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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306화 (306/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3. 시스템 혼란(3)

석호가 물었으나 대장은 조금 토라진 표정으로 말했다.

- 이건 게임이에요.

대장의 말에 석호가 웃으며 말했다.

- 게임 안에서라도 용서하면서 살면 좋잖아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중얼거렸다.

- 에휴... 신부님은 너무 착해 빠져서 게임도 못할 거야.

대장의 중얼거림을 듣고 석호가 말했다.

- 하하. 그런가요?

대장은 다시 고개를 한 번 젓고는 말했다.

- 이 칼의 정보를 보려면 '정보'라고 외쳐보면 된다.

석호가 칼을 들고 '정보'라고 외치자 눈앞에 칼에 대한 정보가 떴다.

이름 : 소드 오브 레전드(Sword of Legend)

레벨 : 200+

공격력 : +1280~2800

크리티컬 공격 : 1/2 확률로 15000 이상의 데미지.

방어력 : + 3600

마법 방어력 : 1/2 확률로 회피 가능

석호는 정보창을 끄고 대장에게 물었다.

- 왜 갑자기 우리를 공격한 거죠?

석호의 말에 대장이 말을 했다.

- PK(Player Killer)들이다. 캐릭터가 죽으면 아이템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아이템을 얻기 위해 저런 짓을 하는 것이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 나쁜 짓이로군요.

- 게임이라 그런 게 더 심하다.

그러다가 석호가 대장을 향해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 그런데 왜 아까는 또 존댓말을 한 거에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 그 때 대화는 다른 놈들도 들을 수 있어서 그렇다.

- 그렇군요.

- 존댓말... 계속 할까?

대장의 말에 석호는 웃으며 말했다.

- 대장이 편한 대로 해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그냥 입술을 삐죽거렸다.

- 알았다. 내가 편한 대로 하겠다.

석호는 문득 이 게임을 하고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싸웠다는 걸 떠올렸다.

- 그런데 원래 이 게임은 싸우는 게임 아니에요?

- 그렇다.

-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지금 처음 싸운 것 같은데요?

- 신부님만 그렇다. 나는 많이 싸웠다.

- 저만요?

석호는 아무래도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알기에는 몬스터들이 수시로 나타나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대장이 해소해 주었다.

- 신부님 직업은 홀리 나이트다. 레벨이 일정 이상이 되면 몬스터들은 그 영력 때문에 자신보다 높은 유저를 피해 도망간다. 신부님이 싸우는 걸 싫어해서 그런 캐릭터로 정했다.

- 아, 그렇군요.

석호는 대장이 의외로 세심하다는 걸 알았다.

- 고마워요.

- 벼.. 별 거 아니다. 평소 신부님 성향이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 알고 그렇게 한 거다.

그리고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 철구 아저씨였다면 광전사(狂戰士)로 했을 것이다. 아저씨는 싸움을 아주 좋아하니까.

대장의 말에 석호가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말을 했다.

- 아니에요. 철구 씨도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싸우는 거지요.

- 아무튼 그렇다는 말이다.

석호와 대장은 다시 길을 걷고 NPC에게 묻고 하는 상황을 반복하다가 석호가 지쳤는지 말을 했다.

- 오늘은 그만 하죠. 머리가 띵하네요.

석호가 그렇게 말을 하자 대장이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 그러자. 나도 게임이 아니라 게시판이나 웹에서 정보를 찾아봐야겠다.

두 사람은 게임을 종료했다. 석호는 띵한 머리를 한 번 흔들었다.

- 나 같은 사람은 오래 하래도 못 하겠군. 후후.

석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밖으로 나갔다. 대장은 게임을 종료한 후 게시판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때 대장이 게시판에서 자신들을 지칭하는 '부부 탐정단'이란 글을 보자 바로 클릭을 했다.

부부 탐정단과 만남.

나 어제 게임하다가 부부 탐정단 만남.

남자는 존나 어리버리한데 스오레 들고 싸움.

여자는 존나 미친년 같은데 윙오엔을 들고 있었음.

한 방 스치면 죽을 뻔 했는데, 우리 존나 튐.

남자 새끼가 어리버리해서 우리 놔줌.

좆될 뻔 했음. ㅋㅋㅋ

암튼 소문이 맞는 것 같음.

재벌 부부가 아이템 도배하고 다니는 것 같음.

대장은 게시물을 보고 발끈했다.

- 미.. 미친년? 이 자식이.

대장은 분노에 차올라 게시물을 올린 이를 찾았다. 그리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이디가 어디에 있는지 맵과 해킹 툴을 통해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 지 두 시간 만에 그를 찾았다.

- 미친 년의 미친 짓을 한 번 경험해 보지.

대장은 그 아이디를 쓰는 사람을 찾자마다 다짜고짜 공격을 했다. 상대가 PK이기 때문에 페널티가 없었기에 대장은 마음껏 상대를 유린했다.

상대가 죽으며 대장에게 마구 욕을 퍼부었다. 대장은 그 욕설에 더욱 화가 나서 부활하는 웨이 포이트 앞으로 가서 부활하는 순간 다시 칼로 썰어버렸다.

주변의 친구들이 막으려고 몇 명 나섰다가 대장의 칼에 같이 죽었다. 대장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몇 번 계속 반복하자 나중엔 녀석들이 대장에게 말을 했다.

- 미.. 미안해요. 그러려는 게 아니라..

대장은 그 말에 잔인하게 웃으며 말했다.

- 일단 한 번 더 죽고.

대장이 칼을 휘두르자 또다시 캐릭터가 죽었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길 기다리며 웨이 포인트에 서 있는데,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 이 자식 접속을 끊었군.

대장은 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일단 내가 바쁘니까 다음에 보자구.

대장은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게시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지만,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컴퓨터에서 이상한 메시지가 떴다.

- 오호라. 역공이라.

대장은 데이터 코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 우리 캐릭터를 찾아보시겠다.

대장은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자 대장과 비슷한 캐릭터가 몇 개 더 만들어졌다.

레벨도 거의 비슷하고, 외양도 거의 비슷한 캐릭터들이었다. 대장은 마찬가지로 석호의 캐릭터도 그렇게 만들고는 트레이너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각각 짝을 지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게 했다.

물론 다니면서 정보를 모으는 역할은 할 수 없겠지만, 다니면서 싸우는 일은 할 수 있기에 시선을 돌리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각각 다른 컴퓨터에서 접속하는 것처럼 조작을 하였다.

- 이쯤이면 됐겠지.

대장은 그리고는 자신의 게임 데이터를 삭제했다. 석호의 데이터도 삭제를 하고 새로운 테이블을 만들어 기존의 캐릭터와 같은 캐릭터를 생성했다.

- 어디서 수준 낮은 짓이야.

대장은 그렇게 만들고 난 후에 한숨을 쉬었다.

- 그 자식들. 이상한 글 올려서...

그 생각을 하자 대장은 다시 화가 나는지 씩씩거렸지만, 내일 석호와 같이 게임을 해야 했기에 대장은 종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다음 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대장은 조금 심각한 말투로 석호에게 얘기를 했다.

- 누군가가 뒤를 밟고 있다.

석호는 대장의 말에 의아한 듯이 말했다.

- 제 감시망에는 아무 것도 안 잡히는데요?

대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게임 안의 누군가가 아니라 현실의 누군가가 우리를 추적한다는 말이다.

석호는 그 말에 같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 그럼 우리 대화도 유출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 우리 대화는 모른다. 우리는 근거리 통신망으로 직접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서버와는 관련 없다.

- 음.. 그럼 우리 캐릭터를 추적하고 있다는 말이네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대답했다.

- 물론 걸릴 일은 없다. 이 게임은 어떤 인간이 프로그래밍했는지 모르지만 라이브러리가 단독으로 작동하는 구조이다. 무척 복잡한 구조지만 그만큼 다른 취약성이 없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한 인간인 건 틀림없다.

석호는 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 대장의 말이 조금은 거만하게 들리긴 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죠?

석호의 말에 대장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 우리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깟 추적이야 내가 막으면 되니까.

대장의 말에 석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상대도 만만치 않은 사람인 것 같은데.

석호의 말에 대장이 약간 발끈하며 말했다.

- 날 못 믿는거냐?

- 못 믿는 건 아니구요. 다만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에요.

석호의 반응에 대장은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얘기를 했다.

- 알겠다. 조심하겠다.

- 그래요.

두 사람은 길을 다니면서 부지런히 NPC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았고, 가끔 대장은 멍하게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했다.

석호는 그게 게임에 집중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임을 알고 대장이 그럴 때마다 옆에 서서 곁을 지켜주었다.

- 오늘도 별 거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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