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144화 (144/633)

< 144. 협업 제안 (2) >

삐- 삐- 삐- 달칵-!

올리버는 자명종 시계를 끄며 다시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둘렀다.

그런 다음 손잡이가 달린 갈고리를 이용해 시체를 꺼냈다.

시체는 모두 세 구.

블랙마켓에서 구매한 의사와 흑마법사의 시체 그리고 마텔 관계자의 시체였다.

올리버의 지하실에 침입하려다 보안 흑마법에 걸려 살해당한 자 말이다.

여섯 시간이 넘게 가공한 덕분에 시체의 상태는 다들 좋았다.

마텔 관계자 시체는 썩은 부분이 있어 많이 덜어내야 했지만, 그럼에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어차피 오래 쓸 생각 없으니까.”

올리버는 그렇게 판단하고는 시체를 힘겹게 들어 시험대 위에 올렸다.

“운동 좀 해야겠네….."

익숙하면서도 낯선 육체노동에 올리버가 중얼거리며 탁자 한쪽 거치대에 올려놓은 책을 살폈다.

올리버는 우선 메스를 가져와 책에 적힌 대로 중요 부위를 가른 다음 그 틈을 벌려 안쪽에 있는 뼈를 살폈다.

다행히 망가진 뼈는 없었다.

올리버는 약품을 가져와 뼈를 강화할 코팅액을 분사기로 뿌린 다음 갈라진 부분을 실과 바늘로 꿰맸고, 이어서 사람의 살점과 화학물질을 흑마법으로 섞어 만든 특수 접착제로 꿰맨 부분을 마무리했다.

놀랍게도 갈라진 살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착 달라붙었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길 수차례.

올리버는 3구의 시체 모두 마무리했다.

벌써 등이 뻐근하고, 어깨와 팔이 욱신거렸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 작업을 이어갔다.

약속 시간이 촉박한 것도 있었지만, 힘이 들수록 보조용 송장인형의 필요성을 실감한 것도 한몫했다.

차라리 지금 고생하고 확실한 보조 인력을 확보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올리버는 미리 설계했던 대로 시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우선 중심축이 될 흑마법사의 시체를 실험대 위로 올린 뒤, 메스를 이용해 어깨 주변 살을 베어낸 후, 관절을 뽑는 분리기구를 사용해 어깨에서 팔을 깔끔하게 분리했다.

타칵一!

올리버는 깔끔하게 뽑힌 팔 부위를 살펴 보곤, 책에 적은 메모를 살펴봤다.

이 정도면 양호한 것 같았다.

올리버는 다른 쪽 팔도 같은 방식으로 뽑아낸 후, 이번엔 개조한 수술용 톱을 들어 쇄골 바깥쪽에 대고, 허리까지 세로로 썰기 시작했다.

서걱서걱쓰르륵쓰르륵.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되긴 했지만, 올리버는 연습한다는 생각을 가지며 반대쪽 쇄골 바깥쪽에 수술용 톱을 대 다시 썰기 시작했다.

서걱서걱쓰르륵쓰르륵.

그렇게 자르고 올리버는 다른 두 구의 시체도 똑같이 손을 댔다.

나머지 2구도 같은 방식으로 양팔을 뽑은 뒤, 접합 부위를 계산해 목과 어깨 사이를 수술용 톱으로 썰었다.

올리버는 필요 없는 부위를 특수 가방에 넣고 나서 뽑힌 여섯 개의 팔과 잘린 시체 세 구를 살펴봤다.

'음....."

책을 보며 다음 단계를 확인하던 올리버는 우선 시체를 이어 붙이기로 했다.

흑마법사 시체를 중심으로 좌로 의사, 우로 마텔 관계자의 접합 부위를 맞대 시침질하고, 각 단면에 두드러지는 어깨의 뿌리 뼈에는 특수 못을 양 쪽으로 박아 조여 고정시킨 후, 흔들리지 않도록 갈비뼈들을 구리선으로 강하게 묶고는, 약품들로 탄성을 주어 골절을 방지한 뒤, 마지막으로 살부분에 특수 접착제를 이용해 깔끔히 마무리 하였다.

시체를 흔들어 고정 여부를 확인한 후, 천장 도르래에 매달아 놓은 쇠사슬을 가져와 시체에 묶어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촤르륵-! 촤르륵-! 텅一!!

쇠사슬에 고정된 묵직한 시체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축 늘어진 채 일어섰다.

올리버는 블랙마켓에서 사 온 구리 선을 여러 개 가져와 책에 적힌 대로 각 시체의 척추에 박은 다음 그걸 다른 시체에 박아 주었다.

흑마법사와 의사.

흑마법사와 마텔 관계자.

마텔 관계자와 의사 이렇게 말이다.

이래야만 송장인형이 혼선 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선을 다 꽂아 연결한 올리버는 마텔 시체와 의사 시체의 양 끝을 서로 잡아당겨 마저 접합한 후 팔을 장착하기로 했다. 원통형이 된 터라, 자칫 굴러떨어질 뻔하였다.

팔의 장착 부위는 흑마법사의 몸통을 기준으로 작업에 필요한 위치에 각각 박기로 했다.

어깨에 각각 두 개, 가슴 아래쪽에 두 개 이런 식으로.

올리버는 먼저 드릴 같은 기계를 들고 왔다.

수술용 톱처럼 은처럼 빛나는 금속 기구로, 올리버는 팔을 끼우기로 정한 부위에 대고 손으로 돌려 해당 부위의 살점을 파내기 시작했다.

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끼릭-

살과 뼈를 파내는 금속음이 지하실에 소름 끼치게 울려 퍼졌다.

여섯 개의 구멍을 다 파낸 후, 올리버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송장인형에 쓰이는 금속제 관절 기구 여섯 개를 꺼냈다.

올리버는 관절 기구를 집어 뒤쪽 못 부분을 파놓은 구멍에 맞춰 있는 힘껏 쑤셔 박았다.

푹짝一!

구멍을 일부러 작게 팠기에 꽉 끼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접착제와 못을 추가로 더 박아 확실히 고정했다.

올리버는 나머지 다섯 개의 구멍에도 똑같이 관절 기구를 박아 넣은 다음, 그 기구에 미리 뽑아놓은 팔을 박고, 못을 추가로 박아 넣어 확실히 교정시켰다.

이로써 형태는 얼추 잡은 셈이었다.

“후우.……"

올리버는 망치를 든 손으로 이마를 닦은 후, 세 개의 사체를 합친 송장인형-도우미1을 살폈다.

생각하던 것과 아주 똑같진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올리버는 곧장 장비와 부품을 가져와 도우미1의 세부 기능을 달기 시작했다.

수술용 도구와 약품을 보관할 보관함, 마력과 감정, 생명력을 담을 탱크, 이를 끌어다 쓸 수 있는 금속 파이프.

그 외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총기 장치나, 칼날, 염산 분사기 등도 달았다.

유비무환이었으니.

해당 작업은 송장인형을 수리하는 과정 중 요령이 붙은 작업이라 생각보다 쉬웠다.

“하아……."

올리버가 마무리 작업까지 끝낸 후 앞치마를 벗어 온몸을 닦으며 숨을 토했다.

생각보다 길고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어찌어찌 잘 마무리한 것 같았다.

올리버는 시계를 봤다. 다행히 아직 여유가 있었다.

“게으름을 안 부리길 잘했네.”

그 말과 함께 올리버는 책상 앞으로 가 시험관을 하나 꺼냈다.

차일드-퍼스트가 담긴 시험관이었다.

“퍼스트. 한 번 부탁드릴게요.”

올리버가 속삭임과 함께 시험관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퍼스트가 끽끽 소리를 냄과 동시에 송장인형-도우미1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움찔거리는 송장인형.

잠시 후, 몸을 장악하였는지, 도우미1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다른 두 개의 머리도 어색하게나마 움직였고.

‘음, 몸이 붙어있으면 머리가 몇 개라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네. 여러 마리가 들어가도 문제없으려나?’

올리버가 움직이는 차일드를 관찰하며 생각했다.

이윽고 송장인형을 완벽히 장악했는지 퍼스트가 세 개의 대가리로 올리버를 바라보며 쇳소리를 냈다.

“캬흐..…. 카하아아. 크허…. 캬햐햐햐.”

의미를 알 수 없는 울음에 가까웠지만 올리버는 대충이나마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쇠사슬 풀어 달라고요?”

“카.…! 캬…!!”

세 개의 대가리로 끄덕이는 퍼스트.

올리버는 요청대로 몸을 묶은 쇠사슬을 풀어줬다.

촤르륵 거리는 쇠사슬 소리와 함께 퍼스트는 의족을 단 사람처럼 어색하게 서서 몇 발자국 움직이고는 개선점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캬흐흐흐.…. 캬르륵..... 가캬르."

여섯 개의 손 중 세 개 다 다리 부분을 가리켰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엮은 몸뚱이에 맞춰 다리도 각각 몸통 방향으로 맞춰져 걷기 불편하다는 거였다. 실제로 여섯 다리의 걸음걸이가 제각각이라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음….. 이 부분은 나중에 개선하도록 할게요. 다른 부분은 문제없나요?”

퍼스트는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는 아직 모르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좋습니다. 그럼, 나중에 문제 생기면 말씀해주세요. 개선해 드릴 테니.”

캭- 캭- 소리를 내며 퍼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송장인형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음..…. 퍼스트. 혹시 괜찮으시면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회복한 후 바로 일 시켜서 죄송하지만, 시간이 없거든요. 부탁할 수 있을까요?”

올리버가 시계를 가리키며 물었다.

퍼스트는 기쁘다는 듯이 세 개의 대가리를 끄덕였다.

“캬흐륵….!”

***

도우미 송장인형을 만드는 것은 틀린 생각이 아니었다.

비록, 도우미1을 만드는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었지만, 만들고 난 후부터는 작업에 엄청난 속도가 붙었다.

어느 정도냐면 던칸에 의해 망가진 송장인형 흑마법사, 저격수, 넝마를 약속 시각 전까지 모두 수리하고 거기에 개조까지 더할 정도였다.

도우미1은 시체를 세 개 합친 덕분인지 힘이 좋아 송장인형을 베개처럼 가볍게 옮겼고, 수술이나 작업 솜씨도 올리버보다 나아 솔직히 지시만 해도 충분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올리버는 모든 일을 맡기지 않고 송장인형-도우미1과 합을 맞춰 작업을 같이 진행했다.

그냥 맡기면 편할지 모르지만 올리버의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을 테니. 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올리버의 실력 향상이 필수적이었다.

부우으으으으응.

달리던 택시가 작은 소리와 함께 서행하며 이윽고 길가에 멈췄다.

족제비처럼 생긴 택시 기사가 조심스럽게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리곤 입을 열었다.

“손님.…. 헤. 헤. 그 말씀 하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우범지역인 X구역 근처에 온 것만으로 불안한지 그가 불안한 빛을 뿜으며 말했다.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곤 약속한 돈을 지급하기 위해 지갑을 꺼냈다.

“말씀드린 대로 두 배입니다. 억지 부려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아슬아슬했는데 덕분에 늦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별말씀을.....”

택시 기사는 고개를 어색하게 끄덕이며 돈을 받고는 올리버가 내리자마자 차 머리를 다급히 돌리며 떠났다.

가만 보니 택시 기사들도 성격이 다 다른 것 같았다.

택시가 떠난 후, 올리버는 X구역 입구를 향해 들어갔다.

‘이걸로 몇 번째 방문이더라,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올리버가 생각해봤다.

처음 조셉과 방문했을 때 한 번, 이후, 패밀리를 떠나 조셉을 만나러 갔을 때 또 한 번. 그 외 머피의 의뢰와 조를 만나러 때 그리고 지금. 다 합쳐 총 다섯 번 방문한 거 같았다.

꽤 많이 방문한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건물과 골목 곳곳에 숨어서 지켜보는 시선은 줄지 않았다.

경계심과 악의를 품은 시선. 딱히,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기는 했다.

현재 올리버가 목표로 삼은 켈 자유독립군 잔당은 이곳 X구역에 숨어 있었는데, 이방인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곳에서 어떻게 그들이 숨어 있는 건지 올리버의 머리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들에게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라면 올리버로서는 찾기 어려울지도 몰랐다.

“역시 다행인가? 조 씨가 도와준다고 한 게.”

삼 일 전, 블랙마켓에서 만난 조는 올리버가 일이 있다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무슨 일인지 알아맞히고 그것도 모자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정확히는 자기도 끼어달라고 한 거지만.’

이런 종류의 일은 벌이가 짭짤한 데 반해, 신용 등의 이유로 자기들한테는 기회가 잘 안 온다고 올리버에게 끼워달라고 했다.

대신, 올리버가 어려워하는 수색 쪽은 자신이 책임져주겠다고 말이다.

‘그 뭐랄까..…. 넌 그런 쪽은 약해 보이거든.’

조는 모욕이 아니라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고, 올리버는 이를 바로 수락했다.

조의 말대로 자신에게 수색 같은 일은 생소한 영역이었으니.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조는 참가 인원을 둘 더 늘리고, 총수익의 반은 올리버가, 나머지 반은 자기와 자기가 데려온 친구들이 나눠 가지겠다고 제안했다.

올리버는 이 역시 바로 수락했다.

자신 혼자 X구역을 뒤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아서 말이다.

“그런데 여기가 맞나?”

올리버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주택가로, 다른 구역에 비해 협소한 붉은 건물이 숨이 막힐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심지어 1/3은 건설이 마무리되지 않아 담벼락 같은 형태로만 있었다. 도대체 뭔가 싶었다.

“여기야.”

어딘지 구체적으로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던 중 누군가 올리버를 향해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리자 먼지가 가득한 붉은 집 앞에 서 있는 조가 보였다.

조의 등 뒤로 오염구역에서 보았던 쌍권총 샘과 덩치가 크고 뚱뚱한 검은 피부의 10대 남성이 서 있었다.

올리버가 그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아, 반갑습니다.”

“….나도 반가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조가 문을 열며 제안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