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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41화 (141/633)

< 141. 복귀 (1) >

파칙———우우우웅!

보랏빛 포털이 허공에서 형성되며 올리버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포털을 빠져나오자 숙소였다. 올리버의 숙소 근처나 집 앞이 아닌, 안이었다.

놀라웠다. 주소를 알려줬다곤 하나, 내부에 포털을 만들 줄이야.

공간학파의 마법이 대단한 건 알았지만, 새삼 그 유용성이 실감됐다.

올리버가 질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으나, 안타깝게도 포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뭐, 크게 아쉬울 건 없었다.

대략 2주에서 3주 사이 급한 일을 끝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니.

올리버는 멀린에게서 받은 커프스 형태의 신호기를 살폈다.

"뭐, 로스번이랑 다른 아이들도 맡아주셨으니 고마울 따름이지."

문득 지난 며칠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가만 돌이켜보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에디스의 의뢰로 제인 아가씨 호위를 맡은 뒤 목돈이 들어오고 나서 휴식이란 명목으로 쉬었지만, 조를 만나 흑마법을 가르쳐주고, 블랙마켓에서 시체를 주문하며, 마텔과 문제를 일으키는 등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심지어 책방 노인인 줄 알았던 멀린과 어쩌다 보니 계약성 사제관계를 맺어 마법을 배우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마치 다 꿈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멀린에게서 받은 새 옷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후......."

올리버는 방안을 둘러봤다.

몸을 뉘어 잠을 자고, 간단한 식사만 하는 공간을.

물건들이 어지럽게 어질러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침입해 뒤진 것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한편으론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갱들이 주변에 있어 어느 정도 치안이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도둑이 아예 없으리란 기대는 안 했으니.

뭣보다 사라진 것도 없었다.

하긴 돈 될 만한 것이라고 해봐야 소형 냉장고뿐이었으니.

올리버는 어지럽혀진 집안을 정리한 후 밖으로 나와 지하실 입구로 내려갔다.

딱- 딱- 딱-

일단,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차일드와 가공한 시체, 망가진 송장인형, 수술 도구 밑 약품 등등 중요하고, 민감한 물건은 빅마우스에게 먹여 챙긴 터라 지하실에도 딱히 중요한 게 없었다.

그럼에도 밑으로 내려간 이유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지하실 입구 앞에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다.

상처 부위를 살펴보니 올리버가 혹시나 해 설치해둔 방비장치에 살해당한 것 같았다.

흑마법진과 미니언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강제로 문을 열 거나 방비 흑마법을 풀려고 하면 반응해 앞에 있는 것을 사살하게 설계한 물건.

아무래도 누워 있는 시체는 침입을 시도하는 와중 그대로 당한 것 같았다.

부패한 냄새를 봤을 때 사망한 지 며칠은 지난 것 같았고.

올리버는 가만히 그를 관찰하다 옷을 뒤져 신분을 알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봤다.

부스럭부스럭 몇 번을 뒤적인 끝에 뭔가를 찾았다.

마력이 감도는 손거울 같은 물건과 지갑 그리고 마텔의 견습 연구원이라는 신분증이었다.

아무래도 마텔 쪽 사람인 듯싶었다.

올리버는 죽은 시체를 말없이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텔 쪽과 문제가 다시 불거질까?’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일단 아니라고 판단하며 고개를 저었다.

뭐가 됐건 먼저 침입하려고 한 것은 이쪽이었으니.

“아인 찰슨..…. 노스랜드 출신.”

올리버가 지갑 속 남자의 신분증을 따라 읽은 다음 지폐와 함께 챙겼다.

그런 뒤 허리춤에 찬 빅마우스를 꺼내 시체를 챙기라 했다.

비록 썩긴 했지만, 이 정도면 가공해 쓸 수 있었다. 유통기한이 짧긴 하겠지만, 어차피 새로운 송장인형을 만들어 교체할 테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견습이든 뭐든 마탑의 마법사였다. 블랙마켓에 주문한 의사, 흑마법사 시체와 섞어 사용하면 딱 맞을 듯했다.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꾸르르르륵……."

시체를 어느새 통째로 삼킨 먹보 주머니가 올리버를 바라봤다.

분명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덩치가 커질수록 성질이 고약해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문득 이유가 뭔지 궁금해졌다.

만드신 분이 자기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걸까?

나중에 찾아가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누가 또 아는가? 이걸로 이야기를 나누며 흑마법 아이템을 만드는 요령을 배울 수 있을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후 올리버는 빅마우스를 다시 접어 허리춤 가죽 케이스에 넣은 뒤 감정을 추출해 열쇠를 넣듯 보안 흑마법에 감정을 넣어 흑마법 잠금장치를 풀었다.

촤르르륵- 손에 전해지는 느낌과 함께 흑마법진이 사라지며 올리버는 문 안을 들어가 살폈다.

참고로 흑마법진을 억지로 풀고, 튀어나온 미니언을 해쳤다 해도 지하실 내부에 억지로 들어가면 라스붐을 머금은 미니언이 튀어나와 내부를 폭발하게 설정해 놨는데, 이 역시 혹시나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거였다.

있는 거라고는 탁자와 가구 등 값싸고, 중요하지 않은 것뿐이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이와 같이 대비했다.

‘머피 씨에겐 좀 미안하겠지만.’

어쨌건 올리버는 2층 침실에 비해 멀쩡한 지하실을 확인했다.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고.

“음..…. 그래도 장소를 바꿔야겠네.”

올리버가 잠시 고민한 끝에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결국 이곳은 아주 안심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게 판명 났기에.

안심하며 실험실의 규모와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화가 나거나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에 불과했지.

그리고 당장 모든 일을 중단할 생각도 아니었다.

블랙마켓으로 가 주문한 시체를 인계받아 가공 처리한 뒤, 보조용-송장인형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저 퍼펫처럼 제대로 된 실험실을 만드는 걸 보류할 계획일 뿐이었다.

자리를 완전히 잡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안전한 곳이 필요했으니.

“……급하게 가지 말자. 천천히.”

올리버가 중얼거리며 지하실을 살펴본 다음 밖으로 나왔다.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벌어져 정리가 필요했다.

“우선, 마텔과의 문제는 어르신께서 해결하실 테니 지켜보고, 로스번이나 다른 애들도 어르신이 맡아주신다고 했으니, 음…..”

가만 생각해보니 올리버가 해야 할 일은 딱히 없었다.

멀린이 올리버가 벌인 일을 대부분 처리해준다고 했으니.

피곤해서 몰랐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상상 이상으로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았다.

사실상 올리버의 힘으로 불가능한 뒤처리를 해주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릇.

멀린과 다시 만나는 건 2, 3주 후이니 그동안 올리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우선..…. 포레스트 님부터 만나야겠네.”

올리버가 그렇게 자신이 할 첫 번째 일을 정했다.

***

올리버가 포레스트를 만나는 것을 첫 번째 일로 삼은 건 복합적인 이유에서였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올리버가 일방적으로 포레스트와의 연락을 끊은 것 때문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로스번을 구하려고 마텔로 간 이후 포레스트에게서 연락이 몇 번 왔는데,

문제는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 덕분에 전혀 받지 못하고 무시하고 말았다.

그런 상태에서 며칠 동안 찾아가지도 않았으니. 가서 인사라도 하는 게 순서일 거 같았다.

두 번째 이유는 해결사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소란스러운 일을 겪긴 했지만 멀린의 배려 덕분에 컨디션을 회복했고,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오래 쉰 감이 있었다. 그 외에도 더 나은 실험 장소와 재료, 그 외 기타 등등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돈을 모아야 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멀린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세상에 대해 가르쳐달라 청했을 때, 그는 직접 보고 배우라고 조언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배우는 세상은 진짜 세상이 아닌 가공된 세상이라며.

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 같지가 않았다.

누군가의 눈과 경험을 통해 본 세상은 가공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제인과 멀린의 식민지 설명이 다른 것이겠지.

세상을 보는 방법 중 올리버가 아는 방법은 해결사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올리버는 좀 더 진지하게 알고 싶었다. 이 세상에 대해.

마텔은 어찌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는 것인지, 고아는 실험체 취급당하는 건지, 고아가 왜 많은 건지, 식민지는 왜 생긴 건지, 파테르교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과 그 근원의 뿌리를 전부 알고 싶었다.

흑마법과 악마, 아름다운 빛 못지않게 말이다.

어째 끝나는 건 없고, 해야 할 일만 계속 늘어나는 기분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썩 싫지 않았다.

배울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알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이니. 이는 크나큰 기쁨이었다.

딸랑. 딸랑.

포레스트 레스토랑은 여느 때와 같이 문을 열자 손님 방문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종업원인 알이 나와 손님을 반겼다.

“어서오-”

알이 올리버를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하는 동안에는 늘 행동과 표정이 절제된 그였기에 특히나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래서 올리버는 이번에 자신이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알 씨."

“아, 안녕하십니까. 데이브 씨….. 참으로 반갑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정신을 차린 알이 그리 말했다. 그는 올리버를 보자마자 놀라움과 충격이란 감정을 내보였다.

연락을 무시하고, 며칠 동안 안 나타난 건 맞았지만, 좀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말했다. 참으로 프로다웠다.

“….데이브 씨. 사장님을 만나러 오셨습니까?”

“예.”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지요.”

“안 기다려도 되나요?”

“예, 물론.”

그 말과 함께 알이 올리버를 안내했고, 올리버도 그를 따라갔다.

보통 포레스트를 만나기 위해서는 좁은 레스토랑 사무실 혹은 지하 깊숙이 있는 중개인 사무실 들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 사무실로 안내했다.

식료품 창고 옆에 있는 자그마한 쪽문을 말이다.

“이쪽으로 가면 되나요?”

“예, 그렇습니다.”

알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문을 완전히 닫으려는 찰나 알이 말했다.

“이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올리버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알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올리버는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제 가도 참으로 깊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캔트가 말한 란다 밑의 또 다른 도시인 지하 도시와 연결된 것 같았다.

비상시 숨거나 도망치며 다른 곳으로 탈출할 여지가 많은.

확실히 중개인에게 필요한 곳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 어느새 올리버는 맨 아래 지하층에 도달했다.

그런 다음 습관처럼 외길로 이뤄진 좁다란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방문했음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똑- 똑-

복도 끝에 도착한 올리버가 작은 문을 두들겼다.

잠시 후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게.”

힘없는 목소리와 함께 올리버는 정중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에 마련된 탁자와 의자, 거대한 카운터, 그 뒤를 가득 메운 서류 캐비닛 등등 익숙한 사무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것이라면 사람 머리통만 한 통신장치 여러 대와 그 통신장치와 씨름하고 있는 포레스트였다.

늘 깔끔한 정장 차림에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보이던 그는 불과 며칠 사이 초췌해져 있었다.

셔츠는 땀과 주름에 절여졌고, 늘 기름을 발라 정리하던 머리는 흐트러졌으며, 눈 아래에는 희미하지만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며칠 동안 고생을 심하게 한 눈치였다.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그 고생이 자신 때문임을 직감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올리버는 인사부터 했다.

“어……. 안녕하십니까?”

“아니. 안녕 못하네.”

포레스트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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