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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40화 (40/633)

40. 정리 (2)

부아아아앙―――

3대의 트럭이 번듯한 공장 앞에 멈췄다.

공장의 정문 위에는 <햄 소시지 공장>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차가 멈추자 안에서 일하고 있던 이들은 전부 밖으로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피터를 필두로 일하고 있던 아이들은 머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 끝에는 트럭에서 막 내린 올리버가 있었다.

“예, 다녀왔습니다. 이런 거 안 해도 되는데.”

무덤덤한 올리버의 반응.

허나, 그와 별개로 피터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주인님인데····. 그런데 저들은?”

피터가 뒤따라온 트럭에서 내리는 이들을 보며 물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모르는 눈치였으나, 이내, 앤서니와 도미니크 패밀리의 잔당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미니크, 앤서니 패밀리원 아닙니까?”

“어, 예···. 약사님을 통해 우리 패밀리로 들어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데려왔어요. 피터가 저 사람들 지낼 곳이랑 이곳 규칙에 대해 알려주세요.”

“·····.”

피터는 투항한 흑마법사들을 관찰하느라 대답하지 못했다. 다들 기가 죽은 상태였다.

“아, 혹시 안 되나요?”

“예? 아, 아뇨! 아닙니다. 당연히 할 수 있죠····. 그런데 주인님.”

“예, 피터.”

“대우는 어느 정도 해주면 되겠습니까?”

“대우요?”

“예, 이런 식으로 들어온 녀석들은 보통 더 낮게 대우하는데.”

올리버는 앤서니, 도미니크 패밀리를 봤다.

그들은 올리버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눈을 내리깔았는데, 다소 어색한 광경이나 그리 이상하지도 않았다.

이미 수많은 잔당이나 중소 흑마법사가 올리버에게 별다른 발악도 못 하고 쓰러졌으니.

올리버는 과거 조셉, 도미니크, 앤서니가 그랬던 것처럼 존재 자체가 공포였다.

“굳이 차별할 필요 있을까요? 피터가 다른 분들이랑 협력해 실력으로 등급을 나눈 후, 그에 걸맞게 대접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거기 전부! 이쪽으로 따라와.”

피터가 어리바리 불안해하는 잔당 흑마법사들을 불러 동료 상급제자들과 함께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들은 기가 눌린 채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

“헤······. 대단한데.”

같이 온 제임스가 트럭에서 내리며 말했다.

“예, 뭐가요?”

“글쎄요? 뭘까요? 이제 진짜 한 흑마법사 패밀리의 주인 같아서. 말 한마디로 모든 걸 통제하잖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성기사를 혼자서 제압하며, 와인햄의 유일한 대형 흑마법사 조직의 주인이 되자, 패밀리원들의 존경심과 충성심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강력한 힘이란 본디 그런 것이었으니.

허나,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외에도 올리버는 교육시간을 확충하고 체계화하며, 과거 상급제자들의 특권인 주급을 모든 제자들에게 나눠줘 존경심을 얻었다.

딱히 의도한 바가 아닌, 주는 게 맞지 않겠냐는 단순한 이유에서였지만 결과는 이리 나타났다.

이 정도면 스스로 뿌듯해할 법도 한 데 올리버의 반응은 심심하기 그지없었다.

“뭐···, 다들 열심히 해주는 덕분이죠.”

“하하·····.”

제임스는 웃었다. 단순한 겸손도, 겸손을 가장한 거만도 아니라는 걸 알기에.

올리버는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이질적이고 두려웠다.

와인햄에 유례없는 강력한 조직을 세웠음에도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했으니.

제임스가 손을 내밀었다.

“뭐, 좋아. 오늘 도와줘서 고마웠고, 수고했어.”

“예, 제임스 씨도요.”

“씨자 빼도 돼, 오히려 내가 붙여야지···. 그보다 언제 수업받으러 올 수 있을까?”

“편할 때····. 아니, 이왕이면 빨리 오세요.”

“빨리?”

“예, 슬슬 빨리 끝내려고요.”

“?”

알 수 없는 소리. 제임스는 고개를 갸웃댔다.

그러나 굳이 캐묻지 않았다.

올리버가 이런 말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다.

악수를 마친 후, 제임스는 트럭을 타고 돌아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몰랐다.

올리버가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걸.

***

앤서니, 도미니크 패밀리가 합류했다고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올리버는 여태까지 패밀리를 운영했던 대로,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식사한 뒤 바로 흑마법 교육에 들어갔다.

각 수준에 맞춰서 따로 교육하였는데, 올리버는 자신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부 상급제자들을 돌려가며 중급, 하급, 임시 제자들을 수련시켰다.

그럼, 그만큼 남은 시간에 뭘 하냐고?

원래대로라면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않았다. 대신 상급제자들을 따로 모아 집중교육했다.

현재 조셉 패밀리(올리버가 이름을 안 바꿈의 상급제자는 개편을 통해 총 14명.

올리버는 이들의 특성에 따라 두 개조로 나눠 따로 훈련했다.

첫 번째 조는 현재 필거렛의 원료가 되는 합성 감정을 만드는 연습을 시켰는데,

얼핏 보기에는 그리 대단할 게 없어 보이지만, 합성과정과 실패 시 큰 반발작용으로 인해 다들 적잖게 애먹고 있었다.

“끄억····!”

때마침 한 상급제자 하나가 감정 합성에 실패하고 주저앉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괜찮으세요?”

“끄으응, 예····. 괜찮습니다. 주인님.”

“그럼 일어나서 다시 연습하세요···. 블랙 실드.”

양손을 움직여 세 방향으로 오는 공격을 막은 올리버.

현재 올리버는 두 번째 조를 훈련시키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전투 훈련이었다.

두 번째 조는 마리를 필두로 필거렛 생산보다 흑마법의 화력. 즉, 힘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이들이었는데,

올리버는 시합장에서 이들을 적당히 상대해주며 전투에 필요한 감각과 기술을 가르쳐줬다.

물론, 중간중간 주변에서 감정 합성을 하는 상급제자도 교육해줬고,

다소 정신이 없는 광경이지만, 시간이 부족한 걸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다행히 어느 정도 하니 요령이 생겼지만.

“다들 마음을 놓지 말고 끝까지 집중하세요. 거의 다 됐다고 방심하면, 곧바로 감정이 반발합니다. 끝까지 집중하고, 완성한 후에도 방심하지 마세요···. 해잇 불릿.”

일곱 방향으로 날아간 증오의 탄환은 마리를 비롯한 다른 상급제자들의 복부를 강타했다.

위력을 적당히 줄인 덕분에 몸이 꿰뚫린 이들은 없었다.

그저 복부를 아주 강하게 걷어차인 것처럼 배를 부여잡고 끙끙댈 뿐.

“우웩·····!”

한 상급제자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속에 든 내용물을 토해냈다.

어째서인지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는데, 어느새 훈련장에는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기묘한 침묵만이 자리 잡았다.

“·····. 다들 뭐 하시는 거죠?”

누군가 말했다.

“조, 조금····. 힘들어서.”

“아, 저기 약사님에게서 지원받은 회복 물약과 치료 연고 있습니다. 다치거나 지치신 분은 원하는 대로 쓰세요.”

회복 물약과 치료 연고.

보급용으로 만들어 비교적 저렴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몇만 란다는 하는 물건들.

그런 물건을 아낌없이 퍼주며 훈련하는 올리버의 태도는 와인햄····. 아니, 란다의 흑마법사는 물론, 마탑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모두 기뻐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훈련 강도가 높아 다들 기뻐하기는커녕 질리고 말았다.

“?·····. 다들 왜 그러시죠?”

온몸이 땀범벅이 된 상급제자가 말했다.

“조, 조금 쉬었다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인님?”

“왜요? 다들 한계라 지금 연습해야지 실력이 더 빨리 늘죠?”

올리버가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들 너무 지쳐서····.”

“저기 약이 있는···? 아···.”

올리버는 뒤늦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고 소리 냈다.

“혹시 다들 그만하고 싶은 건가요? 힘들어서?”

올리버의 순수한 물음. 그러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무리하면 크게 다칠지도 몰라····.”

“안 다쳐요.”

“예?”

“1조 여러분은 제가 지정한 양만 가지고 연습하는 거 맞죠?”

“아···. 예, 그렇습니다.”

“그럼, 중간에 크게 실패해도 손에 화상만 입을 거예요···. 마리 쪽도 제가 신경 써서 상대하고 있으니, 조금밖에 안 다칠 거고요. 저기 있는 약이면 충분히 안전해요.”

예의 바르지만 단호한 말투에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위압감이 서려 있었고, 어느새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마치 게으름을 피우다 혼나는 아이처럼.

그렇게 무겁고 불편한 침묵이 공간을 누르던 중 올리버가 대뜸 말했다.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하셔도 돼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모두 고개를 들었다. 올리버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전 여러분께 뭔가 강요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전 그저 여러분이 배우고 싶어 하고, 이게 제 일이라니 도와주는 거뿐이죠. 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됩니다.”

““““······.””””

“다만, 묻고 싶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다들 흑마법사가 되고 싶은 사정이 있어 이곳에 온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러셔도 되나요? 언제나 교육받을 수 있는 게 아닌데?”

““““······.””””

“정말 그만할까요?”

그러자 땀을 뻘뻘 흘리며 주저앉아 있던 마리가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고, 다른 상급제자들도 약물과 연고를 바르고 다시 돌아왔다.

감정을 합성하는 피터의 1조 역시 다시 감정을 추출하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올리버가 말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할게요?”

““““예! 주인님!!””””

***

일과가 끝난 뒤.

상급, 중급, 하급, 임시 제자들은 새롭게 마련된 식당에서 식사했다.

과거 있었던 곳과 달리 이곳의 식당은 넓어 모두가 다 같이 식사해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그뿐 아니라 식사의 질도 양도 풍족해 다들 차별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덕분일까? 훈련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다들 기운이 넘쳤으며, 분위기도 그리 날카롭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그러워졌다.

“오늘 훈련 정말 힘들었다····.”

“오늘만 힘들었나? 어제도 그저께도 힘들었지. 아마, 내일도 힘들걸?”

올리버의 혹독한 훈련을 받은 상급제자들은 다 같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훈련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 불만을 품는 이는 없었다.

자신보다도 어린 올리버를 주인으로 모시는 것도 더 이상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이도 없었다.

하긴, 당연했다. 생활 수준도 높아졌으며,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을 쌓고 있었으니.

이대로만 간다면 진정한 흑마법사로 거듭나 독립하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 다들 독립할 거야?”

상급제자 하나가 대뜸 물었다.

“이대로 몇 년만 수련하면 농담이 아니라 독립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다들 독립할 거야?”

모두 침묵했다.

제자란 말이 제자였지, 반은 주인(스승의 노예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독립이란 단어는 그들에게 밀접하면서도 인연이 없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대다수 주인들 역시 이를 용납하지 않거나,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자신들의 곁에 묶었으니.

허나, 이 기세로 간다면 여기 있는 상급제자 대다수 독립이 멀지 않았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

“글쎄····. 생각은 안 해본 거는 아니지만, 환경이 안 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지금은 아니잖아?”

맞았다. 지금은 아니었다. 실력을 제외하더라도, 매주 주급을 받아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평생 놀고먹어도 되는 거금은 아닐지라도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패밀리를 세울만한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이 조성되자 상급제자····. 아니, 상급제자를 포함한 모든 계급의 제자가 독립할 생각이 약해지고 있었다.

근래 여러 일을 겪으며 흑마법만 배운다고 바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충분히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그들 모두 올리버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심이 저도 모르게 심어진 상태였다.

그렇다 할 대답이 나오지 않고 모두가 어색하게 침묵하는 와중 누군가 주제를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근데, 마리는 어딨어? 오늘 가장 심하게 굴러서 앓아누웠나?”

“아니, 주인님 식사 챙겨드리러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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