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72화 (72/633)

< 72. 습격 (2) >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그 한마디에 머피는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눈치채며 주변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내렸다.

참전군인 출신이 많은 덕인지 그들은 가벼운 손동작 하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데, 미리 훈련이라도 받은 듯 주변에 경계신호를 퍼트렸다.

"빨간불! 빨간불! 모두 자기 위치로!”

뛰는 소리와 함께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머피 역시 두목임에도 불구하고 웃옷을 벗고 품 안에 있는 나이프와 권총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단출한 무장이었지만, 그의 신체 능력을 고려하면 충분했다.

개조인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일반인과 궤를 달리하는 신체 능력을 가졌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는 수많은 강자가 있는 걸 아는 것처럼.

"누가 오고 있습니까? 흑마법사님.”

"잠시만요.”

올리버가 감은 한쪽 눈에 신경을 집중하며 말했다.

창고 주변 수백 미터에 미니언을 하나씩 받아 뒀는데, 그 미니언들이 뭔가를 포착했다.

올리버는 신호를 보낸 미니언에 시야를 동기화해 주변에 뭐가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해봤다.

늦은 밤인지라 낮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공장 구석에서 잠을 청하는 노동자나, 부랑자, 걸인 따위가 보였다.

"아니, 아냐, 이 사람도 아니고..... 아!”

올리버가 뭔가를 보았다. 창고 주변 건물을 타고 누군가 이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한 명이었는데, 그는 온몸에서 번개와 같이 힘찬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과거 저런 형태의 마력을 본 적 있었다.

와인햄을 습격한 전격 마법사.

그와 매우 비슷했는데, 그는 이곳을 습격할 악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긴장감이나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갱들과 싸워야 할 상황임에도 말이다.

오히려 그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치 소풍을 나가는 아이와 같이.

그 즐거운 감정 아래에는 뭐라 형용하기 힘든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비정상적일 정도의 자신감이.

"침입자 한 명입니다. 마법사고요.”

"마법사요?! 한 명?”

머피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마법사가 위협적인 존재임은 맞지만, 그렇다 해도 혼자 온 것은 너무 이상한 일이었으니.

"뭐지? 허버튼을 구출하러 온 거 아니었나? 그냥 다 날려버릴 생각으로 온 건가?”

"아뇨, 그건 아닐 겁니다.”

"예?”

"확실하진 않지만, 마력량을 보았을 때 이 큰 창고를 날려버리려고 온 것 같지는 않아요. 좀 아슬아슬하달까? 설사 창고를 부수러 온 거라면 마력을 끌어모으는 사이 제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기에도 시험관 몇 개를 배치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머피가 놀란 눈으로 올리버를 봤다. 올리버는 그런 머피를 보며 되물었다.

“…? 제가 무슨 실수라도?”

"아, 아뇨…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글쎄요. 저도 마법사랑 싸우는 건 이번이 두…. 응?”

올리버가 다시 소리 냈다.

갑자기 감정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분명 건물을 타고 온 마법사는 혼자였는데, 그가 마력이 깃든 물건을 꺼내 작동시키자 갑자기 허공에서 마력이 응집되더니, 그곳을 중심으로 마법사들이 더 나타났다.

"마법사가 늘어났습니다. 세 명.”

"예?!”

"무슨 마법 도구를 작동시키더니 허공에서 나타났습니다. 뭔지 아시나요?”

"허공.…? 공간 학파 놈들 일 겁니다. 미친! 그놈들이 여기 왜…?”

"이런.…”

"왜 무슨..…?”

머피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올리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상황이 다급했기 때문인데, 마법사 중 한 명이 갑자기 창고 주변으로 마력을 실가닥처럼 퍼트렸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세한 마력은 건물과 장애물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라졌고, 그 과정에서 술사에게 해당 정보를 넘겨줬다.

꽤 놀라웠다. 마력이란 그저 거대한 화력을 발휘하는 화약인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활용하다니.

허나, 감탄도 잠시.

창고의 지리와 인원을 파악하자마자 마법사는 한 손에 마력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그 양이 제법 됐는데, 꽤 위험할 정도였다.

저런 형태의 마력을 과거 본 적 있었다.

‘매직 미사일…….'

"공격 옵니다.”

"모두 엄폐해! 적들이 공격한다!”

머피가 소리쳤지만, 솔직히 의미 없었다. 응축된 마력을 보았을 때 저건 일종의 폭탄인 셈이었다.

벽이나 상자로는 도저히 막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정말 이곳을 통째로 날릴 생각인가?

그때, 마력에 변화가 일어났다.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올리버로서는 표현하기 다소 난감했지만, 그럼에도 굳이 설명하자면, 뭉쳐진 마력이 수십 개로 나누어졌다.

포탄이 좀 굵은 총알로 바뀐 것인데, 그때, 마법사가 추가로 마법을 더 사용했다.

매직 미사일을 쏜 지점을 표적화한 것.

올리버의 타겟팅과 비슷했는데, 다만, 직접 사람을 표적화하는 올리버에 반해 마법사는 사람의 위치 좌표를 표적화했다.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비효율적일 텐데?”

"예? 그보다 어서 흑마법사님도 어디 숨어야.….”

"괜찮습니다. 막을 수 있습니다.”

“네…..?”

머피의 대답과 함께 수백 미터 떨어진 건물 위에서 마법사가 매직 미사일을 쐈다.

과거에 봤던 매직 미사일과 달리 색이 튀지 않아 어딜 쏘는지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이는 큰 문제가 안 됐다.

적 마법사가 미리 어딜 쏠 건지 알려줬으니.

딱- 딱- [블랙 실드]

쿼터스태프로 바닥을 두들기자 건물 주변에 심어뒀던 시험관이 흑마법진에 반응하며 감정을 토해냈다.

그리곤 올리버의 의지대로 검은 장막으로 변해 효율적으로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모두 막아냈다.

터덩一! 파앙——! 텅—! 터더덩——! 펑—! 퍼펑——!

블랙 실드는 뚫리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상당한 위력이었다.

아마, 벽이나 상자, 철근 같은 엄폐물은 모두 뚫렸을 터.

블랙 실드에 가로막혀 허공에서 터진 매직 미사일을 보며 머피가 말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꽤 충격을 받을 눈치였다.

“....막은 겁니까?”

"아마도요?”

"......"

"아직, 방심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마법사들 의욕만 더 높여준 것 같거든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공격이 막힌 마법사는 분개했고, 다른 마법사들은 이를 비웃었다.

아직 다들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올리버는 저들이 도대체 무슨 준비를 했기에 이토록 여유로운지 궁금했다.

역시 마법사라는 자신감인가? 하긴, 스스로 몸에서 생성되는 마력과 달리 흑마법사는 그 사용량이 명백히 한계가 있으니.

아직 상당량의 감정이 남아있긴 했지만, 이대로 가면 올리버가 질 건 뻔했다. 최대한 빨리 붙어서 승부를 봐야 했다.

‘근데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인데.’

분개한 마법사는 침착함을 되찾으며 다시 매직 미사일이 대량으로 쐈다.

아까 전과 달리 화력은 많이 줄어들고, 표적화도 되어 있지 않았지만, 탄환의 수는 훨씬 많았는데, 올리버는 아까 전처럼 블랙 실드를 전개해 창고를 방어했다.

타점을 예측할 수 없어 전부 막지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때였다.

챙그랑-! 팍一!

매직 미사일과 결이 다른 소리가 작게 들렸다.

쏟아지는 매직 미사일 틈에 섞여 웬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화살처럼 생겼는데, 겉은 구리로 마감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푸른빛 마석이 박혀 있었다.

"저건..…?”

의문을 가지는 순간 마석이 빛을 발하며 강력한 마력을 뿜어댔다.

제법 출력이 높았는데, 그와 함께 허공에 작은 균열이 일더니 그 사이로 누군가 나타났다.

아까 전 건물 꼭대기에 있던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저 정체불명의 물건을 매개로 순식간에 이쪽으로 넘어왔다.

"다들 안녕하신가?! 만나서 반갑고 다 뒤져라!!”

호탕한 외침과 함께 그의 주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염이 아닌 순수한 마력의 폭발.

발동 속도도 마법의 위력도 상당해 주변에 있던 경비원들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아갔다.

"흑마법사는 어딨어?! 꽤 재밌는 녀석을 데려왔다더니…! 진짜 재밌는 녀석이잖아?! 어디 얼굴 좀 보자-!!”

감정만큼이나 행동 역시 호전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는 방대한 마력을 쉬지도 않고 펑-! 펑-! 터트리며 경비원은 물론 상자 벽 가리지 않고 파괴했다.

덕분에 창고는 폭격이라도 맞은 듯 엉망이 됐는데, 구멍 난 벽 사이로 매직 미사일이 날아오며 아군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화력과 방대한 마력을 이용한 파상공세.

경비원들의 말대로 한번 말리기 시작하니 끝도 없이 말리는 거 같았다.

결국, 보다 못한 머피가 말했다.

"흑마법사님. 실드를 펼쳐 창고를 계속 방어해 주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저 폭탄광을 잡-”

움직이려는 머피를 올리버가 잡아 멈췄다.

"흑마법사님?”

"여긴 제가 맡을 테니까. 머피 씨는 다른 분들 데리고 뒤로 빠져주세요.”

"예?”

머피의 되물음에 올리버는 대답하지 않고 대신 흑마법을 사용했다.

[크리피 스크림]

[라스 붐]

그러자 저 멀리서 인간의 것이 아닌 비명과 함께 폭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아아아아아아아악————!!!!!

펑——!

매직 미사일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마법사들 근처에 심어놓은 시험관이 발동한 거였는데, 전의(戰意)를 꺾고, 뇌를 흔드는 굉음과 분노의 폭발에 마법사들이 타격을 입으며 비틀거렸다.

그와 함께 멈춘 원거리 사격.

올리버는 그사이 창고에서 난리를 피우는 폭렬 마법사를 처리하기로 했다.

"시간 벌었으니, 머피 씨는 직원들 데리고 마법주 작업실을 지켜주세요. 마법사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편합니다.”

머피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올리버의 말에 바로 순응했다.

본능적으로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아는 거였다.

"파트 2! 모두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우왕좌왕하던 갱들이 일사불란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소란을 일으켜야 할 마법사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다들 어디가!? 나랑 놀아야지!!”

[임프리전]

올리버가 다시 흑마법을 사용했다.

폭렬 마법사가 날뛰던 곳 근처에 심어둔 시험관이 감정을 토해내며 진흙처럼 변한 감정이 폭렬 마법사를 뒤덮어 구속했다.

과거 성기사와 싸웠을 때 딱 한 번 써본 흑마법이었는데, 생각과 달리 꽤 실망스러웠다.

어찌어찌 간신히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때 썼던 것은 무엇이든 구속할 자신이 있었는데, 이건 그것에 비하면 졸작이라 할 정도로 성능이 형편없었다.

‘내 감정이 아니라서 그러나?’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폭렬 마법사는 어떠한 기교도 없이 방대한 마력량과 화력만으로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이따위 거.…! 이따위 거……!!”

시간이 지나면 구속이 풀릴 듯했는데, 올리버도 가만히 기다려 줄 생각은 없었다. 흑마법을 사용했다.

[블랙 슈트 ver. 2]

[버닝 라이프]

생명력과 감정을 엮어 만든 갑옷을 두르고, 생명력을 불태워 신체 능력 전반을 간접 향상했다.

올리버는 딴 사람처럼 변한 듯 엄청난 속도를 내며 마법사와 거리를 좁혔다.

"이따위 잔재주...!!”

퍼버버버벙———!

폭렬 마법사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결국 구속을 풀었다.

비록, 자신 역시 어느 정도 피해를 보았지만, 개의치 않았는데, 머릿속에는 오직 올리버에 대한 적의뿐이었다. 참으로 호전적인 사람이었다.

[체인 익스플로전]

폭렬 마법사는 올리버를 향해 예민하게 조정된 마력을 쏜 다음 바로 폭발시켰다.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는데, 그 규모가 상당해 올리버가 달려가는 구간뿐 아니라 그 주변 일대를 모조리 삼켜버렸다. 도저히 피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블랙 슈트의 방어력으로.…. 안돼. 그럼 다음에 이어지는 공격에 당한다.’

그 순간 올리버는 과거 너클 조와의 싸움이 떠올랐다.

특정 부위에 힘을 더 집중시켜 일시적이나마 위력을 높이는. 아마 순식간에 접근해 거리를 좁힌 것도 같은 이치이리라.

올리버는 그때를 떠올리며 다리에 블랙 슈트의 기운을 집중시켰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점프했다.

유일하게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허공으로 피한 거였는데, 그 순간 미소 짓는 폭렬 마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병신새끼!”

애당초 노린 것인지 그는 허공에 무방비하게 떠 버린 올리버에게 다시 한번 폭발 마법을 사용했다.

[마나 익스플로전]

[타겟팅]

허공에 뜬 올리버는 건물 벽면과 자신에게 타겟팅을 건 다음 그대로 출력을 높였다.

덕분에 벽 쪽으로 이동하여 공격을 피할 수 있었는데, 마법사도 이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며 순간 사고가 멈췄다.

올리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다시 다리에 기운을 집중시켜 벽을 있는 힘껏 차 폭렬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이..…!”

폭렬 마법사가 뒤늦게 마법을 써 반격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올리버가 더 빨랐다.

그가 주문을 채 외기도 전에 올리버의 쿼터스태프가 그를 후려쳤다.

쩍一! 소리와 함께 마법사의 눈이 단번에 뒤집혔다.

확실히 마무리하려는 찰나 갑자기 저 멀리서 공격이 날아왔다.

[블랙 실드]

파바바방——!

간발의 차로 막은 공격.

올리버는 정신을 차린 건물 위 마법사들을 보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몹시도 화가 난 것 같았다.

음, 어쩐다. 올리버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머피 씨……. 잠시 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