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101화 (101/633)

< 101. 이사 (2) >

계약서를 쓰고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올리버는 방부터 정리했다.

2층에 있는 생활공간에는 다행히 작은 욕실과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사람들 말에 따르면 이 두 개가 없는 집도 부지기수라고 하였다.

거기다 하나뿐인 방 안에는 침대와 마석 연료로 작동하는 작은 냉장고와 책상도 있었고.

문득, 올리버는 머피가 자신을 배려해 일부러 좋은 곳을 구해 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친절한 분이라니까.”

올리버가 그리 중얼거리며 먹보 주머니를 꺼내 시장에서 산 짐을 꺼냈다.

짐이라고 해봐야 생활필수품으로 이불과 베게, 옷을 보관할 수 있는 옷걸이, 간단한 요깃거리뿐이었지만, 딱히 이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없었다.

이불을 깔고, 책상을 옮기며, 냉장고에 음식을 넣는 등 가벼운 정리를 끝마친 후 올리버가 말했다.

"딱 좋네.”

그럼 다음 곧장 지하실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가 메인.

올리버는 다시 거대한 먹보 주머니를 꺼내 짐을 토하게 했다.

“꾸르르르르르르一”

먹보 주머니가 갑자기 불만스럽게 울었다.

하긴, 당연한가? 시장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일을 시켰으니.

올리버는 작은 먹보 주머니를 꺼내 억지로 입을 쑤셔 1만 란다를 꺼냈다.

팔랑거리는 지폐를 보자 먹보주머니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거 먹고 마음 푸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반응이 왔다. 예상과 다른 반응이.

"...? 꾸르륵-! 끄르르르륵! 끄륵! 륵!”

놀랍게도 커다란 먹보 주머니는 사람처럼 제스처를 취하며 뭐라 말하였다.

덩치가 클수록 반항심도 커진다는 게 지능과 자의식이 세진다는 걸까?

허나, 더 놀라운 건 자신이 먹보 주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희미하게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거였다.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 먹보 주머니 말고, 이름을 붙여 달라고요? 제대로 된?”

“끅-! 끄르륵!”

"....흥미롭네요. 나중에 만드신 분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 그럼, 빅마우스는 어때요? 입이 크니까."

먹보 주머니가 손을 파닥거렸다. 마음에 든다는 듯.

“끄륵? 끄르륵!”

"마음에 드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이건 필요 없으니 도로 넣어-”

"-끄륵! 끄르륵!”

"아…. 돈도 필요하시다고요?”

"-끄륵! 끄르르르륵!”

올리버가 준 1만 란다를 먹은 뒤 먹보 주머니…. 아니, 빅마우스가 다시 사 온 물건을 토하기 시작했다.

지하실에 쓰일 가구와 기구로 2층 숙소보다 더 많았는데. 대부분 재래시장이 아닌 그레이마켓에서 사 온 거였다.

송장인형을 눕힐 수술대와 이동식 선반, 송장인형 수리와 개조에 필요한 각종 재료를 선박에 차곡차곡 정리했는데, 그 외에도 감정을 보관할 플라스크와 플라스크 케이스, 실험용 혼합장치 외 기타 실험 도구 등을 놓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몇 번 위치를 바꿔 가장 효율적인 구조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루가 꼬박 지났다.

다음 날, 올리버는 시장에서 미리 산 빵과 우유, 사과로 가볍게 식사한 후 곧바로 송장인형을 손보기 시작했다.

트럭 강도들과의 전투 때 성공적으로 수리된 것을 확인했지만, 움직일 때 어설픈 모습이 중간중간 보였는데,

올리버는 작업복을 갈아입고 송장인형을 실험대에 눕혀 이상이 있는 부분을 분해해 문제가 있나 살펴봤다.

엉킨 힘줄을 풀고 가공 뼈 사이에 기름을 칠했는데, 중간중간 책을 보고 제대로 하는 건지 틈틈이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제대로 하고 있는 듯했다.

“휴….. 조금 힘드네.”

올리버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실제 송장인형을 만지는 것은 체력적인 소모도 컸는데, 혼자 하려니 약간 힘든 감이 있었다.

도와주는 손 하나만 있어도 수월할 듯한데.

‘음….. 날 도와줄 송장인형을 만들어 볼까? 힘을 써야 하니 남성이 좋겠고, 둘, 셋 정도 붙인 형태가 좋겠네. 여러 실험을 도와줘야 하니까 팔은 여럿인 게 좋고. 머리도 따라 줘야 하니, 차일드도 더 만들어야 하나.’

올리버가 그리 생각하며 구석에 놓인 탁자 위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시험관에 든 차일드-퍼스트, 세컨드, 써드, 폴스가 있었는데, 감정 상태를 보아하니 배가 고픈 것 같았다.

올리버는 보관한 감정과 생명력을 추출해 뒤섞은 후 차일드에게 적정량 줬는데,

검은색 연기를 뿜는 고기완자처럼 생긴 차일드는 올리버가 준 감정 및 생명력을 촵- 촵- 소리 내며 맛있게 먹었다.

‘생각 외로 완성도가 높단 말이지.’

퍼펫의 인공영혼을 보고 흉내 낸 차일드.

정확히는 인공영혼의 생산 방식을 추측해 미니언에 접목한 일종의 업그레이드판이었는데,

반은 실패하자는 생각으로 실행한 거라 조금 당혹스러웠다.

분명, 처음에는 그저 어설픈 인공영혼에 불과했으나, 미니언과 결합해서인지 생존욕이 있었다.

배가 고프다고 칭얼댄 것이 그 증거.

올리버는 반쯤 실험 삼아 감정과 생명력을 먹였고, 그렇게 지금까지 키우고 있었다.

그 결과 얻은 정보는 대략 세 가지.

첫 번째는 일정량의 생명력과 감정을 먹여주면 차일드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 유지가 된다는 거였는데, 본인들도 그걸 아는지 배가 고프면 올리버에게 감정과 생명력을 달라고 부탁했다.

두 번째는, 자기 의사를 내비칠지언정 결코 올리버에게 저항하진 않는다는 거였다.

한번 실험 삼아 하루종일 감정과 생명력을 지급하지 않아 쇠약해질 정도로 방치했는데, 놀랍게도 배가 고프다고 신호를 보낼지언정 화를 내지 않았다.

그 점은 미니언과 똑같았다.

그러나 아직 자아와 지능이 낮아 그런 걸지도 몰랐다.

차일드는 놀랍게도 생명력과 감정을 먹어 생존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아가 강해지고, 지능 역시 높아졌는데, 현재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까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어쩌면 계속 키운다면 사람과 엇비슷한 지능을 가질지도.

올리버는 궁금했다.

그때 가서도 자신을 따를지. 만약 따르지 않고 반항한다 해도 그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았다.

올리버는 마저 차일드에게 먹이를 준 다음 다시 송장인형을 손 봤다.

이미 이상 있는 부분은 다 손봤고, 거기에 간단한 테스트까지 마쳤는데, 그다음으로 개조에 들어갔다.

가령, 써드가 들어갔던 송장 인형 ‘넝마’의 팔다리에 추가로 면도칼과 비수를 넣어 기습 효과를 증대시켰으며,

칼날에는 흑마법뿐 아니라 그레이마켓에서 산 마비약도 추가해 발랐다.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하였는데, 이그저스천의 효과를 배가시켜 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 외에 세 개의 팔로 세이버(기병도)를 휘두르는 ‘검사’에겐 소형 산탄총과 작은 단발 총을 두 자루 탑재시켜 기습적인 원거리 공격을 추가시켰으며,

‘흑마법사’ 송장인형에겐 팔을 두 개 더 달아 한 번에 여러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겸사겸사 감정을 담아 두는 탱크(tank) 역시 늘려 전투 지속능력과 화력을 높였고.

‘저격수’에게는 적이 근접할 시 최루탄을 사방으로 뿌리는 분산 장치와 기습적으로 튀어나오는 스프링식 나이프를 추가했다.

덕분에 오염구역에서 받은 보상금을 적잖게 썼는데, 그래도 막상 일을 마치니 꽤 뿌듯했다.

그때였다.

삐一 삐一 삐一

신호음이 들렸다.

포레스트가 준 직통 통신장치에서 난 소리였는데, 올리버는 딱정벌레처럼 생긴 통신기기를 켜 귀에 가져다 댔다.

[데이브?]

포레스트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일할 때 나오는 진지한 목소리.

"예, 포레스트 님.”

[혹시 시간 괜찮나? 얼굴 좀 봤으면 하는데.…. 자네가 관심 가질만한 일이 있네.]

***

올리버는 곧장 움직였다.

어차피 급한 것은 전부 다 한 상태였으니.

거기다 이제 돈 벌 필요도 있었고.

그렇다고 그냥 움직이지는 않았다.

우선 올리버는 중요한 책과 송장인형, 차일드와 같은 귀중품을 챙기고, 도난당해도 상관없는 물건은 창고에 두고 나왔는데,

나오기 전 라스 붐을 먹인 미니언을 지하실에 두고 왔다.

만약 침입자가 올 시 자폭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뒷정리까지 마치고 올리버는 포레스트의 레스토랑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똑ㅡ 똑ㅡ

"들어오시게."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올리버가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평소처럼 잘 차려입은 포레스트가 있었으며, 코코 양도 있었다.

올리버와 한두 번 마주쳐 짧은 대화를 나눈 정보상.

포레스트와 거래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리 같이 있는 건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본능적으로 포레스트가 말한 중요한 일에 그녀가 관련되었음을 직감했다.

"어서 오시게.’’

"안녕하십니까? 포레스트 님.”

"어머. 재밌네요.”

평소처럼 올리버와 포레스트가 대화를 나눌 때, 코코가 재밌다는 듯 끼어들며 웃었다.

“....왜 그러시죠?”

"아, 죄송해요….. 그저 요즘 이곳에서 가장 핫한 해결사인데, 처음 봤을 때랑 너무 똑같아서요."

"안 좋은 건가요?”

"전혀요. 오히려 그 반대. 대단한 거죠. 초심을 유지한다는 거니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거든요. 특히, 남자들은요.”

수수께끼 같은 그녀의 말 역시 그대로였는데, 그럼에도 올리버는 그녀가 그저 빈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감정이 보였으니.

그녀는 올리버의 태도에 만족하며, 기대하고 있었다.

무슨 기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감정 같지는 않았다.

포레스트가 질서를 정리했다.

"괜찮다면 우선 앉아 줄 수 있겠나?”

올리버는 곧바로 시키는 대로 앉았다.

"미리 연락한 대로 일이 있어 자네를 불렀네. 굳이 쉬는 자넬 불러서 미안하지만, 슬슬 일할 때도 됐으니 이해해주길 바라네."

"아뇨, 괜찮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인지라….. 그런데 무슨 일인지요? 꽤 중요한 일 같은데.”

코코가 끼어들었다.

"남성분들 대화하시는데, 이 예의 없는 아가씨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포레스트가 흔쾌히 넘겨줬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중요한 일이라는 건 코코 양이 가져온 거였다.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

"여성이 묻는다면 대답해 줘야 신사죠.”

"신사가 뭐죠?”

"...? 지금 저랑 장난치는 건가요?”

"놀랍게도 데이브는 장난을 안 치네. 이 모든 건 진심이지.”

포레스트가 겪어봐서 안다는 듯 말했다.

대답을 들은 코코가 다시 말했다.

"하아..…. 교양과 예의를 갖춘 남자를 뜻하죠. 강인하고 용감하며 여성에게 친절한.”

"전 딱히 강하지도, 용감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데요?”

"상관없어요. 요즘은 그냥 돈이 많은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거든요. 돈이 용기고 힘이죠…. 제발 그 이상 말하지 마세요. 예의상 하는 말이니.”

올리버가 자기는 돈이 많지 않다고도 말하려 했는데, 코코의 말에 입을 서둘러 닫았다.

그녀는 피곤한 듯 비죽 웃었다.

"하아..…. 여태까지 고객이 누구죠?”

"음….. 마법 연구소, 갱, 시 정도네요.”

"마법 연구소는 키메라 사냥 포획이었고, 시는 오염구역 청소…. 둘 다 정식 의뢰인이라고 부르긴 좀 애매하죠. 그렇다면 데이브 씨의 정식 의뢰인은 갱뿐이네요. 크라임 펌의 갱.”

올리버가 포레스트를 봤다.

포레스트는 자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실제로 사실이었다.

"이 도시에는 비밀이 없답니다. 조금만 찔러보면 간접적으로 다 알 수 있어요. 그 덕분에 제가 먹고사는 거고요.”

"대단하네요.”

"예, 대단하죠. 그 때문에 데이브 씨가 흑마법이나 악마와 관련된 서적을 모은다는 것도 알죠."

"미안, 그건 내가 말한 걸세.”

포레스트가 자진해 말했다. 코코가 두둔했다.

"너무 포레스트 님을 너무 탓하지 마세요. 데이브 씨 일에 관한 정보를 모을 때 제가 대가로 요구한 거니.”

"제 정보요?”

"예, 정보는 정보를 모으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쓸 수 있는 거고요.”

코코가 빙긋 웃었다.

"다른 질문을 하죠. 해결사로 서서히 명성을 쌓고 계시는데, 원하시는 목표는 얻으셨나요?”

올리버가 고민했다.

즐겁고, 의외의 경험을 하며, 여러 책을 얻어 색다른 지식을 얻었지만, 글쎄.…?

원래의 목표를 달성했냐면 그건 아니었다.

"아뇨.”

"당연하죠. 데이브가 찾는 건 저도 어쩌다 한 번 듣는 귀중한 물건들이니까요. 거물이 아닌 이상 접하기가 힘들죠….. 혹시, 악마에 관한 책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악마.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올리버는 조셉과의 전투에서 본 말을 탄 노인과 알 수 없는 수많은 문양, 퍼펫의 아가리를 통해 본 지옥의 입구가 떠올랐다.

올리버가 답했다.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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