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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305화 (30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3. 시스템 혼란(2)

석호와 대장은 다음날도 게임 안에서 만났다. 석호는 매뉴얼을 모두 읽긴 했지만, 아직 모든 게 익숙지 않아 한참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대장은 끊기 있게 석호를 이끌었고, 석호는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 전 게임엔 젬병인데요.

대장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 하하하. 신부님도 못하는 게 있구나.

대장의 말에 석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 저 못하는 거 되게 많아요.

- 아니다. 내가 볼 땐 게임만 못하는 거 같다. 하하하.

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NPC를 만나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곤 했다. 석호는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대장에게 말했다.

- NPC한테 묻고 다니는 것도 꽤 힘드네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이 마을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는 것 같다. 다른 마을로 가자.

석호는 대장이 앞서 가자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러다가 석호는 의아한 듯이 대장에게 물었다.

- 원래 저기 포탈인가 그거 타고 가지 않나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대답했다.

- 가는 길에도 NPC들이 있다. 마을 NPC들은 대개 마을에서 도는 소문을 알고 있지만, 산에 사는 NPC들은 여기저기를 떠돌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석호는 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두 사람은 마을 바깥으로 나가 들판을 걷다가 산길 쪽으로 접어들었다.

- 언제 봐도 대단한 것 같아요. 이렇게 진짜 산길을 걷는 것 같으니.

석호의 말에 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 정말 사실적인 건 이런 곳에 산적들이 산다는 것이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웃으며 말했다.

- 하하하. 그런가요?

대장은 마치 익숙한 길인 것처럼 산길을 걸어 올랐다. 석호는 대장이 가는 길을 따라갔다. 대장의 말처럼 산 속에서도 NPC들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은 벌목을 하거나 사냥을 하는 NPC들이었지만, 가끔은 산적인 NPC들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레벨이 너무 높아서인지 산적들은 감히 공격을 하지 못하고 대장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을 해 주는 편이었다.

- 도대체 그 자식은 어디 있는 거야.

산길을 돌아다녀도 정보를 얻지 못한 대장은 이렇게 투덜거렸다. 석호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새 다 되어갔기 때문에 대장은 더 짜증이 났던 것이었다.

- 오늘도 허탕이네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고개를 끄떡였다.

- 내일 다시 찾아봐야겠다.

- 그래요. 그럼 전 이만 가봐야 될 것 같아요.

- 잘 가라.

석호가 게임을 종료하자 대장은 조금은 힘이 빠진 듯이 산길에 혼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스트레스 쌓인 땐 몹을 잡는 게 장땡이지.

그러더니 혼자 룰루랄라 노래까지 부르며 근처의 던전을 향해 갔다. 석호는 게임을 끝내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스테판 추기경에게서 온 메일을 읽으며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

석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 고민을 하다가 메일을 다시 보냈다.

- 일단 여기 일이 마무리 되는 대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석호는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의자에 앉았다. 당분간 일을 미뤄두긴 했지만, 아직 실체조차 잡히지 않는 이 일보다 바티칸 일이 더 급해 보였기에 석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일단 내일부터는 더 확실하게 찾아봐야겠군.

다음 날부터 석호는 전날보다 더 길게 게임을 했다. 대장은 석호가 가야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는 몇 번 물어보긴 했지만, 석호는 '빨리 실체를 찾아야죠.'라는 말만 하고는 계속 NPC와의 대화에만 집중을 했다.

그렇게 며칠간을 헤맸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기에 대장과 석호는 다소 힘이 빠졌다.

사실 두 사람은 게임에서 레벨을 올리거나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정보가 모이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었다.

- 한도 끝도 없겠네요.

벌써 도합 40개가 넘는 마을과 산과 들, 바닷가를 거치며 정보를 모았지만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했기에 석호가 푸념처럼 얘기를 했다.

대장 역시 석호와 같이 다니는 것이 즐겁기는 했지만 며칠째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 이 정도면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정보가 모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푸념을 하며 산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대장은 경계하는 말투로 말을 했다.

-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는 걸 보니 유저다.

- 네? 유저요?

- NPC는 우리가 말을 걸 때까지 자신의 패턴을 반복한다.

- 그렇군요.

그 순간 한 녀석이 석호와 대장을 향해 말을 했다.

- 오호.. 즐거운 한 때로구만.

그의 말에 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너희들도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거 같은데?

대장의 말에 녀석이 말을 이었다.

- 더 즐거워지려고.

그러면서 석호 쪽으로 네 명이 달려들었다. 석호는 놀란 표정으로 말을 했다.

- 왜 공격을 하죠?

하지만 대장은 상황이 급해 보였는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은빛 검은 꺼내어 앞으로 내달렸다.

- 저 자식들.

그리고는 석호를 향해 말했다.

- 마태오 칼을 꺼내요.

대장의 말에도 석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녀석을 피했다.

그리고 연속해서 공격해 오는 녀석을 피해 계속 몸을 움직여 싸웠다. 물론 싸우는 게 아니라 상대의 칼을 피하는 수준이었다.

- 마태오!

대장이 더 크게 소리치자 석호가 대장을 쳐다보았다.

- 마태오가 누구에요?

대장에게 질문을 하느라 잠시 움직임이 느려졌더니 여지없이 칼이 석호의 몸에 꽂혔다.

고통스럽거나 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몸에 칼이 꽂히는 게 아닌데도 기분이 이상해졌다. 대장은 석호에게 칼을 휘두르는 녀석에게 칼을 휘두르며 말했다.

- 누구긴 누구에요! 신.. 아니 당신이지.

석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장을 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다시 칼이 다가오자 칼을 피하면서 대장을 쳐다보고 물었다.

- 칼은 어떻게 꺼내요?

대장은 석호를 보며 말했다.

- 무장!

석호는 대장의 말대로 외쳤다.

- 무장!

그러자 그 순간 석호의 몸에 은빛 갑옷이 덮였다. 그리고 손에는 길고 반짝이는 검이 나타났다.

- 스오레?

한 녀석이 석호의 칼을 보며 외쳤다.

- 뭐? 스오레를 들고 있다고?

석호가 칼을 꺼내자 석호와 대장을 공격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공격을 멈췄다.

- 저 녀석들 뭐에요?

석호가 대장을 보며 묻자 대장은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말했다.

- 소드 오브 레전드(Sword of Legend)라는 칼이에요. 게임 안에 세 자루밖에 없는 명검이죠. 물론 레벨 제한이 200이라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죠.

대장은 석호에게 얘기를 하고는 자신들을 공격하던 놈들을 향해 소리쳤다.

- 오늘이 너희들 제삿날이다. 웨이 포인트(Way point)에서 레벨 좀 깎여서 시작하라고.

대장이 은빛 칼을 휘두르며 다가갔다. 그러자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 저 칼은 윙오엔이야. 젠장.

한 녀석이 말을 하자 다른 녀석이 말을 받았다.

- 왜 아까 못 봤지? 윙오엔이라면 최소 레벨이 200 이상이라는 거잖아.

그 말에 다들 주춤주춤 도망갈 준비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윙오엔, 윙 오브 엔젤(Wing of Angel)이라는 검 역시 레벨 200 제한의 검으로 미쓰 매지션(myth magician)만이 들 수 있는 검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장은 마법 소환 주문을 외웠다. 아까는 석호가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라 마법 공격에 같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마법 공격을 자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 너희들 다 죽었어.

그 순간 석호가 대장을 막았다.

- 그냥 보내주죠. 이미 전의를 상실한 것 같은데.

석호의 말에 대장이 석호를 보며 말했다.

- 우리 아이템을 노리고 공격한 놈들이에요. 그런 놈들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되요.

대장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저었다.

- 결과적으로 아무런 피해가 없었잖아요. 그냥 혼만 내 주고 보내죠.

석호의 말에 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 참나, 마태오는 너무 물러요. 게임에서는 죽고 죽이는 것 밖에 없어요.

석호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직업이 직업이니까요. 게임에서라도 죽으면 슬프니까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다시 한숨을 쉬고는 칼을 안에 넣고 앞에 있는 도둑 녀석들에게 외쳤다.

- 오늘 너네 운 좋은 줄 알아.

대장이 녀석들에게 말하자 도둑 녀석들은 재빨리 도망갔다. 도망을 가면서 녀석들이 서로 얘기했다.

- 혹시 소문으로 도는 부부 탐정단 아냐? 그거 있잖아. 젊은 재벌 부부가 아이템 도배하고 다니면서 이상한 거 캐고 다닌다는.

그 녀석의 말에 다른 녀석이 말했다.

- 남자는 어리버리한 것 같은데, 여자는 무섭네.

두 사람 앞에서 도둑 녀석들이 떠나자 석호가 의아하게 물어봤다.

- 칼만 보고 도망치다니 이 칼이 대단한 건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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