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89화 (89/633)

< 89. 퍼펫 (5) >

"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

올리버가 퍼펫의 아가리를 통해 감정을 추출하자 그가 비명을 질렀다.

끓는 쇳물을 억지로 입에 들이붓는 것처럼 비명을 질렀는데, 여태껏 그 어떠한 공격에도 여유로웠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반응이었다.

비명소리가 어찌나 큰지 벽에 묻어 있던 흙먼지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졌는데,

그럼에도 올리버는 멈추지 않고 퍼펫의 아가리를 통해 지옥의 감정을 추출했다.

이것이 정말 지옥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올리버는 본능적인 소유욕이 일며 최대한 많은 감정을 추출했다.

‘더…. 더.…! 더..…!!’

“캬학———!”

결국, 참다못한 퍼펫이 양손을 휘둘러 올리버의 추출을 억지로 끊어버렸다.

상당한 감정을 추출했음에도 부족했는데, 그래서일까?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아주 약간 짜증을 느꼈다.

쾅————!!!!!!

"죄송한데, 입 한 번 더 열어 주시겠습니까?"

“...컥!”

올리버가 추출한 감정을 몸에 두른 뒤 퍼펫의 명치를 쿼터스태프로 찌르며 말했다.

아주 깊숙이 들어갔는데, 뼈가 부서지는 감각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뭐지.…? 아픈데?”

"그래요?”

그 말과 함께 올리버가 쿼터스태프 끝을 통해 라스 붐을 터트렸다.

쾅———————!!

분명, 라스 붐인데 어째 위력이 평소와 그 궤를 달리했다.

원료로 사용한 감정 탓일까?

퍼펫은 육신은 진흙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산산조각이 났는데, 그럼에도 살덩어리들이 자기들끼리 뭉쳐 새로운 육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올리버가 퍼펫에게 다가가 물었다.

"다시 한번 입 좀 벌려주시겠습니까?”

반쯤 회복한 퍼펫이 올리버의 부탁에 대답 대신 질문했다.

“..…사과하지. 시시한 친구가 아니었군. 진짜 정체가 뭔가?"

"다시 입 좀 벌려주시겠습니까?”

클클. 퍼펫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더니 감정을 추출해 바닥에 손을 댔다.

검은빛 감정이 벽돌 틈새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였는데, 올리버는 발밑을 주의하며 여차하면 움직일 태세를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 무너진 건 올리버의 발밑이 아니었다.

퍼펫의 발밑이었는데, 그와 동시에 사방의 벽이 촤르륵一 소리를 내며 틈새가 벌어졌다.

그 틈 사이로 지상에서 보았던 좀비 군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쉐도우 스파이크]

[바인 쉐도우]

올리버가 추출한 감정의 일부를 그림자에 투여한 다음 영창했다.

그러자 올리버의 그림자가 잡초처럼 사방으로 뻗더니 주변의 좀비들을 모조리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촤르르륵一! 촤르르륵——! 파바밧一! 촥一! 촥一! 퓻一! 퓻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진 좀비들.

허나, 다 부순 것은 아니었다.

소수의 송장인형이 좀비들을 발판 삼아 올리버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덮쳤다.

"미니언.”

그 말과 동시에 올리버는 순식간에 미니언을 만들어 공중으로 달려드는 송장인형들을 요격(激擊)했다.

미니언은 송장인형들의 지근거리로 순식간에 다가가 해잇 불릿을 쏴 머리통을 깨끗이 날려버렸다.

올리버는 그렇게 좀비 떼를 정리하고 곧바로 퍼펫을 쫓아 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그때였다.

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예상이라도 한 듯 올리버가 내려가는 타이밍에 맞춰 한 송장인형 하나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여성과 남성의 상체가 지네처럼 이어 붙여진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테마에 맞춘 건지 머리 부분의 여성의 양 눈에는 총구가 박혀 있었고, 입에는 강철 집게가 심어져 있었다.

카하하햐——————꽝!!!!

올리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송장인형의 얼굴을 쿼터스태프로 내리찍었다.

눈구멍에 박힌 총구와 입에 심어진 강철 집게가 산산이 박살 났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평소였다면 가급적 멀쩡하게 잡아 연구해 봤을 텐데.

하지만, 그러기에는 퍼펫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응?"

머리 부분의 여자가 박살이 나 움직이지 못하자, 그 아래 붙어있던 남성 상체가 떨어져 나오더니 올리버를 덮쳤다.

그는 여러 개 달린 팔을 뻗어 올리버를 끈덕지게 붙잡았는데, 그러자 그 뒤로 달린 다른 송장인형들도 수십 개의 팔을 뻗어 올리버를 감싸 공처럼 말기 시작했다.

송장인형에게 뒤덮인 올리버. 그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각 송장인형 몸 안에서 들리는 시계 소리.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이게 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폭탄이었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벙———!

폭발이 일어났다.

흑마법이 아닌 일반 폭탄이었는데, 덕분에 한 박자 늦게 대응하고 말았다.

뭐, 그래도 상관없나?

블랙 슈트를 두른 덕분에 딱히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폭발에서 벗어나 아래층으로 발을 디디자 올리버는 수많은 송장인형을 볼 수 있었다.

전부 꽤 잘 만든 작품 같았는데, 최소한 세이버를 든 송장인형 급은 되는 것 같았다.

"오……. 꽤 많네요?”

“C급이니까.”

송장인형 하나가 그리 대답하고는 달려들었다.

단순히 달려는 것이 아닌 조직적으로 합을 맞춰 움직였는데,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후방의 흑마법사, 저격수 송장인형이 제각기 흑마법과 총으로 원거리로 지원해줬고,

세이버와 도끼로 무장한 송장인형은 원거리 지원에 맞춰 달려들었다.

동시에 일곱, 여덟 개의 공격이 날아오는 거였는데,

올리버는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착각을 느끼며 주변을 바라봤다.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둠에 숨어 접근하는 바인 쉐도우, 총알, 해잇 불릿, 블랙 재블린.

벽과 천장을 타고 덤벼드는 약탈자, 돌연변이 송장인형.

평소였다면 꽤 위협적인 전력일 터였을 터인데, 올리버는 추출한 감정의 여파 탓인지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느끼며 매우 차분한 기분을 맛봤다.

아니, 차분함을 넘어 여유로웠다.

올리버는 우선 바인 쉐도우를 써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적 그림자를 박살 낸 후, 해잇 불릿을 쏴 적의 증오의 탄환과 총알을 박살냈다.

감정의 질이 다른 덕분인지, 적당히 쐈음에도 적 송장인형을 가볍게 꿰뚫렸는데,

올리버는 멈추지 않고 마치 누군가 대신 움직여 주듯 자연스럽게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근접하는 적들을 상대했다.

벽을 타고 달려드는 돌연변이 송장인형의 머리를 올려쳐 부수고, 그 타이밍에 맞춰 달려드는 다른 송장인형들을 증오의 탄환과 그림자 말뚝으로 끝장냈다.

근접용 송장인형이 산산이 부서지자 후방의 송장인형들이 뒤로 물러났는데, 올리버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다리에 힘을 집중해 거리를 단숨에 좁힌 다음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전부 박살 냈다.

산산이 부서지는 송장인형들. 그때, 찰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서진 송장인형들이 손에 들고 있던 폭탄을 작동시킨 거였다.

다시 지하실에서 폭발이 일었다.

그러나 흙먼지가 요란하게 일어도 올리버는 다치지 않았는데, 오히려 아직 덜 망가진 송장인형에서 생명력을 추출해 블랙 슈트를 보강했다.

".........."

올리버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봤다.

란다의 땅 밑에는 또 하나의 도시가 있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사실인 듯했다.

이쯤에 이르자 올리버도 지하실 규모가 가늠이 안 됐는데, 이곳에서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실로 궁금해졌다.

‘대충 알 거 같지만.’

올리버가 희미하게 보이는 감정과 생명력, 마력을 보며 생각했다.

처음에는 안 보였는데, 퍼펫에게 잡아먹힐 뻔한 이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캬하하하하하학————!

캬카카하하하하하학————!

캬하하핫———--!

수많은 좀비 떼가 다시 올리버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래도 퍼펫은 올리버가 추출한 감정을 최대한 소모시킬 생각인 듯하였는데,

올리버는 그 뜻대로 해주자는 생각을 가지며 손끝에 감정을 끌어모았다.

그가 딱 방심할 수준으로 말이다.

***

콰과과광——!

콰직—! 콱! 꽈직——!

뿌드득——! 뿌득득——! 뜨드드득一!

쾅———!

수많은 좀비들을 쓰러뜨리고 올리버가 한 방으로 들어갔다.

좀비가 엄청나게 많아 생각한 것과 다르게 간신히 추출한 감정을 거의 다 쓰고 말았는데, 다행히 그 덕분에 퍼펫도 더 이상 도주하지 않고 올리버를 반겨주었다.

"왔나?”

그는 먹보 주머니처럼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사람을 삼키고 있었다.

퍼펫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볼 때 한두 명을 삼킨 것이 아닌 거 같았다.

"예.”

"도망친 건 사과하지. 이해해 주기 바라네. 불리한 싸움은 하지 말자는 주의라.”

"욕 안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인지라..…. 그보다 여긴?”

올리버는 방안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어떠한 실험실이었다.

"여기도 보다시피 실험실이네. 공교롭게도 이곳의 원주인….. 마법사는 나랑 비슷한 분야를 연구했거든. 그래서 내가 잠시 빌려 쓰고 있지.”

진심.

"무슨 실험을 한 거죠?”

"글쎄, 말해 줬지 않나? 사람을 부활시키는 실험을 했다고.”

"아, 그러셨죠? 성과는 있습니까?”

“..…어느 정도? 그런데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악마에게 해결사들을 넘겨 좀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리 꼬이고 말았지. 다시 한 번 묻지, 자넨 정체가 뭔가? 수백 년을 살면서 온갖 인간군상을 봤지만, 자네 같은 친구는 처음이거든.”

"전 저일 뿐입니다. T구역의 해결사요..…. 질문 하나 드리죠. 혹시, 인간을 부활시키는 실험에 인간의 영혼을 만드는 실험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퍼펫이 갑자기 멈칫했다.

아무래도 올리버가 제대로 질문한 것 같았다.

"역시, 그냥 악마에게 넘겨선 안 되겠군. 도대체 어떻게 알았나?”

올리버가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요? 이제 좀 보이거든요.”

그 말과 함께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바닥에 두들겼다.

딱- 딱- 소리와 함께 벽돌 틈새를 따라 감정이 빠르게 이동해 천장에 도달했다.

그와 함께 천장 벽돌이 촤르륵ㅡ 촤르륵一 움직이며 문이 열렸다.

올리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쪽을 향해 점프했다.

"멈춰!”

퍼펫이 팔을 늘려 뻗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올리버가 더 빨랐다.

올리버는 벽을 타고 올라 숨겨진 비밀 방에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거대한 플라스크가 많이 있었다.

플라스크 안에는 제각기 감정, 생명력, 마력이 담겨 있었는데, 그 양이 가히 상당했다.

오염구역에 사는 흑마법사와 약탈자를 사냥한 건 어쩌면 이 때문일지도?

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든 플라스크와 연결된 가장 큰 플라스크였다.

원형 형태의 플라스크 중심에는 인간의 감정과 생명력, 마력이 뒤섞어 응집시킨 영혼이 있었다.

물론, 진짜 영혼이 아닌 가공된 가짜에 불과했지만, 그 완성도는 처음 보는 올리버가 보기에도 제법 훌륭했다.

"어린 친구가 너무 무례하군. 남의 연구실에 들어오다니….. 분명, 숨겼는데, 어떻게 찾은 거지?"

퍼펫이 올라오며 경고했다. 그는 강렬한 분노와 함께 의문,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글쎄요?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먼저 죄송하다고 사죄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감정을 많이 썼거든요. 불리한 싸움은 저도 하기 싫은지라 보충해야겠네요.”

그 말과 함께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불안정한 ‘인공영혼’이 든 시험관을 깨뜨렸다.

퍼펫의 짧은 비명과 함께 둔탁한 파열음이 울리더니 인공영혼이 노출됐는데, 올리버는 허공에 손을 뻗어 영혼을 추출했다. 전부 다 말이다.

슈화하하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실로 방대한 양.

올리버는 평소와 같은 절제와 효율성을 던져버리고 과거 희미하게 떠오르는 요안나와의 싸움을 떠올렸다.

그런 다음 손안에 있던 방대한 감정을 사방에 흩뿌려 주변을 뒤덮었다.

"호……. 이건-”

[-쉐도우 스파이크]

주변을 물들인 검은빛 감정.

올리버의 외침에 맞춰 그림자 말뚝이 돋아나 퍼펫을 공격했다.

말 그대로 찢어 버렸는데, 감정이 많은 덕분에 위력이 상당했다.

여태까지 올리버는 남은 있는 감정의 양과 효율성을 고려해 늘 최소한의 힘만 썼는데, 지금 이 순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퍼펫의 몸속에 삼켜진 인간들이 비명을 질렀고, 퍼펫의 육체는 순식간에 회복했다.

회복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는데, 보아하니 더 이상 적당히 상대해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퍼펫은 몸 안에 있는 인간들의 쥐어짜 엄청나게 많은 감정을 끌어모았다.

아마, 여기 비밀 실험실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위험했을 뻔했다.

퍼펫은 자신의 시체를 허공에 흩뿌리며 수많은 흑마법을 사용했다.

[핑거 건]

[본 불릿]

[립 스피어]

[스컬 밤]

[컨테이전 핸드]

감정과 시체를 섞어 사용하는 흑마법.

조작계열과 화기계열이 뒤섞인 거였는데, 그 덕분에 훨씬 효율적이고 위력적이었다.

물론, 지금의 올리버에겐 큰 의미가 없지만, 올리버에게 날아오는 수십 개의 공격을 피하는 대신 손을 휘둘렀다.

"먹어 치우세요. 이터.”

그 말과 함께 사방을 물들인 검은빛 감정에서 사람의 치아만을 가진 부정형의 존재가 튀어나와 퍼펫의 공격을 모조리 삼켜 버렸다.

“이런一”

—푸욱!

올리버가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올리버가 다시 한번 쉐도우 스파이크를 사용했다.

수십 개의 날카롭고 가느다란 그림자 말뚝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퍼펫을 꿰뚫었는데, 그와 함께 스파이크에서 다시 한번 수십 개의 가시가 돋아났다.

촤촤촤촤촤좌좌좌좌작————!!!!

온몸이 가시로 꿰뚫린 퍼펫.

허나, 그의 표정은 평화로웠다.

"다행이군…. 아프지 않아.”

"그래도 데미지는 입겠죠?”

올리버가 그 말과 함께 쿼터스태프로 땅을 두들겼다.

딱- 딱- 소리에 맞춰 쉐도우 스파이크가 폭발을 일으켰다.

처음 때와 마찬가지로 사방에 살점이 흩뿌려졌는데.

올리버는 살점들이 흩어졌을 때 최대한 공격해 데미지를 쌓았다.

그렇게 공격에 열중하는 척하며 뒤에서 기습하는 퍼펫의 공격을 막아냈다.

“어떻게? 감정을 숨겼는데.”

"말씀드렸잖습니까? 이제 좀 보인다고."

올리버는 그 말과 함께 쿼터스태프에 힘을 집중시켜 퍼펫을 후려쳤다.

몸이 움푹 들어가 데미지를 입혔지만, 역시 단단했는데.

퍼펫의 육체가 진흙처럼 올리버의 쿼터스태프에 엉겨 붙어 놓아주지 않았다.

"이거 놀러 왔다가, 일하게 생긴 기분이군.”

[익스플로전 퓨리]

범위는 좁지만, 더 강력하고 응축된 폭발이 퍼펫의 몸속에서 터졌다.

마치 베어 먹히듯 폭발 범위 내에 모든 것이 소멸했는데, 덕분에 회복 중이던 퍼펫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큭..…! 강하군. 못 이기겠어.”

"칭찬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 몸으로는 약간 힘드시겠네요.”

올리버는 그렇게 말하면 해잇 불릿을 기관총처럼 쐈다.

몸을 꿰뚫는다는 개념이 아닌 아예 넝마로 만들 각오로 쐈는데, 행여 도망칠까 봐 바인 쉐도우로 다리를 잡고, 사방에서 그림자 말뚝으로 찔러 말 그대로 죽일 듯이 공격했다.

이 정도는 해야 어찌어찌 제압할 테니까.

그렇게 맹공을 퍼부으며 어느새 방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았던 감정 역시 점점 바닥을 보였는데,

다행히 노력이 배신하지 않았는지, 어느새 퍼펫의 육체는 회복이 더뎌지며 몸이 걸레처럼 변하고 말았다.

그때였다.

몸을 중심으로 살점이 부글부글 끌더니 허물을 벗듯 망가진 육체를 던지며 퍼펫이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라 한 박자 반응이 늦고 말았는데, 다행히 대응할 수는 있었다.

"미니언.”

올리버의 품 안에 고이 넣어뒀던 미니언이 불쑥 튀어나와 뛰어오는 퍼펫을 향해 해잇 불릿을 쐈다.

위력이 특별히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퍼펫의 육체에 타격을 주긴 충분했는데, 올리버는 퍼펫이 멈칫하는 순간 쿼터스태프를 박아 다시 한번 라스 붐을 사용했다.

쾅———!

폭발과 함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퍼펫.

그가 웃으며 말했다.

“클클클클….. 이거 오래 살다 보니 진짜 별일을 다 겪는군. 이 바닥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흑마법사에게 내가 당하다니.”

“퍼펫 님이 상냥하게 한 손으로만 상대해주신 덕분이죠.”

올리버가 퍼펫을 내려다보며 진심으로 말했다.

"오..…. 눈치챘나?

"비교적 아까 전에요. 본체는..…. 어디 있죠?”

"미안하지만 대답해 줄 수 없는 민감한 질문이군.”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실험실 망가뜨린 것도 죄송하고요. 죽기가 싫어서 실례를 좀 했습니다.”

퍼펫은 참으로 신기하다는 듯 올리버를 봤다.

이해할 수도 종잡을 수도 없는 것을 보는 눈빛.

"사과..…. 받아주지. 일이 꼬이긴 했지만, 그 못지않게 재밌는 걸 봤으니.…. 정말 그대의 정체는 말 안 해줄 생각인가?”

"전 T구역의 해결사일 뿐입니다.”

"아이러니군, 세 번 부인하다니…. 아무튼 그 말 믿어주지. 재밌는 친구, 다음에 또 만나자고.”

퍼펫이 그리 말하더니 서서히 눈에서 빛이 사라졌는데, 마치 자기 볼일을 다 봤다는 듯이 재로 변해 사그라들었다.

올리버는 딱히 말릴 생각도 없었는데, 그저 아쉬워하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왜 사람을 부활시키려는 건지 못 물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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