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2. 사건을 맡다.(5)
- 그게.. 저희가 학생이다 보니까 의뢰비로 많이 드릴 수가 없어서...
예찬의 말에 대장과 석호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 하하하. 의뢰비 같은 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일단 이상한 일이니까 먼저 조사를 해 보는 거니까.
석호의 말에 가영이 손사래를 쳤다.
- 그래도 저희 일을 대신해 주시는 건데...
그러자 노트북에서 말소리가 나왔다.
- 1억.
그 소리에 모두 노트북을 쳐다보았다.
- 대장, 1억이라뇨?
- 1억 아니면 안 받는다. 주고 싶으면 나중에 1억 벌어서 주면 된다.
대장의 말에 석호는 피식 웃었다.
- 그렇군요.
대장은 석호의 말에 다시 말을 이었다.
- 나중에 1억 벌어서 성당에 헌금으로 내면 된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웃으며 말했다.
- 어떤 성당인지 좋겠는데요? 하하하.
대장과 석호의 대화에 예찬과 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예찬이 말을 이었다.
- 저도 카타콤을 하고 있으니까 게임 안에서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저도 레벨이 꽤 되거든요.
예찬의 말에 가영도 말을 보탰다.
- 저도 레벨은 그리 높진 않은데, 힐러(Healer)라서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예찬과 가영의 말에 대장이 물었다.
- 레벨이 300 넘나?
대장의 말에 예찬과 가영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300 넘는 유저는 몇 안 돼요. 그런데...
그 말에 대장이 대답했다.
- 나와 여기 있는 신부님은 300이 넘는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노트북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카타콤이란 게임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레벨이 300이 넘는다고 말하는 걸까 하고 의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호의 의아함은 무시하고 대장이 말을 했다.
- 레벨 300이 넘지 않으면 오히려 짐만 된다. 그러니까 가서 열심히 공부해라. 단시간 내에 300이 되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는 특별히 예찬에게 말을 했다.
- 옵티머스. 너는 괜히 해킹 같은 거 해서 레벨 조작하려고 하지 마라. 금방 들킬 테니까. 들리는 말로는 카타콤 운영자 중에 마에스트로도 있다고 들었다.
대장의 말에 예찬은 무겁게 고개를 끄떡였다. 자신이 지금 아무리 발버둥 쳐도 마에스트로나 퍼핏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 네. 알겠어요.
예찬이 쉽게 포기하자 가영은 예찬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을 했다.
- 그럼 저희는 뭘 해야 되죠?
가영의 말에 대장이 다시 말했다.
- 공부.
대장의 말에 가영은 조금 인상을 썼다.
- 공부는... 저희 꽤 잘 해요.
가영의 말에 대장이 다시 말했다.
- 아주 잘 해야 한다. 남들보다 월등하게 말이다.
대장의 말에 가영이 뭐라 말하려고 하자 예찬이 가영을 막고 말했다.
- 네. 그럼 저희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 테니까 알아봐 주세요.
예찬의 말에 석호가 나서서 말했다.
- 일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내용은 메일로 보낼 거예요.
석호의 말에 예찬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네. 그럼 저흰 이만 가 볼게요.
가영은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예찬이 가영의 손을 이끌고 성당 밖으로 나왔다.
- 왜 그래? 할 말은 해야지.
가영이 예찬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러자 예찬이 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 대장이란 사람 말이 맞아.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 그게 무슨 말이야?
예찬은 가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내가 살면서 가장 처절하게 실패했던 일이 퍼핏을 공격하는 일이었어. 물론 그 일 때문에 퍼핏 추종 해커 그룹에 들어가긴 했지만. 컴퓨터 세계에서 퍼핏은 신이야.
예찬의 말에 가영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 그래봤자 컴퓨터하고 관련된 것뿐이잖아.
예찬은 가영을 조금은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퍼핏은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 전력을 다 끊어 놓을 수도 있고, 웬만한 시스템은 다 박살낼 수 있어. 그냥 컴퓨터와 관련된 것에서 신이 아니라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것에서 신 같은 존재야.
가영은 예찬의 입에서 이 정도의 '찬양'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몹시 놀랐다.
언제나 냉철하고 다소 냉정하기까지 한 예찬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퍼핏이란 존재가 대단하긴 대단하다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 아무튼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으니까 가서 열심히 공부해야지.
예찬의 말에 가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니가 다른 사람 말을 듣다니 웃긴데?
가영의 말에 예찬이 대답했다.
- 혹시 알아? 공부 열심히 했다고 나중에 진짜 퍼핏을 만나게 될지?
예찬의 말에 가영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 얼씨구. 그 해커 만난다고 뭐 달라지나?
예찬은 가영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크게 달라질 수 있지. 세계 최고의 해커와 만나는 것만으로도 어머어마한 일이라고. 혹시 알아? 퍼핏 도움을 받아서 나도 구글 같은 회사를 차릴지?
- 꿈 깨셔.
예찬과 가영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학교 쪽으로 갔다. 석호는 그 둘이 나가자 컴퓨터를 보며 말했다.
- 혹시 우리 둘이 레벨이 300 넘는다는 건 이미 뭔가를 해 놨다는 말인가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대답했다.
- 우리 두 사람이 뭘 한다는 게 아니라 아이디를 두 개 만들어 놨다는 말이다.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다.
대장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 그렇군요. 저야 게임엔 문외한이니까...
석호의 말에 대장이 재빨리 말했다.
- 일단 모두에게 이 일을 알리겠다. 이따 시간 되면 사무실로 와라.
대장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 알겠어요.
얼마 후 대장은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게임 속에서 죽은 사람의 나타났다. 게임을 하면서 그 실체를 알아봐야겠다.'
평소와 다르게 게시물 전문을 보내지 않고 요약해서 보냈다. 그런데 메시지의 내용을 오해한 철구가 사무실 안으로 씩씩대며 들어와서는 모니터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게임 속에서 죽은 사람이 나타난 건 뭐 이상한 일이지만 말야... 그래서 지금 나보고 게임이나 하고 있으라고?
철구가 모니터를 보며 인상을 썼다. 아무리 이상한 사건에 대해 의뢰를 받는다고 해도 게임을 하라는 건 철구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철구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게임을 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하려면 못할 것도 아니지만 도저히 이런 장난 같은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이상한...
철구는 대장의 말을 끊고 얘기를 했다.
- 아무튼 난 그런 이상한 거 싫어할 뿐더러 그냥 오락실 게임도 아니고 뭘 그렇게 입고, 쓰고 하는 그런 건 더더욱. 아무튼 난 안 해.
철구가 완강하게 거절을 하자 대장은 하는 수 없이 혼잣말처럼 했다.
- 그럼 누가 게임을 하지?
- 아, 그러면 내가 해 볼게요.
세현은 그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정신적 반응과 신체적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싶었기에 선뜻 참여한다고 얘기를 했다.
세현이 VR머신을 쓰고 수트를 입은 다음 대장에게 말을 했다.
-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지?
세현이 말을 하자 대장이 말을 했다.
- 일단 계정 아이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장이 주저하자 세현이 대장 쪽을 보며 말했다.
-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대장은 여전히 말을 잇지 못했다.
- 그.. 그게...
세현과 철구는 의아한 듯이 대장 쪽을 쳐다보았고 대장은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 그게 사실은 계정을 만들 때 하나는 남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하지만 세현은 쿨하게 대답을 했다.
- 남자로 하면 되지. 뭐가 문젠데요?
그러자 철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할매, 이렇게 눈치가 없긴. 대장은 내가 거절할 걸 이미 알고 남자 계정을 만들었다잖아. 현실에선 신부님하고 연애를 할 수 없으니까 게임에서라도 연애하려고 하는 거 아냐.
철구의 말에 세현이 역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요. 괜히 내가 눈치 없는 사람이 됐네.
세현의 말에 철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이제라도 눈치 챘으면 얼른 신부님한테 넘겨.
철구의 말에 컴퓨터에서는 당황한 말투가 흘러나왔다.
- 아.. 아니다. 그.. 그건...
철구가 밖으로 나가며 한 마디 했다.
- 할매, 게임에서라도 실컷 연애하게 놔둬. 괜히 할매가 껴서 방해하지 말고. 그럼 난 그 게임 회사나 한번 파 볼게.
철구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자 세현이 모니터를 쳐다보며 말했다.
- 안 그래도 조금 있으면 신부님이 온다고 했으니까 두 사람이 열심히 파 봐요. 난 그럼 뭘 한담?
세현이 빙긋이 웃으며 자기의 사무실로 가자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 끝에 '아, 챙피해!'라는 글자가 나왔다가 이내 사라졌다.
조금 늦게 사무실에 도착한 석호는 3층 세현의 사무실에 세현이 있는 것을 보고 그리로 들어갔다. 석호를 보자 세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신부님이 게임 당첨이네요.
세현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그럼 제가 대장하고 같이 게임을 해야 한다는 건가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석호는 난감한 듯이 말을 했다.