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손님 (3)
평화롭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때.
약국에서 근무 중이던 약사는 혹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며 겸사겸사 자신의 ‘부업’을 살펴봤다.
부업이라곤 해도 이쪽 수입이 훨씬 컸지만 말이다.
“으흠····.”
약사는 근래 급속도로 늘어난 주문량을 보며 신음했다.
이 일에 종사한 지 평생이라고 해도 좋을 시간이 흘렀지만, 이 정도로 호황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성애와 분노를 합성 시켜 만든 필거렛은 안식을 넘어 마음속 분노까지 치료해줬기에 여기저기서 주문이 밀려들었는데.
기존 거래처를 넘어 새로운 거래처까지 손을 내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어떤 곳은 아예 웃돈을 얹어 줄 테니 자신들에게만 팔라고 할 정도····.
물론, 이런 오만한 제안은 전부 거절했지만, 어찌 됐건 이는 좋은 이야기였다.
상품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한 수익을 넘어 사업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거니.
허나, 그럼에도 약사가 마냥 기뻐하기 힘든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늘어난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릴 수 없다는 거였고,
두 번째는 이 눈부신 성과가 자신의 수완이 아닌 한 소년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거였다.
삼류 사업가라면 그저 돈을 많이 번 것에 기뻐하겠지만, 일류는 아니었다.
성과란 무릇 자신의 능력으로 이뤄야만 가치가 있는 것.
우연히 얻은 행운은 언제든 우연히 사라질 수 있는 법이었다.
만약, 올리버가 갑작스레 사라진다면 현재 유통 중인 필거렛은 단종 될 터였고, 그만큼 약사의 명성과 신뢰는 떨어질 게 뻔했다.
그렇기에 약사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이 행운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몰랐으니 말이다.
“흐음····. 친해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군.”
그렇게 약사가 합성 필거렛의 안정적 생산을 고민할 때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온 것이다.
“안녕하신가?”
머리가 벗겨진 중년 사내가 들어오며 말했다.
얼핏 보면 배 나온 아저씨에 불과했지만, 그 분위기가 남달랐다.
능글맞으면서도 무엇인가 묘한 위압감이 있달까?
“해리 경감님께서 여기 어쩐 일입니까?”
“점심을 잘 못 먹었나, 속이 영 더부룩해서····. 소화제 좀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겠나? 약사 선생?”
약사는 바로 카운터 한쪽에 마련된 기계 앞으로가 레버를 당겨 소화제 한잔 받았다.
그리고는 해리 경감에게 내밀었다.
“고맙네.”
“도시를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에게 영광일 뿐이죠.”
소화제가 든 컵을 건네줄 때 해리 경감이 몸을 앞으로 숙여 작게 속삭였다.
“반딧불이 나타났습니다.”
“····. 반딧불이 이 도시에 나타난 적이 있나?”
“없죠. 하지만 어제 나타났습니다.”
해리 경감은 상체를 다시 당기고는 소화제를 벌컥벌컥 마셨다.
“캬····! 맛도 좋다. 이것 먹으려고 일부러 속이 안 좋아지는 거 같다니까.”
“한 잔 더 드셔도 됩니다.”
“아, 그러면 미안한데····. 돈도 안 내는데.”
“괜찮습니다.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인데.”
“그렇다 해도 돈은 내야죠. 무슨 일을 하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지. 그것이 옳은 거죠.”
갑자기 끼어든 제3의 목소리.
약사와 해리 경감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문 쪽으로 한 아름다운 여성이 거한을 대동한 채 서 있었다.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거지?
여성이 다시 말했다.
“물건을 사용했으면, 마땅한 값을 치러야지요.”
“아가씨께서 누군지 모르지만,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얼마 하지 않는 겁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질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약사는 몇 마디 대화를 통해 그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굽히지 않는 외골수.
딱 하나만 알고, 그게 세상의 진리인 줄 아는 그런 족속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존재는 몇 안 됐다.
약사는 슬쩍 해리 경감을 보며 무언으로 묻자, 그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하, 아가씨 말씀이 맞군요. 천 란다입니다. 경감님.”
약사의 말에 맞춰 경감이 낡아빠진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자리를 뜨려 했는데, 여자가 경감의 앞길을 막으며 물었다.
“그런데 여긴 왜 오신 거지요?”
“그건····.”
“원래 이 동네 사람들은 이곳에 자주 찾아옵니다. 약이 필요하거나, 잠시 말동무가 필요한 사람, 혹은 잠시 쉴 곳이 필요한 분들이요····. 작은 동네지 않습니까?”
약사가 끼어들며 말하자, 그녀는 잠시 경감과 약사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길을 비켜줬다.
“실례했어요.”
“···. 아니오. 약사 선생. 장사 잘하시오.”
해리 경감이 떠났고, 약국에는 약사와 웬 정체불명의 여자, 거한만 남게 됐다.
서로 말없이 바라봤는데, 이윽고 자료를 다 읽은 뒤 정리하며 약사가 물었다.
“무슨 필요한 것이라도····?”
여성은 또각또각 걸어오며 말했다.
“예, 도움이 필요해서.”
“무슨 약이 필요하신지?”
“필요한 건 약이 아닙니다.”
“오····. 그럼?”
“전 요안나. 파테르교 셀랜드 지부에서 나온 성기사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잠시 대화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
약사는 표지판을 문에 잠시 건 후, 성기사 요안나를 휴식공간으로 안내했다.
“이런 의자가 단 두 개뿐인데, 거기 신사분은···?”
요안나를 따라온 거한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군. 혹시 마실 거라도? 소화제가 의외로 그냥 마시기도 괜찮은데? 아가씨께선, 아아, 아가씨가 아니지····. 기사님이라고 불러 들려야 하나? 아니면 요안나 경이라고?”
“요안나라 부르시죠. 그리고 마실 것은 괜찮습니다.”
대답을 들은 약사는 자리에 앉았다. 비좁은 공간이라 생각 외로 자리가 가까웠다.
“미안하오. 원래 혼자 쉬는 공간이라···. 그런데, 파테르 교에서 오신 분이 어찌 날 찾아오셨는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아아, 얼마든지 말씀해주시오. 사악한 악으로부터 인간계를 수호하시는 분들인데, 내가 도움이 된다면야 얼마든지···. 다만, 20분 내로 끝내주셨으면 하오. 가게를 운영하며 20분 이상 문을 닫아 본 적이 없어서. 내 작은 자랑이요.”
“그러도록 노력하죠. 우선, 첫 번째로 여쭤볼 것은 본명이 도널 매슨 맞나요?”
“그렇소. 요안나. 하지만 그냥 약사나 약사 선생이라고 부르시오. 다들 날 그렇게 부르거든.”
“이곳 와인햄에 약국 다섯 개와 건물 땅을 보유한 유지(有志라고 하던데, 맞으신가요?”
“약국도 맞고, 땅과 건물도 맞소. 돈이 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유지라고 하긴 약간 민망하오.”
“명망이 높으시던데요?”
“여기저기 돈이 필요한 데 기부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이오. 같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대단하십니다. 자신의 것을 베푸는 관용. 전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고맙소. 아버님의 가르침이오. 성실 근면하게 생활해 재산을 지키되 베풀 줄 알라고.”
“훌륭하신 분이군요.”
“그렇소. 그런데 이건 왜?”
“아, 그저 수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도시의 최소한 정보를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수사?”
“예.”
“으음····. 괜찮다면 무슨 수사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이 도시는 보시다시피 조용한 도시인데 말이오.”
“예, 조용하죠. 너무. 하지만, 이런 곳일수록 의외로 악이 싹트기 좋거든요.”
“성기사께서 오신 거면 보통 사안이 아닐 거 같은데, 혹시 악마 숭배자라도 찾은 거요?”
“죄송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기밀 사항이라····. 그보다 제가 질문 좀 더 해도 될까요?”
“아, 미안하오. 내가 대답해야 하는데····. 말씀하시오.”
“무례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 이 도시는 낙후되어 가고 있는 거 같더군요.”
“뭐····.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가 없구려. 사실이 그렇지.”
“그런데도 재산을 처분하지 않고 이곳에 남은 데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글쎄····. 질문의 저의가 뭔지 먼저 대답해 줄 수 있겠소?”
“아, 그저 제가 이 땅으로 오기 전 들은 것과 달라서요. 셀랜드는 가장 빠르게 번영하고 있는 땅. 모두가 기회를 찾아 란다로 모이고 있다고 하는데, 약사 선생님께선 그러지 않으셔서 혹여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만약, 대답하기 민감하신 주제라면 괜찮습니다.”
“아니오. 아니오. 그 정도까지는 아니오. 말씀드리자면 여러 이유가 있소. 보시다시피 난 나이가 적지 않다오. 제값도 받기 힘든 재산을 처분해 란다 같이 북적이고, 생소한 땅으로 가기가 좀 그렇소. 무엇보다···. 난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이 좋소.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려 있거든. 그래서 이 땅에 머무는 것이오.”
“그래도 이렇게 무리하게 버티면 유지비가 더 들지 않나요.”
“사실이오. 하지만, 란다 쪽에 아버지와 학교 쪽 친분이 있는 이들이 있어 도움을 받고 있소. 우리 쪽에서 약을 사주고, 또 괜찮은 투자처도 알려주지. 레스토랑, 극장 같은데. 덕분에 그럭저럭 먹고 산다오···. 대답이 됐는지?”
요안나라는 여인은 사파이어처럼 푸른빛이 도는 눈으로 약사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됐습니다···. 시간이 됐으니 이만 일어나 보죠. 귀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의 말씀. 도움이 됐다니 기쁘오.”
약사는 직접 요안나를 배웅해주며 잠가 놓은 문을 열어 주었다.
“잘들 가시오.”
“예···. 아! 말씀드릴게요.”
“무엇을 말이오?”
“제가 여기 온 이유요. 약사 선생님은 믿을만하신 분인 것 같으니까요.”
“중요한 것이면 괜찮소.”
“아뇨, 사실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와 제 동료들은 마약을 유통하는 흑마법사를 찾으러 왔습니다.”
“···. 마약?”
“예, 필거렛이라고 사람을 쥐어짜 만든 끔찍한 마약이죠. 근래 이곳에서 심각한 마약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답니다.”
“아하, 그렇군···. 그런데 이상하오.”
“뭐가요?”
“그런 마약이라면 란다에서 더 심하게 유통될 텐데, 굳이 여기에 보낸다니 말이오···. 뭔가 비효율적이구려.”
요안나의 그림 같은 얼굴이 작게 움찔했다.
“·····. 정의를 행하는 것은 효율을 따질 것이 아니니깐요.”
“그렇군. 옳은 말 같소···. 정의라. 꼭 성공하기 빌겠소.”
***
와인햄 외곽에 위치한 공동묘지.
그곳에 은밀하게 설치된 지하실에서 작지만 큰 소란이 일어났다.
“빨리 챙겨라! 빨리!”
앤서니 패밀리의 주인 앤서니가 자신의 하급제자들에게 조용히 재촉했다.
고함소리에 하급제자들은 쩔쩔매면서도 서둘러 금고에서 돈을 꺼내 ‘먹보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었다.
사람의 인피와 이빨, 탐욕의 감정으로 만든 흑마법 아이템. 몇 배가 되는 짐을 넣을 수 있는 유용한 물건이었다.
앤서니가 물었다.
“아직도 덜 담았나?”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돈이 너무 많아.”
“끙···!”
앤서니는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버란 놈과 거래하며 근래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는데, 오죽하면 금고를 하나 더 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복하기 그지없었지만, 지금은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더 화가 나는 점은 그걸 앎에도 버릴 수가 없다는 거였다.
앤서니가 다시 재촉했다.
“더 빨리 담아라. 더 빨리.”
그때, 쥐를 통해 밖을 감시하던 중급제자가 소리쳤다.
“주인님! 정체불명의 외부인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뭐?!”
앤서니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약사에게서 반딧불(성기사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숨을 준비를 했는데. 놈의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빌어먹을 놈들. 쓸데없이 부지런하기는····. 중급제자는 상급제자와 시야를 공유하고, 상급제자 너희는 준비한 흑마법을 발동시켜라.”
그 말에 맞춰 대기하고 있던 상급 제자들이 양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았다.
중급제자는 바로 상급제자의 어깨에 손을 올려 시야를 공유했다.
얼마 있지 않아, 쥐의 눈을 통해 상급제자는 바깥 상황을 볼 수 있게 됐다.
침입자는 열댓 명.
대형을 갖췄으며 각각 냉병기와 열병기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척 봐도 전문적으로 합을 맞추는 놈들 같았다.
바깥 상황을 확인한 상급제자들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흑마법을 사용했다.
[리바이브]
주문을 영창하자, 묘지 주변에 심어놨던 시험관이 미리 준비한 마법진과 반응하며 생명력을 토해냈다.
뿜어져 나온 생명력은 주변에 불규칙하게 매장되어 있던 시체들을 다시 되살렸는데, 그 수가 수십은 족히 됐다.
허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상급제자들은 다시 주문을 외었다.
[오브잭트 해잇] [버닝 라이프] [테러블 앵그리]
주문과 함께 반응한 마법진은 시험관에서 감정을 토하게 했고, 감정은 멍하니 서 있는 시체들에게 증오와 폭발적인 힘을 선사했다.
시체들은 전부 [오브젝트 해잇]의 타겟인 침입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생명력을 불태우며 달리는 덕분에 그 속도가 상당했다.
허나, 상대 역시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니었다.
[홀리 라이트]
갑자기 진영 내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지더니, 달려드는 좀비들을 일제히 멈춰 세웠다.
좀비들은 선 채로 불타며 괴로운 듯 쇳소리 같은 비명을 질렀는데,
그 사이 침입자들은 규격 외의 거대 총과 도끼, 검으로 좀비를 소탕해 갔다.
“주인님····?”
“보고 있다. 돈은 다 챙겼느냐?”
“이제 거의 다 챙겼습니다!”
하급 제자들이 산더미처럼 모은 먹보 주머니를 옮기며 말했다.
진작 약사의 말대로 돈을 보관할 방법을 찾을걸. 괜스레 후회가 밀려왔다.
“시간을 끌어라. 다시 한번 시체들로 공격해.”
“소용없을 텐데요?”
“상관없다. 시간만 끌면 충분해···. 그리고 너희는 그걸 가져와라.”
“그거라 하시면?”
“그래 그거. 가만 생각하니 그냥 도망치는 건 억울해서 안 되겠다. 제아무리 성기사라고 해도 조작계열 흑마법사의 영토를 함부로 침입하면 안 되는 걸 가르쳐 줘야겠다.”
말뜻을 이해한 상급제자들은 다시 한번 시체를 되살려 강화한 후 공격했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파훼했는데, 이로써 앤서니는 확신했다.
성기사라해도 좀비를 단숨에 소멸시킬 존재는 없다는 걸.
하긴 그건 꽤 수준 높은 단계였으니까. 약사의 말에 따르면 새파란 계집. 그 정도 실력을 못 쌓았겠지. 쌓았다면 천재일 거고.
“주인님 묘지에 설치한 감정과 생명력을 다 소진했습니다.”
“침입자 입구로 진입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다급한 목소리. 그때,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가져왔습니다.”
중급제자들이 낑낑대며 가져온 것은 몹시도 커다란 관으로 흡사 거인이 사용할 법한 물건이었다.
혹시 모를 전쟁을 대비해 만든 물건.
“돈은 다 챙겼느냐?”
“예, 다 챙겼습니다. 주인님.”
“그거 가지고 말한 장소로 이동해라. 너희도.”
한 상급제자가 말했다.
“예? 하지만····.”
“방해되니 비키라 하는 거다.”
앤서니의 말에 결국 제자들 모두 비밀 통로로 도망쳤다.
저마다 돈이 꽉 든 먹보 주머니를 울러 멨는데, 앤서니는 차분히 침입자를 기다렸다.
최소한 저들 역시 피를 봐야 흑마법사로서의 자신의 자존심이 회복될 것 같기에.
잠시 후,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나타났다.
“저기 있다!”
그와 함께 총구 화염과 함께 총알이 날아왔다.
[미트 실드]
앤서니는 한 패밀리의 우두머리답게 시체로 가볍게 막았다.
경우에 따라 블랙 실드보다 더 효과적이었는데, 그 직후 대량의 감정과 생명력을 추출했다.
[리바이브] [오비디언스] [버닝 라이프]
그와 함께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던 거대한 관이 요동치며, 쾅 거리는 강력한 소리에 맞춰 무엇인가 일어났다.
그것은 여러 개의 시체를 엮은 시체 골렘이었다.
“캬르를르르를르를를―――――!!
“캐륵―!
”으으으엉·····!“
”어으어어····.“
거대한 가운데 머리와 그 주변의 여덟 개의 머리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같이 울어댔다.
앤서니의 손짓대로 시체 골렘은 일어섰는데, 오랫동안 굳어있던 관절이 뚜두둑-! 뚜두둑-!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여러 개의 팔로 엮은 거대한 여섯 쌍의 팔들은 제각기 망치와 칼, 도끼 등이 달려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 용기를 꺾는 듯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이 덩치에 저 좁은 복도면 피하기도 마땅치 않을 테지.
앤서니는 시체 골렘에게 침입자를 해치우라고 명령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시체 골렘이 달려갔다.
그사이 자기는 유유히 빠져나가려 했는데, 그때,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레스트 인 피스]
묘지에서 봤던 것보다 더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이 멀 것만 같았는데.
그와 함께 심혈을 기울어 만든 시체 골렘이 말 그대로 한 줌의 재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었다.
”·····!!!“
시체 골렘이 재로 변해 사라지자 복도 끝에 보이는 한 여성이 보였다.
현실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는 롱코트를 걸치고, 한 손에 원형 방패, 다른 한 손에는 메이스를 들고 있었다.
앤서니는 두려움을 느끼며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섬광처럼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 코앞까지 도달했다.
”그대의 죄를 사하노라“
그 말과 함께 앤서니의 눈에 메이스가 보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