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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17화 (17/633)

17. 폭풍 (1)

해가 진 저녁 시간 때.

와인햄의 한 도로에 거대한 6륜 트럭이 달리고 있었다.

란다와 와인햄을 오가며 물건을 나르는 이 트럭은 크기가 크고, 튼튼했는데, 거기다 짐칸을 개조할 수도 있어 편의에 따라 짐 트럭, 혹은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수송 트럭으로도 이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금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올리버를 포함해 하급제자 몇몇이 이 트럭에 타고 있었다.

“이미 설명은 들었겠지만, 다시 한번 설명한다! 지금 우리가 싸우러 가는 상대는 마법사다!!”

트럭 짐칸. 가장 앞에 선 사내가 말했다.

사내는 약사의 부하인 직원A로 어깨에는 기관단총 T-시리즈를 메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끌려온 하급제자들은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모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싸우러 간다니? 그것도 마법사라니?

앞에 선 직원A가 그들의 반응을 보곤 말했다.

“이런, 씨···. 아무 이야기도 못 들은 거야?”

하급제자 중 누군가 말했다.

“싸우러 간다니 그게 무슨 이야기죠?”

“들은 대로야. 너희를 포함해 우리 모두를 습격한 놈들이 있잖아? 란다에서 온 떨거지들인데, 개중에 마법사가 몇 마리 섞여 있다.”

“말도 안 돼···. 마법사가 여기 왜 와? 그놈들 모두 엄청 부자잖아?”

“그러게····. 이, 이건 뭐가 잘못됐어. 잘못됐다고.”

“어떻게 갑자기 말도 안 하고···.”

“신이시여 맙소사···.”

하급제자들은 하나둘 웅얼거리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그래도 명색에 흑마법사가 이러는 게 꼴불견일 수 있지만, 이들 나이가 대부분 16~19살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더욱이 흑마법도 쓸 줄만 알지 실제 전투에 이용하는 데는 실력이 모자란 감이 있었다.

허나, 직원A는 그 어느 정도도 해주기 싫은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들 닥쳐! 그래도 흑마법사라서 대우 좀 해주려고 했는데 병신처럼 뭐라고 꿍얼거리는 거야? 이미, 너희 보스와는 이야기가 다 끝났어! 살고 싶으면 우리와 같이 싸워! 알았어?!”

다들 기가 꺾인 듯 침묵했다.

단 한 명 올리버만 빼고, 그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 뭐야?”

“마법사라는 게 구체적으로 뭐죠?”

인상을 찌푸리던 직원A는 표정을 풀더니 바보라도 본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오죽하면 다른 하급제자들을 보며 ‘이 녀석 뭐야?’라고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다들 어깨를 으쓱이자, 직원A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마법사는 마법을 쓰는 놈들이야. 흑마법 말고, 오리지널 진짜 마법···. 씨발 이걸 내가 왜 설명하고 있는 거지?”

오리지널? 진짜 마법? 올리버가 이에 대해 질문하려 할 때, 다른 하급제자 하나가 끼어들었다.

“근데, 정말 마법사 맞아요? 아니, 그렇잖아요? 마법사가 왜 여기 와서 우리에게 싸움을 걸어요?”

“몰라. 나도 그냥 들은 대로 이야기한 거야. 어찌 됐건 상대측에 마법사가 있다고 하고, 그래서 너희를 데려가는 거야.”

아직도 마법사가 뭔지 아직 알 수 없었으나, 동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직원 A가 말하다 말고 앞쪽 구석에 있던 나무 상자를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권총과 나이프가 들어있었다.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너희들은 아직 화력이 부족하다고 무기를 준비해주래서 급하게 준비했어. 다들 하나씩 들어.”

앞에 있는 녀석들 순서대로 총을 들었다. 더 강해 보이는 총을 쥐기 위해 자기들끼리 작은 투덕거림도 일어났다.

올리버는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그 광경을 지켜보며 옆에 있는 피터에게 조용히 질문했다. 참고로, 피터는 몹시 긴장한 상태였다.

“마법사가 오리지널이고, 진짜 마법이라는 게 무슨 뜻이죠?”

피터는 진심이냐는 눈으로 올리버를 봤다. 하긴,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속 좋게 이런 질문이나 하면 그렇겠지.

“····. 말 그대로야. 흑마법은 마법을 보고 흉내 낸 일종의 아류작이거든.”

호····. 올리버는 놀라웠다.

자신이 보기에는 충분히 강하고 아름다운 흑마법이 마법의 아류작이라니. 더 알고 싶었다.

“더 말씀해주세요.”

“···. 이 상황에 그게 궁금해? 곧 싸우러 가는데? 잘못하면 전부 죽을 수도 있어. 죽는 게 안 무서워?”

“아뇨, 죽는 건 무서워요.”

진심이었다. 올리버 역시 죽는 건 무섭고, 아픈 것도 사절이었다.

허나, 그보다 흑마법과 감정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것뿐이었다. 흡사,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그렇기에 피터는 더더욱 올리버에게 경악했다.

“너 진짜····. 대단하다.”

“고맙···. 습니다? 그럼, 대답은?”

그때였다. 차가 멈췄다.

그와 함께 어서 내리라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는데, 올리버와 피터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수밖에 없었다.

피터가 내려가는 길에 대답했다.

“만약, 내가 안 죽고 살아 돌아가면 얼마든지 대답해 줄게.”

“음····. 예, 알았어요.”

***

트럭에서 내리자 다른 트럭에서 내리는 상급, 중급제자들이 보였다.

앤드루와 같이 있어서 그런지 그들은 하급제자들과 달리 매우 여유 있어 보였다.

그들 외에도 산탄총과 자동소총, 야구방망이를 든 갱 스무 명과 처음 보는 흑마법사 무리가 보였다.

피터는 저들을 보고 앤서니와 도미니크 패밀리라고 올리버에게 설명해줬다.

“다른 패밀리요?”

“그래, 와인햄에 우리 말고도 두 개 패밀리가 더 있거든. 저기 저쪽이 앤서니 패밀리고, 저쪽이 도미니크 패밀리야. 각각 조작과 질병 계열이 특기지.”

올리버가 트렌치코트 차림의 남자와 가죽 작업복 차림의 남자를 봤다.

“조작과 질병요?”

“아, 너는 아직 안 배웠나? 조작은 사람이나, 동물, 시체를 조종하는 거고, 질병은 신체를 강화 약화시키는 거야. 대략적으로는 그렇지.”

올리버는 여기서도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는 사실에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조작이나 질병이 뭔지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허나, 앤드루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들리지 않았지만, 뭔가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한쪽에서 웅얼거리는 대화 소리가 들렸다.

“정말 마법사인 거 같은데? 아니면 이렇게 3개 패밀리가 모일 리 없잖아?”

“약사 쪽에서 도움을 요청해서 그런 거 아닐까?”

“글쎄·····?”

“난 솔직히 그냥 위험한 임무만 안 맡았으면 좋겠어.”

다들 겁을 집어먹었는데, 그때, 대화를 마친 앤드루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다가오자마자 가지고 있던 시험관을 열어 모두에게 흑마법을 걸었다.

[엿듣는 귀] [속삭이는 입]

가느다란 검은빛이 모두의 입과 귀로 들어갔다.

“이, 이건···?”

“걱정하지 마. 혹시, 급하게 전달해야 할 말이 있을 때를 대비해 준비한 거뿐이니까. 여차하면 이걸로 나한테 말을 전해.”

“““오오····.”””

몇몇이 감탄했다. 하긴, 조셉의 수제자이자, 패밀리의 2인자인데.

앤드루가 간략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오는 길에 다들 들었을 테지만, 지금 우린 싸우러 갈 거다. 얼마 전 우릴 습격한 습격자들과.”

하급제자 중 하나가 조심히 손을 들었다.

“저, 정말 마법사와 싸우는 건가요?”

앤드루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에 모두 긴장했다.

“····. 그래.”

“아아····.”

겁에 질린 듯 새어 나오는 목소리 그때, 앤드루가 강하게 말했다.

“전부 겁먹지 마라! 약사 쪽에서 마법사가 있다곤 했지만, 셋뿐이라 했다. 그리고 그 셋조차 마탑에서 쫓겨난 떨거지고. 그러니 겁먹을 필요 없어. 그 외에는 그냥 란다에서 온 양아치들과 이곳에서 끌어모은 3류 갱들····. 그런 데 반해 이쪽은 수는 배는 많고, 세 개의 흑마법사 패밀리가 뭉쳤어. 그러니 절대 질 리가 없지.”

앤드루의 자신만만한 말에 하급제자들의 표정은 한결 풀렸다. 거기에 앤드루가 못을 박았다.

“더욱이 앤서니 패밀리가 이미 쥐들을 풀어 적들의 아지트를 파악한 상태다. 병력이 얼마인지, 어디어디 함정이 있는지 다 알아냈지. 이미 다 이긴 싸움. 너희는 그저 시키는 대로 가서 엄호만 해주면 돼.”

“시키는 대로? 혹시, 앤드루 님은 안 가십니까?”

“안 가는 게 아니라, 너희랑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지.”

앤드루가 허공에 검은빛으로 간략한 약도를 만들었다. 약도는 이곳 외관에 폐쇄된 공장지대를 본뜬 거였다.

“여기 이 공장이 놈들의 아지트. 너희는 저쪽 놈들이랑 같이 정문으로 가서 시선을 끌어주면 돼.”

“그럼, 앤드루 님은?”

“나는 이 녀석들이랑 같이 후문으로 투입해 적의 뒤를 친다. 양동작전이라는 거지. 마법사는 분명 상황을 지켜보다 움직일 테니, 우리가 뒤를 먼저 잡아 기습한다. 화력을 일제히 쏟아부으면 마법사도 꼼짝 못 하고 죽겠지.”

즉, 가장 골치 아픈 마법사를 앤드루가 맡는다는 거였다.

하급제자들은 다들 아닌 척했지만, 얼굴이 밝아졌다.

마법사들을 앤드루 상대해주면 자신들의 생존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거니.

앤드루가 그 속을 뻔히 안다는 듯 물었다.

“그래, 이제 좀 낫나?”

“아, 예, 예.”

“그래도 너희만은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 녀석을 붙여줄게. 모두 내 말이라 생각하고 잘 말들어.”

앤드루가 옆에서 있던 동료 상급 제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동 대답했다.

“““예!”””

상급제자1이 하급제자를 이끌고 이동하려는데, 앤드루가 올리버의 어깨를 잡았다.

“넌 나랑 같이 간다.”

“예?”

피터가 물었다.

“왜? 이쪽 전력, 그것도 상급을 줬으니, 너희도 한 명 줘야지. 그나마 가장 쓸모있는 건 이 녀석이니까. 무슨 문제 있나?”

피터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논리적으로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앤드루의 눈이 무섭기도 무서웠기에.

앤드루가 올리버에게 물었다.

“왜 따라오기 싫나?”

“····. 아뇨. 명령이시라면.”

“좋아···. 그럼, 너희는 저쪽에 가. 너희가 진입해 어느 정도 가면 우리도 갈 테니. 자, 어서 움직여.”

***

정문 조의 인원은 대략 삼십. 대다수가 총이나 칼, 몽둥이로 무장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화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재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지금 앤서니 패밀리가 준비하는 흑마법이 그러했다.

그들은 어디선가 비쩍 마른 개를 세 마리 가져오더니, 시험관에서 감정을 축출해 흑마법을 걸었다.

[파이팅 스피릿] [오비디언스]

그러자 며칠 굶어 골골대던 개는 화가 난 듯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는데, 동시에 훈련받은 개처럼 사람의 통제에 따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앤드루가 다 안다는 듯이 중얼댔다.

“‘파이팅 스피릿’은 대상의 투쟁심을 끌어내는 거고, ‘오비디언스’는 복종시키는 일종의 정신지배. 저렇게만 되면 빌빌대던 개도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지·····. 뭐, 나라면 ‘오브잭트 해잇’을 썼겠지만, 타겟팅할 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나?”

다들 그 말을 이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잠시 후, 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가죽 작업복을 입은 도미니크 쪽 흑마법사가 앤서니의 개에게 다시 흑마법을 거는 거였다.

[라이프 론] [머슬업]

그와 함께 개는 크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빵 반죽처럼 몸이 부푸는가 싶더니, 털이 빠지고 그 아래 시뻘건 피부가 급속도로 팽창한 것이다.

아니, 피부가 아니었다. 급격하게 성장한 근육과 뼈가 피부를 찢고 나온 거지.

어느새 팽창을 마친 개는 개를 닮은 다른 생물로 변했는데, 시전자들은 목표한 바를 이룬 것인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리버는 그 광경을 꽤나 흥미롭게 봤다.

흑마법을 단순히 쏘는 것이 아닌, 저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

뭣보다 중첩 효과로 더욱 큰 시너지를 내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저런 식으로 했다간 대상자가 부작용으로 망가진다는 게 아쉬웠다. 더 개선할 수 있을 텐데 왜 안 하는 거지?

정문 조가 손을 흔들어 진입할 것을 알렸다.

앤드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후문으로 침투할 준비를 했다.

크르르으으으릉 컹―!

크르르릉 컹―! 컹―!

콰르르르르륶―――!

정문 조가 골목을 따라 공장 정문으로 향했다.

잠시 후, 파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푸른빛 섬광이 보이더니, 비명소리, 총소리가 차례대로 울려 퍼졌다.

앤드루는 잠시 그 광경을 구경하더니 천천히 발을 떼며 말했다.

“자, 그럼, 고기 방패가 저쪽으로 갔으니 우리도 움직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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