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 에디스 (3) >
"왜 그러지?”
런닝과 팬티만 입은 에디스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물었다.
"음…. 이런 식으로 식사할 줄은 몰랐거든요.”
올리버가 방에 들어와 새하얀 식탁보를 깔고 이름도 모를 온갖 음식을 올려놓는 직원들을 보며 대답했다.
식탁 위에는 난생처음 보는 음식이 가득했다. 꽤 비싸 보였다.
"이해하지. 나도 네 나이 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몰랐으니.”
에디스는 지갑을 자연스럽게 꺼내 두툼한 지폐 다발을 꺼냈다.
직원은 돈다발을 받고는 소리 없이 물러났다.
에디스 곧장 크림과 초콜릿이 든 그릇을 들어 스푼으로 와구와구 퍼먹기 시작했다.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왠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고 자연스러우니.
올리버도 일단 따라 식사를 했다.
크림을 퍼먹던 에디스가 올리버를 보곤 대뜸 말했다.
"재밌군.”
".…제가 무슨 실수라도?”
"실수? 아니….. 오히려 실수가 없어. 나이프와 포크. 식사 예절은 따로 배운 건가?”
"아뇨. 옛날에 주인님이 식사하시는 걸 흉내 낸 것뿐입니다.”
"엄청 신기하군. 난 이 엿 같은 식기를 사용하려고 비싼 돈 주고 과외까지 받았는데, 사람 고깃값, 핏값으로 먹고사는 길바닥 해결사는 그냥 하다니. 옛날부터 느끼는 거지만 신께서는 더럽게 불공평한 분 같다니까.”
불공평이라…이 도시의 부호가 하는 말 치고 참으로 제멋대로인 소리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리 인내심을 발휘해도 불쾌감을 숨길 수 없을 텐데, 올리버는 그저 담담히 들을 뿐이었다.
왜냐면 자신이 사람 고깃값 핏값으로 먹고사는 해결사라는 걸 알고 인정하고 있으니.
그래서 화를 내지도 동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는 건 에디스쪽이었다.
이토록 도발하였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다니.
그는 사람을 도발해 그 밑바닥을 끄집어냄으로써 대화와 협상을 주도했다.
반대로 말하면 밑바닥이 안 보이는 사람은 어찌 상대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다는 말이기도 했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무슨 인형이랑 대화하는 기분.
그래서 에디스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봤다.
“….질문할 게 뭐지? 2억 란다를 포기하고 할 질문이면 꽤 중요한 질문일 듯한데.”
"저 먼저 물어봐도 되나요?”
"물론,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꼭 게임 같군. 진실 게임. 옛날에 여자들이랑 이런 게임 많이 했지. 흥분되는군.”
"그럼, 친절 사양하지 않고 먼저 여쭙겠습니다. 던칸 씨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가 품 안에 고이 모셔둔 아름다운 빛을 상기하며 물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다면 모아야 했다.
"던칸?”
"예.”
"허.…. 그게 왜 궁금하지?”
올리버는 그럴듯한 이유를 생각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제가 제대로 아는 건 아니지만, 제인 아가씨께서 던칸 씨를 꽤 믿는 것 같더라고요. 던칸 씨도 제인 아가씨를 좋아하던 것 같고."
"뭐, 내가 챙겨주라고 했으니 서로 친해질 시간이 있었겠지.”
"그런데 그런 분이 아가씨를 죽이려고 하다니…..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하고 싶었던 게 있는 것 같던데.”
던칸이 핑크맨 사무소와 같은 걸 세워 권력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혹시 모를 추가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 해 올리버가 모른 척하고 물었다.
다행히 이는 틀린 생각이 아니었다.
"복수하고 싶어서겠지.”
“복수요?”
"그래. 마법사 놈들에게. 던칸이 마법사 가문 출신인 거 아나?”
"아뇨. 그냥 마력비대증인 걸로만 알고 있습니다.”
"마력비대증. 말 그대로 마력이 너무 많아 마법을 못 쓰는 일종의 체질이야. 그 탓에 소속 마탑 학과는 물론 집에서도 쫓겨났다더군.”
“던칸 씨가요?”
"그래. 그쪽 바닥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불량품이다 싶으면 곧잘 버리거든. 마법사는 대부분 우생학에 심취한 정신병자들이다 보니..…. 아, 잠깐만.”
에디스가 커다란 칠면조 다리를 뜯어 크림에 푹 찍은 뒤 게걸스럽게 먹었다.
"맛있군.…. 그래도 던칸은 근성 있는 놈이라 거기서 절망하지 않고 다른 식으로 권력을 잡아 복수하려고 했어. 해결사 일을 시작으로 핑크맨에 들어가 이윽고 노하우를 터득해 독립했지.”
"꼭 독립한 이유가 있나요?”
올리버가 진심으로 궁금해 물었다. 핑크맨 간부라면 충분히 거물이지 않을까 해.
그러나 에디스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당연히 있지. 해결사니, 핑크맨이니, 이달의 사원이니 결국 근본적으로 푼돈 받고 남의 일이나 대신해주는 하수인. 3000년 전 노예와 별반 차이가 없어. 마법사에게 복수할 정도로 거물이 되고 싶으면 스스로 사업체를 운영해야지.”
"......."
올리버는 침묵했다. 에디스가 그냥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 같지가 않았다.
그의 말에는 분명 악의가 있었으나, 동시에 또렷한 확신도 있었다.
꽤 흥미로웠다.
“….그런데 왜 에디스 님 밑에서 일하고 있던 거죠?”
"실패했으니까. 난 지켜보다 주웠고….. 이게 흥미로운 점이야. 사업에 성공하면 노예를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월급쟁이 노예만도 못한 불가촉천민으로 떨어지거든.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길 자처하지. 무서우니까. 덕분에 사회는 효율적으로 굴러가고. 재밌지?”
"예, 흥미롭네요….. 또 신기하고요.”
"뭐가?”
“던칸 씨. 꽤 유능해 보이던데요.”
"사람을 잘 죽이는 거랑 경영은 전혀 다른 영역이거든. 핑크맨이 방해하기도 했고….. 당연한 거야. 자기네 노하우만 몰래 빼서 독립하려는 놈을 가만히 두겠나? 그러면 병신이지.”
동의할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건 꽤 흥미로웠다.
아름다운 빛, 악마, 흑마법 만큼은 아니지만, 이쪽 세계 이야기도 재밌었다.
뭐라고 할까. 여러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다양한 현상을 일으킨다고 할까?
"이제 내 차례군. 악마에 대한 서적은 왜 찾나? 애당초 그거 때문에 이번 일 맡은 것 같던데 그 이유가 궁금하군.”
"저도 궁금해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되나요?”
"바보 같은 질문이야. 혼자서 핑크맨 일반 단원 수십 명, 나름 실력 있는 해결사 둘. 심지어 던칸까지 해치운 흑마법사가 악마에 관한 서적을 탐내니 당연히 궁금하지….. 무슨 목적 때문이지? 혹시, 세상을 멸망시키고픈 변태인가?”
목적이라..….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악마를 만나보고 싶다고? 그냥?”
"예, 이상한가요?”
"음..…. 인간계를 멸망시키려고 하고, 한번 나타날 때마다 작은 마을은 물론, 거대한 도시. 심할 경우 세계마저 엉망으로 만드는 악마를 그냥 만나려고 하는 게 이상하냐고? 당연히 안 이상하지.”
“……죄송한데, 혹시 비꼬신 건가요?”
"씨부럴 당연하지! 뭘 확인하고 자빠졌나?”
"아, 감사합니다. 헷갈려서. 하지만 전 진심입니다.”
"왜 악마를 만나고 싶은데? 무슨 소원이라도 빌 건가?”
"소원요? 그런 게 있어야 하나요?”
"보통은 그렇지.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그녀가 날 사랑하게 해주세요. 병을 낫게 해주세요. 젊어지게 해주세요. 더 오래…아니, 영원히 살게 해주세요. 같은 거. 그게 아니면 왜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악마를 만나려 하나?”
확실히.… 조셉은 그걸 위해 수제자인 앤드루를 악마에게 바치고 이윽고 올리버도 죽이려고 했으니.
그러자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에디스 님도 그런 적 있나요?”
“뭐?”
"악마의 서적을 가지고 계셔서요…무슨 소원 있나요?”
".…없어. 그건 그냥 사업차 우연히 가지게 된 거야.”
에디스가 거짓말했다. 그와 함께 목에 건 목걸이가 무슨 마력을 뿜었다.
감정을 투시하는 걸 방해하는 방해 효과가 있는 것 같았지만, 올리버에게 별 소용없었다.
이에 대해 따질까 했지만, 이내 관뒀다. 이 상태도 충분히 재밌었기에.
그래서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 사업요?”
"나 같은 사람 중 그냥 과시욕이나 수집욕 때문에 이런 물건을 모으는 괴짜들이 있거든. 그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기 위해서는 취미로 접근하는 게 좋아서 구한 것뿐이야.”
저 말 자체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수집욕 때문에 악마에 관한 서적을 모으다니. 신기했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그쪽으로 심취한 인간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내가 알 도리가 없고….. 그럼, 넌 정말 아무 목적 없이 악마를 만나고 싶은 거야?”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하! 역시. 뭐지?”
"일단 제가 조사해볼 거지만 못 알아내면 나중에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묻고 싶은 거? 뭔데?”
"아름다운 빛에 관해서입니다.”
에디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름다운 뭐?”
"아름다운 빛이요. 간혹 사람들 중에 그런 빛을 뿜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제가 세상으로 나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올리버가 제법 솔직히 말했다.
“돌겠군….. 흑마법사 중에 미친 놈이 많다지만. 이런 식으로 미친놈도 있는 줄 몰랐어.”
"이상한가요?”
"좆나게..…. 그래, 일단 들어나 보지. 그 아름다운 빛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데?”
에디스의 물음에 올리버는 품 안에서 시험관을 꺼냈다.
던칸의 아름다운 빛이 든 시험관을.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물건과 별반 차이가 없었으나 올리버는 미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에디스는 이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시험관에 든 내용물을 살펴보더니 이내 관심을 잃으며 올리버에게 돌려주었다.
"뭐가 아름다운지 모르겠군. 이따위 헛소리 말고 좀 더 현실적인 질문 하지. 이름이 뭐야? 본명 말이야.”
“..…올리버입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이 바닥에서 활동하는 놈 중에 본명을 쓰는 놈이 과연 몇 명일까? 그래도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하는군.”
"약속했으니까요?”
"오, 약속은 지키자는 주의인가?”
에디스가 양어깨를 실룩실룩 움직이며 비아냥댔다. 올리버는 담담히 대답했다.
"뭐, 그렇게 거창한 거는 아닙니다. 지킬만하니까 지켰습니다.”
"허-! 솔직하군. 그럼 또 다른 질문. 정말 지하실에서만 살다 왔나?”
"반은요. 1년 전까지만 해도 광산에서 살았습니다. 나중에 스승님께서 거둬주셔서 흑마법을 배웠고요.”
“……내가 지금 잘못들은 게 아니지? 흑마법을 배운 게 1년밖에 안 됐다고? 아니지. 해결사로 일한 기간도 빼면 반년 정도인가?”
올리버는 침묵으로 긍정했다. 사실 그보다 더 짧았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에디스도 한번 거짓말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어디서 배웠지.”
"와인햄 입니다. 혹시 아십니까?”
"란다에 먹히고 있는 별 볼 일 없는 소도시 중 하나라는 것 정도는. 근래 그곳 유지 중 하나가 도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던데….. 와인햄이라고?”
"예."
"그럼, 다른 질문. 왜 이곳으로 왔지?”
"란다로 오게 된 이유는 스승님께 인사드리려고 왔습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데? 스승이 여기 있다고?”
"정확히는 시체가요. X구역에 계십니다.”
".....슬프군. 누가 죽였나?”
"제가요. 절 죽이려고 하셨거든요.”
에디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잠시 침묵했다.
“….…그렇군. 스승이 자넬 죽이려고 해서 죽였군. 유감이야. 배신감이 컸겠어.”
"별로요. 그분도 사정이 있을 테니. 이해합니다. 물론, 그분도 절 이해해주시겠죠.”
"그렇게 되나? ..…해결사 일은 그럼 누가 권해준 거지. 좆나 궁금하군.”
"해결사 일은 절 도와주신 분이 권해줘서 했습니다. 실제로 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고요.”
"그래?”
"예,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 수입이 좋고, 블랙마켓도 찾기 적합한 것 같아서요.”
"블랙마켓? 아아.…. 그쪽 자료를 찾으려면 블랙마켓를 통하는 게 좋지.”
"예..…아!”
올리보가 문득 실수를 깨달았다는 듯 작게 소리 냈다.
"깜짝이야.…. 뭐야?”
"제가 실수를 하나 해서요.”
"실수라니.”
"니나 씨에게 여쭤볼 게 있었거든요. 깜빡했네요.”
"니나?”
"마총의 니나 씨라고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 고용된 핑크맨 출신 해결사입니다."
"누군지 알아. 던칸 놈이랑 붙어먹었던 썅년이지.”
"오.…. 아시나요. 관심 없으신 줄 알았는데요.”
에디스의 말문이 한순간 막혔다. 마치 의도치 않게 급소를 맞은 반응이었다.
“….이상한 개소리를 하는군. 던칸 놈을 뒤에서 살펴봤으니 당연히 알지.”
“아….. 그런가요?"
"그래.”
에디스는 또 거짓말했지만, 이번에도 넘어갔다. 그냥 이대로 두는 게 더 재밌었다.
".…여하튼 뭘 물어봐?”
"다름이 아니라. 그분이 피던 필거렛을 어디서 샀는지 여쭤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물어볼 타이밍을 놓치고 죽여버렸네요."
얼핏 들으면 매우 소름 끼치는 소리지만, 에디스는 오히려 웃으며 물었다.
"필거렛은 왜? 약쟁이로는 안 보이는데?”
"좀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알아보고 싶은 거라. 뭔지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 나중의 즐거움으로 미뤄두지…... 느닷없지만, 제안 하나 하지.”
"제안 말씀입니까?”
"그래. 내 밑으로 들어오는 건 어떻나?”
"네가 던칸을 죽인 덕분에 내 쪽에 자리가 하나 났거든. 어때? 죽인 놈이 차지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대우는 해달라는 대로 해주지.”
예상치 못한 제안에 올리버가 살짝 놀랐다. 허나, 딱 그뿐이었다.
"음…. 말씀은 감사하지만, 전 어디 취직하거나, 누구 밑에 고용될 생각이 없습니다.”
"오, 나 따위는 성에 안 찬다 이건가?”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정말 어디에도 소속될 생각이 없는 것뿐입니다.”
에디스가 눈에 힘을 줘 올리버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특수한 힘이 깃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눈은 상대를 간파하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유가 뭐지? 수입은 둘째 치더라고 내 밑으로 오면 네가 그토록 찾는 블랙마켓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텐데?”
확실히 맞는 이야기였다. 애당초 해결사가 된 이유도 거물과 인맥을 쌓아 블랙마켓을 이용하기 위해서였고.
그러나 고용되는 형태는 아니었다.
“....맞는 말씀이지만, 그래도 싫네요. 어디 소속되면 거기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하고, 또,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전 그게 싫거든요.”
"호오……. 흥미롭군. 노예보다는 주인이다?”
"예? 아뇨. 그런 거창한 게 아니라-”
“-아아 됐어. 겸손 떨지 마. 난 그런 거 싫거든. 기만은 영 좆같다고.”
에디스가 딱 잘라 말했다. 목소리나 감정이나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해 더 이상 따져볼 틈도 없었다.
팽팽해진 긴장감. 에디스가 다시 축 늘어진 채 말했다.
".…여하튼. 네 뜻이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권하지 않지. 난 누구에게 매달리는 건 싫거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거야.”
"예?"
"이 도시는 부유한 만큼 위험하거든. 어째 들어보니 넌 마력까지 추출 가능한 희귀 케이스인 거 같은데, 조심해. 연구에 환장하는 족속들은 너 같은 놈을 좋아하니까.”
"연구를 좋아한다면 구체적으로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글쎄? 그건 알아서 생각해보라고. 상상력이 없는 놈들부터 죽어 나가거든. 특히, 넌 그게 더 필요할 거야. 집단에 소속되지 않는 외로운 늑대는 그 힘의 크기와 상관없이 표적이 되기 십상이니.”
에디스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충고해주고 있었다.
"충고 감사합니다. 친절하시군요.”
"하. 하. 하. .…친절해? 내가?”
"예,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잖습니까? ….음식도 대접해주셨고요. 친절하시죠.”
“……네가 머저리인지, 미친놈인지 헷갈리려고 하는군.”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제가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오, 그렇지. 해봐. 뭐지? 뭐가 궁금하지?”
"제인 아가씨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올리버가 툭 하고 물었다.
지금까지 대화의 흐름과 완전히 다른 질문을.
에디스는 그게 싫은 눈치였다.
"당연히 좆같은 내 사생아-”
에디스 님. 이건 거짓말하시면 안 됩니다. 솔직히 대답한다고 약속하셨잖습니까?”
올리버가 처음으로 에디스의 말을 잘랐다.
에디스는 칼에라도 찔린 것처럼 움찔거리며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왜 그런 질문은 하는 거지?”
"음..…. 그냥 궁금해서요.”
"씨부럴. 별것이 다 궁금하군.”
"아, 대답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하하…지금 날 놀리나?"
"죄송합니다. 오해는 하지 마시길. 당장 대답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종류의 대답은 자발적으로 하는 게 좋거든요.”
에디스는 불쾌해했지만, 동시에 반겼다.
제인에 관해서 그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씨부럴. 이거 왠지 빚진 기분인데. 꼭 진 기분이야.”
"그런 거 아니니 괜찮습니다.”
"난 안 괜찮아. 이런 건 오랜만이라 많이 좆 같군….. 좋아, 다른 거로 보상해주지.”
"다른 거요?”
"그래, 나도 블랙마켓을 몇 군데 알고 있거든. 약을 취급하는 곳도 포함해서. 그곳을 알려주지. 신분 보증하고. 그러니 이 좆같은 게임도 이쯤에서 하지.”
"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