴러갔다.

힘과 이익에 말이다.

“그럼, 크라임 펌에서 도와줄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건 불가능해. 우리 쪽 중개인이 알아보기로, 상황이 상황이라 쉴 공간만 제공해주고 다른 부분은 손 떼기로 한 게 확인됐거든. 하긴, 반군을 도와줬다는 걸로 걸리면 반역법에 걸리니. 그건 뇌물 한두 푼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야. 외부 개입은 절대 없을 거야. 그렇지. 맥보어?”

아서가 고개를 돌려 기계 팔과 고글을 낀 동료를 보며 물었다.

그는 고글 위에 커다란 망원경 같은 기계를 쓰고 주변을 살펴봤다.

“그런 거 같아, 소각장 내에 사십여 명만 존재하고 주변에는 거지로 추정되는 놈들 외에는 없어.”

사십여 명이라, 충분히 해볼 만한 숫자인 거 같았다.

아서 쪽 인력은 열두 명에 시의 지원을 받아 다들 최신 장비로 무장하고 있었고, 올리버 쪽도 나름대로 쓸만하였으니.

물론, 켈 자유독립군 인원들도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겠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것 같았다.

올리버가 아서에게 질문했다.

“혹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현장 지위는 아서 씨께서 맡는 거로 알고 있어서요.”

“그렇지. 흔쾌히 수락해줘서 고맙네.”

“아뇨, 전 지휘 같은 걸 못해서 괜찮습니다. 그보다 작전은?”

아서가 바로 고글과 기계 팔을 단 맥보어를 가리켰다.

그는 가방에서 새를 닮은 점토 모형을 네 개를 꺼냈다.

마력이 감돌고 있는 형태로 볼 때, 골렘인 것 같았다.

"맥보어가 저 골렘으로 먼저 안을 휘저을 거야. 대단한 건 아니고, 수류탄 몇 개 던지고 총 쏘는 정도지만. 그래도 정신을 빼앗긴 충분하겠지."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랑 리처드 등이 선봉에 서서 단숨에 진입할 거야. 그때, 데이브 자네가 강력한 화력으로 한번 휩쓸어주게.”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골렘을 통한 교란 후, 방어력이 높은 인력으로 파고들고, 강력한 화력으로 휩쓴다라.

단순하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다음에는 이제 각자 싸우는 거지. 이 이상 협력하라고 해봤자 어차피 손발도 안 맞을 테니. 혹시 문제있나?”

올리버가 조 일행을 봤다. 그들 역시 충분히 납득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없습니다.”

“좋아 그럼, 시작하지.”

***

아서의 선언과 함께 작전이 시작됐다.

아서의 말대로 처음 움직이는 것은 맥보어.

기계 팔과 고글을 낀 그는 네 마리의 새-골렘을 날렸다.

새-골렘은 마력의 힘으로 날아가 소각장 한가운데를 내려가더니 이윽고 쾅! 쾅!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리처드를 포함해 근접전투원들 모두 돌격 대형!”

아서의 부름에 맞춰 외골격 장갑을 두른 리처드가 방패와 거대한 칼을 뽑아 선봉에 섰고, 철갑 망토를 두른 근접 전투원들이 V형태의 대형을 갖췄다.

외골격 장갑을 시작으로 강철 망토에 머금어진 마력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푸른빛 마력 입자가 한데 모여 반투명한 마력 실드를 전개했다.

마텔 지하실에 침입했을 때 경비원들이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했던 게 떠올랐다.

“이거면 포탄이나 그에 준하는 화력의 마법이 아닌 이상 전부 막을 수 있을 거야. 데이브.”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 일행과 함께 선봉 바로 뒤에 섰고, 나머지 원거리 지원 인력이 그 뒤에 따라붙었다.

대형이 갖춰지자 아서가 소리쳤다.

"그럼, 일 좀 시작하자고 친구들!"

외골격 장갑을 두른 리처드가 장갑의 출력을 높이며 그대로 돌진했다.

푸쉭-! 푸쉭-! 위이이이이이잉!!

기계음과 함께 앞으로 뛰었으며, 그를 중심으로 나머지 인력이 뒤따라갔다.

소각장 안으로 들어가자 고철 덩어리가 된 기계나, 불법 투기한 쓰레기더미가 앞을 가로막았지만, 리처드는 둔기에 가까운 거대한 칼을 휘둘러 장애물은 물론 벽까지 부수면 직진했다.

찢어진 드럼통을 보자 사람은 한 번에 열 명도 넘게 토막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쾅-!! 콰쾅! 파바-퍽!!

자잘한 장애물을 부수며 돌진하자 이윽고 켈 자유독립군 잔당들이 보였다.

그들은 갑자기 난입한 새-골렘 때문에 어수선해 보였는데, 리처드까지 확인하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침입자다!”

그렇다고 대응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벽을 부수며 등장한 리처드를 보자 적들이 일제히 총부리를 돌렸다.

“실드 전개!”

리처드를 비롯한 근접전투원들이 곧바로 장비의 출력을 높여 실드를 강도와 범위를 높였다.

"데이브!"

"예."

대답과 동시에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시야를 강화했다.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며 일반적인 사람의 시야는 흐릿해지고, 대신 감정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은 물론, 벽 너머나 저 멀리 있는 자들도.

‘음..…. 뭔가 준비하고 있네.’

올리버는 적들을 향해 타겟팅 마법을 건 다음 한 손으로 라스 붐을 머금은 블랙 다트를 만들어 그대로 허공에 던졌다.

검은색 감정 덩어리는 허공에서 무수한 칼날로 변해 기형적인 곡선을 그리며 제각기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샤아아아아아아!!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목표물에 적중하자마자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펑! 퍼펑-! 쾅!!

작지만 정확한 폭발. 수많은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며, 적들은 혼란에 빠졌다.

사격이 순간 멈추자, 아서는 그 타이밍에 맞춰 골렘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골렘 의수 안에 흐르고 있던 대량의 마력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한 점에 뭉치더니 그대로 발사됐다.

마력으로 이뤄진 레이저는 일직선으로 날아가 주변에 광범위한 피해를 줬으며,

그와 함께 실드가 사라지며 리처드를 비롯한 근접 전투 인원과 조 일행이 그대로 돌격해 적들과 근접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동료들과 함께 밀고 들어가 거대한 칼을 휘둘러 적들을 양단했고, 조 일행도 서로 합을 맞춰 적들을 쓰러뜨려 갔다.

샘이 쌍권총으로 지원하고, 오언이 쇠몽둥이로 장애물과 적들을 부쉈는데, 그중 조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그는 몸에 민첩성을 높이는 흑마법을 부여한 뒤 올리버가 알려준 블랙 아머를 주먹에만 둘러 적들을 압살했다.

어느 정도냐면 한 질병계열 흑마법사가 자신의 몸을 두 배 가까이 부풀려 덤볐음에도, 조가 뻗은 주먹 한 번에 벽에 처박힐 정도였다.

쾅-! 콰광!!

꽤나 인상적인 장면.

샘과 오언뿐 아니라 아서 쪽 사람도 한순간 멈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 대단하군.”

골렘 의수를 날려 적을 부수고, 반대 손으로 화염을 뿜는 아서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솔직히 자네 때문에 같이 일하기로 한 친구데, 제법 실력이 괜찮군. 덕분에 일이 훨씬 수월해."

그건 사실이었다.

조 일행뿐 아니라, 아서의 근접전투원들도 제각기 밀어붙여 켈 자유독립군을 압살하고 있었고,

실크햇 여성을 비롯한 원거리 전투원들은 어느새 각 건물 위로 올라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일반화기로 적들을 견제하는가 하면, 마법 총으로 중화기 이상의 공격을 가해 적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줬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최소한 겉보기에는 말이다.

“적들도 포기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올리버가 적들의 감정 상태를 보며 말했다.

당황하고, 두려워한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다 포기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서 역시 이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 밀리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무너지진 않아.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하고 있어. 윌레스가 뛰어난 마법사라니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걸지도. 실력 있는 마법사는 조금만 시간을 줘도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으니.”

그때였다. 아서의 앞주머니에 든 통신장치에서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아. 아. 대장.]

삑- 아서가 통신장치를 누르며 대답했다.

“맥보어. 무슨 일이야?”

[소각장 안쪽으로 반군들이 도망치고 있어.]

“그건, 알아. 밀어붙이고 있거든.”

[더 빨리 밀어붙여. 소각로를 가동하려고 해.]

“소각로를?”

[그래, 윌레스가 원소학파, 그것도 아그니 소학파라고 하지 않았어? 소각로의 화력을 흡수라도 하면 골치 아파.]

아그니 학파.

현상수배서 자료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원소학파에 소속된 소학파 중 하나로, 화염 마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파라 했다.

현재는 다소 약해진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전쟁과 산업 양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오래되고 강력한 전통이 있는 학파였다.

아서가 곤혹스러움을 빛내며 소리쳤다.

“그게 말이 돼?! 이 소각장은 폐쇄된 지 10년도 넘었잖아?”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가 확인한 건 지금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는 거야. 지금- 팟!! 찌지지지지지직!! 직! 직……이런, 방금 마지막 골램도 당했어. 미안, 이 이상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빌어먹을!”

아서가 진심으로 짜증 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소각로를 정말 가동시킨다면, 그리고 그 화력을 흡수한다면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도 없으니 말이다.

마법은 주변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하늘과 땅만큼의 간극이 있었다.

상황을 파악할 올리버가 말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겠네요?”

“그렇지! 어쩔 수 없지. 무리해서라도 빨리 안쪽으로 진입하는 수밖에.”

“그럼, 제가 먼저 안쪽으로 가 볼 테니, 아서 씨는 사람들을 데리고 최대한 빨리 와 주시길 바랍니다.”

“뭐라고?”

아서의 물음에 올리버는 대답하는 대신 블랙 슈트를 몸에 걸친 후 흑마법을 추가로 덧씌웠다.

몸을 감싼 반투명한 검은 장막은 짙게 변함과 동시에 높은 출력을 뽑기 시작했다.

조를 가르치던 일로 영감을 받아 블랙 슈트의 구조를 개선한 덕분인지 효율성이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주요 라인을 굵은 실로 잡아주고, 주변을 촘촘한 실로 연결해 유연성 확보.…. 적어 둬야지.’

올리버는 그 상태로 다리에 흑마법 기운을 집중해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다 점프했다.

건물 2층 높이를 단숨에 뛰어올라 그대로 벽을 타고 쏜살같이 소각 가동 장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몇몇 적들이 총을 쏴 방해했지만, 높은 곳에서 빠르게 이동 중인 올리버를 맞추는 건 힘든 듯했다.

그렇게 올리버는 유유히 소각장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중심부에 도착하자 그곳에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기계 작동을 준비 중인 모습이 보였다.

기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폐기된 소각로의 일부를 어찌어찌 가동시킨 모양.

솔직히 화염 마법사는 만나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할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올리버는 일을 우선하기로 했다.

손에 감정을 추출한 후 영창했다.

[블랙 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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