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현상수배범 포획 (3) >
[매드니스(madness)]
그 한마디와 함께 데이몬의 몸에서 엄청난 분노의 감정이 요동치며 급속도로 생명력을 불태웠다.
흑마법 재능이 그럭저럭이라 감정과 생명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조의 눈에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
매드니스가 어떤 주문인지 조의 얕은 지식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었으나, 붉게 달아오르는 피부와 급속도로 팽창하는 근육과 골격을 볼 때 보통 흑마법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조가 본능적으로 외쳐 소리쳤다.
“후려쳐!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대가리 후려쳐서 죽여버려!”
죽으면 보상금이 깎일 테지만, 조는 그리 외쳤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몸뚱이와 그로 인해 끊어질 것 같은 포박줄이 한시라도 빨리 놈을 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행히 오언은 덩치와 달리 날렴하고 말귀도 잘 알아들어 곧바로 조의 명령을 수행했다. 문제는 상대가 더 빨랐던 것뿐.
뻐억——!!
흑마법의 기운을 끌어모아 데이몬의 머리를 향해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찰나, 어느새 팽창을 마친 데이몬이 먼저 팔을 휘들러 오언을 날려 버렸다.
200킬로그램이 넘는 오언을 말이다.
“오..…. 씨발, 맙소사.”
샘이 쌍권총을 고쳐 잡으며 중얼거렸다.
키는 체감상 5, 6미터, 근육은 피부를 찢을 만큼 커져 흡사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보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맛이 간 두 눈과 침을 질질 흘리는 입은 결코 곱게 끝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
"......."
"......."
말없이 대치하는 데이몬과 조, 샘.
바로 덤벼들 줄 알았지만, 놈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주변을 둘러보더니 자신이 후려쳐 벽에 처박힌 오언을 향해 다가갔다.
크르르르르..…. 짐승과 같은 울음소리와 지독한 살기를 품은 채 말이다.
조는 송장인형 두 구를 살폈다.
넷이서 같이 힘을 합치면 저 정도 괴물도 어쩌면 상대..….
“....이런, 씨발.”
어떻게 생겨 먹은 송장인형인지, 흑마법사와 저격수는 박살 난 넝마의 몸을 챙긴 다음 저 멀리 도망쳐있었다.
마치 위험을 감지한 듯.
주인이 없다지만, 씨발, 이게 말이 되는 행동인지.
하지만 상황이 다급해 원망할 수조차 없었다.
조는 선택해야 했다.
송장인형의 도움 없이 샘과 함께 저 괴물에게 덤빌지. 아니면 오언을 제물 삼아 데이브가 돌아올 때까지 도망칠지….. 뭐,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샘, 엄호해!”
“씨발, 그럴 줄 알았다!”
샘이 그 말과 함께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탕-! 소리에 맞춰 데이몬은 짐승처럼 거대한 손을 들어 막았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처음부터 머리를 날릴 생각은 아니었으니.
총알이 손과 부딪히자 검은색 연기가 폭발하듯 퍼지며, 데이몬의 시야와 후각을 차단했다.
흑마법 블랙 미스트로, 갑자기 당할 경우 최소 1, 2초 동안 행동불능에 빠지게 된다.
‘옛날에 당해봐서 알지.’
그 말과 함께 조가 블랙마켓에서 산 생명력 영양제를 씹어먹곤, 파이터 크루의 대장-요리사에게 받은 가공 감정을 재빠르게 추출해 흑마법으로 변환시켜 자신의 몸에 걸었다.
흑마법 특유의 축축하면서도 음울한 소리와 함께 뚜둑- 뚜둑- 몸이 급속도로 강화되는 게 느껴졌다.
‘생명력을 보충했으니 잠깐은 괜찮을 거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몸을 최대한 강화시킨 조는 그대로 달려가 허우적대는 데이몬의 무릎에 있는 힘껏 주먹질했다.
기동력을 제압하기 위해.
첫 번째 타격이 들어가자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거 도대체 몸뚱이가…..."
“캬하하하학!!!”
쩍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음에도 데이몬은 쓰러지긴커녕 약간 아파하기만 할 뿐이었다.
오히려 화만 돋운 듯 그는 맞은 다리를 있는 힘껏 휘둘러 조를 걷어찼다.
충격인 점은 그저 마구잡이로 휘두른 조잡한 발길질임에도 불구하고 조가 몇 발자국 뒤로 날아갔다는 거였고.
그러나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덕분에 벽에 처박혀 기절한 오언은 구할 수 있었으니.
문제라면 데이몬의 타깃이 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캬캬아아아아아아악———!!!”
질병계열 흑마법사 데이몬이 짐승처럼 포효해 블랙 미스트를 마구잡이로 때려 걷어낸 다음 조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아가긴 했지만, 별 충격은 없었던 조는 재빨리 일어나 대응 태세를 잡았다.
일곱 살 때 거리에서 만난 들개가 떠올랐다.
너무나도 크고 사나워 오줌을 지릴 만큼 무서웠던 기억.
지금 이 순간 그 들개가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그 녀석만큼은 아니야.…. 데이브 녀석만큼은 아니야.’
쾅-! 쾅-! 쾅-! 소리를 내며 미친 황소처럼 돌진해오는 데이몬.
조는 아슬아슬해지는 타이밍까지 기다리다가 부딪히기 바로 직전 스텝으로 옆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데이몬의 돌격을 피했다.
거기에 오금을 너클을 낀 주먹으로 있는 힘껏 후려쳤다.
제아무리 질병계열 흑마법이 신체를 강화해준다 해도 단련이 불가능한 급소는 한계가 있는 법.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그 거대한 짐승이 낮게 비명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샘!”
“오케이!!”
조의 부름에 맞춰 타이밍을 보던 샘은 곧바로 놈의 머리를 향해 총을 쐈다.
데이몬은 다시 팔을 들어 샘의 총격을 막았다.
흑마법으로 강화해 바위를 두부처럼 꿰뚫는 샘의 총알이 기껏해야 데이몬의 거죽만 뚫는 데 그쳤다.
하지만 조는 상관없었다. 덕분에 겨드랑이가 열렸으니.
조는 재빠르게 뛰어가 열린 데이몬의 겨드랑이를 향해 너클을 낀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웬만한 사람은 그대로 두개골이 박살 날 수 있는 주먹을 말이다.
부드러운 살을 깊숙이 파고들며 주먹 끝에 무엇인가 부서지는 감촉과 함께 뚜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손맛이 느껴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데이몬.
고통에 몸부림치는 움직임조차 위협적이라 조는 뒤로 물러섰다.
“좋았어!!”
조가 물러서자 샘이 기쁘게 외치며 최대 화력이 실린 총알을 장전했다.
너무 강해 총도 망가져 가급적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기 꺼리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그 결정적 타이밍이지.’
철컥-
층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하수도 내부에 울려 퍼지며 발사되려는 그 찰나 고통에 발버둥 치던 데이몬이 갑자기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쿠아아아아아아악———!!!”
흑마법의 기운을 담아 쏘아낸 고함.
단순히 소리만 큰 것이 아닌 뇌와 내장을 흔들리게 하는 물리적인 충격도 담고 있었다.
흡사, 데이브가 사용한 아웃크라이라는 흑마법과 비슷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한 조는 나름대로 방어했지만, 그럼에도 충격을 피할 길이 없어 짧은 스턴 상태에 빠졌고,
사격 준비 중이던 샘은 직격으로 맞아 정신을 잃으며 몸이 한쪽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컥……!”
간신히 한쪽 팔을 못 쓰게 해 승기를 잡았건만 방금 그 한방에 상황이 뒤집히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데이몬 역시 강력한 고함을 치느라 목이 망가져 피를 토하며 괴로워한다는 것 정도.
만약 바로 치고 들어왔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큭."
비틀거리다 간신히 균형을 잡은 조는 바로 품 안에서 파이프 폭탄을 꺼내 줄을 잡아당겨 점화시켰다.
파하하하학-!
조는 곧바로 데이몬에게 파이프 폭탄을 집어 던졌다.
이걸로 죽을 거란 생각은 안 들었지만, 시간이라도 끌 수 있게끔.
펑——!!
사제 폭탄 특유의 매캐한 연기가 가득 뿜어지며 파이프 폭탄이 터졌다.
불량이었는지 위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으나, 조는 개의치 않고 일단 기절한 샘을 데리고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구체적인 계획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거였지.
어렸을 때처럼.
‘잠깐, 그럼 오언 저 새끼는?! 저 새끼는 딸린 식구도 많은데?’
“크하하하하하하학——!! ”
폭발 때문에 오히려 정신을 차린 건지 데이몬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피해가 없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절뚝거리는 한쪽 다리와 축 늘어진 오른쪽 팔, 날아간 한쪽 눈과 얼굴이 그 증거.
보통 사람이라면 움직이지 못할 부상이었지만, 흑마법의 힘이었는지 그는 끈질기게 움직였다.
그뿐 아니라 한층 더 소름 끼치게 변한 눈으로 조를 노려보더니 광분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허허허허허허어어어어어어어어———!!!”
쾅—!
쾅—!
쾅—!
쾅—!
쾅—!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거구는 흡사 트럭을 연상시켰다.
제 몸 하나 못 가누는 샘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
그러나 버리고 가면 반드시 샘은 죽었다.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수십 개의 목소리가 저마다 소리를 질렀다.
먼저 자리를 뜬 데이브가 원망스러울 지경.
바로, 그때였다.
“캬하하하하하一!”
송장인형-저격수가 갑자기 나타나 여덟 개의 팔로 여덟 개의 총탄을 날렸다.
마치 갱 십수 명이 집중 사격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데이몬도 주춤거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크흐흐하악-”
-팍!
데이몬이 피해를 무릅쓰고 달려들려고 하자 송장인형 흑마법사가 블랙 미스트를 사용해 데이몬의 시야를 다시 한번 가렸다.
그것도 모자라 놈의 데이몬의 생명력과 감정을 짧게 흡수한 후 그대로 블랙 재블린을 만들어 놈의 다리에 박아 넣었다.
비록, 놈의 방어력이 너무 강해 제대로 박히진 않았지만.
다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송장인형 저격수는 총으로 사격하는 와중 가까이 접근해 원래 있는 두 개의 팔에 각각 소드 오프 샷건을 들어 데이몬의 상체를 사격했다.
퇑-! 퇑-!!
흑마법으로 강화된 수십 개의 납탄이 데이몬의 상체에 광범위한 피해를 줘 피범벅으로 만들었으며,
팔이 네 개 달린 흑마법사는 네 개의 팔을 사용해 해잇 불릿과 블랙 재블린을 난사해 상처를 더욱 벌렸다.
결국 피해가 누적돼 다시 무릎을 꿇는 데이몬. 그러나 놈은 끈질겼다.
블랙 미스트로 시야와 후각이 차단되었음에도 공격 방향을 계산한 건지 바닥을 있는 힘껏 후려쳐 깨진 돌파편을 날려 반격을 가했다.
양팔을 이용한 덕분에 흑마법사 저격수 모두 뒤로 나가떨어졌다.
돌파편의 크기도 생각보다 커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 같았다.
데이몬이 피를 토하며 다시 일어났다.
자신이 죽던가, 상대가 죽던가 해야 멈출 놈이었다.
“그럼 뜻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데이몬을 죽여야 한다는 걸 깨달은 조가 샘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몸에 한계치까지 흑마법을 부여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주먹을 후려쳤다.
빡——!!
사람 두개골도 부수는 주먹. 그러나 부상을 입은 상황임에도 데이몬에겐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데이몬에겐 기껏해야 조금 아픈 수준. 그럼에도 조는 개의치 않고 셔츠를 빠르게 벗어 밧줄처럼 꼰 후, 그대로 데이몬의 굵직한 목에 건 다음 주먹을 말 그대로 연타했다.
빡——!
빡——!
빡——!
빡——!
빡——!
주먹이 꽂힐 때마다 데이몬의 얼굴은 짓무르고, 광대뼈가 내려앉으며, 눈꺼풀과 코는 덜렁덜렁 나가떨어지려고 했다.
그럼에도 놈은 쓰러지지 않고 일어섰다.
결국, 조는 무리가 오는 걸 알면서도 한쪽 팔에 흑마법을 집중시켜 위력을 증폭시켰다.
느릿느릿 두 손을 들어 조를 잡아채려는 데이몬.
“후흡….…"
————뽝!!!!
조의 심호흡이 끝나자 하수도 전체에 울려 퍼진 굉음.
사람이 말 그대로 부서지는 소리였다.
실제로 데이몬의 얼굴 한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조를 낚아채려던 두 팔도 힘을 잃었다.
끝이었다. 비록, 또 오른손에 과부하가 걸렸지만. 그래도 끝이었다.
“끄....으...으...으......”
“오, 신이시여 제발.”
조가 언제 찾은 지도 기억이 안 나는 신을 찾았다.
그대로 쓰러지나 했는데, 데이몬이 다시 균형을 잡더니 느릿느릿 팔을 들었다.
조를 낚아채기 위해.
이제는 지겹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었다.
주먹을 내지를 팔도 더 이상 멀쩡하지 않은데.
역시 질병계열 흑마법은 이게 문제였다. 거칠게 한번 싸우고 나면 이긴다 해도 며칠씩 앓아누워야 했다.
‘내가 블랙 슈트만 배웠어도..….'
그때였다. 이미 과도하게 사용한 팔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봤는데, 돌에 맞아 다리가 망가진 송장인형-흑마법사가 조의 팔 부분에 블랙 슈트를 덧씌웠다.
그뿐 아니라 머슬 업을 비롯한 각종 흑마법을 부여해줘 조의 오른팔은 흉흉한 검은 기운으로 일렁거렸다.
흡사, 악마의 팔처럼.
그 강력한 모습에 일순간 마음이 빼앗긴 조는 다시 한번 팔을 높이 들어 그대로 데이몬의 얼굴을 내리쳤다.
콲————————!!!!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질 정도로 바닥이 요동침과 동시에 조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흡사 불사신과 같던 데이몬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뻗었는데, 머리 부분은 마치 썩은 토마토처럼 터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역겹진 않았다.
너무 힘들어 그런 것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좀 더 빨리 도와줬으면 좋았잖아?”
조가 다가오는 송장인형 두 구를 보며 말했다.
여전히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녀석들이었지만, 너무 힘들어 따졌다.
놈들은 그저 ‘끼이이이익-’ 소리를 내며 웃을 뿐이었다.
이 새끼들 아무리 봐도 보통 송장인형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차일드라는 것 때문인가?
말이 안 통하니, 더 이상 따질 수도, 물을 수도 없어 조는 죽은 데이몬 위에 앉아 숨을 가다듬었다.
많이 지쳤는지 적잖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간신히 호흡을 회복할 수 있었다.
호흡을 다 회복한 조가 암흑뿐인 통로를 향해 물었다.
“언제까지 훔쳐볼 생각이야? 나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수도 통로에 한 무리의 무장세력이 나왔다. 척 봐도 보통 무장은 아닌 것 같았다.
“아……. 씨발,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