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2. 사건을 맡다.(6)
- 전 게임 같은 거 잘 못할 뿐더러 게임에서 뭘 찾는 건지도 모르는데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말을 했다.
- 자세한 건 대장이 알려줄 거예요. 아무튼 위층 사무실로 가 보시면 알아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현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을 뿐만 아니라 말투로 왠지 평소와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컴퓨터 모니터가 꺼졌다. 그러다가 세현이 따라 들어오지 않는 걸 보고는 다시 모니터가 켜졌다.
- 오늘 다들 이상하네요. 철구 씨는 게임 열심히 하라고 하고 세현 씨도 그렇고...
석호의 말에 대장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 이... 이상하지 않다. 원래 그.. 그 사람들 그렇다.
대장의 말에 석호는 멀뚱히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말을 꺼냈다.
- 제가 뭘 해야 되는 거죠?
석호의 말에 스피커에서 갑자기 '삐' 소리가 났다. 석호는 갑자기 난 큰소리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 미.. 미안하다. 조작을 잘못해서..
석호는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오늘 다들 이상하군. 왠지 나만 빼고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석호는 고개를 젓고는 대장의 말대로 슈트를 입고 고글같이 생긴 VR 머신을 머리에 썼다. 그리고 이어폰을 연결해서 귀에 꽂았다.
- 이제 됐나요?
석호가 모니터 쪽을 보며 묻자 대장이 대답을 했다.
- 이제 곧 로딩이 될 거다. 계정 등록은 다 했으니까 로그인만 하면 된다.
석호의 로딩이라는 글자가 사라지자 눈 앞으로 커다란 글씨가 다가왔다. 중세풍의 성과 푸른 하늘, 그리고 푸른 숲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었고, 그 앞으로 '카타콤(Catacomb)'이란 글씨가 보였다.
- 이제 어떻게...
석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는 커다란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그 곳에 하늘에서 떨어지듯 나타났다.
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배경이나 사람들이 너무나 사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여기가 게임 안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 이건...
그 때 누군가 석호의 옆에 섰다. 석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선 사람을 쳐다보았다. 짙은 흑발에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목선이 가는, 전형적인 미인의 모습이 보였다.
- 저.. 누.. 누구..
그러자 석호의 이어폰으로 기계음이 아닌 부드럽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 나다.
석호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 대장이군요. 누군가 했네요.
석호의 말에 옆의 여자가 수줍게 고개를 끄떡였다.
- 게임 안에서 대장이 뭐냐?
석호가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 그런가요? 아무튼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죠?
석호가 묻자 대장이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 에스더. 내 닉네임이 에스더니까.
석호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렇군요. 그럼 제 이름은 뭐죠?
석호의 말에 대장이 대답을 했다.
- 날 따라해 봐라.
대장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창"하고 외쳤다. 석호는 엉거주춤하게 손을 뻗으며 "창"하고 외쳤다. 그러자 석호의 눈앞에 요란한 내용의 창이 떴다.
아이디 : 마태오(공작)
고유 레벨 : 368(+3)
직업 : 홀리 나이트(Holy Knight)
창작 아이템
신의 가호로 인해 모든 능력이 +20% 향상됩니다.
갑옷 : 성자의 갑옷신발 : 성자의 신발
장갑 : 성자의 장갑무기 : 소드 오브 레전드(성자의 가호)
액세서리 : 성자의 목걸이, 성자의 반지, 성자의 팔찌
보유 아이템 : 맥스 포션(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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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체력 : 6200/6200 마나 : 35000/35000
힘 : 1800민첩성 : 1723
정신력 : 2205지력 : 1032
특수 스킬
승마술(Riding Horse) : Max
검술(Sword skill) :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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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력 친화력 : 94%
성력 스킬 : 목록보기를 외치면 보입니다.
석호는 간단하게 나와 있는 자신의 스탯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게임에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만 레벨이 368이라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
- 전 처음 시작하는데 레벨이 왜 이렇게 높죠? 원래 그런건가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말했다.
- 처음 시작은 레벨 1이다. 이건... 조금 손 본 거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의아한 듯이 말했다.
- 아이들한테는 이 게임 해킹하는 게 어렵다면서요?
대장이 석호의 말에 수줍게 웃는 모습을 하고 말했다.
- 걔네들 얘기고. 난 다르다.
석호는 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그렇군요.
석호가 말을 마치자 대장이 말했다.
- 이따가 내가 매뉴얼 하나 줄 테니까 잘 읽어봐라. 꽤 재미있다.
석호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떡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말했다.
- 그래픽이 어마어마하군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 여기는 모션 캡쳐(Motion Capture) 방식으로 작업을 해서 NPC 행동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배경도 실사를 이용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그래픽 티가 난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 그렇다고 해도 저한테는 진짜처럼 느껴지네요. 이런 게 게임이라니 놀랍군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여기보다 더 멋진 데가 있다. 이 게임 회사에서 자랑하는 곳이다. 그 곳으로 가려면 레벨이 30이 넘어야 하기 때문에 거길 보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게임을 열심히 한다.
대장은 석호의 손을 끌고 마을 안쪽으로 갔다. 어마어마하게 예쁜 여자 캐릭터가 그에 못지않은 외모를 가진 남자 캐릭터를 끌고 가자 주변에 있던 유저들과 NPC들이 모두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 저기서 포털 게이트를 열고 가면 된다.
석호는 대장이 몹시 들떠서 석호를 이끌자 대장에게 말했다.
- 대장. 우린 여기 정보를...
석호가 입을 열자 대장이 석호를 외면하고 말했다.
-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석호는 대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감옥 같이 어두운 병실 안에서만 생활하는 대장에게는 이런 사이버 세상이라도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대장의 손을 이끌었다.
- 뭐 하루쯤 이렇게 돌아다닌다고 어떻게 되겠어요. 빨리 가요.
석호는 대장의 손을 끌고 포털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환한 빛이 두 사람을 감싸더니 어디론가로 이동시켰다.
석호는 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벌어졌다. 저 멀리로 펼쳐진 망망대해와 오른쪽 끝에 보이는 정박장은 몹시 사실적이었다.
특히 정박하고 있는 배들은 중세풍의 중형 갤리온이나 카락과 같은 배들이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진짜 같아 보였다.
석호는 눈을 돌려 왼쪽을 쳐다보았다. 바다와 닿은 곳에서부터 어마어마하게 높은 산이 보였다. 그 산은 산 아래엔 잡목과 잡풀이 우거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산 중턱으로 올라갈수록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었다. 석호는 웅장한 산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였다.
- 대단하군요.
대장은 바다를 쳐다보며 말했다.
- 저 앞의 바다가 톨트(Tyolt)해다. 톨트해는 만으로 이루어져서 배를 정박할 수 있다. 그리고 저 앞에 방파제 너머는 순신(Sunsin)해이다.
순신해는 이 게임에서 가장 넓은 바다다.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가 이순신 장군을 존경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톨트해로 나가려면 레벨이 50이 되어야 하고 순신해로 나가려면 레벨이 70은 되어야 한다.
- 그렇군요.
석호는 레벨 50이나 70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지만 왠지 어려운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 그럼 저 산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석호의 질문에 대장은 뚱딴지같은 질문이라고 여겼는지 석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동그랗고 맑은 눈이 석호를 쳐다보다 석호는 무안해서인지 머리를 긁적였다.
- 저 산은 용의 산맥(Mountains of Dragon)이다. 저 산은 오르는 게 아니라 그냥 배경 같은 거다. 저 산은 게라시아(Gerasia) 대륙 전체를 관통하는 산맥이다.
물론 오르려면 못 오를리 없겠지만 어림없는 짓이다. 산 초입에 들어가는 레벨만 해도 100은 되어야 한다.
레벨 100은 하루에 20시간씩 1년은 꼬박해야 될 수 있는 레벨이다. 그런데 산 중턱은 더 극악하다. 레벨이 최소 150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산 정상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300 레벨에 방한 스킬이 최대여야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산 정상에 오르면 드래건과 만나는데 정확한 레벨은 안 나오지만 드래건 레벨은 1000은 된다고 한다.
레벨 1000이 되려면 하루에 20시간씩 150년은 해야 된다. 그러니까 오지 말라는 말이다. 유저들 입장에서도 굳이 위험한 저 산에 오르느니 주변에 아름다운 산을 가는 게 낫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여전히 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 저같이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 없나 보군요.
- 하.하.하. 있었다.
- 그래요?
- 예전에 랭킹 2위였던 해밀턴이란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드래건 원정대라고 조직해서 산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몬스터들이 습격해 왔고, 그걸 버틴 사람들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서 얼마 안 가서 모두 사망했다.
물론 랭킹 2위인 해밀턴은 산 중턱까지 올라갔는데 거기서 허무하게 몬스터한테 한 방 맞고 죽었다.
그 사람 레벨이 184였는데 말이다. 한 때 이 게임과 관련해서 유명했던 동영상이었다.
-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