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303화 (303/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2. 사건을 맡다.(8)

- 이건 완전히 현실 판박이잖아?

석호는 경제 시스템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내용이나 무역과 관련된 내용은 완전히 현실 경제와 같았다.

환률이라든가 경기 변동에 따른 가치 하락, 심지어 주식 시장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만 현실과 다른 것이라면 채무를 지고 갚지 못할 경우 노예로 전락하거나 돈을 갚을 때까지 다른 퀘스트나 레벨 업을 할 수 없다는 페널티만이 달랐을 뿐이었다.

- 이 게임에 경제학자도 참여한 거야?

석호는 고작 매뉴얼의 1/4 밖에 읽지 않았음에도 현실 기반의 세계관이 얼마나 현실적인가 하는 감탄을 했다.

물론 그 기반이 판타지적 세계이고, 현실의 비정함 따위가 없긴 했지만 이론적 토대는 아주 훌륭해 보였다.

- 이런 게 게임이야?

도대체 게임이 게임답지 않아 보였다. 석호는 다음 권에 나온 게임 속의 역사를 읽으면서도 또다시 감탄을 했다.

이건 완벽한 중세사의 변형이었다. 다만 전쟁의 상황과 묘사만 판타지적일 뿐 나머지는 새로 쓴 세계사였다.

특히 오블리언 제국사는 완벽한 중세 유럽사였다. 모방이라면 모방일 수 있지만 인과적인 서술과 그로 인해 나타난 변화의 결과는 상당히 그럴 듯해 보였다.

나온 내용을 재편집해서 유럽사로 설명을 한다면 오히려 더 역사서 같아 보일 것 같아 보였다.

- 이거 누가 만든 거야?

석호는 매뉴얼을 놓고 컴퓨터를 켜고는 게임을 찾아보았다. 구글에서 검색을 했을 때 석호는 몹시 놀랐다.

카타콤에 대한 백과사전 검색보다 게임 개발사가 먼저 나왔다. 아니 검색되는 페이지의 대부분이 게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문서의 양 또한 1억 페이지가 넘었다.

- 이건 뭐...

석호는 게임 개발사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접속하자마자 마치 게임을 접속한 것과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 음...

석호는 개발사 홈페이지 이 곳 저 곳을 클릭해 보았다. 그러다가 동영상 코너를 들어갔다.

- 이거야 원. 거의 방송사 수준이군.

석호는 올라온 동영상 목록을 보고는 놀란 눈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류별로 나눈 것만 총 30개는 되어 보였고 각 분류 안에는 거의 1000여 개의 동영상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아 재생된 동영상의 경우에는 광고까지 붙어 있었다. 석호는 공지 사항을 클릭했다.

카타콤의 동영상과 관련된 공지.

안녕하세요.

카타콤의 문지기 에밀리에요. 모두 제가 누군지는 아시죠?

제가 공지를 올린 건 동영상 관련 내용 때문이에요. 다들 아시겠지만 저희 게임은 다른 게임들보다 동영상 업로드 비율이 훨씬 높죠. 물론 리워드 때문에도 있지만, 이건 정말 남겨둬야 싶은 영상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업로드 되는 동영상을 보면 좋지 않은 것들도 많은 것 같아 문지기로서 마음이 아파요. 그런 동영상은 이젠 그만!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이제 진짜 공지 사항이랍니다. 여러분들께서 그동안 무척 궁금해 하신 동영상 광고에 대한 리워드에 대한 얘기를 하려구요.

벌써 몇몇 뷰(View)수가 높은 유저분들께서는 눈이 커지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는데요. ^^

내부에서 논의한 결과 동영상 생산은 유저분들의 노력과 정성의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업로더분들께 유리한 입장으로 리워드를 결정했답니다.

광고 재생에 따른 리워드

광고는 뷰수 5만 이상일 때 함께 재생됩니다. 그리고 광고에 대한 리워드는 재생 횟수에 따라 비율적으로 달라집니다.

1~1000회 : 광고 단가의 10%

1001~2000회 : 광고 단가의 11%

대충 감이 오시죠? 1000회 단위로 1%씩 증가합니다. 최대는 리워드는 최대 50%로 제한 돼요. 리워드는 월 1회 제공이고, 다음 달엔 리셋됩니다. 전체를 다 드리고 싶어도 서버 운영비와 기타 부대 비용 때문에.. ㅜㅜ

아무튼 양질의 동영상을 많이 많이 올리셔서 게임도 하고 돈도 벌고. 야호. 일석이조죠.

석호는 공지 사항을 보고 뒤로 버튼을 눌렀다.

- 광고 단가가 얼마야?

석호는 자유 게시판으로 넘어갔다. 게시판에는 단연 동영상 리워드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석호는 게시물들을 보다가 광고 단가에 대한 글이 보여 클릭을 했다.

제 친구가 입금을 받았습니다.

제 친구가 이번에 5만 뷰가 넘어서 리워드를 받는데 새로 5000뷰가 추가되어서 15% 리워드를 받았는데...

글쎄 세금 떼고 150만 원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광고 단가가 그럼 1000만원이란 얘긴데...

카타콤 동영상이 유명하긴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석호는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위 몇몇 동영상은 월 50000뷰가 넘었고 어떤 유저는 그런 동영상이 열 개도 넘는 사람도 있었다.

- 5000만 원?

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게임으로 돈을 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 이 정도면 게임만 할 만 하군. 후후.

석호는 가장 뷰수가 높은 동영상을 하나 재생해 보았다. 잠시 로딩을 하더니 커다란 전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한 인물의 시점으로 시선이 모아졌다.

웅장한 음악과 더불어 갑옷을 입거나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 위로 마치 영화 제목이 나오듯 '웨이트필드 전투'라는 글자가 보였다.

- 영화처럼 만든 거야?

석호는 마치 영화의 오프닝 같은 영상에 조금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 이게 게임 동영상이라니 놀랍군.

석호는 눈앞에 흐르는 영상을 보고는 왜 사람들이 이 게임 영상을 많이 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냥 게임의 동영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편집한 것 역시 아마추어의 편집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퀼리티였다. 석호는 10분이나 되는 영상을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보았다.

10분간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개개인의 전투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어울려 싸우는 모습은 상상 속의 전투 그대로였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마법과 격투 장면은 어느 편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비장하게 죽어가는 기사와 쏟아지는 벼락 속에서도 끝까지 마법을 시전하다 번개에 사라지는 마법사, 그리고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먼지와 얼굴을 흥건히 적신 땀방울까지 영상은 여러 인물들을 클로즈업했다 멀어지고, 슬로비디오로 나왔다가 원래 속도로 재생되고 하면 역동적으로 나왔다.

영상이 끝났을 때 석호는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영상은 한 개인이 찍었다고 보기 힘들었다.

- 어떻게 이런 영상이 나오지? 이건 게임 트레일러 같잖아. 1인칭 시점이 아니잖아.

석호는 아래의 영상도 재생했다. 아래 영상 역시 위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 동영상으로 보니까 더 대단한데?

석호는 이런 저런 게시판을 돌다가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물론 이런 게임으로도 경제의 순환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게임만 한다고 현물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기에 석호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석호는 매뉴얼을 다 읽고 침대에 누워 낮에 했던 게임을 복기해 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이게 게임 중독인가? 나도 이상하군. 게임을 다시 생각하다니.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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