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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51화 (51/633)

< 51. 질문 (2) >

W구역의 버려진 폐건물.

그곳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 끄으으으.… 윽!”

소란의 이유는 다름 아닌 웬 침입자들로, 이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대가리인 캔트가 없는 사이 쳐들어왔다.

수도 많았고, 모두 몽둥이로 무장했는데, 개중 몇몇은 낡고 녹슬었지만, 산탄총으로 무장한 자도 있었다.

덕분에 우두머리가 없는 캔트패의 거지들은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말았다.

“하…! 병신들! 캔트패, 캔트패. 목에 힘주고 다니더니 이거에 쪽도 못 쓰는구만.”

산탄총을 든 침입자가 총을 흔들며 말했다.

얼핏 보면 총알도 제대로 안 나갈 거 같은 쓰레기였지만, 거리의 밑바닥이라 할 수 있는 거지들에게 있어 존재만으로 위협적이었다.

현재 캔트패에서 힘쓰는 이들은 모두 얻어맞아 쓰려졌고, 멀쩡한 이라고는 힘없는 아이와 여자, 노인들밖에 없었다.

그들은 늑대에 둘러싸인 양처럼 구석에 몰려 저들끼리 부둥켜안을 뿐이었다.

"크크…. 귀엽네. 걱정하지 마. 너희는 안 때릴 거거든. 두더지가 요긴하게 써먹을 테니.”

“그러니 좋은 말 할 때 따라와, 매운맛 보기 싫거든.”

그와 함께 침입자들은 여자와 아이들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어딘가로 끌고 갔다.

몇몇 용감한 노인들이 침입자를 막아섰지만, 그들은 몽둥이로 화답할 뿐이었다.

"씨팔…! 다 뒤져가는 시체 주제에 어딜 손을 대! 쓸모도 없는 늙은이들이…. 퉤!”

가래침을 얼굴에 맞은 노인.

그의 노쇠한 몸뚱어리는 한 번의 공격도 견디기 힘든지 움직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비틀거리며 침입자들에게 엉겨 붙었다.

그것은 어떠한 방법이 있어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해야만 하기에 하는 일종의 발악.

노인은 피를 흘리고 헐떡이며 말했다.

"하아…. 하아…. 여기 누가 대가리인지 모르나?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커어어억!”

침입자가 노인을 걷어찼다.

제대로 맞았는지 노인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몸을 뒤틀었는데, 깡마른 몸뚱이 탓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허나, 침입자들은 최소한의 연민조차 잊었는지 그런 노인을 바라보며 비웃고, 그것도 모자라 목을 지르밟았다.

"씨발 늙은이….. 우리가 병신으로 보여? 너희 대가리가 누군지 알아. 아니까 온 거 아니야. 더 재밌는 거 이야기해줄까?”

"이봐….”

“뭐 어때? 씨발…. 이미 끝난 싸움인데. 잘 들어 쓸모없는 늙은이. 너희 대장은 이미 우리 동료들한테 끝났을 거고, 이제부터 너희는 전부 우리 거야. 우리 소유물….! 알아들어?! 대가리 깨기 전에 특별히 알려 준 거니까. 고마운 줄 알라고.”

그 말과 함께 노인을 발로 밟은 침입자가 들고 있던 나무몽둥이를 들어 노인의 머리를 겨눴다.

다른 동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 딱히 말리지 않았다.

"다들 잘 보라고! 이제부터 W구역은 우리 두더지패가 지배하니. 우리한테 반항하는 놈은 전부 이렇게 돼! 하나…. 둘…. 세에-"

—퉁!

하늘 높이 몽둥이를 들었던 침입자.

그는 자신의 신호에 맞춰 갑자기 머리 한쪽이 날아가 버렸다.

총에 맞은 것보다 손상이 더 심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캔트패는 물론 침입자들까지 모두 놀랐다.

"뭐, 뭐야?!”

"습격?”

그들 역시 제대로 훈련받은 게 아닌 일개 거지라는 걸 입증하듯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때, 올리버가 날린 미니언들이 은밀하게 접근해 산탄총으로 무장한 거지들의 머리를 똑같이 날려주었다.

그들은 귀신이라도 만난 듯 모두 공포와 두려움에 물들며 얼어붙었다.

[크리피 스크림 ]

검은 연기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끔찍한 형상의 얼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는데, 바로 그때,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얼굴이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아아아아아아아악ㅡㅡㅡㅡㅡㅡㅡ!!!!!

공기를 찢는 비명은 듣는 이의 싸울 의지를 꺾어버렸다.

연달아 몰아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방금까지 기세 좋던 침입자들은 말 그대로 얼이 빠졌다.

하긴, 애당초 무기만 들었을 뿐. 폭력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아니었으니.

그들은 싸울 의지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렇게 상황이 완벽하게 정리된 후 두 사람이 나타났다.

한 손에 시험관을 든 올리버와 쿼터스태프를 든 캔트.

캔트가 말했다.

"...... 전부 무기 버리고 무릎 꿇어."

***

거지 소굴 한쪽에 쌓인 몽둥이와 약간의 산탄총.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침입자들은 모두 겁을 집어먹은 채 포박되어 있었다.

그들은 바들바들 떨며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간혹 힘겹게 시선을 올리면 주변을 둥둥 떠다니는 미니언을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작은 고기 경단 같은 것이 사람 머리를 가볍게 날려 버렸는데, 마치 총구가 머리를 겨누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마음속은 하나같이 투쟁심이 꺾이고 두려움뿐이었다.

그 덕분에 캔트와 올리버는 동료 거지패들을 편히 살필 수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

안경 거지가 얻어맞은 동료 거지들을 살펴보곤 말했다.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는 아니었지만, 거지패에 오래 있었기에 그는 대충 사람 뼈가 부러졌는지, 내장이 상했는지는 볼 줄 알았다.

캔트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꼭 그렇지도 않아. 한동안 싸울 수 없어. 안정을 취해야 해.”

"그 정도면 충분해. 크게 다친 사람만 없으면 돼.”

캔트의 그 말에 겁에 질려 있던 동료들은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러다 안경 거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저 녀.… 사람 말이야.”

안경 거지의 손끝에는 올리버가 있었다.

캔트는 말없이 올리버를 보고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 모두 봤다시피 흑마법사네.”

"흑마법사…?”

"그래…. 흑마법사. 본인도 일단 자기가 흑마법사라고 말하고, 증거도 보여줬으니. 흑마법사가 맞겠지.”

모두가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이들과 같은 밑바닥 인생에 있어 마법사, 흑마법사 같은 존재는 그저 소문으로만 있는 다른 세계의 존재였으니.

"그…. 캔트 씨. 도대체 흑마법사를 왜 데려오신 거죠?”

"나도 몰랐지.”

"왜 여기 흑마법사가 머문 거죠?”

“글쎄…. 이제부터 물어봐야지.”

한 여성이 자기 아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혹시 저희 아이들을 납치하러?”

"글쎄…. 그런 놈이었으면 우릴 도와줬을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그와 함께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웅성거리며 자기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다시 불 피워진 불안감.

모두가 올리버를 불안한 눈으로 봤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어…. 저 녀석 어디가?”

모두 하모니카가 홀로 올리버에게 다가가는 걸 봤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올리버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는데,

올리버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더니 손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어색하기 그지없는 광경.

허나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보자 사람들의 불안감은 점차 가라앉았다.

캔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다들 지금 불안한 거 알지만. 이 문제는 일단 내게 맡기도록 하게. 올리버가 흑마법사인 건 맞지만, 우릴 도와준 것도 맞으니. 심지어 저 아이들도 도와줬고.”

캔트가 하모니카와 함께 데려온 스무 명 정도 되는 거지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생쥐처럼 작고 지저분한 아이들은 불안해하며 한데 모여있었다.

"......."

"다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알지만, 일단 우린 저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네. 그것도 절대적으로.”

“도움요?”

"그래. 두더지가 이제 직접 우릴 위협하니, 가만히 있을 수 있나? 할 수만 있다면 누구 손이든 빌려야지…. 이견 있나?"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두더지 패거리에 납치당할 뻔했으니.

결국, 상황과 분위기에 떠밀려 모두 캔트에게 모든 걸 맡겼고, 캔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올리버에게 다가갔다.

"잠시, 대화할 수 있겠나?”

"아, 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리버는 캔트의 말에 바로 반응했다.

캔트는 그런 올리버를 데리고 갔는데, 겉으로 태연한 척했지만, 속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과하지는 않았다.

다른 이들처럼 원인이 없는 막연한 공포, 적개심을 품지 않았으니.

"괜찮으신가요?”

캔트는 품 안에서 조심스럽게 담배를 꺼냈다.

꼬깃꼬깃 숨겨 놓은 걸 보아 아주 아껴 피우는 것 같았다.

“후우..…. 하-! 조금. 이해해주길 바라네. 담배가 당겨서. 하나 피겠나?”

올리버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캔트는 다시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하얀 연기가 입 밖으로 나왔다.

"우선, 고맙다는 인사부터 다시 하지. 지하실에서 날 도와줘서…. 또, 이렇게 또 도와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뭐, 저도 도움받은 게 있고, 그냥 도와준 건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알아. 알아…. 네 질문에 대답해주는 거. 그래도 고마워.”

캔트는 진심이었다.

아차 하면 동료들을 잃을 수 있었다는 것에 그는 크나큰 두려움과 죄악감을 느꼈다.

구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안도감과 기쁨을 느꼈고.….

“그래.…. 묻고 싶은 게 뭐지?”

“…왜 하수도에서 무기를 버린 거죠? 버렸어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텐데.”

“그게 궁금한 건가?”

"그거 외에도….. 왜 처음 만났을 때 절 도와주고, 이곳 사람들을 계속 지켜주는 거죠? 들어보니 캔트 님은 더 편할 길을 갈 수도 있다고 하던데."

캔트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다.

“…반대로 묻지. 자네는 실력이 뛰어난 흑마법사 같은데, 어째서 거지 소굴에 들어왔지? 은퇴한 지 꽤 됐지만, 자네 정도 되는 실력의 흑마법사면 훨씬 편하게 지낼 방법이 있을 텐데.”

"음.…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런가? 그렇다면 난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고 대답하겠네.”

"예?”

"그냥 그러고 싶었다고..….”

“죄송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하지만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 아무 이유 없이 마주쳤다고, 삶을 포기한 사람을 데려와 먹여주고, 입혀주고, 간호해주고, 위로해 주는 자도 있지. 그저 자신이 봤다고, 그게 신의 뜻이라고.”

"...... 혹시 전임자인 사제님 이야깁니까?”

"정확히는 그와 나의 이야기지. 그가 날 데려와 보살펴줬지. 내게 어떤 것도 원치 않고.”

지금 캔트 님께서 그 뒤를 잇지 않았습니까? 유언에 따라.”

"아니, 유언이 아니야. 도와달라고 했지만,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떠나라고 했어. 내가 남아 이러고 있는 건 그저 내가 원했을 뿐. 어차피 한번 죽으려고 했던 인생. 때마침 할 것도 없었고.....”

캔트는 작게 웃었고, 올리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납득가는 말은 아니었지만. 썩 나쁜 대답 같지도 않았다.

"솔직히 그다지 납득가는 대답은 아니지만,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절 도와준 이유도 사제님과의 일 때문입니까?”

"어느 정도…. 하지만, 사실 하나 더 있어.”

“그게, 뭐죠?”

".... 지금 상황에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네가 데이브를 닮았거든.”

"그게 누구죠?”

"나 때문에 죽은 내 아들.”

".........."

캔트는 올리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거짓말이라 생각해도 상관은 없어. 그냥 지금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냥 한 거야. 흘려들어.”

"예, 알겠습니다..….”

어색한 침묵이 점차 자리 잡았는데, 캔트가 눈치를 보며 다시 물었다.

“..... 혹시 미안하지만 우릴 도와줄 수 있나?”

“뭐..... 예.”

“천만다행이군….. 그럼, 일단 저놈들부터 신문해야겠군. 내 뒤에서 좀 서줄 수 있겠나? 서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캔트가 묶인 침입자를 가리켰다.

".... 뭘 신문하실 겁니까?”

"글쎄? 두더지가 숨어있는 소굴에 대해 먼저 물어봐야지.”

"제가 잘 몰라 그러는데, 그럼 경계하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하지만 안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잖나?”

"만약, 소굴 위치도 알고, 경계심도 낮출 방법이 있다면요?”

"..... 그럼 가장 좋지. 왜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올리버가 손에서 흑마법을 만들며 대답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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