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39화 (39/633)

39. 정리 (1)

파테르교 셀랜드 지부와의 협상이 끝나고, 성기사 일행을 풀어줬다.

걱정과 달리 그들은 순순히 지부의 명령을 따라 와인햄을 떠났는데, 이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마치 그때의 난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도시는 다시 조용해졌지만, 그렇다고 여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와인햄에 세 개나 되는 거대 흑마법사 패밀리 중 두 개가 사라졌으니.

물론, 이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를 기회라 착각해 날뛰는 중소 흑마법사 패밀리와 그 잔당이었지.

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지 몰랐는데,

조심성이 많은 약사는 그 같은 상황을 원치 않았고, 그래서 먼저 선수 치기로 했다.

“안에 몇 명 있어?”

와인햄의 한 빈민가.

제임스가 목소리를 낮춰 질문했다.

올리버는 슬쩍 폐건물을 살피고는 대답했다.

“여덟이요. 아직 우리가 온 걸 모르는 것 같네요.”

“다행이네.”

제임스가 손짓해 자기 부하들에게 퇴로를 막을 것을 명했다.

약사의 부하들답게 그들은 재빠르게 움직여 퇴로를 모두 막았고,

그것을 확인한 올리버는 감정을 소량 추출해 미니언 두 마리를 만들었다.

“마리.”

“예, 주인님.”

올리버의 부름에 마리는 바로 감정을 추출해 라스 붐을 양손에 하나씩 만들었다.

단 던지거나 터트리지 않고 손안에 쥐고 있었는데, 올리버의 미니언이 다가가더니 입술을 삐쭉 내밀어 그 라스 붐을 빨아 먹었기 시작했다.

“전보다 낫네요.”

“주인님 덕분입니다.”

올리버의 담담한 칭찬과 얼굴을 붉히는 마리.

올리버는 마리의 라스 붐을 삼킨 미니언에게 명령해 건물 안으로 조심히 들어갈 것을 명했다.

“부탁드립니다.”

저공으로 날아가 눈에 띄지 않게 건물 안으로 들어간 미니언.

잠시 후, 건물 안에서 쾅―! 쾅―! 폭발 소리가 들렸다.

안에 있던 흑마법사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몇몇이 감정은 사라졌고, 나머지는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성공적으로 기습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제임스가 진입 신호를 내렸으며,

그에 맞춰 화기와 야구 배트로 무장한 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갔다.

건물 밖으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는데, 그때, 진입했던 직원 중 하나가 다급히 나오며 소리쳤다.

“씨발! 도핑맨 하나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다른 직원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왔고, 뒤이어 약물과 흑마법으로 신체를 강화한 도미니크 패밀리의 잔당 하나가 벽을 부수며 나왔다.

“이런, 씨빨 놈들이·····! 다 쥐어짜 죽여주마!”

화가 났는지 강화를 너무 많이 했는지 그의 피부는 위험할 정도로 붉어졌는데, 실제로 옆에서 총을 쏘던 갱 하나를 집어 들어 벽 한쪽에 던졌다.

“와! 씨발 병신들! 약 빨기 전에 죽이라니까!”

제임스는 그리 소리치고는 부하들과 함께 총을 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알.

허나, 평범한 화력으로는 강화된 근육을 뚫어 치명상을 주지 못했다.

기껏해야 잠시 발을 묶는 정도? 뭐, 그 정도면 충분했지만.

“마리.”

“예, 주인님!”

올리버의 부름에 마리는 시험관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수십 수백 번 연습하던 대로 포위된 도미니크 잔당을 향해 타겟팅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는 그와 함께 증오의 탄환을 세 발 동시에 쐈다.

[해잇 불릿]×3

타겟팅한 다트판을 향해 일제히 날아가는 증오의 탄환.

허나, 적도 바보는 아닌지 눈치를 채고 양팔을 교차해 방어했다.

강철 같은 팔뚝과 증오의 탄환이 부딪치자, 축축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씨이이발·····! 존나 아프잖아?”

놀랍게도 적 흑마법사는 한쪽 팔만 날아갔다.

질병 마법과 약물이 특기라더니 아무래도 사실인 듯했다.

고통 탓인지, 분노 탓인지 적 흑마법사의 근육은 더욱 붉게 부풀었고, 그 힘으로 부서진 건물 파편을 차고 던져 약사의 직원들을 견제한 후 바로 마리를 향해 달려왔다.

“죽여주마! 개년아····!!”

당황한 마리.

안 좋은 추억이 떠올랐는지, 마리는 겁을 먹으며 주춤거렸는데, 등 뒤에 있던 올리버가 마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쭉 손을 뻗었다.

[해잇 불릿]

담담하게 쏜 증오의 탄환은 빠르게 날아가 달려오는 적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더욱 강해진 적 흑마법사는 자신 있다는 듯 히죽 웃으며 남은 한쪽 팔을 들어 막았는데, 놀랍게도 단 한 발의 탄환이 그 팔을 부수고 머리까지 꿰뚫어버렸다.

“····!!!”

수박처럼 머리가 깨진 채 앞으로 고꾸라진 적 흑마법사.

모두를 애먹인 걸 생각하면 충분히 충격적인 광경.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올리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리의 상태를 살피며 조언해줬다.

“타겟팅 속도도 좋아졌고, 해잇 불릿도 나아졌어요···. 괜찮아요?”

마리는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습니다.”

“좋아요. 그럼, 다시 말할게요. 아까 전에 좋았어요. 시전 솜씨도 속도도 좋아졌으니. 하지만, 해잇 불릿을 여러 개 만든다고 밀도를 낮춘 건 나쁜 버릇이에요. 제대로 만들었으면 아마 양팔은 물론 몸도 꿰뚫었을 텐데····. 제대로 안 만들면 의미 없어요. 알겠나요?”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처럼 올리버는 차분히 조근조근 설명했고, 마리 역시 열심히 경청했다.

시체 앞에서만 안 저랬으면 꽤나 보기 좋았을 광경일 텐데.

제임스가 부하들에게 뒷정리를 시킨 뒤, 올리버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 사이 좋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군.”

“그런가요?”

“아니, 반어법이라는 거야. 시체 앞에서 그러지 마. 소름 끼치니까.”

제임스는 그리 말하고는 허리춤에 찬 마체테로 죽은 흑마법사의 목을 잘라 가방에 담았다.

다행히 특수처리된 가방이라 피가 새지 않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올리버가 물었다.

“머리는 왜 챙기시는 거죠?”

“도미니크, 앤서니의 잔당 그 외 기타 흑마법사들 전부 일일이 잡아 죽일 수는 없잖아? 굵직한 새끼들 모가지 딴 걸 보여줘야 알아서 기지····. 뭐, 박살 나긴 했지만. 여하튼.”

“오····. 그렇겠네요?”

“넌 반응이 참 한결같다. 살면서 놀라본 적이 있냐?”

“몇 번 있습니다.”

제임스는 믿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상적인 반응이긴 했다.

“제임스 씨. 뒷정리 모두 마쳤습니다. 약물 생산 기구도 빼놨고, 쟁여놓은 장물이랑 돈도 찾았습니다.”

“좋아, 한 푼도 건드리지 말고 차에 넣어놔. 흑마법사님이랑 나눠야 하니까···. 괜찮으면 아가씨 보내서 같이 확인하지? 그게 깔끔한데?”

올리버가 마리를 봤고, 마리는 곧장 뒷정리하는 곳으로 갔다.

제임스가 다시 자기 부하에게 말했다.

“다 정리한 뒤에 경찰 나리들 불러서 적당히 마무리하고, 할 수 있지?”

“예.”

“좋아.”

물 흐르듯 마무리된 대화. 올리버는 제임스를 보고 물었다.

“그럼···. 오늘은 이게 끝인가요?”

“그렇지. 한 대 피울래?”

제임스가 담배를 물다 말고 권했다.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오늘은 생각보다 일이 별로 없네요.”

“뭐, 당연하지. 요 며칠간 내도록 싸웠으니····. 개인적으로 고마워.”

“저한테 하시는 말씀인가요?”

“네. 너한테 하는 말씀이에요. 네 덕분에 훨씬 쉽게 일할 수 있었거든, 죽은 사람도 훨씬 적고. 도와줘서 고마워. 다른 놈들은 이때 다 하며 엄청 거드름 피우는데, 넌 조용해서 좋네.”

“뭐, 저도 도움받는 게 있으니까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현재 약사의 일을 도와주긴 했지만, 결코 공짜로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올리버가 하기 귀찮은 조직의 재정비와 안정, 새로운 아지트 및 안전가옥, 필거렛 생산 시설 확장 등 여러 일을 약사가 도맡다시피 도와주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파테르교와의 협상 과정에서 빼돌린 도미니크 패밀리와 앤서니 패밀리의 서적도 대가로 받았고.

물론, 이것 중 상당수가 약사에게도 이득이 되는 거긴 하지만 올리버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마리가 돌아왔다.

“전부 확인했습니다. 노획한 생산 기구와 장물, 현금 전부 적어왔으니, 나중에 저희 몫을 받으면 될 듯합니다.”

회계사처럼 수첩에 꼼꼼히 적은 메모를 보이며 마리가 말했다.

“음····. 알았어요. 오늘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하니, 이만 돌아가 봐도 되겠습니까?”

“오, 잠깐만. 그래도 같이 싸웠는데, 그냥 가겠다고?”

“예.”

“젠장, 대답이 너무 빠르잖아? 나 싫어해? 미안하지만, 잠시만 우리 쪽에 들렸다가. 사장님께서도 널 보고 싶어 하시니.”

마리가 뭐라 말하려고 했는데, 올리버가 먼저 그녀를 말렸다.

“약사님께서요?”

“어, 그래, 할 말 있으신 거 같으니까. 괜찮지?”

“어···. 예, 상관없겠죠.”

***

올리버는 마리, 제임스와 함께 트럭을 타고 와인햄 교외에 지어진 창고를 방문했다.

란다에 납품하는 약은 전부 이곳을 거쳐 간다고 하는데, 합법적인 약은 물론, 필거렛, 수상한 정력제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덕분인지 겉보기에는 허술해 보이나 실상 적잖은 경비인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굳이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뭔가요?”

마리가 제임스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아가씨. 나는 돈 받고 시키는 대로 하는 직원에 불과하거든,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마. 마음 아프니까.”

올리버가 괜찮다고 마리를 진정시키자 그녀는 이내 얌전해졌다.

그녀는 아무래도 약사가 멋대로 올리버를 호출한 이 상황에 불만인 거 같았다.

잠시 후, 차가 멈췄다.

제임스, 올리버, 마리 순대로 내렸는데, 창고 주변에서 짐을 나르거나 경계를 하던 이들이 와 제임스와 올리버에게 인사를 했다.

“사장님은 어디 계시나?”

“저기 안쪽 창고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았어····. 따라와, 안내해 줄 테니까.”

앞장서는 제임스. 그런 제임스의 뒤를 말없이 따라갔는데, 가는 도중 마리가 올리버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

“주인님?”

“예, 마리?”

“저쪽을 한번 보시지요.”

마리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돌리자, 올리버는 한쪽에 모인 도미니크 패밀리와 앤서니 패밀리의 잔당을 볼 수 있었다.

기가 죽은 모습이긴 하지만, 포로 같지는 않았다.

“도대체 뭘까요?”

마리가 긴장하며 물었다. 그에 반해 올리버는 담담했지만.

“가서 물어보면 되죠.”

상자가 쌓인 창고 안으로 들어가 2층에 지어진 사무실에 도착했다.

창고 앞에는 매서워 보이는 사내 둘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은 올리버만 들어갈 것을 허락했다.

마리가 또 발끈하려 했지만, 올리버는 그녀를 진정시켰다.

“뭐, 상관없겠죠.”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가시죠. 흑마법사님.”

한주먹 할 거 같은 덩치가 문을 정중히 열어줬다.

그 열린 문 사이로 들어가자, 책상 앞에 앉은 약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읽고 있던 서류를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올리버를 맞이해줬다.

“와줘서 고맙네. 기다리고 있었어. 일단, 악수부터 하지.”

중년 남성과 십 대 중반 소년이 손을 맞잡았다.

“일단, 앉겠나? 마실 거 필요 없고?”

“예, 괜찮습니다.”

“뭐, 그렇다면야, 일은 안 힘들었나?”

“별로요. 적당했습니다.”

“적당?”

“예, 마리 훈련 시키기요.”

약사가 문 너머를 봤다.

“역시 그 아가씨 데려왔군. 그래서 자네 혼자 들어오게 한 거라네. 뭔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발끈해서 무섭거든.”

“아···. 죄송합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어쨌건 자주 데리고 다니는군.”

“뭐, 그냥····.”

“하하, 하긴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어쨌건 고맙다는 인사하고 싶어 불렀네. 자네 덕분에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일이 수월하네.”

약사의 말은 진심이었다.

도미니크, 앤서니 패밀리의 잔당 그 외 기타 자잘한 흑마법사 중에서도 골치 아픈 녀석이 있었는데, 올리버가 합세하자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는 알아서 몸을 사리는 수준. 덕분에 약사는 시간과 인력, 돈 등 무수한 자원을 아낄 수 있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렇네. 그래서 나도 선물을 준비했지.”

“새로운 서적이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야. 저번에 준 서적이 전부야.”

“아···. 그럼?”

“밖에 오면서 누구 보지 못했나?”

“····. 도미니크, 앤서니 패밀리요?”

“정확히는 그 잔당이지. 수장은 둘 다 죽었으니···. 참고로, 우리가 잡은 게 아니라 스스로 왔네. 보호해 달라고.”

“그런가요?”

“그래, 요즘 우리가 와인햄을 대대적으로 토벌하니···. 살기 위해서는 싸워서 이기든가, 떠나든가, 무릎 꿇어야지.”

“아···. 예.”

“저들 전부 자네에게 주겠네.”

“예?”

“저들 전부 자네에게 주겠다고 했어.”

올리버는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올리버는 저들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으니.

그걸 눈치챈 약사가 이게 얼마나 큰 결심인지 설명해 줬다.

“자네에게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나로서는 꽤 큰 걸 준거네. 만약, 저들을 받아들인다면 난 자체적으로 필거렛을 생산할 수 있어.”

“······.”

“그럼에도 자네에게 저들을 주겠다는 건 그대 패밀리와의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거네.”

얼핏 보면 대단한 선심인 거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투항한 흑마법사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널리고 널린 흔해 빠진 필거렛.

그에 반해 올리버는 비교도 되지 않는 필거렛을 만들 수 있었다. 견제가 들어올 정도로 말이다.

즉, 약사의 선심은 애당초 크게 가치가 없는 거였는데, 올리버도 말을 안 할 뿐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속셈이 가득한 약사의 감정만 봐도 말이다.

침묵하는 올리버와 그런 올리버를 바라보는 약사.

잠시 후, 약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 애당초 저 친구들이 만든 필거렛은 크게 가치가 없긴 하지만, 여하튼 자네들에 대한 내 믿음일세.”

“뭐····. 굳이 이러지 않으셔도 전 약사님께 감사합니다.”

“그런가?”

“예, 많이 도와주시는 거 압니다.”

약사의 감정에 안도가 떠올랐다.

“알아주니 다행이군···. 그런 의미에서 묻는 건데, 필거렛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할 수 있겠나?”

“뭐, 만들려면 바로 만들 수 있기는 한데, 다른 분들 연습을 시켜야 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연습이란 다름 아닌 감정을 합성시키는 것으로, 현재 올리버는 피터를 비롯한 일부 상급제자를 중심으로 이를 연습시키고 있었다.

“굳이 그러는 이유가 있나? 자네만 만들 수 있는 게 훨씬 나을 텐데.”

“일이 많아서요···.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이게 더 나을 겁니다.”

“뭐, 그렇긴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죠. 정해진 기간까지는 생산에 들어가 제때 납품하겠습니다.”

대답을 듣자 약사는 올리버 곁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이가 들어 걱정이 많아지는데, 다시 한번 약속을 확인할 수 있겠나?”

“·····. 약사님께서 패밀리의 뒤를 봐주고, 보호해주며, 생산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오직 약사님과 거래하는 것요?”

“그래, 이런 말 하긴 쑥스럽지만, 자네와 좋은 관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거든. 가능하다면 평생 말이야.”

올리버는 말없이 약사의 손을 봤다.

그렇게 침묵이 길어지고, 긴장이 팽배해질 때 손을 맞잡았다.

“예,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제가 여기 있는 동안은요.’

올리버가 마지막 말은 의도적으로 생략하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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