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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04화 (104/633)

< 104. 조사 (1) >

“데이브. T구역 해결사로, 대략 5개월 전 이 바닥에 들어왔습니다.”

“고작 5개월?”

축축한 침대에 앉은 에디스 록이 물었다.

그는 팬티만 입고 있었는데, 방금까지 침대 위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후라 그랬다.

"예, 보통 6개월은 있어야 장래성이 나타나는데, 약간 빠른 편이죠.”

“그건 나도 알아. 병신새끼들은 그 안에 뒤지고, 밥값 하는 놈들만 살아남지.”

"예,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데이브란 이 해결사는 T구역에서….. 아니. 란다 전역에서도 눈에 띄는 해결사라 할 수 있습니다."

“호.…. 그래?”

에디스가 흥미를 보였다.

란다는 거대도시.

덕분에 다른 도시에 비해 뭐든 그 규모가 컸는데, 알파벳으로 나눈 각 구역도 매한가지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각 구역은 작은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란다 전역에서도 다크호스라면 이 나라에서도 먹히는 수준이라는 거였다.

이건 꽤 대단한 일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먹고살기 팍팍한 시대에는 더욱 말이다.

여러 양지의 인재들마저 뒷골목으로 밀려오는 시대이니.

물론, 지금 말하고 있는 대머리가 과장한 걸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했다.

던칸은 핑크맨 출신이며, 에디스와 20년을 같이 일한 자로, 능력과 충성심은 이미 십몇 년 전에 증명한 지 오래였다.

“성(姓)은 못 알아냈나? 성씨 말이야.”

"못 알아냈습니다. 그냥 데이브라고 불리며 아마 십중팔구 가명일 겁니다. 흑마법사들은 대부분 가명을 쓰고 활동하니까요. 과하게 수상하지만 않으면 중개인들도 구태여 조사하지 않습니다.”

"음......."

에디스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수많은 투기판에서 살아왔기에 정체가 불분명한 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정체가 불분명한 건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투기판에서 쪽박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늘 불분명한 것을 거둬내려고 노력했다.

허나, 가끔씩 별수 없는 때도 있는 법.

특히, 이번에 진행 시킬 일처럼 도박성이 강할 때는 더욱 그랬다.

“해결사로서는 신용은 어떤가?”

"꽤 괜찮은 편입니다. 여태까지 일한 내역만 보면 말이죠. 매춘부들이 사람들 잘 데려왔더군요.”

"매일 그년들 가랑이에 돈뭉치를 처박아주잖나. 당연히 그 정도는 해줘야지….. 자세히 브리핑해봐."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던칸은 품 안에서 작은 소켓을 꺼냈다.

작은 금속 기구에는 가공된 마석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그 위로 수많은 이미지가 투영됐다.

"마법 연구소 마텔의 키메라 포획, 마탑 전(前) 부교수 납치, 마법주 생산시설 경비, 오염구역 청소, 트럭 강도 소탕 맡은 임무는 이게 전부입니다.”

“적구먼.”

"하지만 굵직합니다. 우선, 키메라 건의 경우, 2주 동안 아무도 못 잡았는데, 데이브는 반나절도 안 돼 잡았더군요. 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키메라가 데이브를 보자마자 발작적인 공포를 느꼈다는 데 있습니다.”

"대단한 건가?”

"예, 군용으로 제작되던 키메라라 지능과 호전성 둘 다 높였거든요. 그래서 마텔 연구소 일부가 이 친구를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에디스는 그러려니 어깨를 으쓱였다.

마법사들이 생체 실험을 일삼는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눈에 띄는 실험체를 지속해서 감시하다 납치하는 것 역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더 이상 새롭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난 실험용 쥐새끼가 아닌 경비견이 필요한 거야.”

"죄송합니다…. 부교수 납치의 경우 홀로 파이터 크루 멤버 셋과 싸워 이겼습니다.”

“파이터 크루? 그 정도면 기본은 한다는 이야기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때도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 계열이 엄청 다양하다더군요.”

"계열이라고 하면 화기계열 같은 거?”

"예, 파이터 크루와의 싸움 중 화기계열과 질병계열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확실하진 않지만 창조계열도 쓰는 것 같더군요. 이런 흑마법사는 보기 드뭅니다.”

에디스가 침묵으로 동의했다.

길거리 사업에 종사한 덕분에 이런 종류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반드시라는 건 아니지만, 흑마법사는 자기 전문 계열이 있었다.

크게 화기, 질병, 조작, 창조 이 네 가지로.

대개 효율성을 생각해 자기에게 맞는 특기 계열을 중심으로 키우고, 나머지는 보조로 구사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데이브란 놈은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을 뜻했다.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단기간 내 그만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겠지.

던칸이 다시 보고를 이었다. 내용은 갈수록 흥미로워졌다.

“그 외에도 킴벨 패밀리의 마법주 생산시설 공사 당시 습격해 온 마탑 학생 넷을 제압했다고 합니다.”

"마법주? 아, 요즘 유행하고 있는 그거?”

"예, 그렇습니다.”

"세상 참 좁군.…. 그런데 제압이라고 했나?”

"예. 조사해 보니, 겁 없는 애송이들도 아니고, 제법 성적이 높은 우등생들이었는데 혼자서 제압했다고 합니다.”

이제 흥미를 넘어 감탄스러웠다.

비록, 학생이라고는 하나, 마탑이라면 웬만한 길바닥 마법사와 그 수준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소켓에서 나오는 전투 이미지 중 마른하늘에 낙뢰(落雷)가 떨어지는 장면이라던가, 수많은 마력탄이 날아가는 장면, 창고 한쪽이 폭발로 부서지는 역동적인 장면이 넘쳤다.

마법과 술사의 수준을 알려주기 더할 나위 없는 이미지.

저런 마법사를 혼자서 넷이나 제압했다라.

"확실한 건가?”

"예, 파이터 크루와의 싸움은 그곳에 사는 쥐새끼들을 통해 얻은 거지만, 교차 검증해 확실한 것으로 판명 났고, 마법사들의 경우는 핑크맨 사무소의 ‘넷 내비게이터(net navigator)’에게 정식으로 의뢰한 겁니다.”

에디스는 이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성을 가진 고급 인력을 보유한 핑크맨 사무소의 넷 내비게이터라면 일단 믿는 것이 맞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자체적으로 추가 조사를 했는데, 해당 사건이 있고 며칠 후, 마탑과 크라임 펌이 비밀리에 협약을 맺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정황상 너무 딱 맞아떨어집니다.”

흠……. 에디스는 이제 슬슬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머저리, 혹은 특이한 컨셉을 잡은 병신인 줄 알았는데, 엘리자베스랑 코코 년이 아무래도 일을 허투루 한 게 아닌 듯했다.

하긴, 이번 일이 어찌 처리되느냐에 따라 자기들 역시 적잖은 이익을 얻을 테니 대충 하지는 않았겠지.

자신의 사생아 딸이 큰 재산을 받으면 자신들 역시 한몫 챙길 수 있을 테니.

'결국, 세상은 돈이 전부야. 씨부럴 시작과 끝이지…..’

"어르신.”

"응? 왜? 더 보고할 게 있어?”

에디스가 진심으로 물었다.

마법사 넷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들었으니 이 이상은 들어봤자 별다른 감흥이 없을 거 같았다.

허나, 놀랍게도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예, 있습니다. 퍼펫과 싸워 살아남았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

"......퍼펫? 내가 아는 퍼펫 맞나? 애들 동화에 나오는 퍼펫 말고."

"예, 얼마 전 오염구역 청소가 있었는데, 다들 쉬쉬하지만 그때 많은 해결사들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그 배경에 퍼펫이 있다고 합니다.”

음..…. 에디스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퍼펫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들어봤으니.

말 그대로 전설 같은 인물이었다.

크라임 펌 보다 더 위험한 검은손의 손가락(간부).

그리고 수많은 흑마법사를 키운 대스승이자, 수많은 범죄 조직을 설립한 뒷세계의 거목.

소문에 따르면 한 나라를 멸망시킬 힘이 있으며, 대마법사마저 죽인 전적이 있다 하였는데,

물론 일각에서는 전부 허명(虛名)이고 실상은 별 볼 일 없는 악마승배자라 했지만, 그럼에도 그에 대한 정보는 늘 1급 기밀로 다뤄졌다.

그런 퍼펫을 상대로 살아남았다?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에만 쓰고 버릴 휴짓조각으로 끝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지?”

“시(市) 내무부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서입니다. 핑크맨으로 활동할 때 마련한 제 파이프라인이죠. 확실한 건 아니지만 성기사가 방문했으니, 가능성이 제로인 것은 아닙니다.”

성기사? 그렇다면 더욱 확실했다.

그놈들은 악마와 검은손 관련자들이 나타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존재였으니.

"근데 이해가 안 가는군. 고작 스무 살 초반 애송이 흑마법사가 어떻게 퍼펫에게 살아남았지?”

“본인은 퍼펫이 살려줬다고 하지만, 주변에 본 사람이 없어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몇몇 이들은 퍼펫의 제자이거나 혹은 제자로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맡은 트럭 강도단 소탕 때 송장인형을 쓴 게 확인됐고요.”

던칸이 손가락을 튕기자 새로운 이미지가 투영됐다.

한밤중이라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기괴한 생김새의 송장인형 넷이 강도들을 살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하나 끔찍한 외형을 했는데, 특히 마지막은 가관이었다.

"저거 뭔가? 먹고 있는 거야?”

“예, 생명력과 감정을 뽑아 먹고 있는 겁니다. 송장인형이라면 몇 번 상대해 본 적 있는데, 이런 놈들은 또 처음이더군요. 여기 삐쩍 곯아가는 남자 보이십니까?”

"그래, 보여. 비참하군.”

"저 위 노스랜드에서 알아주는 흑마법사입니다. 강도와 약탈이 특기인데, 몇 달 전 그곳 지주를 죽이고 마을을 약탈한 후 잠적했죠.”

"그렇게 대단한 친구로는 안 보이는데?”

무기력하게 송장인형에게 당하는 남자를 보며 에디스가 말했다.

하긴, 그게 당연했다.

해결사, 갱, 흑마법사, 길바닥 마법사 등등 도시에서 폭력으로 생존하는 이 시대의 마지막 전사라고 지껄이는 멍청이들도 있지만,

객관적인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건설현장 노가다꾼처럼 폭력으로밖에 먹고살 수 없는 뒷골목 무뢰배였다.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결국 시키는 일이나 하고 그 부스러기로 먹고사는 개미들.

분명 한때 반짝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명성에 걸맞지 못하게 사라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미지 속 흑마법사의 최후는 그에 딱 부합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퍼펫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게 사실일 것 같은데, 시에서는 아무런 제스처도 없나?”

"일단, 없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근래 마법사들의 힘이 강해지고 있으니, 나중에 써먹으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음….. 인정.”

에디스가 납득했다.

대재앙 이후 마법사와 자본가가 힘을 합쳐 재건한 이 도시는 현재 주도권 싸움 중이었다.

어느새 자본까지 손에 쥔 마법사와 비 마법사들이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펼치고 있었는데, 폭력을 대동하는 수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그렇기에 시(市)와 도시의 자본가 연합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체적인 무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크라임 펌이나, 핑크맨 사무소, 중개인 조합처럼.

"어찌 됐건, 뒤가 어떤지는 알 수 없는 자이군.”

"예, 어쩌면 정말 퍼펫의 제자일지도요.”

“음….. 고용해.”

던칸은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다시 물어 확인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 애당초 이쪽 바닥 사람 중 백 퍼센트 안전한 사람이 있나? 뭣보다 일 자체가 도박에 가까워. 그러니 과감한 선택을 해야지.”

그걸로 끝이었다. 던칸은 소켓을 챙긴 다음 마지막 확인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흑마법사를 마지막으로, 인조이먼트의 드루이드 스콧, 마총(魔銃)의 니나, 마력 격투가 러셀, 참전군 해결사 고드리 이렇게 다섯 고용하겠습니다.”

"적당하군.”

"더 고용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고용하려고 해도 더 이상 인재가 없어. 나머지는 실력이 부족하거나, 신용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둘 다 부족하니….. 비정기 라인으로 소개받은 인력이 다 그렇지. 어차피 자네 팀원 열댓 명까지 포함하면 그년 지키기 적당할 테니 문제없어.”

“알겠습니다..…. 어르신.”

"뭔가?”

"감히 여쭙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신기하군. 원래 질문하던 성격이던가?”

"아니요. 이십 년 전. 빚더미에 오른 절 구해주신 후 한 번도 질문한 적이 없습니다. 어르신의 행동은 늘 명확하셨으니 말이죠.”

“지금은 명확하지 않다는 건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왜 필사적으로 쌓아 올린 재산을 갑자기 반 가까이 나누시려는 겁니까?”

에디스는 침대에 등을 기댔다. 본인도 궁금했다.

사생아라면 열 명도 넘게 있는데 왜 그년일까? 그나마 이쁜 짓을 해서?

아니면, 빌어먹을 마누라와 그 새끼들이 가장 열 받을 것 같아서?

아마, 그게 맞을 것 같았다.

“그냥이야. 곧 죽을 목숨인데, 내 돈으로 마지막 재미 좀 보겠다는데 꼭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명확한 대답.

던칸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좋아, 난 곧 세금을 확보하러 떠나야 하니 서둘러 준비해두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좋아, 나가는 길에 여자 좀 불러주고.”

에디스는 그리 말하며 블랙마켓에서 구매한 불법 정력제와 생명력 영양제를 뒤섞은 특제 음료를 마셨다.

탁- 하고 문이 닫혔는데, 어느 정도 복도를 걷자 한 남자가 던칸에게 다가왔다.

“팀장님. 계획은 원래대로 진행합니까?”

“그래, 마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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