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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83화 (83/633)

< 83. 독 안에 든 쥐 (1) >

이레이저 엑시트를 부여한 미니언이 지면을 따라 낮게 이동했다.

기척을 줄이는 이 흑마법은 사람뿐 아니라 좀비에게도 효과가 있는 듯했는데, 칼과 도끼, 화기로 무장한 십여 구의 좀비 떼는 낮게 울 뿐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미니언은 좀비들의 다리 사이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그 중심부로 파고들더니 이윽고…….

———쾅!

위협적인 폭발을 일으켰다.

키에에에에엑——!

캬하하학——!

꾸에에에에에엑一!

폭발과 함께 비명을 지르는 좀비들.

올리버가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예상대로 폭발 소리가 들리자 좀비 떼들이 이쪽으로 몰려왔는데, 올리버는 저 멀리 이동시킨 미니언에게 추가로 명령했다.

"부탁드려요. 미니언.”

그 말과 함께 저 멀리서 사람의 것이 아닌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리가 거리인 탓 그리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소리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쪽으로 오던 좀비들이 멈칫하더니 전부 크리피 스크림이 들린 곳으로 이동했다.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를 필두로 정글도와 도끼, 야삽으로 무장한 용병들이 폭발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좀비 떼를 소탕하기 시작했는데,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

좀비들의 무서운 점은 압도적인 물량뿐이었으니.

폭발에 휘말려 수가 줄어든 좀비들은 퍽一! 퍽一!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력하게 부서질 뿐이었다.

올리버는 그중 성한 대가리를 몇 개 챙기며 입을 열었다.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크리피 스크림으로 분산시켰지만, 아무것도 없으면 이쪽으로 다시 몰려올 겁니다. 여기 좀비들 어째 똑똑한 것 같아요.”

용병들은 그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지만, 조를 비롯한 흑마법사들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역시 최소한의 지식은 있었다.

좀비가 똑똑하다는 건 애당초 성립이 안 되는 말장난에 불과했다.

그리고 말장난이 아닌 경우에는 끔찍한 재앙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압도적인 수와 잘 죽지 않는 좀비가 무기를 다루고 조직적 행동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재앙이라 할 수 있었고,

올리버를 포함한 조 일행은 그 재앙의 한 가운데 있는 셈이었다.

올리버는 정말 좀비가 무기로 무장한 채 해결사들을 조직적으로 습격하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 조 일행을 일단 돕기로 했는데, 어째 점점 그 말이 사실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다시 이동한다.”

다시 저벅저벅 걷는 일행들.

현재 가고 있는 곳은 조 일행의 또 다른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통신기기에 따르면 현재 그들은 오염구역 안쪽 한 폐건물(廢建物) 안에 있다고 했다.

오염구역 내 숨어있는 약탈자와 흑마법사 조직을 찾던 중 좀비 떼에게 습격을 받고 수세에 올려 들어갔다는데, 어느새 주변에서 좀비 떼가 대거 나타나 꼼짝없이 갇혔다고 했다.

꽤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좀비 하나하나는 별 볼 일 없지만, 수가 많아지면 그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니.

거기에 다들 청소하기 편하게 물자를 적당히만 챙겨온 상태.

만약, 총알과 감정이 바닥을 보이면 그때부터는 맨몸으로 좀비와 싸워야 한다는 거였는데, 그 말은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사냥당하는 건 우리 같은데……. 그것도 꽤 잘 짜여진 판에.’

올리버가 상황에 대해 파악하던 중 옆에 조가 다가와 말했다.

"우선, 고맙다는 인사부터 하지. 선뜻 따라와 줘서.”

"아닙니다. 저도 무기 들고 덤비는 좀비들이 진짜 있는 건지 궁금해서 따라가는 겁니다.”

"뭐, 좋아….. 그런 의미에서 묻는 건데, 이거 어떻게 생각해? 좀비들이 부대를 이루고, 무기를 다루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거?”

"음..…. 확실히 정상적인 경우는 아니죠.”

올리버가 아주 완곡한 표현을 썼다.

좀비에게 명령을 내린다 해도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공격, 대기 정도뿐이었는데, 사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짐승을 다루는 것에 더 가까웠다.

물론 충분한 수를 확보하고 흑마법으로 강화한다면 이 역시 위협적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도구를 다루고, 지능적인 움직임을 구사하는 건 훨씬 고차원적인 문제였다.

단순한 명령이 아닌 지속적이고 세밀한 통제가 필요했는데, 그렇다면 적잖은 수의 흑마법사가 필요했다.

이에 관해 이야기하자 조가 물었다. 아무래도 그는 질병계열이 특기라 그런지 조작계열 쪽에는 지식이 얕은 듯했다.

"얼마나 필요한데?”

“글쎄요.….”

올리버가 생각했다.

앤서니의 연구 서적에 따르면 이런 디테일한 명령을 내리고 관리하는 것은 상급제자 정도 되어야 가능하고, 그 상급제자도 한 명이 20마리가 다루는 게 평균적 한계라 규정했다.

그 이상만 되면 행동이 조잡해지고, 전부 다루지 못해 비효율적이라고.

"지금 우리가 지나오면서 본 좀비만 해도 백 마리, 이백 마리가 넘어….. 그럼, 우리를 노리는 흑마법사가 최소 수십 명은 된다는 거야?”

"글쎄요? 저도 자세한 건 몰라서….. 운이 좋으면 그 정도로 끝날 수도 있겠네요.”

"운이 좋으면?”

그때 한 용병이 작게 소리쳤다.

"모두 멈춰! 저기 도착했어.”

그 외침에 조용히 이동하던 조 일행과 올리버가 멈췄다.

통신기기의 말대로 수백 마리의 좀비 떼가 거대한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문제는 그냥 소리만 지르며 허공에 헛손질하는 게 아닌 제대로 된 공격을 하고 있다는 거였는데,

믿기지 않았지만, 사다리를 끌고 와 건물 위에 대려는가 하면, 옆 건물로 올라가 다리를 놓으려는 좀비도 있었다.

그 외에도 도끼와 슬레지 해머로 창문과 문을 부수려는 좀비도 있었다.

“씨발..…. 내가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지금 좀비 떼랑 전쟁하고 있잖아?”

한 용병이 질린 듯 말했다.

그는 그럴 게 수백 마리의 좀비가 군대처럼 움직이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올리버도 저게 어떻게 가능한지 감탄하며 고민했는데, 그러던 중 뭔가가 감지되어 뒤를 돌아봤다.

"응?"

200미터 정도 되는 거리의 땅 아래에서 뭔가가 포착됐다.

갑자기 대량의 좀비들이 깨어난 거였다.

"일단, 작전부터 짜야겠어. 다들 어떻게 좋은 생각이-”

“-제 생각에는 그럴 시간이 없을 거 같습니다.”

"이것 보쇼.….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은근슬쩍 대장 노릇 하려면 곤란하지.”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지금 좀비들이 저희 뒤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꽤 많이."

그 순간 좀비 하나가 움직여 뭔가를 잡아당겼고, 그와 함께 하나둘 좀비들이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거 처음부터 도와주러 온 이들을 노린 거였다.

"뭐, 뭐라고? 지금 뭐-”

“-잠깐만.”

조가 당황한 용병을 진정시키며 올리버처럼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 외 다른 흑마법사들도 눈에 신경을 집중했다.

"빌어먹을..….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해! 정말 좀비 떼가 우리 뒤를 잡았어. 숫자가 꽤 많아!”

"뭐라고?! 분명 근처에 없다고 했잖아.”

"나도 몰라. 갑자기 생겼어!”

올리버가 끼어들었다.

"지하실 같은데 시체를 준비해두고 우리가 이쪽으로 오자마자 좀비들을 만들었어요. 아무래도 전부 함정인 것 같습니다. 유인당한듯 하네요.”

그 말에 용병들이 동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조 일행에게 부탁했다.

"감정 좀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플라스크 2병 분량.”

샘이란 흑마법사가 기겁했다.

"뭐, 또?”

"죄송합니다. 나중에 나가면 갚도록 하겠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앞뒤로 좀비들에게 포위당하는데, 일단, 길을 뚫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줘버려.”

조가 말했다. 샘이 인상을 찌푸리며 따졌다.

"많이 챙겨왔다고 해도 혹시 몰라.”

"지금 그 정도 양으로 저 좀비 떼 쓸어버릴 화력을 가진 사람이 저 사람 말고 더 있어?”

조의 말에 샘은 이를 꽉 깨물며 올리버에게 감정을 건넸다.

올리버는 곧바로 플라스크 안의 감정을 추출했다.

[타겟팅]

[라스 붐]

[블랙 다트]

올리버는 건물을 둘러싼 좀비 떼의 일정 간격을 향해 타겟팅을 건 후 대량의 라스 붐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라스 붐 위로 블랙 다트를 덧씌운 후 타겟팅을 향해 블랙 다트를 흩뿌렸다.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블랙 다트 꽂혔는데, 좀비 중 일부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블랙 다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펑——! 퍼버벙———! 펑一! 펑——!

작은 폭격이 일어났다.

올리버는 남은 감정을 마저 추출한 후 조 일행과 함께 앞으로 뛰어갔다.

폭발 탓에 건물에만 신경 쓰고 있던 좀비들은 큰 피해를 입고 대형이 흐트러졌는데, 조를 필두로 남은 좀비들을 쓸어버리며 건물을 향해 뛰어갔다.

좀비들의 쇳소리 같은 울음과 둔탁한 타격음, 총소리와 함께 올리버는 건물 앞에 도착했는데, 조는 굳게 닫혀있던 건물 앞으로 가 소리쳤다.

"나다. 조! 문 열어!”

이것저것 잡동사니로 막혀 있는 정문 틈 사이로 눈이 나타나더니 물건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문이 열렸는데, 조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사이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올리버는 건물 밖 쓰러진 좀비 떼를 살폈는데, 조가 다급히 올리버를 불렀다.

"뭐 하고 있어! 어서 들어와!”

***

올리버가 문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 안에 원래 있던 인력들은 다시 폐자재를 옮겨 정문을 막았다.

".....일행분이 원래 이렇게 많나요?”

올리버가 적잖은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아니.”

"조!”

누군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조 일행의 용병들과 비슷한 방어복을 입은 사람이었는데, 어깨 보호대가 추가로 달려있었다.

남자였고, 그 역시 개조 인간인 듯했다.

"와 줘서 고맙네! 역시, 우리를 버리지 않고 구하러 와줬군.”

"아니, 우리도 갇힌 거야. 갑자기 좀비 떼가 쏟아져서.”

조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누군가 소리쳤다.

"아, 이런 씨발 좀..…! 건물 사이로 또 좀비가 한 떼거리 나타났어!”

소리를 친 사람은 독특한 형태의 산탄총을 든 여성으로, 머리에는 실크햇을 썼는데, 가만 보니 안면이 익었다.

"어, 혹시 아서 씨랑 같이 있으시던 분 아니신가요?”

실크햇 여성이 올리버를 봤다.

"...? ...아! 우리랑 같은 팀 하기 싫다고 하던 T구역 흑마법사?”

"아, 예. 저 맞습니다. 같은 팀 하기 싫다는 건 아니었고..…. 어쨌건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아..…. 이런 식으로는 만나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어쨌건 나도 반가워….. 혹시 아까 전 그 공격 당신이 한 거야?"

말이 앞뒤가 뒤죽박죽 엉망이었는데, 다들 적잖게 혼란 상태인 듯했다.

하긴 당연한가?

청소하러 왔는데, 대규모 좀비 군대와 싸우고 있었으니.

올리버가 그렇다고 하자 그녀는 옆에 있던 다른 동료에게 뭔가 말하더니 어딘가로 향했다.

어디 가는 건가 싶었는데, 그때, 조와 대화를 나누던 용병이 올리버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안녕하시오. 내 이름은 휴라고 하오. 굿맨 용병대의 대장이지. 이런 상황에서 만나 특히나 반갑소.”

다급한 목소리. 그는 올리버의 도움이 필요한 듯했다.

"예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상황이 다급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혹시 아까 전의 폭격. 당신이 한 거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 좀 도와주시오! 사례도 하겠소! 다시 한번 그 흑마법을 써서 퇴로 좀 열어주시오.”

올리버가 뭔가 말하려는 찰나 아까 전 어딘가로 떠났던 실크햇 여성이 한 남자를 데리고 왔다.

돌주먹 아서였다.

"이봐, 데이브 다시 만나서 반갑네. 우리 좀 도와주게.”

그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곳저곳에서 나타나 올리버를 향해 다가왔는데, 올리버는 그들의 말을 다 들은 후 한마디 내뱉었다.

"....잠시 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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