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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48화 (148/633)

< 148. 현상수배범 포획 (2) >

브레인 워시(brainwash).

되살린 시체의 통제권을 가져오는 오비디언스(obedience)와 비슷한 조작계열 기초 흑마법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브레인워시는 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를 지배한다는 것으로, 보통의 흑마법이 그러하듯 기초이기에 가장 중요한 흑마법이기도 했다.

“꾸루루루룩.…!!”

“꾸….륵!”

“꿰레레레레렉….!”

“찍…! 찍…! 찍…!”

“찌. 찌. 찌. 찌."

“찍찍찍찍."

이미 브레인워시에 걸려 명령을 듣고 있는 오염생명체는 그 위로 새로운 브레인워시가 덧씌워지자 고장 난 자동차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보통 먼저 흑마법을 건 쪽이 유리하였지만, 그럼에도 실력에 차이가 나면 통제권을 빼앗아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그런 경우인 것 같았다.

“끄루루루룩..…!!!”

“찌지지지지직……!”

악어와 개구리를 섞은 오염생물체와 벌거숭이쥐가 목표물을 바꿔 켈 자유독립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오염생물체의 돌발 행동에 방심하고 있던 적들은 당황했다.

“어? 어어어어어.…?”

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그때 키가 2미터가 넘는 근육질 사내가 명령했다.

“뭣들 해. 사격!”

그의 호령을 신호 삼아 남은 인력들이 정신을 차리며 일제히 사격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하수도 내 울리는 총성과 함께 오염생물체들은 말 그대로 몸이 난자당했다.

벌집처럼 몸에 구멍이 뚫리며, 살점과 피, 뼛조각까지 떨어져 몇몇은 극심한 고통 탓에 흑마법이 풀리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대부분 달려들거나, 도망치는 도중 쓰러질 뿐. 켈 자유독립군 근처까지 도달한 건 단 두 마리뿐이었다.

“그래, 여긴 노출됐어! 일단, 너희들부터 빠져나가! 휴잇을 지켜!”

2미터가 넘는 근육질 남성이 조잡한 통신기구에 소리치고는 선두로 나와 자신에게 흑마법을 부여했다.

붉게 달아오르는 피부와 팽창하는 근골격, 근육을 봤을 때 질병계열 흑마법인 것 같았다. 그것도 꽤나 숙련된.

체감상 두 배는 커진 듯한 키와 세배로 부푼 근육이 그 증거.

“흥—!”

질병계열 흑마법사가 콧방귀를 뀌며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오염생물체 2마리는 그대로 벽에 처박혀 다진 햄버그가 됐다.

기껏 가로챈 오염생물체인데, 별다른 활약도 못 하고 퇴장한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했지만.

“근접 전투원은 접근하고 나머지는 지원해! 내가 마무리- 응?!”

질병계열 흑마법사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무엇인가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딱- 딱- 딱- 이빨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송장인형-넝마였다.

지저분한 더벅머리와 걸레나 다름없는 망토를 뒤집어쓴 넝마는 여러 개의 팔다리를 이용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송장인형?!!”

그가 소리치며 흉악한 주먹을 그대로 휘둘렀다.

빠각——!!

얼마나 강력했는지 산업용 철구에 맞은 듯 몸통 한쪽이 부서지며 날아갔다.

그로 인해 헐렁하게 고정된 팔다리도 다 나가떨어져 나갔다. 칼날이 부착된 팔다리가 말이다.

"응?"

질병계열 흑마법사가 소리 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상대방의 기력을 소진 시켜 몸과 정신을 둔감하게 만드는 이그저스천(exhaustion)이 걸린 칼날이 적 흑마법사의 몸에 박히고 만 것이다.

푹一! 푹一! 푹一! 푹一! 푹一! 푹一!

갑작스러운 상황.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당황한 적들의 몸에 다트판 같은 표식이 뜨더니 그와 함께 검은 칼날이 모기떼처럼 쏟아져나와 그들의 몸에 박혔다.

개중에 피한 자들이 있지만, 못 피한 자가 더 많았다.

“간부 말고 병사도 있는 것 같지만, 가급적 죽이지 말고 제압해 주세요. 죽이면 포상금이 깎여서요.”

“어!”

“알았어!”

“알겠습니다.”

조, 샘, 오언이 대답 일제히 대답하며 뛰어갔다.

흑마법으로 신체를 개조한 적들이 갑자기 커다란 칼(클레이모어)을 들고 돌격하였으나, 오언이 있는 힘껏 휘두른 쇠몽둥이에 부러지며 날아가고 말았다.

샘은 총을 난사해 저지했고, 조는 검을 견제하며 파고들려고 했다.

상대방 측도 보통은 아닌지 샘의 총알을 막거나, 피하고, 조의 접근을 견제하며, 2대 1로 오언을 상대해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질병계열 흑마법사가 몸을 추스르며 아군을 도우려고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블랙 슈트에 버닝 라이프, 머슬 업을 덧씌워 강화한 올리버가 뛰어올라 질병계열 흑마법사의 관자놀이를 쿼터스태프로 후려치며 말했다.

뇌가 흔들렸는지, 그는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조와 샘, 오언 그 외 다른 사람들도 그 광경에 놀랐다.

골리앗과 다윗만큼 체격 차이가 나는 사람을 일격에 쓰러뜨렸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올리버가 그런 그들을 보며 말했다.

“켈 자유독립군. 질병계열 흑마법사 데이몬. 오염생물체를 다루는 흑마법사 앨리스터, 세계수를 다루는 마법해커 휴잇….. 이들 셋 모두 주요 간부입니다. 데이몬이 방금 도망치라고 했으니, 나머지 둘도 근방에 있을 겁니다. 전 앨리스터와 휴잇를 쫓을 테니, 여러분은 송장인형과 함께 여길 맡아주세요.”

올리버가 조에게 말하며 다른 하수도 통로를 향해 뛰어갔다.

허나, 조는 토를 달거나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여기 있는 데이몬과 앨리스터, 휴잇은 각각 억이 넘는 중요 현상 수배범이었으니.

아니, 그 이전에 올리버가 명령해도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압도적인 강자는 그래도 되는 법이니까.

조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얼른 끝내자."

***

올리버가 떠났지만, 질병계열 흑마법사 데이몬이 기절해 쓰러졌기에 일은 한결 수월했다.

비록 적들이 많고, 나름대로 강하다 해도 조와 샘, 오언이 여유를 가지고 상대하자 밀릴 만한 적은 아니었다.

비록, 총을 든 적들이 멀리서 방해를 해왔지만, 지원은 이쪽도 있었기에 큰 불만이 없었다.

“크르르르르르르!”

“캬하하하하하!”

송장인형-흑마법사가 흑마법을 발동해 적들의 발을 묶었다.

적 그림자가 잡초처럼 솟아올라 다리를 붙든 것인데, 덕분에 스텝을 밟으며 클레이모어로 견제하던 적은 일순간 움직임이 봉인됐고, 조는 그 틈을 파고들어 너클을 낀 주먹으로 그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빡 소리와 함께 옆구리 뼈가 세대는 나간 것 같았다.

곧바로 뛰어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던 적 둘을 주먹과 발차기로 쓰러뜨린 다음, 조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차하면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송장인형-저격수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여덟 개의 팔로 총을 쏴 모두를 지원하여, 후방에서 사격하던 적들의 견제는 물론 다른 방향에 있는 오언도 지원해줬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샘과 싸우던 적을 향해 다가가 양손의 소드 오프 샷건으로 퇑一! 퇑一! 한 발씩 쏜 거였다.

샘과 호각으로 싸우던 적은 갑자기 접근해 소드 오프 샷건을 차례로 쏘는 송장인형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토마토처럼 터지듯 쓰러졌다.

보통 산탄총의 위력이 아니었는데, 샘처럼 총알에 흑마법을 부여해 위력을 높인 것 같았다.

소름 끼쳤다.

단순히 강력한 화력 탓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가급적 죽이지 말라는 올리버의 말이 있음에도 화력을 과시하고 싶어 불필요하게 죽인 송장인형의 태도 때문이었다.

배움이 얕고 편중되어 있어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일반적인 흑마법으로 만든 좀비나 송장인형과 결이 다른 것 같았다.

심지어 송장인형-저격수는 자신의 화력에 만족하듯 어색하지만 분명하게 웃었다.

“케..…! 케..…! 케..…! 케..…!”

그 모습은 뭐랄까. 단순한 좀비를 넘어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느낌이었다. 사람만큼 악의가 넘치는.

그렇기에 등골을 타고 서늘한 소름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어느새 다가온 샘이 조심히 물었다.

“내가 잘 몰라 그러는데 송장인형 전부 다 저런 거냐?”

“몰라.”

“데이브란 녀석 도대체 뭘 만들 거야?”

투덜거림을 위장한 하소연에 송장인형-흑마법사가 낮게 울며 이쪽을 바라봤다.

말이 안 통했지만, 데이브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경고 같았다.

앞서 둘의 활약을 본 탓인지 조는 샘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 주의를 끌었다.

“일단, 일부터 하자. 오언. 포박줄 가져와.”

쇠몽둥이로 적을 셋이나 쓰러뜨린 오언은 조의 명령해 헐레벌떡 뛰어와 줄을 꺼냈다.

특수한 매듭법으로 묶인 밧줄은 대상의 양팔에 둘러 당기기만 하면 됐다.

의외로 편리해 이쪽 바닥에서 널리 쓰이는 물건으로 직접 만들기도 하고, 파는 가게도 있을 정도였다.

듣기로는 한 이상한 유곽에서 서비스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던데, 사실일지 궁금했다.

‘변태들도 쓸 데가 있다는 건가?’

조가 쓰러진 적들 중 숨이 붙어있는 놈들의 양팔을 뒤로 묶어 포박줄을 대고 그대로 당겼다.

그리고는 끌고 와 한곳에 모았다.

웬만한 일에는 예산을 안 쓰는 시(市)이나, 의외로 쓸 때 쓰기도 하니 일반병사를 다 넘기면 적어도 수백에서 천 이상은 기대할 수 있을 듯했다.

실제로 샘은 벌써부터 돈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일반병사는 마리당 최소 백은 쳐준다 쳐도, 하나, 들, 셋….. 아니지 죽은 놈은 예외로 쳐야 하나?”

“반값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계산하는 샘과 오언에게 조가 대뜸 말했다.

“자잘한 건 빼도 저기 쓰러진 녀석만으로 벌써 1억 5천이야.”

조가 흑마법이 풀린 채 바닥에 묶여 쓰러진 질병계열 흑마법사 데이몬을 가리켰다.

데이브에게 받은 자료에는 그의 활약상이 적혀 있었다. 게릴라전으로 열 개가 넘는 왕국군 소대를 전멸시켰다고 했다.

사용한 흑마법을 보니 과장 같지는 않았다.

체감상 4, 5미터의 거인이 되고, 풍선처럼 부푼 근육은 보는 것만으로 생물학적 공포를 일으켰으니.

저 정도면 1억 5천도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았다.

오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 전에 데이브 씨께서 다른 사람을 쫓아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다. 올리버가 말했다. 오염생명체를 다루는 앨리스터와 마법해커 휴잇을 쫓는다고.

그 둘의 현상금은 각각 1억 1천과 3억이었다.

이에 관해 이야기하자 오언이 놀라며 말했다.

“그, 그럼, 도우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행여 놓치면..…."

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언제부터 녀석을 믿은 건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녀석이 놓칠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 흑마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일까? 아니, 그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뭐랄까……. 그래, 압도적인 힘과 존재감에서 오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넌 그 괴물 녀석이 전쟁에서 패해 도망친 개새끼를 놓칠 것 같아? ....아, 칭찬이야 칭찬.”

샘이 노려보는 송장인형 두 마리를 향해 변명했다.

그 두 마리는 넝마라 불리는 송장인형을 챙기고 있었다.

흑마법은 겉핥기로만 배운 조이지만 상당히 고성능의 송장인형인 건 알 수 있었다.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자기 일을 판단해서 하다니.…. 개인적인 감정과 별개로 대단하긴 대단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건 대박이네. 굵직한 놈들만 다 합쳐도 5억 6천은 된다는 거니까. 그중 우리 몫이….?”

“절반.”

샘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2억 8천. 너랑 나랑 40씩 먹고, 20은 오언이 먹으니 나는 최소 1억1 천2백은 버는 셈이네.”

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샘이 씨발이라고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게 1억이 넘는 돈은 X구역에서 좀체 만질 수 없는 거금이었다. 아니 란다의 대부분 인간이 만질 수 없는 돈이었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는 노동자 구역을 벗어나 새 삶도 가능한 돈이지. 물론, 그런 인간은 없겠지만.’

“1년 동안 마음껏 써도 걱정 없는 돈이네. 갑자기 존나 행복해지는데? 오언. 네 앞으로도 5천 6백은 떨어질 텐데, 뭐할 거냐?”

오언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숙맥처럼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일단, 파이터 크루에 상납한 다음 동생들 병원비랑 식료품이나 잔뜩 사려고요.”

“너 답네. 조 너는?”

조가 대답하려는 그 찰나 제4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켈 반군의 간부 질병계열 흑마법사 데이몬였다.

“이 더러운 새끼들..…. 고작, 돈 때문에 우릴 습격한 거냐?”

비록 흑마법이 풀린 상태라곤 하나 특유의 눈빛과 체격 덕분에 위압감이 있었다.

“용케 깨어났군.”

“그깟 더러운 돈 몇 푼 때문에 우릴 습격한 거냐 물었다.”

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데이몬이 멋대로 지껄였다.

샘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돈이 아니라면 너희는 뭘 위해 싸우지? 가족? 동포? 고향? …너희들한테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말투뿐만 아니라 눈빛조차 그는 조 일행을 쓰레기처럼 봤다. 온 진심을 다해 말이다.

솔직히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살아가려 발버둥치는 우릴 깔보는 것 같기에.

“돈 귀한 줄 모르는 새끼들이나 그런 말 하는 거지.”

조와 마찬가지로 X구역 밑바닥에서 구른 샘이 말했다.

이 도시에서 돈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문제였다. 사람이 될 수도 벌레가 될 수도 있었으니.

그러나 데이몬은 이 사실을 비웃었다.

“역시 너희들은 쓰레기다. 돈밖에 모르는 쓰레기.”

샘이 기분 나빠 하며 오언에게 명령했다.

“야, 저 새끼 입에 재갈 물려. 죽이고 싶은데, 몸값 때문에 그럴 수가 없네."

오언이 시키는 대로 데이몬에게 다가갔다.

아무도 긴장하지 않았다. 이미 포박줄로 몇 겹씩 포박되어 있으니.

허나, 이것은 착각이었다.

[매드니스(ma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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