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64화 (64/633)

< 64. 회수 (3) >

[블랙 슈트 ver. 2]

올리버의 영창과 함께 각 시험관에 담긴 감정과 생명력이 실 가닥처럼 뽑혀 나와 하나의 굵은 실로 엉키기 시작했다.

하나로 묶인 감정과 생명력.

몇 번 생각만 해봤지 실제로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감정과 생명력의 반발이 적었다.

아니, 오히려 잘 합쳐졌다.

어쩌면 당연한 것 일지도.

책에서 본 내용에 따르면 생명력과 감정은 결국 영혼을 뿌리에 두고 있었으니.

의외로 이 사실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는데, 방금 전의 올리버 역시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이 상황에서 새로운 사실을 배웠으니.

어째 점점 해결사가 되길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성기사 요안나에게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과 만나라고 조언해준 덕분에 나올 수 있었는데, 보라. 이 얼마나 즐겁냔 말이다.

올리버는 하나로 합쳐진 감정과 생명력을 전신에 둘렀다.

마치 옷이나 외투를 입는 것처럼.

천처럼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생명력이 전신뿐 아니라 쿼터스태프까지 보호했는데,

올리버는 빈 시험관을 도로 품 안에 집어넣은 다음 새 시험관을 꺼냈다.

될 수 있으면 감정을 아끼면서 해결사 일을 하려고 했지만,

새로운 흑마법을 시험하기 위해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뭣보다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새로운 흑마법이 너클 조와 같은 흑마법사에게 어디까지 먹힐지.

분명 도미니크 패밀리와 같은 질병계열 흑마법사였지만, 그 결이 달랐는데,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올리버는 시험관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자신.…. 아니, 생명력을 더해 기능을 개량한 블랙 슈트에 흑마법을 걸었다.

생명력을 불태워 신체 전반을 강화하는 버닝 라이프,

생명력을 사용해 근력을 높이는 머슬 업,

인내의 감정을 이용해 피부를 질기고 단단하게 만드는 엔도런스 스킨.

이 세 가지를.

직접 사용했을 때와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표현력이 부족한 올리버로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직접 피부를 만지는 것과 옷 너머로 만지는 차이가 있었다.

솔직히 올리버 입장에서는 이게 훨씬 좋았다.

다소 어색한 감이 있지만, 자신에게 직접 걸었을 때에 비하면 부작용도 없었으니.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새로운 흑마법을 해냈다는 사실에 소소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는 와중 갱들이 나타났다.

“저깄다! 저기 있어!”

"모두 이쪽으로!”

다급한 외침과 함께 이쪽으로 다수의 갱들이 오는 게 느껴졌다.

올리버는 아까 전 느낀 만족감을 억누르며 이번에는 진짜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행운이 연속해 찾아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우선, 눈에 신경을 집중해 몰려오는 갱들을 확인했다. 그와 함께 갱들 틈에 섞여 조심히 다가오는 너클 조와 또 벽 너머로 빙 돌아 접근하는 큰 턱, 니코도 볼 수 있었다.

"음, 우선..…."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시야를 유지하며 정면으로 오는 갱들과 너클 조에게 타겟팅 마법을 걸었다.

흑마법사의 시야를 사용하니 벽과 같은 장애물에 구애받지 않아 훨씬 수월했는데, 올리버는 그대로 인원수에 맞춰 허공에 블랙 다트를 던졌다.

꽃잎처럼 허공에 흩뿌려지는 검은 칼날.

그러자 이내 자석에 끌리듯 힘을 얻으며 날아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가 들렸다.

몇몇 발 빠른 갱들은 올리버를 따라잡아 총을 쐈지만, 몇 발 채 쏘지 못하고 올리버가 던진 칼날에 맞아 엄한데 총을 쏘며 쓰려졌다.

"여기- 악!”

"쏴, 쏘라- 컦!”

“아파.…! 이게 뭔-!”

하나둘 쓰러지는 갱들.

그 와중 쏜 총구 화염이 주변을 밝히며 잔상처럼 주변 모습이 보였다.

그때 올리버는 보았다.

갱들과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기회를 살피다가 총구 화염에 맞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조를.

그는 갱들의 등 뒤에 숨어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날아오는 블랙 다트를 때려 부순 다음 흑마법으로 강화한 각력(脚刀)을 이용해 아까 전처럼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찰나의 순간이긴 했지만, 감정을 보는 올리버의 눈에는 전부 다 보였다.

"기회가 있을 때 도망쳤어야지.”

순식간에 근접한 조가 올리버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반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쾅—————!!!

엄청난 소리가 함께 무거운 적막이 찾아왔다. 마치 사람이 죽은 후 찾아오는 인위적인 적막처럼 말이다.

영원과 같은 몇 초가 지난 후 너클 조가 작게 소리 내며 말했다.

"너.… 뭐야?”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동요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마법으로 강화한 자신의 주먹이 말라빠진 흑마법사에게 막히고 말았으니.......

그것도 블랙 실드 같은 흑마법이 아닌 낡아빠진 쿼터스태프에.

"아니..…. 너 질병계열 흑마법도 쓸 줄 아냐?”

"예."

올리버가 대답과 함께 조의 팔을 뿌리치며 캔트에게서 배운 대로 쿼터스태프를 휘둘렀다.

조는 흑마법으로 방어력을 높여 올리버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았다.

못 피했다기보다는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쩡—! 쩌정——! 쾅——!

철과 철 덩어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겸사겸사 강화한 거긴 했지만 조는 올리버의 쿼터스태프를 훌륭하게 막아냈다.

비록,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저 멀리 뒤로 날아갔지만.

".......!!!"

저 멀리 날아가 쓰러진 조는 바로 일어나 올리버를 노려봤다.

그는 당혹, 혼란 등의 감정을 느꼈는데, 이윽고 그러한 감정은 분노와 적개심 등 강렬한 감정의 장작이 되어 불타올랐다.

"너….!”

“.… 데이브입니다.”

“..…? 뭐?”

"데이브라고요. 아까 전 물어보셨잖습니까?"

아까 전이라 하면 분명 공격이 막혀 놀랐을 때로, 조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이런 경우는 난생처음이라는 듯.

“..…지금 장난하냐?”

"아….. 제가 실수했나요? 죄송합니다. 저도 뭐 좀 물어볼까 해 먼저 질문에 대답해드린 건데.”

“질문….?”

"예, 다름이 아니라….. 이런.”

질문하려다 말고 올리버가 근처 벽을 향해 목을 틀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바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벽이 부서지며 누군가 뛰어나왔다.

바로, 큰 턱과 그 위에 올라탄 니코였다.

“어웨이크로 간신히 깨웠다..…! 큰 턱! 부숴버려!!”

"우오오오오오오——!"

쾅一! 쾅一!

큰 턱은 아까 전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올리버를 밀어붙였다.

어느 정도냐면 양어깨를 붙잡은 채 벽으로 밀어붙였는데, 어찌나 힘이 좋은지 벽 두 개를 깨부술 정도였다.

엔도런스 스킨으로 강화된 블랙 슈트로 몸을 감싸 망정이었지 만약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으면 온몸의 뼈가 부서졌을 게 뻔했다.

큰 턱의 등 위에 올라탄 니코가 멀쩡한 올리버를 보며 놀랐다.

"뭐야 이 새끼..…. 왜 멀쩡해!”

순수한 의문에 가득 찬 외침. 조가 소리쳐 대답했다.

"질병계열 흑마법도 쓸 수 있어! 심지어 뛰어나! 나보다 더!”

"뭐?!”

니코는 믿기지 않는지 진심으로 놀라며, 동그랗게 눈을 떠 올리버를 바라봤다.

올리버는 여전히 큰 턱에게 붙잡힌 상태였다.

머슬 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근력을 강화했음에도 기본적인 완력 차이가 심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생명력도 거의 다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 몇 분?’

빨리 끝을 봐야 했다.

"씨발.… 큰 턱! 물어버려 대가리를 통째로 씹어버려!”

니코가 그 말과 함께 감정을 추출해 큰 턱에게 흑마법을 걸어줬다.

지시와 흑마법을 받은 큰 턱은 입을 쩍 벌렸다.

한입에 올리버의 머리를 통째로 삼킬 정도로 말이다.

"크아아아아- 컥!”

큰 턱이 올리버를 물려는 찰나, 올리버는 필사적으로 저항해 큰 턱의 아가리로 팔을 쑤셔 넣었다.

예상치 못한 저항이었는지 큰 턱은 컥! 컥! 거리며 당황했는데, 니코가 재빨리 다음 명령을 내렸다

"빌어먹을 놈이 저항을….. 큰 턱! 저 새끼 팔부터 씹어먹어 버려!”

등에 탄 흑마법사의 지시에 큰 턱이 올리버의 팔을 그대로 물었다.

블랙 슈트로 전신을 감싼 덕에 바로 잘리지는 않았지만, 점점 내구도가 떨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아마,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팔이 잘릴 터였다. 가만히 있는다면 말이다.

[라스 붐]

올리버가 손에 머금은 감정을 폭발시켰다.

그와 함께 큰 턱의 머리도 펑 하고 터졌는데, 올리버를 몰아붙이던 육체는 순식간에 힘을 잃고 그대로 허물어졌다.

"......!"

"......!!"

다시 놀라는 조와 니코.

특히, 큰 턱의 위에 타고 있던 니코는 더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패닉에 빠지며 거리를 벌렸는데, 올리버는 이를 허락하지 않고 바로 거리를 좁혔다.

"빨라….!”

“버닝 라이프로 강화했거든요.”

올리버가 그 말과 함께 쿼터스태프를 휘둘렀다.

쾅————!!!

니코의 몸통을 후려치려는 순간 간발의 차로 조가 끼어들었다.

그는 스스로 방패가 돼 니코를 지켜줬다.

“조....!"

"거리 벌리고 날 지원해!”

그 말과 함께 조는 올리버와 근접 전투를 벌였다.

화력 싸움으로는 승부가 안 된다고 판단한 건지, 그는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를 유지한 채 너클을 낀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로 하단 공격을 하는 등 맹공을 가했다.

꽤나 변칙적이고 매서워 올리버는 전부 막지 못하고 대부분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역시 단순 근접전은 조가 더 우수했다.

공격이 몸에 닿을 때마다 쩍一! 쩍一! 거리는 흉악한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비록 블랙 슈트 덕분에 유효타는 안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그 너머로 느껴지는 충격을 통해 한 대라도 맞으면 뼈가 부러질 것을 쉬이 직감할 수 있었다.

블랙 슈트의 방어력도 무한은 아니기에 올리버는 다급히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반격을 가했다.

"너 흑마법 실력은 좋지만, 주먹질은 초보구나?”

조가 올리버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는 카운터를 날렸다.

쩌억———!

아프지는 않았지만, 충격 탓에 몸이 휘청거렸다.

그때 조가 올리버의 멱살을 다시 붙잡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니코!"

"알았어! 머슬 업!”

흑마법으로 조를 지원해주는 니코.

조는 그 힘을 주먹에 집중시켰다. 주먹을 검붉게 물들었다.

"그럼, 주먹이 망가질 텐데요?”

"닥쳐..…. 이 바닥에 그런 각오도 없이 온 줄 알아?”

"아.……"

"뒤져라.”

그 말과 함께 조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붕————!

분명 모든 것을 박살 내는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져야 했을 텐데, 허공을 가르는 맥빠지는 소리나 났다.

"응?"

조가 당황하며 소리 냈다.

갑자기 뭔가가 잡아당기듯 뒤로 끌려갔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는 등 뒤를 돌아봤는데, 자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날아오는 니코를 보았다.

뭐, 정확히는 날아오는 게 아닌 무언가에 끌려오는 거였지만.

“..…다트판?”

니코의 몸에 생긴 검은색 다트판을 보며 조가 말했다.

"예, 정확히는 타겟팅입니다. 집착을 섞어 서로 끌어당기게 하는.”

올리버의 대답을 듣자마자 조와 니코는 허공에서 부딪혔고,

뒤이어 바짝 쫓아온 올리버가 무방비해진 그들을 향해 쿼터스태프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이렇게 하는 건가요?”

올리버가 블랙 슈트의 기운을 쿼터스태프에 끌어모으며 물었다.

콰앙—————!

올리버가 휘두른 쿼터스태프가 조와 니코를 강타했다.

둘 모두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한쪽 벽으로 날아가 그대로 부딪혔는데, 충격을 대변하듯 벽에 실금이 갔다.

조는 그나마 흑마법으로 몸을 강화해 버텼지만, 니코는 인형처럼 몸이 부러졌다.

그렇게 전부 쓰러진 파이터 크루 멤버들.

올리버는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조에게 다가갔다.

아까 전에 하던 질문을 마저 하기 위해서 말이다.

“후욱……. 후욱……. 너 뭐야…..”

조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눈에 초점이 없었다.

“..…데 이브입니다.”

"아……. 죽여라.”

조가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허나, 그와 별개로 마음속 깊은 곳은 뭔가 심란해 보였는데, 과거 캔트와 비슷한 형태를 띠었다. 뭔가 지켜야 하는 게 있는.

"음......"

올리버는 고민했다. 죽일지 말지.

살인을 너무 쉽게 하지 말라고 캔트의 조언이 다시 떠올랐는데, 그와 함께, 강한 적은 동정을 가지지 말고 죽이라는 말도 떠올랐다.

어설픈 동정과 방심은 곧 죽음이라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의 가르침 중 일부는 매우 모순적이었다.

결국, 판단은 오롯이 올리버의 몫.

올리버는 잠시 동안 고민한 끝에 감정을 추출해 쿼터스태프에 다시 흑마법을 부여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조에게 쿼터스태프를 가져다 댔다.

[딥 슬립]

기절하듯 잠에 빠진 조.

아마 기력이 달리면 이대로 못 일어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의지와 체력만 받쳐주면 일어날 수 있을 터였다.

덕분에 좋은 실험도 해보고, 사소하지만 묻고 싶은 것도 있었으니. 오늘은 이 정도가 적당할 거 같았다.

그렇게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고 올리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물인 허버튼 교수를 향해 말이다.

눈에 신경을 집중해 봤는데, 그가 지금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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