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가치 (1) >
허공에 모이는 보랏빛 마력이 한데 뭉쳐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보랏빛 마력이 고리 형태로 펼쳐지며 다른 공간과 연결된 포탐을 형성했다.
“따라오시오.”
중고 책방 주인인 멀린이 먼저 들어가며 말했다.
로스번을 비롯한 아이들은 눈앞의 믿기지 않은 광경에 겁을 먹었지만, 올리버가 괜찮다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이내 용기를 내며 하나하나 들어갔다.
올리버는 아이들이 다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마텔 연구소 관계자들 앞을 지키고 선 채.
"......."
"......."
"......."
"......."
“제가 마지막이에요. 선생님.”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던 중 로스번이 마지막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도 따라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칼이라는 하얀 피부에 금발의 남성이었다.
“너..…. 잊지 않을 테다.”
올리버는 멈춰 뒤를 돌아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와 함께 의도치 않게 고해성사를 해준 소년 콜린이 떠올랐다.
"......."
올리버는 뒤로 돌아 그를 바라보며 정중히, 아주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
인사를 마치고 올리버는 보랏빛 마력 포탈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머리가 흩날릴 정도로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며 머리가 나부꼈다.
사람이 날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정도긴 했다.
“조금 늦었구려. 마텔이랑 무슨 이야기라도 나누셨소?”
올리버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곳에는 멀린이 서 있었다. 거대한 대저택을 등 뒤에 두고 말이다.
“....인사하시길래, 인사했습니다.”
“인사말이오?”
“그렇습니다. 예의는 지켜야 하니까요.”
“허.…! 틀린 말은 아니구려. 들어오시오. 밖은 많이 춥소.”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며 멀린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파악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공기는 란다 특유의 쾌쾌한 공기가 아닌 맑고 상쾌한 공기였으며, 주변 풍경도 란다에서 볼 수 없는 거였다.
발이 잠길 정도의 눈과 탁 트인 지평선, 중간중간 하얀 눈이 쌓인 거대한 산이 보였다.
심지어 올리버가 서 있는 곳 역시 산꼭대기였다.
“여기 란다가 아니군요.”
“그렇소. 란다가 아니오.”
멀린이 손수 문을 열어주며 대답했다.
올리버는 배려에 대한 감사로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로스번을 비롯한 실험실에서 데려온 아이들이 어쩔 줄 몰라 서로 꼭 붙어있는 게 보였다.
너무나도 낯선 상황과 환경에 겁을 집어먹은 거였다.
하긴, 올리버도 지금 상황이 뭔지 알 수 없었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책방 노인이 난입해 도와주고, 포털을 열며, 산 위에 있는 대저택으로 안내해 주다니.
그런 올리버와 아이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린은 여유롭게 문을 닫고 들어와 손뼉을 두 번 부딪혔다.
짝- 짝-
그 소리에 맞춰 저택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사람 형태를 한 나무 인형이.
집사복을 입은 나무 인형은 온몸에 마력을 머금은 채 부드럽게 다가와 정자세로 허리를 숙여 말없이 인사했다.
아이들은 나무 인형을 보고 놀라 올리버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멀린이 말했다.
“겁먹지 말렴, 그냥 골렘이니.”
“골렘요?”
“모르시오? 마력으로 움직이는 인형이오. 괜찮다면 저 아이들이 그쪽 아이들을 살피고, 씻길 수 있게 허락해 주시겠소. 이왕이면 옷도 입히는 게 좋을 거 같고.”
올리버가 반쯤 벌거벗은 아이들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는 로스번과 그 비슷한 아이들에게 안전하다고 말한 뒤 저 나무 인형을 따라가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겁먹은 눈치였으나, 올리버를 보곤 용기를 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생님.”
로스번이 대표로 대답하며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나무 인형을 따라갔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멀린이 올리버와 단둘이 남게 되자 말했다.
“놀랍구려. 애들이 잘 따를 타입 같지는 않은데, 다들 잘 따르는구려.”
올리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멀린 쪽으로 몸을 돌려 잠시 침묵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도대체 어떻게 마텔 비밀 연구실로 온 건지, 왜 도와준 건지, 여긴 어딘지, 그리고 정체가 뭔지 등.
허나, 올리버는 그 모든 질문을 삼킨 후 허리를 숙여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멀린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 말했다.
“허….. 이것도 의외구려. 그대는 질문부터 할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질문은 많지만, 우선 인사부터 드리는 게 순서니까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노인이 자세를 고쳤다.
책방에서 보던 구부정한 자세가 교정기라도 착용한 듯 올곧게 펴져 키가 1.5배 정도 더 커진 것 같았다.
“.…고마워해야 하는 것 맞소. 내가 누굴 도와주는 경우는 그리 흔한 게 아니니. 혹시, 내 도움을 하찮게 생각할까 봐 하는 말이오.”
진심이었다. 올리버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노인은 올리버 못지않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저택 안을 살펴보더니 급한 일부터 처리하자는 식으로 말했다.
“우선, 어린 친구들부터 밥 먹이고, 재운 뒤 이야기 나누는 게 어떻소?”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노인은 나무인형-골렘을 더 호출해 음식을 준비하게 했다.
가만 보니 이 저택에는 사람이 아예 없는 듯했다.
하긴, 커다란 창문 너머를 통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청명한 하늘과 눈, 바위산뿐이었으니, 오히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할 터였다.
잠시 후,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다.
포레스트 레스토랑에서 맡은 것 못지않게 좋은 냄새였다.
아이들은 긴장이 풀리자 허기를 느낀 것인지 멀린의 주관하에 식탁에 앉아 식사했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지저분하게 먹었다.
“그대도 앉아서 식사하시오. 제법 음식 솜씨가 좋소.”
멀린이 상석 바로 오른쪽 자리에 앉으며 권했다.
올리버는 그가 권하는 대로 맞은편 상석 왼쪽 자리에 앉았다.
“골렘이 요리한 건가요?”
“그렇소.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르거든.”
대답하기 무섭게 나무인형-골렘이 멀린과 올리버의 잔에 포도주를 따라줬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따랐다. 마치 숙련된 직원처럼.
올리버는 그 모습을 보고 겉보기와 달리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골렘임을 파악했다.
골렘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제대로 된 골렘을 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몸체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과 정교한 움직임을 봤을 때 보통 실력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만든 사람의 실력이 엄청났다. 어쩌면 평생 이것만 연구했을 정도로 말이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아이들은 만족과 행복을 빛내며 식사를 끝마쳤다.
안전을 얻고, 허기를 달래자 아이들은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린 듯 하나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멀린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나무인형-골렘에게 손가락으로 명령해 애들은 침실로 데려갈 것을 명했다.
부드럽게 아이들을 안아 데려가는 나무인형-골렘들.
올리버가 그런 골렘들을 빤히 바라보자 멀린이 말했다.
“다들 안전하게 재울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젊은 친구.”
“압니다. 그저 나무인형-골렘이 아주 잘 만들어진 것 같아서 바라봤습니다.”
“허.…! 이번에도 민망하게 헛다리를 짚었구려. 하지만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오. 내가 해코지할지도 모르지 않소?”
“안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근거라도 있소? 아, 뛰어난 흑마법사이니 내 감정을 간파할 수 있으시려나?”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 멀린의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크고 두꺼우며 불투명한 유리로 막은 듯 멀린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보이지 않습니다.”
“그거 기쁘구려. 난 누가 내 속을 간파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그런데도 믿는 이유가 있소?”
“그냥 느낌입니다. 최소한 어르신께서 애들을 해할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순간 멀린의 감정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거 고맙구려. 늙은이는 애들을 이뻐해야 하는 법이지. 그보다 포도주 맛은 어떻소? 오랜만에 온 손님이라 꽤 귀한 걸 땄는데.”
느닷없는 질문에 올리버가 포도주를 살피며 말했다.
“맛 좋습니다.”
“맛 좋다라….. 포도주에 대해 잘 아오?”
“아뇨, 다만 좋은 포도주인 거는 알겠습니다.”
“감이 좋구려. 갈로스의 볼 지방에서 만든 와인이오. 기계공학과 포도주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족속이지.”
갈로스라 어디서 들어본 적 있었다.
“..…외국인가요?”
멀린이 그 말에 허허허 웃었다. 진짜로 웃기다는 듯했다.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당신은 재밌는 친구구려.”
올리버가 멀린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재미있게 해준 일이 뭐 있던가?
“그랬습니까?”
“그렇소. 덕분에 근래 재밌게 보냈소.”
“저야말로 많은 도움과 즐거움을 받았습니다. 좋은 책을 추천해 주셨으니까요.”
“공부를 즐거움이라 부르다니, 우리 애들도 좀 배우라고 하고 싶구려.”
“..…교사이십니까?”
“교사? 뭐,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오. 제자가 있으니 교사이기도 하지….. 이런 피곤하시오?”
올리버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피곤한 티를 내면 실례인 거 같아 감추려고 노력했는데.
멀린이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아, 놀라지 마시오. 그대가 티 낸 거 아니니. 저번에 말했다시피 나이를 먹으면 주름과 눈치가 늘어나오. 피곤한 사람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지.”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소. 나 역시 집주인외 예의로 이대로 자리를 파하고 그대가 쉴 수 있게 배려해줘야 마땅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거든.”
"....??"
“젊은 친구. 그대는 내게 빚을 졌소. 아시오?”
“예.....”
“모두가 그리 대답하지. 하지만, 막상 얼마나 도움받은 건지, 내가 얼마나 수고로웠는지는 제대로 모르오. 뭐, 그게 당연하지만 말이오. 인간은 본디 그런 존재이니.”
올리버는 마땅할 말이 없어 침묵했다. 실제로 멀린이 도와준 게 얼마나 수고로운지 알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려 달라고?”
“네. 어르신. 전 확실히 어르신께서 얼마나 수고하셨는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거기에 대해 아는 바가 없거든요. 그러니 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제가 제대로 감사할 수 있게?”
노인의 눈은 살짝 커졌다. 그러다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크크. 아..…. 그런 센스있는 답변은 내 생에 두 번째로 듣소. 좋소, 말해드리리다.”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대를 도와준 덕분에 한동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시달릴 것이오. 간신히 은퇴 후 안식을 찾았는데, 그 평화가 깨진 거지. 그대 덕분에 말이오. 말년의 안식을 잃은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무엇 있겠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가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오.”
“혹시, 생명 학파의 그랜드 마스터입니까?”
올리버가 멀린과 칼의 대화를 떠올리며 질문했다.
“그렇소. 약간 나사가 빠지긴 했지만, 한 학파의 수장..…. 내가 직접 가서 인사라도 해야 하오. 상당히 귀찮고, 짜증이 나는 일인데 이 역시 그대 덕분에 하게 됐소.”
“그렇군요.”
“그 외에도 그대는 괘씸죄도 지었소.”
“괘씸죄요?”
“그렇소. 내 외상값도 안 갚고 그 난리를 벌이지 않았소? 그러다 죽으면 내 외상값은? 아주 무책임한 짓이었소. 창피한 줄 아시오.”
멀린은 아이를 혼내는 할아버지처럼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상식적으로 인적이 드문 돌산 꼭대기에 대저택을 지어 사는 노인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올리버는 그에 개의치 않고 다시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뭐가 됐건 올리버가 외상값을 안 갚고 잊어먹은 건 맞았으니.
“죄송합니다. 진심으로요.”
“돈을 떼먹는 건 아주 큰 죄요. 정당한 내 노동의 대가를 훔치는 것이니….. 그래도 용서를 구하니 특별히 용서해드리겠소. 400만 란다 꼭 갚으시오."
"......390만 란다 아니었습니까?”
“내가 받으러 갔으니 발품비가 추가되는 건 상식 아니오. 날 화나게 하지 마시오.”
“아….. 알겠습니다.”
“하아..…. 그냥 390만 란다만 내시오. 대신 그대는 내게 또 빚진 것이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시오. 이게 어른의 세계이니. 어쨌건, 이런 식으로 난 그대를 위해 많은 불편을 감수했소.”
“예, 어르신.”
“그러니 보답 받고 싶소. 고맙다면 당연히 보답해줄 수 있겠지요?”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최대한 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날 뭐로 보는 것이오? 젊은이한테 돈이나 뜯어내려는 돈벌레로 보이오?”
“음..…. 아뇨.”
“대답이 조금 늦게 나왔소..…. 어쨌건 난 돈을 딱히 원하진 않소. 비록, 세계 최고의 부자는 아니지만, 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돈을 가진 건 맞으니.”
올리버는 납득했다. 이 대저택과 골렘이 그 증거였다.
“그럼, 제가 어떻게 보답할 수 있지요?”
“글쎄..…. 우선 성의 표시로 그대가 가진 물건 중 가장 소중한 걸 주시오.”
느닷없는 제안에 올리버가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나이를 먹으면 아이처럼 떼쓰는 법이오. 그대가 가진 가장 소중한 물건을 내게 주시오. 물론 싫으면 말고. 강제성은 없소.”
멀린의 애매한 말에 올리버는 잠시 고민하다가 쿼터스태프를 내밀었다.
“..…일단, 이게 가장 소중한 물건입니다.”
“낡아빠지고 지저분한 지팡이처럼 보이오만?”
“예, 하지만 제 친구가 선물해 준 겁니다. 첫 번째 친구가요.”
“어쩐지 고풍스러운 게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라 생각했소.”
“하지만 이건 드리기가 약간 힘들 것 같습니다.”
“장난하시오?”
“아뇨, 아닙니다. 그저 제가 선물 받은 것이긴 하지만, 완전히 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 겁니다. 어르신께 넘겨드려도 일단 원주인께 허락을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른 물건으로 대신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음..…. 솔직히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이야기해보시오.”
올리버가 쿼터스태프를 거둬들이고, 품 안에서 시험관을 꺼냈다.
시험관 안에는 소량의 감정이 들어 있었다. 바로, 올리버의 감정이었다.
“그건..…?”
“제 감정입니다.”
“….그대의 것이라고?”
“예."
올리버가 시험관을 내밀고, 멀린이 받아들였다.
그는 관심 있게 감정을 살펴보며 말했다.
“흑마법사에게 감정이 중요한 거지만, 가장 소중한 물건을 대신할만한 건지는 의문이오만?”
“제겐 중요한 물건입니다. 처음이거든요.”
“처음?”
“예, 필거렛을 흡입하지 않고 제 감정을 뽑은 건 그게 처음입니다. 원래는 연구해볼 생각이었지만, 어르신께 보답으로 드리겠습니다.”
멀린이 올리버를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좋소. 그렇다고 하니 갑자기 욕심이 나는구려. 부디 순진한 노인을 속인 게 아니길 빌겠소.”
“예.”
멀린이 품 안에 시험관을 넣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다른 걸 보답 받고 싶소. 수고로움이 많아질수록 받아야 할 것도 많아져야 하니. 혹시, 나중에 이야기하길 원하오? 피곤해 보여서 말이오.”
“솔직히 조금 쉬고 싶긴 합니다.”
“다행이구려. 그럼 더더욱 그럴 수 없겠소. 사람은 피곤할 때 본성이 나오거든.”
“아..…. 그럼 어쩔 수 없죠.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나랑 한번 붙어 봅시다.”
“....예?"
되묻자마자 멀린은 올리버를 올리버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순간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