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재회 (2) >
저벅저벅.
올리버는 조를 포함한 그 일행들과 함께 오툴 패밀리가 있는 본거지로 향했다.
오툴 패밀리는 조직원 십여 명 외에도 그들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주민(약탈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하였는데, 그 규모가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조의 말대로 먼저 털린 것 같았다.
"너와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오툴 패밀리를 습격해 그들이 보유한 책과 기술을 빼앗을 생각이었어. 그놈들 기술은 꽤 괜찮은 편이거든.”
올리버는 동의했다.
좀비를 개조하는 건 둘째치고, 제3자에게 통제권을 넘길 수 있는 기술은 상당한 수준을 요구했다.
꽤 괜찮은 기술을 보유한 게 맞았다.
"그렇군요. 그럼, 이 용병분들을 고용한 겁니까?”
"아니, 공식적으로는 용병들이 우릴 고용한 거고, 실질적으로는 협력하는 거지. 흑마법사와 약탈자들을 습격해 금전적 전리품은 용병이 챙기고, 우린 책과 도구를 가지기로 했거든.”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믿을 수만 있다면 썩 괜찮은 거래인 것 같았다.
오염구역 특성상, 등을 지켜줄 사람은 필요했으니. 올리버는 마땅한 상대가 없었을 뿐이었고.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조 씨는 질병계열이 특기인데, 조작계열 흑마법을 왜 탐내시는 거죠? 아, 혹시 그쪽으로도 공부하시려 건가요?”
“..…아니, 내가 아니라 우리 크루에 제공할 거야. 애당초 다른 계열을 공부한다해도 효율이 안 좋으니….. 특이한 놈이 아니면 그런 일은 잘 안하지.”
조가 그리 말을 마치며 올리버를 봤다.
"아……. 크루에 제공하신다고요?”
"그래, 우리 크루에도 조작계열 흑마법사가 있으니까. 우린 서로가 강해지게 도와주거든.”
호..…. 올리버는 감탄했다.
흑마법 조직이라고는 조셉 패밀리 밖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올리버에겐 꽤 인상적이었다.
흑마법을 배워 강해지기 위해 모인 패밀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패밀리원이 일정 이상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는데, 실제로 이를 어길 시 꽤 위험해졌다.
그런데 파이터 크루는 서로 강해지게 도와준다니.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들은 것으로 볼 때는 기존의 패밀리보다 생산적인 조직인 것 같았다.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감사하지 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르쳐주는 건 아니니까.”
“예?”
"바로 여기야.”
조가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앞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 끝에는 파괴된 작은 판자촌 마을이 있었는데, 마을 주변에 쳐진 바리게이드는 무참히 부서져 있었다.
여기저기 흩뿌려진 자제.
파손된 형태를 볼 때 단순히 좀비 떼의 습격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실제로 마을 정중앙에 있는 건물에는 폭발의 흔적 따위가 있었고.
"그 녀석은 누구야.”
파괴된 마을에서 진을 치고 있던 이들이 다가오며 말했다.
방어복과 일정한 화기로 무장한 용병 스무 명, 그리고 흑마법사가 있었다.
조가 자기 동료에게 말했다.
"데이브..…. 나 뻗었을 때 기억해?”
"아…. 니코랑 큰 턱을 죽인 놈?!”
"에, 맞습니다. 접니다. 그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올리버의 정중한 사과가 통한 건지 이름 모를 흑마법사는 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용병들도 웃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이름 모를 흑마법사가 대뜸 총을 뽑아 쐈다.
탕一!
올리버 머리 바로 옆을 향해 쐈는데,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공기는 얼어붙듯 조용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깊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한참의 침묵 후 이름 모를 흑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와.…. 배짱 좋은데?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죽는 게 안 무서운가 봐? 그래서 우리 친구 죽였나 보네?”
"아뇨. 죽는 건 당연히 무섭죠…. 그 니코 씨랑 큰 턱 씨는 죄송합니다. 큰 턱 씨는 안 죽였으면 제가 죽을 상황이어서요. 니코 씨는 힘 조절에 실패했고요….. 여하튼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름 모를 흑마법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는 올리버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나도 네 대가리에 총알 하나 박고 사과해도 되나?”
긴장이 팽팽해졌는데, 이번에는 약간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올리버의 정중한 사과가 오히려 그의 신경을 긁은 것 같았다.
이해가 안 갔는데 올리버는 주변을 둘러봤다.
흑마법사의 태도에 맞춰 싸울 자세를 잡는 용병들.
이런 곳에서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싸움을 하긴 싫어 난감했는데, 그러던 차, 조가 끼어들었다.
그는 이름 모를 흑마법사의 총구를 내리며 진정시켰다.
"진정해, 샘. 일단, 손님으로 데려온 거니까.”
"손님? 이 새끼가 니코랑 큰 턱을 죽였는데? 덕분에 너랑 나랑 다른 애들이랑 다 같이 여기서 개고생하는 거고.”
헤.…. 아무래도 파이터 크루 역시 마냥 건전한 조직은 아닌 듯했다.
처음 조의 설명만 들었을 때는 동료들끼리 성장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 같았는데, 샘의 말이 더해지니 오기 싫은데 억지로 온 것 같았다.
이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조와 샘의 대화가 심각해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저 녀석이랑 협력해야 해.”
"아놔….. 왜?”
"왜냐면 나를 포함해 니코랑 큰 턱을 동시에 쓰러뜨릴 정도로 강하니까. 여기 지금 뭔가 심상치 않은 거 너도 알잖아?”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샘은 순간 망설였다.
올리버가 그 틈에 끼어들었다.
"저기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데 그러는 겁니까?”
“……이번 청소 평소랑 달리 뭔가 이상해. 그것도 아주.”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좀비들은 원래 해결사가 들어오자마자 덤볐는데, 이번에는 도망치고 있거든. 아니, 정확히는 유인하고 있지. 그리고 약탈자도 보이지 않아.”
"약탈자 말씀인가요?”
"그래, 원래는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도 한두 마리는 보이는 법인데, 지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아니, 약탈자뿐 아니라 다른 인간들도. 좀비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여. 무엇보다…..”
조가 한 박자 쉬었다.
"여기 외에도 다른 흑마법 조직을 두 개나 더 방문했는데, 여기와 비슷한 상태였어.”
"누군가에게 습격당했다는 겁니까?”
"맞아. 지금 이거 그냥 좀비가 늘어난 수준이 아니야. 그것보다 훨씬 위험한 상태지….. 그래서 널 데려와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거고..…. 너 잠시 우리랑 협력하자.”
"협력이요?”
"그래, 협력.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일단 우리랑 같이 다니는 게 어때?”
"예상치 못한 제안이라 조금 당혹스럽네요….. 저랑 같이 다녀도 괜찮으시겠어요?”
"실력이라면 있으니까….. 너한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야.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릴 때 뒤를 봐줄 사람이 있는 게 나쁜 건 아니니.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속셈 따위는 없다.”
진심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는 올리버에게 불쾌한 감정을 품은 것과 별개로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었다. 최소한 지금은.
"믿습니다.…. 다만 조 씨는 저랑 같이 다니셔도 괜찮겠습니까?”
조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어, 왠지 넌 약속은 어길 것 같지 않거든.”
이 역시 진심. 올리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대로라면 거절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테지만, 다른 흑마법사 조직이 있는 곳까지 털렸다니.
당초의 계획이 엎어진 것은 둘째치고, 확실히 뭔가 심상치 않았다.
“….만약, 그 과정에서 흑마법 서적 같은 걸 획득하게 되면 어떻게 나눌 거죠?”
"글쎄.…. 그때 가서 가봐야 할 문제긴 하지만, 가급적 공평하게 나누지.”
진심.
그러던 중 가만히 듣고 있던 샘이 끼어들었다.
왜 그런 것을 멋대로 이야기하냐고 따졌는데, 조는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일단 전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올리버 역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일단, 뒤를 봐줄 일행이 생기고 흑마법 서적도 나눠 가진다라. 썩 나쁘지 않게 들렸다.
올리버가 대답하려고 입을 열자 치지직 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올리버는 통신기기를 살펴봤는데, 자기 것이 아니었다.
조의 통신기기 소리였다.
"뭐야?”
[치직.…! 칙…! 씨발.…. 지원…! 좀 해줘.…. 치직….. 좀비들이 나타…. 치찍! 무기를 들고 총을…! 개씨발.…!]
좀비, 무기, 총.
올리버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지 귀를 의심했다.
지금 좀비가 무기를 휘두르고 총을 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
"빌어먹을……!”
마탑의 마법사 콜린.…. 아니, 정확히는 마탑의 묠니르 소학파의 콜린 맬러니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는 강력한 마법사가 되겠다는 일념 아래 망설임 없이 묠니르 소학파에 들어갔다.
원소 마법을 전투에 특화한 전통 학파에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법사의 본질은 힘이었으니까.
근래에는 산업화의 영향으로 마도공학, 연금술, 생명 학파, 골렘 기술학과 같은 분야가 각광 받았지만, 이것은 그저 시대의 흐름을 탄 짧은 유행에 불과했다.
콜린에게 있어서 세상의 진리는 힘이고, 마법사의 본질 역시 힘이었다.
과거 탄압받았던 마법사가 존경받고 현재에 이르러 사회의 지도부에 선 것이 바로 그 힘 덕분이었으니.
콜린은 묠니르 학파의 가르침대로 사회 밖으로 나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에 살아보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마탑에서 배우지 못한 세계의 뒷면을 말이다.
법과 질서에 의해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의 뒤로 얼마나 수많은 폭력이 난무하는지를 두 눈으로 보았다.
살아있는 날 것의 지식!
마탑에서 책만 보는 범생이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영역이었는데, 콜린은 단순히 배우는 것에 멈추지 않고 자신 역시 그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첫 번째 의뢰에서 갱단을 쓸었고, 두 번째 임무에서 퇴역 군인 출신 해결사를 쓰러뜨리고, 세 번째 임무에서는 흑마법사를 도륙 냈고, 네 번째 의뢰에서는 길바닥 마법사들을 쓰러뜨렸다.
예상외의 일을 몇 번 겪어 고전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타고난 재능과 교육의 힘으로 이를 극복했는데, 그 대가로 콜린은 마탑 소속이라는 간판을 떼고도, B구역에 떠오르는 다크호스라는 간판을 얻을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게.
돈과 권력이 있는 고객들이 자신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예의와 조심성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게.
그 모든 게 콜린을 즐겁게 했다.
물론, 그 덕분에 시(市)의 귀찮은 공공작업에 투입되긴 했지만, 딱 귀찮은 수준이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끝낼 수 있는.
분명 그랬다. 그랬을 진데..….
"이게 뭐냐고?!”
콜린은 그리 소리치며 화염 마법을 머금은 매직 미사일을 쐈다.
복잡한 술식을 사용해야 했지만, 전체적인 위력과 효율 면에선 이게 가장 효과적이었는데, 예상대로 화염 마법을 먹은 매직 미사일은 십수 마리의 좀비 떼와 부딪히더니 폭발을 일으키며 모든 걸 불태웠다.
끼에에에엑————!
캬하하학——!
끄으으으응으윽————!
화염에 약한 좀비답게 좀비 떼들은 일제히 소탕됐다.
흑마법사의 제대로 된 지시나, 강화를 받은 게 아니면 이 정도가 당연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법사님!”
강화 방패로 무장한 해결사 하나가 콜린의 곁으로 다가와 다짜고짜 방패를 씌웠다.
그와 함께 적잖은 폭발이 일어났다.
실드가 전개되고 방어막이 폭발을 막았는데, 놀랍게도 좀비가 빈틈을 노려 폭탄을 던진 거였다.
아니, 그 정도면 다행일까?
"마법사님. 괜찮은一”
一탕!
저 멀리서 저격 소총을 든 좀비 한 마리가 총을 쏴 콜린을 도와준 해결사의 머리를 맞췄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듯 아직 신선했는데, 지성이 없는 좀비임에도 놈은 저격에 성공했다. 심지어 지금 다시 쏘기 위해 장전까지 했다.
[매직 미사일]
콜린이 건물 위에서 총을 장전 중이던 좀비에게 매직 미사일을 쏴 쓰러뜨렸다.
카하하하학——!
———텅!
"마법사님..…! 일단 물러나야 할 거 같습니다.”
2시간 가까이 되는 전투에 녹초가 된 해결사 하나가 말했다.
콜린 역시 동의했다.
좀비….. 하나하나는 분명 별 게 아니었다.
분명 별 게 아닌데 , 문제는 너무 많다는 거였다.
"곰의 팔뚝!”
드루이드 데이비드가 자연의 힘을 빌려 엄청난 괴력과 함께 몽둥이와 총으로 무장한 좀비 떼를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몽둥이와 총으로 무장한 좀비라니..…. 이 무슨 악질적인 농담인지.
"모두 이쪽으로! 좀비 떼들이 또 몰려오고 있어!”
데이비드의 외침에 모두 일제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정말 이상했다.
분명, 외곽까지만 해도 좀비 떼는 적당히 있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좀비 떼가 이리 쏟아지는 건지.
마치 기다리고 있는 거 같았다.
"제기랄.…! 벌써 뒤쪽에 쫓아왔습니다. 좀비들요!”
"좀만 버텨! 곧 내가 찾아낸 안전지대가….. 여기다!”
드루이드 데이비드가 찾은 안전지대는 오염구역 안쪽에 있는 한 건물로 주변에 벽이 높이 처져 있고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콜린 일행이 왔던 외길 하나뿐이었다.
측후면의 안전을 확보한 콜린은 호흡과 함께 마력을 가다듬어 마력을 허공에 끌어모았다.
그런 다음 마력에 의지를 부여하고, 정해진 수식을 입력해 마법진을 만들었는데, 그 순간 외길을 따라 쫓아온 좀비 떼가 나타났다.
체감상 거의 수백.
심지어 여러 좀비를 엮어 개조한 시체 골렘도 보였다.
[플레임쓰로워]
영창과 함께 허공에 생긴 마법진에서 강력한 화염이 분사됐다.
시뻘건 불길은 전방의 좀비 떼를 무자비하게 불태워 순식간에 재로 만들었는데, 그뿐 아니라 한순간이라도 접촉한 좀비들에게 불이 번져나갔다.
마치 전염병처럼.
그렇게 수백 마리는 될 법한 좀비 떼가 재로 바스러졌다.
흉기와 총으로 무장한 좀비 떼의 추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것인데, 콜린은 한숨 돌리더니 이윽고 정신을 차리며 누군가를 향해 다가갔다.
다름 아닌 이 사지(死地)에 자신들을 데려온 가짜 마법사였다.
"이봐, 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셰비라는 이름의 흑마법사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웅얼댔다.
덕분에 초라한 외모가 더 초라해 보였다.
“으흑..….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열 번도 넘게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으흐흑....."
놀랍게도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 한심한 꼴을 보고 있노라니 더 이상 화도 나지 않았다.
한 해결사가 정신을 가다듬고는 끼어들었다.
"저기…. 마법사님. 이게 이상한 경우인 건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 세 번 정도 청소에 참여했지만,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는 좀비 같은 경우를 말하는 거야?”
"예.….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숫자도 너무 많고요.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원래 많긴 했지만, 이렇게 조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콜린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
자연 발생한 좀비는 그저 생명을 탐하는 사악하고 열등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구사하는 건 말이 안 됐다.
이런 경우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흑마법사.
그러한 생각은 비단 콜린뿐 아니라 해결사와 드루이드 역시 한 거 같았는데, 콜린은 어이없음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그 말은 즉 마법사인 자신이 가짜에게 몰이 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거지 않은가?
“..…아마 조작계열일 거야.”
"예?”
"이 일의 배후가 있으면 조작계열일 거라고. 저 정도 좀비를 조종할 정도면 조작계열이 특기일 수밖에 없지. 귀찮은 놈들이야."
실로 그랬다. 조작계열 흑마법사는 자신은 안전한 곳에 숨은 채 좀비만 보내 상대방을 노리는 게 일방적이었으니.
비겁한 놈들.
"이, 이거, 단순히 청소 수준의 일이 아닙니다. 저 정도 좀비들을 체계적으로 움직일 정도면 개인이 아닌 집단이고, 모두 보통내기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악마숭배자 집단일 수도…. 일단, 돌아가서 시(市)에 이에 관해 보고하고 시 병력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어떻게 거기까지 가냐는 게 문제지. 좀비 떼들이 사방에 득실거리는데. 이미, 몇몇 해결사들은 당한 거 같던데.”
"여기서 한숨 돌리고 움직이면-”
“-아니, 그럴 틈 없어.”
드루이드 데이비드가 땅에 손을 댄 채 말했다.
땅의 목소리를 들어 주변에 누가 있는 건지 감지하는 중이었는데, 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좀비들이 다시 이쪽으로 몰려들고 있어 그것도 많이….. 심지어 그냥 좀비뿐만 아니라 시체 골렘과 오염생물체도….. 제기랄, 이거 우리가 유인당한 거 같아. 독 안에 든 쥐다.”
그 말에 피로와 두려움에 시달리던 해결사들이 동요했다.
콜린 역시 난감하긴 매한가지였다.
마력 역시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대로라면 마력과 체력이 다해 이쪽이 먼저 뻗고 말 터였다.
어디 빠져나갈 구멍이......
..…끼이이익.
웬 문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꽂혔다. 눈치를 살피며 건물 한쪽에 있던 셰비가 오래된 비밀 문을 연 것이었다.
".…일단, 이 아래로 도망치는 건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