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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귀무쌍-96화 (96/110)

96화 고기 방패 (3)

장강수로채의 지하 감옥에 한 죄수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서림(徐林).

원래 자채의 십두 계급에 있던 수적이었다.

그는 따로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림이 열 명을 거느리는 십두 계급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읽고 쓸 줄 알며 언변과 각종 행정 업무에 능하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세 치 혀가 일품이라며 붙여진 ‘세치’라는 호가 이름보다 더 많이 불렸겠는가.

서세치. 심지어 그는 죄수 명단에도 이런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

‘……나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동안 행정 업무를 보며, 서세치는 수많은 돈들을 스리슬쩍 빼돌려 자신만 아는 비밀 공간들에 분산해서 감춰 두었다.

또한, 서세치는 수감되는 과정에서 자신을 심문하는 이들에게 은근슬쩍 횡령 금액의 크기를 말해 주었던 적이 있다.

‘내가 죽으면 그것들은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이지. 그러니까 그 돈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아낼 때까지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그러니 적당한 시기가 오면 못 이기는 척, 숨겨 둔 금액의 절반 정도를 타협안으로 제시해야지.’

애초에 심문에서 밝힌 횡령 금액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액수였다.

그것의 절반을 제시하여 자유가 된다면 실제 횡령금 총액의 칠 할 정도는 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봤자 멍청한 수적 놈들 아닌가. 제까짓 까막눈 놈들이 분식회계라는 것을 어찌 알겠어. 내가 장부에 칠해 놓은 분만 해도 여인네 백 명을 화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세치는 뒷배를 믿고 있기도 했다.

그동안 관아에 꾸준히 바쳐 온 뇌물들이 있으니 곧 반응이 올 것이다.

‘부윤은 물론이요 그 밑의 제할들에게까지도 솔찬히 약을 쳐 놨으니…… 나를 죽였다가는 정말로 후환이 클 것이야.’

서세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비좁은 감옥에 갇혀 수갑과 족쇄를 차고 있는 동안에도 태연하게 있을 수 있었다.

……한 사흘 정도까지는 분명 그랬다.

‘근데 왜 아무도 안 와?’

뱃가죽이 등가죽에 가 붙을 것 같다.

목은 까끌까끌한 모래를 몇 줌 삼킨 듯, 마르다 못해 쓰라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서세치는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약속했던 사흘이 지나면 간수가 와서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그래. 오냐. 버틴다. 사흘 딱 버텨 본다. 내가 내놓나 봐라 어디.’

서세치는 오기와 독기를 섞어 품었다.

그리고 간수가 와서 협상을 하려 들면 도도하게 튕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나흘이 지나고 닷새가 지나자 서세치의 마음은 바로 뒤바뀌었다.

‘나, 나를 까먹은 거 아니야?’

수적들은 무식하다.

그래서 어쩌면 죄인을 심문해야 한다는 사실조차도 까먹었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채주가 바뀌었지. 그러면 처리해야 할 일도 무척 많을 거고…… 그 과정에서 범죄자를 심문하는 걸 잊어먹었을 수도 있잖아?’

생각이 많아지자 겁이 덜컥 난다.

혹시 채주가 뒤늦게 깨달았을 때, 자신들은 이미 굶어죽고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서세치는 부지런히 창살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무나 좋으니까 제발 좀 오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엿새, 이레가 지나도 반응은 없었다.

서세치를 비롯한 죄수들은 공포에 잡아먹힌 지 오래였다.

“이봐! 우리 여기에 있어! 까먹은 거야!? 내, 내가 해 먹은 돈이 얼만데 그걸 까먹어! 횡령금 환수 안 해!? 어!? 돈 필요 없냐고 너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목마르고 배고프고 어두워서 시간 감각도 없다.

갇힌 지 이레가 아니라 몇 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흐레가 되었을 때.

서세치는 간수의 뒤를 따라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읏-”

강렬한 햇빛이 눈알을 태우는 것 같다.

서세치를 비롯한 죄수들은 일렬로 묶인 채 눈 내린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낡은 목재 건물 하나가 보였다.

<도살장(屠殺場)>

축사와 붙어 있는 초막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서세치를 비롯한 죄수들의 표정이 불안으로 물들었다.

장소에서부터 불길함이 느껴진다.

죄인 심문을 왜 이런 곳에서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뒤에 있는 간수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창끝으로 등을 쿡쿡 찔렀다.

“일렬로 서서 들어가라.”

간수들의 무미건조한 말에 서세치는 몸을 한번 파르르 떨었다.

그때.

“엇!?”

서세치는 반가운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죄수들을 호송하던 간수들 중 하나.

그는 축채에 있던 십두들 중 하나로 한때 서세치와 의형제를 맺은 적도 있던 방대랑(方大郞)이었다.

“이, 이보게 방일이! 여기야! 나 여기 있어! 서림일세!”

“……?”

방대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윽고, 그의 두 눈망울이 반가움과 놀람으로 촉촉해졌다.

“세치 형!”

“방일이!”

두 친구는 선 자리에서 반가움의 해후를 나누었다.

서세치는 곧바로 아양을 떨었다.

“이보게 방일이. 자네는 늘 매사에 올곧고 청렴결백하더니만 역시 숙청에서 살아남았군. 역시 인생은 자네처럼 살아야 해. 이 못난 형은 잔돈푼에 눈이 멀어 이 모양 이 꼴일세. 아우 보기에 면목이 없으이.”

“아이고, 형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아휴, 참…….”

방대랑은 서세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 한다.

뭔가 도와주고는 싶지만 죄인과 간수의 처지인지라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세치는 방대랑의 그런 기미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방 아우, 내 솔직히 말함세.”

“예 형님. 말씀하십시오.”

“자네도 처지가 참 난감하겠지. 잘 알고 있네. 나를 도와주고는 싶지만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신분의 차이가 이렇게 나 버렸는데 어쩔 수 있겠는가. 나도 이해하네. 다 이해해.”

“…….”

서세치의 말에 방대랑은 눈을 질끈 감음으로써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런 방대랑의 표정을 보고 서세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래도 방 아우. 자네가 명색이 간수인데, 잘 생각해 보면 뭔가 나를 도와줄 만한 것이 있지 않겠는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말일세.”

“…….”

“응? 방 아우. 제발 부탁이네. 풍전등화와도 같은 이 형의 상황을 가엾게 여겨 은혜를 베풀어 주시게. 제발. 응? 자네 잊었는가? 제수씨가 셋째 가졌을 때 말이야. 그때 자네가 술에 취해 퍼질러 자는 동안 내가 빗속을 뚫고 가서 돼지 내장 삶은 걸 사 왔잖은가. 그 때문에 응? 제수씨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랑 술 한잔하느라 외박한다고 하면 암말 안 하고 내보내 준다면서. 으응?”

서세치가 옛정에 대고 호소하자 방대랑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지켜보고 있던 죄수들도 흥미진진하게 돌아가는 이 상황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혹시나 서세치의 옆에 붙어 있다가 콩고물이라도 좀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이윽고, 서세치가 쐐기를 박았다.

“많은 걸 도와줄 필요는 없어. 혹시 무슨 정보라도 있으면 좀 알려주시게. 응? 우리를 왜 도살장으로 부르는지, 면담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그런 것만이라도 좀 알려주면 내 알아서 자구책을 마련해 봄세. 으응? 그 정도는 자네에게도 크게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잖은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대충이라도 알아놓으면 정신을 다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미리 예상 답변을 준비해 놓을 수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한편.

“…….”

서세치의 부탁을 받은 방대랑은 여전히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도와드리겠습니다 형님.”

“오오!”

서세치의 두 눈이 반짝였다.

방대랑은 심지가 곧고 청렴결백한 인물이기에 결코 허언을 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말이라면 충분히 신뢰할 만하리라.

이윽고, 방대랑이 손을 움직였다.

스르릉……

긴 환도가 칼집에서 뽑혀 나온다.

“?”

서세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일이 자네…… 웬 칼인가?”

사실 서세치는 조금 기대했다.

방대랑이 칼로 자신의 수갑과 족쇄를 끊어 주지는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방대랑의 칼은 서세치의 목을 향해 다가왔다.

“어헉!? 바, 방일이 자네 미쳤는가? 왜, 왜 이러나!”

서세치가 당황하여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방대랑은 여전히 슬픈 표정을 지은 채 칼을 들이밀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형님. 제가 이렇게 하는 게 형님을 돕는 길입니다.”

“사, 사람 멱을 따는 게 어떻게 돕는 일이 되는가!?”

“차라리 여기서 제 손에 의해 편히 돌아가시는 게 낫다는 말입니다!”

방대랑의 말에 서세치는 기겁했다.

하지만 방대랑의 칼은 결국 서세치의 목에 닿지 못했다.

그 전에 다른 간수들이 와서 방대랑을 끌어냈기 때문이었다.

방대랑은 다른 간수들에 의해 끌려가면서도 계속 서세치를 향해 외쳤다.

“형님! 차라리 지금 자결하십시오! 그 편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우실……!”

저것은 필히 진심으로 생각해서 하는 조언일 것이다.

방대랑은 그런 인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착하고 마음씨 좋은 방대랑이 저런 말을 할 정도라면…….

“…….”

“…….”

“…….”

서세치를 비롯한 모든 죄수들의 시선이 다시 한 곳으로 옮겨갔다.

도살장.

추이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       *       *

간수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도살장의 문을 열었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 죄수들에게 충고했다.

“새로운 천두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그분께서 앞으로의 계획을 살짝 귀띔해 주셨는데…….”

“이봐. 뭘 그런 걸 얘기해 주고 있나.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세. 괜히 얽히기라도 했다간…….”

간수들 역시도 겁을 잔뜩 집어먹은 기색이었다.

이윽고, 죄수들이 도살장 안에 줄지어 섰을 때.

…쩍!

추이는 사각형의 큰 칼을 들고 도마 위의 돼지를 썰고 있었다.

…텅! …텅! …텅!

나무 그루터기 위에 올려져 있던 커다란 돼지가 깍뚝깍뚝 썰려 나간다.

가죽도, 살점도, 뼈도, 모두 사각형으로 토막토막 잘려 나가 아래에 있는 바구니에 수북하게 쌓였다.

도마로 쓰이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

나이테의 모양을 따라 걸쭉한 핏물이 흐른다.

그것은 부글부글 끓는 거품을 토해 내며, 여러 겹의 붉은 동심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지방 누린내가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갈고리에 걸린 채 아래로 축 늘어져 있는 내장들의 숲 사이에서, 죄수들은 덜덜 떨고 있었다.

추이가 말했다.

“새해가 밝으면 가족들에게 고기 몇 근은 끊어 가야지.”

분위기가 워낙 살벌한지라 대답도 못 하겠다.

“그래야 새끼들한테 고깃국이라도 한 그릇 끓여 먹일 게 아닌가. 그렇지?”

이어지는 추이의 질문 앞에서 죄수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윽고, 추이가 말했다.

“여기에 쌓인 돼지고기 토막들을 너희들의 가족들에게 보낼 것이다. 새해 선물로 말이야.”

따듯한 덕담이다.

장소가 도살장이고, 화자가 추이인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

“…….”

“…….”

새삼 가족이라는 말을 들먹이는 추이의 앞에서 죄수들은 영문을 몰라 멀뚱멀뚱 서 있을 뿐이다.

혹시 가족을 인질로 잡겠다는 말이 아닐까 싶어서 겁을 먹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추이의 말은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아 참. 이 돼지고기 토막들 사이에 너희들의 고기도 썰어 넣고 섞을 것이다.”

“……!”

죄수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추이는 여전히 태연한 기색이다.

“너희들의 애미, 애비, 마누라, 새끼들의 보양식이 되어라. 너희들을 가치 있게 쓸 만한 곳이 그 외에는 달리 없다.”

눈빛과 어조가 너무 태연해서 무슨 한담이라도 나누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은 결코 한가롭지가 않았다.

추이는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푹 고으면 돼지 뼈인지 사람 뼈인지 아무도 몰라. 모르고 먹으면 고기는 다 맛있는 법이지.”

진심이다. 저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이것이 죄수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그때, 죄수들 사이에서 이변이 있었다.

서세치. 그가 제일 먼저 앞으로 튀어나와서 납작 엎드렸다.

“나, 나으리! 제발 살려 주십시오! 목숨만은……!”

그러자 다른 죄수들도 황급히 무릎을 꿇고 대가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

추이는 한동안 죄수들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희들을 쓸 데가 없다니까?”

“바, 바치겠습니다! 빼돌린 재물들을 다 바치겠습니다!”

“필요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는 거야. 언제부터 도적놈들이 재물을 쌓아 놓고 살았나? 돈이나 쌀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약탈하면 돼.”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심이 물씬 느껴진다.

죄수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기도 통하는 곳이 따로 있고, 협상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것을.

서세치가 발작하듯 외쳤다.

“저, 저, 저는 쓸모가 있습니다! 유림(儒林) 출신이라 글도 잘 쓰고 행정 업무에도 능합니다! 살려 주신다면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다른 죄수들 역시도 앞다투어 나서기 시작했다.

“저는 돈이 많습니다! 다 바치겠습니다!”

“새꺄! 그런 횡령한 돈이잖아! 저는 부모님이 장사를 하셔서 진짜 돈이 많습니다요!”

“제 특기가 무술입니다! 저를 살려 주신다면 평생 추이 님을 경호하겠습니다!”

“제, 제 밑에 예쁜 기생 열다섯이 있습니다! 각지에서 납치해 온 년들인데 미색이 죽여줍니다요! 모두 가지십시오!”

각자 자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나서기 바쁘다.

그러자 비로소 추이의 표정이 변했다.

“……뭐, 굳이 따지자면 너희들을 쓸 만한 곳이 하나 더 있기는 하지.”

고기가 되는 것 말고도 쓸모가 있단다.

죄수들 중에는 그 말이 너무나 반가워서 으앙 하고 울어 버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윽고, 추이는 칼을 들었다.

그리고 칼끝을 핏물에 찍어서 벽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글귀에서 풍겨 나오는 시뻘건 피비린내가 죄수들의 눈알을 파고들었다.

추이가 말을 이었다.

“나를 도와서 공을 세운다면 형을 면제해 주마. 더불어 추심도 눈감아 주지.”

석방뿐만 아니라 횡령한 돈도 그대로 놔두겠다니, 실로 파격적인 조건이다.

서세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저희들이 무얼 하면 됩니까요?”

추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촉설산(蜀雪山)을 오를 것이다.”

“……?”

서세치를 비롯한 죄수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촉설산이라 함은 지형이 험준하기로 악명 높은 파촉 땅에서도 가장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다.

한여름 푹푹 찌는 폭염에도 눈이 녹지 않는다는, 마치 저 멀리 신강의 천산산맥을 한 귀퉁이 뚝 떼 온 듯 무시무시한 지역.

그곳을 오른다는 것은 그냥 죽으러 간다는 뜻과도 진배없다.

“…….”

“…….”

“…….”

죄수들이 일동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앞으로.

스윽- 텅!

커다란 칼이 내리찍혀 돼지 대가리를 반으로 쪼개 놓았다.

사방팔방으로 튀는 선혈과 뇌수, 뼛조각, 살점들 너머로 추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이 중에 있나? ‘자발적’으로 나와 함께할 사람이.”

창귀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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