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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50화 (150/633)

< 150. 현상수배범 포획 (4) >

철퍽-

철퍽-

철퍽-

철퍽-

텅-!

텅-!

도시의 온갖 오수가 모이는 하수도 안은 공기가 습해 바닥에 늘 물기가 고여있어 이동할 때마다 축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지어 길 중간중간에 있는 오래된 철제거름망 때문에 흑마법을 써도 하수도 전체에 울려퍼지는 요란한 발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켈 자유독립군의 간부 앨리스터와 휴잇은 그에 맞춰 올리버 곁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단순히 도망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보다 뭔가 기다리고 있어. 뭘까?’

올리버가 눈에 집중해 앨리스터와 휴잇의 감정을 살피며 생각했다.

그들은 올리버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기회가 있다는 듯이 도망쳤다.

지원군? 혹은, 함정?

뭐든 올리버로서는 다행이었다.

그 이유 때문에 저들은 아주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 거였으니.

감정을 읽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했음에도 내부 지리가 복잡해 섣불리 쫓지 못하는 올리버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파르르르르……팍!

흐르는 오수 위에서 사람 손가락 두 개 굵기의 지네가 나와 올리버 앞을 다가왔다.

올리버는 보자마자 쿼터스태프로 지네를 팍 내리쳐 죽였다.

지네는 오수 속에서도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발버둥 치다 천천히 멈췄다.

지네 머리를 내리찍은 쿼터스태프 아래로 보랏빛, 녹색, 검은색이 뒤섞인 체액이 흘러나왔다.

누가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올리버는 이게 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자연적인 독이 아닌 사람의 손을 탄 독인 것을.

[지금이라도 돌아가라.]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전방에 꺾이는 모퉁이 벽에서부터 소리가 울렸다.

벽에는 피를 매개로 한 흑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원거리에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단순히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지만.’

다시 흑마법진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다시 말한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라. 목숨이 아깝다면.]

올리버는 눈에 신경을 집중해 주변을 들러보며 대답했다.

습도가 높고, 영양분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자잘한 벌레까지 합치면 셀 수도 없이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몇몇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가 접근하고 있었다.

‘거미줄도 어느새 더 붙었네. 희미하게 마력이 섞인 거미줄이.’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습니다. 앨리스터 씨."

짧은 침묵이 스쳐 지나갔다. 동요였다.

[..…돈 때문에 목숨을 걸겠다?]

“돈도 돈이지만, 약속이라서요. 거래하고 있는 중개인과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께 여러분을 잡아 온다고 이미 이야기했거든요.”

대답을 끝마치자 대답 대신 거대한 물기둥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며 무엇인가 튀어나왔다.

아까 전에 보았던 개구리와 악어를 닮은 생명체로, 그것은 칙칙한 붉은 혀를 쭉 늘려 올리버의 얼굴을 노렸다.

팍-!!

악어와 개구리를 뒤섞은 오염생명체는 빨랐으나, 다행히도 올리버가 더 빨랐다.

간발의 차이이긴 했으나, 혀가 닿기 직전 몸을 낮춰 피하고, 그뿐 아니라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혀를 반으로 찢어 버렸다.

"......!!!”

오염생명체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다.

문제는 이때도 올리버가 약간 더 빨랐다는 것.

물속에 완전히 잠수하기 직전 올리버가 검지로 증오의 탄환을 쏴 놈의 머리를 맞췄다.

퓻——퍽!!

거대한 짐승의 머리에 주먹만 한 구멍이 생기며 그 사이로 핑크빛 살점과 기생충이 파먹은 뇌가 흘러나와 오수와 함께 떠내려갔다.

아마, 란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셈 강으로 떠내려갈 터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흑마법으로 길들인 오염생물체로 공격하는 앨리스터가 당황한 듯 감정이 울렁거렸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은 것처럼 점차 안정됐다.

싸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一핑!

올리버가 머리를 숙였다.

아까 전처럼 모기와 집게벌레를 적당히 뒤섞은 벌레가 천장에 매달려 꼬리에 달린 바늘로 올리버를 공격했다.

퍽一!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쳐내자 어두운 녹색 체액을 토하며 벌레가 박살 났고, 뒤이어 3개의 통로에서 짐승의 발소리가 들렸다.

흥분한 감정 상태와 발소리를 보아 앨리스터의 지배를 받는 오염생명체인 듯했다.

“대단하시네요. 정신조작은 꽤 어려운 걸로 아는데요.”

[잘난 척하기는.]

자신의 오염생명체를 빼앗긴 게 떠올랐는지 그는 불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후, 각 통로에서 몰려오는 오염생물체를 볼 수 있었다.

벌거숭이쥐와 비늘이 달린 개, 촉수 같은 코를 가진 거대한 두더지가 세 방향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서류의 적힌 대로 정말 다양한 오염생물체를 다뤘다.

이 재주를 이용해 왕국군을 수없이 괴롭혔다고..….

‘그러니 현상금이 1억 1천이나 하는 거겠지.’

그와 함께 의문이 들었다.

넷 세일링(net sailing)을 할 수 있는 넷 내비게이터(net navigator)가 중요한 인력이라곤 하지만, 휴잇이 데이몬과 앨리스터를 합친 것보다 현상금이 더 높은지 의문이었다.

또 이상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앨리스터의 현재 감정 상태도 의문이었다. 지금 그는 올리버를 쓰러뜨리는 것 이상으로 마법 해커 휴잇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단순히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 이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거 같았다.

‘음..…. 그럼 이건 바로 쓰면 안 되겠네?’

습한 주위 환경과 세 방향에서 오는 오염생명체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얼음 마법이 딱이었지만, 올리버는 좀 더 중요한 상황을 위해 아끼기로 했다.

멀린과의 전투를 통해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단순히 화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그의 얼음 분신 마법에 수차례나 농락당한 끝에 배운 귀한 사실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결정적일 때 사용해야 했다.

뭣보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브레인워시]

올리버가 오른쪽으로 달려오는 오염생명체에게 흑마법을 걸었다.

느낌상 아까처럼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을 거 같았기에.

그렇게 빼앗은 다음 왼쪽으로 오는 오염생명체와 싸우게 해 시간을 벌고, 단숨에 중앙으로 돌진해 앨리스터를 쫓을 생각이었다.

현재 상황을 볼 때, 혼자 도망칠 수 없을 테니, 그렇다면 길을 좀 헤매도 거리를 좁히는 게 우선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초장부터 어그러지고 말았다.

올리버가 흑마법을 사용하는 타이밍에 맞춰 오염생명체들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핏줄은 과할 정도로 돋아나 이성이 날아가 버린 거였다.

눈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물었으며, 남은 것이라고는 파괴 본능뿐이었다.

가만 보니 각 오염생물체의 목에 약물통과 주사를 뒤섞은 개목걸이를 달고 있는 게 보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강탈을 막을 줄이야.

또 한 수 배운 셈이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어떡하면 좋담.’

다행히 약물을 통해 최소한의 정신마저 날려 보낸 덕분에 오염생명체는 자기들끼리 먼저 물어뜯었는데, 올리버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중앙 통로에서 오는 오염생물체를 향해 달려갔다.

블랙 슈트를 입었으니, 웬만한 물리적 공격과 병균 오염은 버틸 자신이 있었다.

‘근데, 왜 저 녀석들에게는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거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올리버의 속셈을 읽었다는 듯 중앙통로에서 오던 촉수 같은 코를 가진 거대한 두더지가 갑자기 폭발했다.

“..…아!"

올리버는 그 순간 눈치챘다. 두더지의 몸에 폭탄을 단 것을.

아주 강력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오래된 하수도 천장을 내려앉게 할 수는 있었다.

우르르 쏟아지는 삭은 벽돌과 흙. 앨리스터가 큰 소리로 말했다.

[네놈의 오만을 탓해라. 미친 괴물들과 싸우기나 해. 어차피 네 동료 놈도 내 동료에게 죽었을 테니.]

“글쎄요. 그분들도 나름대로 강하신 분이라 그건 모르겠네요.”

올리버가 쉐도우 텐타클을 사용하며 대답했다.

순식간에 뻗은 그림자 촉수는 무너지는 천장을 한순간 멈췄다.

임시방편에 불과했지만, 블랙 슈트를 두른 올리버에게 그 정도면 충분했다.

팟——!

다리에 흑마법 기운을 집중에 바닥을 찼고 그와 동시에 올리버는 그림자 촉수로 버틴 틈 사이로 들어갔다.

뒤로는 상처투성이에 광분한 오염생물체가 쫓아왔지만, 그림자 촉수를 거두자 무너져 내린 천장 잔해에 의해 들어오지 못하고 울부짖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카하하하——!

쮜찌지지지직!!!

찍찍!!

크르르르륵!!

콰륵!

찍一! 찍!

약물의 기운이 안 가셨는지, 울음소리는 이내 싸우는 소리로 바뀌었다.

단순한 느낌일 뿐이지만, 저들끼리 싸우다 곧 공멸할 것 같았다.

뭐, 올리버가 신경 써야 할 일은 아니지만.

‘일단 내일에 집중해야지.’

올리버가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범위를 좁혀 눈앞에 더더욱 집중하자 마력을 머금은 가느다란..…. 아주 가느다란 거미줄이 보였다.

의문이 들었다.

마력을 머금은 거미줄이라니.

설마, 마법사가 있는 건가? 그렇다 해도 이상했다.

포레스트가 준 자료에 따르면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셋 정도뿐이었고, 그중에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자는 없었다.

‘뭣보다 마력으로 만든 거미줄이 아니야. 마력을 머금은 거미줄이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올리버는 걷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거미줄이 올리버와 닿을 때마다 소량씩 몸에 묻었다.

블랙 슈트에 별다른 피해를 주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몸에 쌓였다.

그럼에도 올리버는 방심하지 않고, 품 안에 손을 넣어 마력을 은밀하게 추출했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젖은 바닥을 걸을 때마다 몸에 묻은 거미줄이 많아지며, 오염생물체 조련사 앨리스터와 마법 해커 휴잇에게 가까워졌다.

그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각오를 다진 듯 용기를 내며 차분히 한자리를 지켰다.

함정을 파 놓은 사냥꾼처럼.

올리버는 자신의 예상이 맞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빙빙 도는 미로 같은 길목을 지나 올리버는 한끝에 다다랐다.

그곳에 두 남자가 있었다.

“당신들이 앨리스터 씨와 휴잇 씨입니까? 전-”

“-터트려!”

“예!"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남자가 상대적으로 어린 남자에게 소리쳤다.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년은 막대기 같은 것을 잡아당겨 불을 밝혔다.

올리버의 그림자가 강렬한 빛에 휩쓸려 점점 작아졌다.

“호......."

“파커! 당겨!”

그 말과 함께 올리버의 몸에 묻은 거미줄이 하나의 밧줄처럼 엮이며 순식간에 올리버를 구속했다.

쫘악-!

천을 강하게 당기는 소리와 함께 블랙 슈트를 두른 올리버의 몸이 허공에 붕 뜨며 양팔이 고행자처럼 쫙 벌려졌다.

“잘했어. 파커!”

올리버는 천장에 매달린 파커라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사람 이름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은 아니었다.

가재? 전갈? …거미?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형태의 커다란 괴물.

꼬리는 전갈처럼 솟아올라 수많은 거미줄을 뽑아내고 있었고, 아가리 옆에는 앞다리 대신 각각 가재처럼 집게다리가 달려있었다. 아니, 차라리 인간의 손이 맞으리라. 다리에 다섯 개씩 달린 집게 날이 바삐 움직이며 실을 꿰고 있었으니까.

파커의 여덟 눈과 시선을 맞추며 올리버는 생각했다.

‘키메라? 오염생명체? 둘을 합친 건가?’

올리버는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직였다.

교묘하게 엮인 거미줄은 강철처럼 올리버를 구속해 놓아주지 않았다.

힘을 줘봤지만 블랙 슈트는 놀랍게도 거미줄을 끊지 못했다. 아주 튼튼한 거미줄이었다.

“놀랐나?”

주황 곱슬머리 사내가 이를 갈며 물었다. 그의 감정은 통쾌함, 기쁨, 만족으로 빛나고 있었다.

“솔직히… 예, 그렇습니다.”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저 거미와 거미줄의 존재는 꽤 놀라웠다.

연구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오염생명체인가요? 키메라인가요?”

“그건 네놈이 알 거 없지. 재주가 많은 흑마법사 같지만, 이 녀석은 어릴 때부터 내가 키운 녀석이라 네 정신 조작도 통하지 않아. 더군다나 네놈 그림자도 빛 때문에 힘을 발휘할 수 없지. 넌 끝났어.”

앨리스터가 말을 끝마치자, 거미줄을 뽑고 집게 손으로 조종해 옫리버의 구속을 강화시키던 거대 거미가 올리버 쪽으로 다가왔다.

사람 같은 집게 손으로 올리버의 얼굴을 잡고, 꽁무니에서 쑥 나온 거대한 침으로 올리버를 찌르려고 했다.

승리를 확신한 앨리스터가 흥분해 소리쳤다.

“네놈 손에 있는 감정으론 아무것도 못 해!”

“어.…. 감정 아닌데요?”

그 말과 함께 올리버는 손에 쥔 마력을 펼치며 술식을 부여해 마법을 발동했다.

습기가 많은 하수도에서 쓰기 적당한.

[프리즈(freeze)]

영창과 함께 사방으로 강렬한 냉기가 퍼지며 주변을 얼어붙게 했다.

강철처럼 끈끈하고 고무처럼 질긴 거미줄도 예외가 아니라, 유연성을 잃은 거미줄은 거짓말처럼 쉽게 부서졌다.

툭-!

강렬한 냉기에 파커라는 이름의 거미도 다리와 팔을 오므리며 동면상태에 들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건 챙겨야지.’

“너 이 개새끼 무슨 짓을-”

—퍽! 빡!

올리버가 앨리스터와 휴잇을 향해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기절시켰다.

예상대로 맷집은 좋지 않은지 한방에 눈이 까뒤집어지며 기절했다.

쓰러진 두 사람을 살피던 올리버가 이제 기억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휴잇 씨를 지키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깜빡했네. 뭐, 상관없겠지. 일단, 일부터 하자.”

올리버가 그 말과 함께 앨리스터와 휴잇, 거미 파커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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