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126화 (126/633)

< 126. 그냥 도와주는 사람 (2) >

조는 올리버를 체육관 아래 지하실로 안내했다.

불빛이라곤 없어 사방은 시커멨고, 공기는 퀴퀴했다.

달칵하고 불을 켜자 천장의 등에서 불이 들어왔다.

"호……."

올리버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소리 냈다.

지하실은 지상 못지않게 컸지만, 쇳덩어리 운동기구는 훨씬 적었다.

대신, 거대한 링과 피가 묻은 흉흉한 샌드백, 미트, 글러브, 심지어 쇠사슬, 블랙잭 따위의 둔기류가 가득 있었다.

"여긴 뭐 하는 곳이죠?”

"이 체육관 소속 격투기 선수들 훈련장. 난 여기 전(前) 소속이긴 하지만 아직 쓸 수 있어.”

"전(前) 소속이요?”

“..…파이터 크루에 소속되기 전부터 불법 투기장 선수였거든. 여기서 운동하는 놈들 전부 비슷해. 건달, 도둑, 포주, 불법 격투기 등 대부분 폭력으로 먹고사는 놈들이지.”

올리버는 내려온 계단을 올려다봤다. 어쩌면 당연한가?

X구역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으니.

다시 궁금증이 밀려왔다.

J구역과 X구역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으나 같은 도시인데 어찌 이토록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이봐.”

“네?”

생각에 빠진 조가 올리버를 불렀다.

그는 고민에 빠진 듯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네가 한 말이 있으니, 말은 편하게 하던 대로 할게. 진짜 문제없지?”

"예, 물론입니다. 오히려 그래 줬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올리버가 가르친 마리, 피터를 비롯한 무수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들을 가르칠 때마다, 그들의 실력이 향상될 때마다, 그들이 올리버에게 호감을 품을 때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예쁜 빛이 희미해져 갔다.

그건 몹시도 슬픈 일이었다.

“....좋아. 그럼, 여기서 가르쳐줘. 미리 이야기했으니, 한동안은 여기에 아무도 안 올 거야. 뭐부터 가르쳐 줄 거지?”

조의 질문에 올리버가 품 안에서 시험관을 꺼냈다. 시험관에는 당연히 감정이 들어 있었다.

"제가 가르치는 것에 그다지 재주가 없어 일단 실력부터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면 여기 있는 감정 좀 추출해주실 수 있습니까?"

올리버의 말에 조는 시험관을 꺼내 추출했다.

"응?"

“왜?”

"왜 이리 느리시죠?”

올리버가 조의 추출 과정을 보고 물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느렸다.

이 정도면 조셉 패밀리에 있던 시절 하급제자 수준.

싸웠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가공된 감정이 아니면 원래 이 정도 속도야.”

"가공된 감정요?”

조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의 옷가지에서 시험관을 꺼내 내밀었다.

올리버는 시험관을 확인해봤다.

안에 든 것은 감정. 허나, 일반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조의 말대로 사용하기 쉽게 가공처리 된 감정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생선의 피를 빼고 비늘을 벗기며, 살을 바른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사용하기 편하지만, 그만큼 위력이 떨어졌다.

"어디서 구한 거죠?”

"파이터 크루에 가면 받을 수 있어. 무작정 퍼주는 건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받을 수 있지."

"그럼, 계속 이것만 쓰신 건가요?”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문제요? 예, 있습니다. 이제 이거 쓰지 마세요.”

"왜?”

"감정을 가공한 덕분에 감정의 원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것만 사용하면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을 거예요. 그럼, 블랙 슈트도 쓸 수 없고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어째서야?”

올리버는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음..…. 잠시만요.”

그 말과 함께 올리버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와 함께 조가 가지고 있던 시험관에서 왈칵-! 감정이 터져 나왔다.

한 손에 잡힌 감정들.

"블랙 슈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죠.”

"그래, 질병 계열 흑마법은 너무 사용하면 몸에 위험부담이 가거든.”

그 말이 맞았다. 질병 계열 흑마법은 얼핏 몸을 강화해주는 직관적이고 강력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육체와 생명력의 힘을 억지로 끌어 모으는 것.

정도만 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있으나, 사용 빈도가 잦고, 강도가 세지면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

그 탓에 올리버도 블랙 슈트는 개발한 것이었고.

"블랙 슈트를 어떻게 만드는지 아시나요?”

“레시피? 몰라.”

“레시피요?”

"우린 흑마법 사용법을 그리 불러.”

아, 그러고 보니 떠올랐다.

흑마법은 갑자기 한 시대에 여러 군데에서 동시 발생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용어가 저마다 달랐다.

레시피, 쿡, 가공, 술법. 다양하게 불렀다.

“….예. 어찌 됐건 블랙 슈트는 만드는 레시피는 이렇습니다."

올리버가 천천히 보여줬다.

뭉글뭉글 덩어리진 감정을 실처럼 가느다랗게 뽑아내는걸.

실은 올리버가 전부 통제하고 있었기에 힘없이 흐트러지지 않고 허공에서 실뭉치로 뭉쳐졌다.

조는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감정에는 감탄이란 감정이 가득 서려 있었다.

어느새 전부 실로 만든 후 올리버가 말했다.

"일단은 이게 블랙 슈트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0.5 단계요.”

“0.5?"

"예, 생명력도 이렇게 해야 하거든요.”

올리버는 곧장 생명력이 든 시험관을 꺼내 추출한 후 감정과 똑같이 실로 만들었다.

조는 그것을 또 말없이 바라봤고. 감탄이란 빛은 줄어들긴커녕 더 강해졌다.

"이 두 개를 완성해야 이제 1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올리버가 대답 대신 실뭉치로 변한 감정과 생명력을 조작했다.

수십 개로 나뉜 실은 직조기에 들어간 실처럼 현란하게 움직이며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조가 볼 수 있게 나름대로 천천히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조의 눈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 감을 못 잡는 듯했다.

그러는 사이 감정과 생명력으로 촘촘하게 얽힌 거대한 천이 완성됐다.

"이게 블랙 슈트를 만드는 법입니다. 감정과 생명력을 실처럼 가느다랗게 만들고, 그걸 천으로 엮은 다음, 몸에 두르는. 이 3단계를 하기 위해서는 약간 높은 조절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약간 높은 조절 능력이라….. 대부분의 흑마법사는 동의도 안 할 이야기였다.

감정은 마력과 같은 강력한 에너지지만, 술사에게 저항이 심해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흑마법이 마법보다 입문하기 쉽지만, 그중 대단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소수인 이유였고.

이와 같은 사실을 아는 조가 말했다.

"불가능해.”

"뭐가요?”

"감정과 생명력을 그렇게 실로 만들고, 엮는 거. 하나하나가 어려운 데다 시간도 엄청 걸리는 방식이야. 만드는 데만 몇 날 며칠은 걸릴걸? 싸움은 속도가 중요한데,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야.”

"그건 연습하면 됩니다.”

"연습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

“음......"

올리버는 고민에 빠졌다.

이상한 광경이었지만, 그 모습에 조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말았다.

마치, 선생에게 혼나는 학생처럼.

이런 감각은 파이터 크루의 우두머리인 요리사를 만났을 때밖에 느끼지 못했다.

범접할 수 없는 강자를 앞에 둔 압도감 말이다.

그런 감각을 지금 조는 올리버에게서 다시 느끼고 있었다.

올리버가 대뜸 입을 열었다.

"해보셨나요?”

“뭐?”

"연습이요. 해보셨나요?”

"......"

"앞서 말했다시피 전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없습니다. 그저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면 몇 번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줄 뿐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 제법 괜찮은 성과를 낸 적 있습니다. 감정도 제대로 못 다루시는 분을 제법 괜찮은 흑마법사가 되게 도와준 적이 있죠.”

"......."

"만약, 정말 무리다 싶으면 하지 마세요….. 하지만 저도 이 이상은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더 이상 여기 안 찾아오겠죠. 다만.….."

올리버가 말꼬리를 늘렸다. 조를 바라보며.

".…불가능을 감수하고서라도 해보고 싶다면 정기적으로 와 도와드리겠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

다행히 조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포기하는 대신 한 번 시도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훌륭했다.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가는 길이 먼 것은 사실. 그래서 올리버는 조의 능력을 계산해 단계를 잘게 쪼개 숙제를 내줬다.

첫 번째 숙제는 가공을 거치지 않는 감정을 추출하는 연습.

추출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하는 거였다.

추출 시간 단축과 손안에 감정을 머금는 것은 그다음 이야기.

그마저도 조는 어려운 듯했지만, 같이 연습하며 간접적으로 감을 잡아주자 어찌어찌 요령은 터득한 듯했다.

아마 연습만 게을리하지 않으면 다음에 만날 때는 추출 정도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호..…. 대단하오. 코드어의 기초 문법과 해석을 정말 다 익힐 줄이야.”

그레이마켓으로 가는 재래시장 길목.

올리버는 가게와 도보 사이에서 노인과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책방을 운영하는 노인과 말이다.

노인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올리버가 사 온 술을 병째로 들이켜곤 종이 위에 새로운 코드어를 썼다.

글자와 그림 중간쯤 위치한 난해하기 그지없는 언어를.

"이것도 읽을 수 있소? 젊은 친구?”

올리버는 종이에 적힌 문장을 봤다.

1줄 반짜리. 기초 코드어 치고는 긴 편이었다.

“..…늙은이는 더 좋은 술을 좋아합니다. 라고 적힌 것 같은데요?”

"정확하오. 다음에는 더 비싼 술로 가져오시오.”

"아, 예.”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난감했다.

나름대로 신경 쓴다고 포레스트 레스토랑에서 나름 비싼 술을 산 거였는데.

"그 뭐라더라..…. 요새 마법주가 그리 인기가 많답니다.”

"마법주요?”

"그렇소. 마법주..... 불법이긴 하지만 잘 나가는 레스토랑은 몇 상자씩 갖춰놓고 있다 하던데, 혹시, 하나 사 올 수 없소?”

"아..…."

"식당에서 팁을 많이 받으신다고 해서 난 살 수 있을 줄 알았지. 살 수 없소?”

"아마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 기쁘구려, 젊은 친구. 참고로 안주 맛은 괜찮소.”

포장된 구운 고기를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책방 노인이 말했다.

저 안주 역시 포레스트 레스토랑에서 산 거였다.

"다행이네요. 그럼 제가 코드어를 제대로 이해한 거 맞나요?”

책방 노인이 손가락 끝에 묻은 소스를 핥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젊은 친구. 대단하구려. 보통 이 첫 단계에서 수많은 도전자가 스스로 무너지는데. 심지어 책뿐 아니라 좋은 선생과 수업이 있음에도. 그런데 책 하나만 가지고 독학으로 이 정도까지 하다니..…. 정말 레스토랑 종업원인지 의심스러워지려고 그러오.”

의미심장한 말. 올리버는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응.…?'

올리버는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왜 그렇소?”

“아뇨….. 갑자기 눈이 흐릿해져서.”

"피곤하면 보통 그러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최근 얼마나 잤소? 좀 피곤해 보이오.”

노인의 말이 아주 허튼소리는 아니었다.

제인의 경호가 끝나고, 올리버는 극도로 잠을 줄였다.

특히, 근래는 잠을 새기도 했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할 일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해 그런 것뿐이었다.

덕분에 경전은 완전히 다 읽었고, 핑크맨 시체를 포함해 던칸의 시체까지 1차 가공은 마친 상태였다.

첫 장에 불과하긴 하지만 에디스가 준 책도 드디어 읽기 시작했고.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그러나 노인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잠은 잘 자야 하오. 늙은이 말이니 새겨들으시오.”

"그런가요?”

"잠을 왜 자야 하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잠을 제대로 안 자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오.”

"어떻게 되지요?”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환각 증세, 정신분열증, 단기 기억능력 상실, 운동능력 상실, 언어능력 상실, 이윽고 육체에 야위어지며 죽었다고 하더이다..…. 옛날에 누가 실험했소.”

호오..…. 올리버는 흥미를 보였다.

잠을 안 자면 그런 결과가 나오다니.

"재밌는 실험 결과네요..…. 누가 그런 실험을 한 거죠?”

"글쎄, 그건 기억이 안 나는구려. 오래되서.”

노인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웃는 겉모습과 달리 희미하게 죄책감이 빛났다. 아까 전처럼 곧 눈이 흐릿해지면 감정을 엿볼 수 없었지만.

“….그보다 이 책은 다 읽었으니, 새 책을 사러 왔소?”

"예? 아, 예. 혹시 다음 책 있나요?”

책방 노인은 술을 들이켜곤 좁다란 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곧바로 책을 가져왔다. 한 권이 아닌 자그마치 다섯 권을.

쾅! 소리와 함께 작은 책 탑이 탁자 위에 생겼다.

“이건….?”

"코드어 기초 학습 1단계 (하), 그리고 코드어 기초 학습 2단계 (상)(하), 코드어 심화 학습 (상)(하). 다 합쳐 다섯 권이오..…. 책 한 권으로 독학했으니, 이것도 시간 좀 들이면 읽을 수 있을 거요.”

다섯 권의 책은 모두 두꺼웠다. 올리버는 욕심이 생겼다.

"다 합쳐 얼마죠?”

"어디 보자. 기초 학습 1단계는 30만, 코드어 기초 학습 2단계 각각 60만, 심화 학습은 희귀본이라 각각 120은 받아야 하지만, 중고라 여기저기 낙서가 있으니….. 다 합쳐 400만 란다만 주시오.”

“..…가격이 올랐는데요? 다 합쳐도 390만 란다 아닙니까?”

"중고책이고, 희귀본이라 원래대로면 500만 란다는 받아야 하오. 설마, 힘없는 늙은이를 굶겨 죽일 생각이오? 그럼 어쩔 수 없지. 딱 390만 란다만 받겠소. 이 이상 양보 못 하오.”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았지만, 협상 실력이 너무 좋아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 죄송한데 못 살 것 같습니다.”

"수작 부리지 마시오. 젊은 친구. 에누리 따윈 없소.”

"아뇨. 제가 지금 돈이 없어 한꺼번에 390만 란다는 조금 무리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390만 란다가 없는 건 아니지만, 현금이 크게 줄어 한동안 절약해야 하는 건 사실이었다.

책방 노인이 올리버를 노려봤다.

“..…수작 부리지 마시오.”

"진짜입니다.”

"끙…. 진짠가 보군.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그럼, 외상으로 주지.”

"외상요?”

"그렇소.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 기특한 마음에서 베푸는 거요. 결코, 책을 둘 데가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오."

마지막 말이 신경 쓰였지만, 올리버는 그 친절을 구태여 거절하지 않았다.

일단 가지고 있는 게 올리버도 좋았으니.

"그럼, 친절 감사히-”

"어허, 어디 일어나는 거요?!”

노인이 버럭 화를 냈다.

"볼일 다 보자마자 엉덩이를 떼다니. 요즘 젊은이들은 다 그런 식이오?”

"예, 그럼?”

"엉덩이 도로 의자에 대고 내 술주정을 받아주셔야지. 내가 괜히 외상으로 준 것인 줄 아시오? 젊은이는 다 똑같구려.”

올리버는 “아..…” 소리를 내며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럼에도 노인의 분노는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에잉……. 나 삐졌소. 어서 날 즐겁게 달래보시오.”

"즐겁게요..…? 술집에서 세 남자가 포커를 쳤습니다. 한 명은 노스인, 한 명은 왕국인, 마지막 한 명은 란다인. 이 세 명은-"

"-아니, 화나게 말고 재밌게 말이오.”

".…그럼, 레스토랑 농담을 해보겠습니다.”

"하..…. 신이시여.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몇 살인지 물어봐도 되오?”

"왜 그러시죠?”

"그냥 너무 재미가 없어서 물어보는 거요. 레스토랑 농담이라니.”

"이상한가요?”

"당연히 이상하지. 보통 그대 나이 때면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예의가 아니오? 여자랑 약속 잡고 놀았던 이야기 말이오."

"아..…. 저도 여성분이랑 약속을 잡긴 했습니다.”

책방 노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짜요?”

"예.”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기적으로 성당에 방문한 결과 요안나를 만나 간신히 약속을 잡았다.

책방 노인이 갑자기 흥분했다.

"오, 제기랄! ..…갑자기 재밌어지는군. 분명 여자라고 그랬소?!”

"네."

"빌어먹을! 약속 장소는?”

"성당인데-”

“-뭐 이런 머저리가 다 있어?! 여자랑 약속 장소를 성당으로 잡다니. 당장 펜 드시오! 내가 불러주는 대로 적은 뒤 거기에 맞게 준비해 어서! 롸잇나우!”

올리버는 당황하며 시키는 대로 펜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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